<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74)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108화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74)
최강호는 자신의 음식을 신소라에게 넘겨주고 그녀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러곤 피식 미소를 짓더니 와인으로 입안을 가볍게 헹궜다.
그때 자신의 안주머니에 넣어뒀던 휴대폰이 ‘지잉지잉’ 하고 울렸다.
“응?”
최강호가 휴대폰을 꺼내 발신자를 확인했다. 솔직히 어머니나 회사 쪽 사람이라면 안 받으려고 했다. 그런데 막냇동생인 최강철이었다.
-동생놈!
발신자 화면에 뜬 글씨였다.
“강철이가 무슨 일로······.”
최강호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마지막 고기 한 조각을 입에 넣고 오물거리던 신소라가 물었다.
“왜? 누군데?”
“강철이······.”
“어? 도련님이 왜? 전화 잘 안 하잖아.”
“그러게······. 이놈이 왜 나에게 전화를 다······.”
신소라 역시 최강철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게다가 몇 번 만난 적도 있고 하고 말이다.
그때 최강철이 엄지손가락까지 올리며 했던 말이 떠올랐다.
-저는 두 분 응원합니다. 신소라 씨, 아니, 형수님! 꼭 저의 형수님이 되어 주십시오!
그 모습이 생각났던 신소라가 피식 웃었다. 그러곤 얼른 말했다.
“얼른 받아봐요. 도련님 또 사고 친 거 아니에요?”
“에이, 설마······.”
최강호는 요즘 최강철이 얼마나 착실하게 일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뭔가 불안함은 숨길 수가 없었다.
“잠깐만······.”
“네.”
최강호는 신소라에게 양해를 구한 후 전화를 받았다.
“그래, 강철아. 무슨 일이야.”
-형 바빠요?
“나 지금 밥 먹는 중이다.”
-형수님하고?
“그래!”
-그럼 짧게 할게요.
“뭔데, 그래?”
-그 형이 말했던 빌딩. 거기 우리 소대장님이 들어왔으면 하는데 괜찮아요?
“소대장님? 아, 그때 아버님이 말씀하셨던 그 사람?”
-네, 맞아요.
“그런데 그 사람이 어떻게? 빌딩 한 층만 쓰겠다는 거야?”
-그건 아니고, 그게······. 아, 통화로 하기엔 얘기가 좀 길어지는데.
최강철의 말에 최강호가 슬쩍 신소라의 눈치를 살폈다. 신소라가 손짓을 하며 말했다.
“괜찮아. 편안하게 받아.”
최강호가 고개를 끄덕인 후 말했다.
“괜찮아, 말해봐.”
-어, 알았어. 일단 어떻게 된 일이냐면······.
최강철이 통화를 설명을 했다. 아무리 최강철이 설명을 해도 최강호는 몰랐을 것이다. 오상진의 동생인 오상희가 걸 그룹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서 오상진의 여동생이 엔젤스라는 걸 그룹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부터 그 회사가 어떤 상황이고, 어떤 처지라서 오상진이 새로운 기획사를 세울 거라는 것을 쭉 얘기를 했다.
처음에 별생각 없이 듣던 최강호가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잠깐만······. 오상진 씨라고 하면 아버지도 좋게 보고 있고. 기획사를 차린다? 만약에 이 친구 기획사에 소라를 넣으면······.’
최강호가 속으로 중얼거리며 힐끔 신소라를 바라봤다. 그때 신소라와 눈이 마주쳤다.
신소라는 눈을 끔뻑이며 왜? 하고 입 모양으로 물었다. 최강호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래서 형 어떻게 할까요?
“응?”
-형이 내 맘대로 하라고 했는데 그래도 형에게는 말을 해야 할 것 같아서요.
“네가 이렇게 말을 한 것으로 봐서는 얘기는 거의 다 끝났을 것 아니야.”
-뭐 그렇죠.
“그럼 네 맘대로 해. 내가 너보고 알아서 하라고 했잖아.”
-그런데요, 형. 우리 소대장님이 임대가 아니라 매매 가능하냐고 하는데요.
“뭐? 매매? 그 빌딩이 얼마인 줄 알고 물어봐?”
최강호는 솔직히 웃음이 나왔다.
-안 그래도 제가 최소 200억은 넘을 것 같다고 했거든요.
“그랬더니?”
-그 정도는 가능할 것 같다고 하던데요.
“뭐? 그 정도로 돈이 있었어?”
-에이, 형. 우리 소대장님 은근히 알부자예요. 여기저기 투자해서 돈도 많이 벌고 그랬어요.
최강호가 놀란 눈이 되었다. 그리고 그 빌딩은 돈을 제대로 받으려면 300억 정도는 받아야 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더 받을 수도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딱히 팔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그런데 오상진이 200억 정도면 사겠다고 하니까, 그의 대한 생각이 또 달라졌다.
단순히 아버지의 눈에 띈 그런 사람. 강철이의 군대 소대장이었던 사람. 그런 사람이라 생각은 했는데 생각보다 재력도 있는 것 같고 말이다.
‘이러면 생각이 좀 달라지는데······. 그보다 군인이라고 하지 않았나? 군인이 돈이 그렇게 많다고?’
그러고 있다가 일단 신소라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매매가 아니라면 들어오지 않겠다는 거야?”
-그건 아니고. 소대장님도 가능하면 그 빌딩에서 쭉 하고 싶어 하니까. 나중에 회사 옮기고 그러면 골치 아프다면서요.
“그럼, 그런 일만 없게 해주면 되는 거지?”
-뭐, 그렇죠. 형이 장기로 임대를 허락해 준다면 소대장님도 굳이 매매까지는 생각 안 하실 것 같은데······.
“그래, 알았어. 그건 뭐 네가 알아서 해.”
-그럼 10년 계약합니다.
“알았다. 10년쯤이야······. 전에 있던 차밍도 20년 계약이었는데.”
최강호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차밍 엔터테인먼트도 20년 동안 있겠다고 계약을 했었다. 그런데 대표가 삽질을 하는 바람에 몇 년 만에 망해버렸다.
-알았어요. 나머지는······.
“집에서 마저 얘기하자.”
-네, 형.
신소라가 전화를 끊자마자 매우 궁금하다는 얼굴로 물었다.
“왜왜. 무슨 일인데?”
“무슨 일인 것 같은데?”
“아까 들어보니, 계약 어쩌고 그런 것 같던데. 왜? 우리 도련님 한 건 했어?”
“비슷한 거야. 그보다 너 소속사는 어떻게 할 거야?”
“하, 또 그런다. 또! 당분간 쉬라며. 그래서 쉬고 있잖아.”
“쉬는 거는 쉬는 거고. 관리는 받아야지. 언제까지 톱스타 신소라가 스태프도 없이 그렇게 다닐 거야.”
최강호가 말을 하자 신소라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왜에? 어때서. 난 이렇게 좀 프리하게 있는 것이 좋은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보는 사람이 많잖아. 이 사람아, 꼭 인기 떨어져서 그런 것 같잖아.”
“아니, 자기가 그렇게 신경을 써?”
“신경이 안 쓰이나? 당연히 쓰이지!”
“칫!”
신소라가 팔짱을 끼며 고개를 돌렸다. 그 모습에 최강호가 피식 웃었다.
“아무튼 딱히 할 것이 없으면 강철이네 지인이 소속사를 차린다고 하니까. 거기 들어가는 것은 어때?”
“도련님 지인? 누구? 도련님 지인 중에 연예계 쪽에 일하는 사람이 있었어?”
신소라는 황급히 팔짱을 풀며 속사포처럼 쏟아냈다.
“그게······.”
최강호는 최강철에게 들었던 얘기를 쭉 해줬다. 그러자 신소라가 한 참 듣고 있다가 감동받은 얼굴이 되었다.
“왜 그래?”
“응?”
“왜 그런 표정을 지어?”
“완전 감동이야. 그 오빠 정말 멋있다.”
“멋있어?”
최강호의 이마에 혈관이 불쑥 치솟았다. 그런 것도 모르고 신소라는 두 손까지 모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여동생을 위해서 회사를 차린다는 거잖아.”
“뭐······ 그런 것이겠지?”
“와, 뭐 그런 오빠가 다 있지?”
“보통 오빠들은 다 그렇지 않나?”
“세상에 그런 오빠들이 몇이나 있겠어. 다들 자기 앞가림하기 바쁘지.”
“그래?”
최강호는 잘 몰랐다. 여자 형제라고는 친누나인 최강희가 있긴 했다. 하지만 최강희는 친누나가 아니라, 경쟁자, 라이벌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그래서 어렸을 적부터 서로 챙긴다는 개념이 크게 없었다.
오히려 동생인 최강철이 사고를 쳐서 안쓰럽게 느껴지고 그랬다. 그 이면에는 최강철은 자신의 경쟁자가 아니라는 개념이 강했기 때문이었다.
반면, 정에 굶주린 신소라는 그런 오상진의 행동이 정말 멋있게 느껴졌던 것 같았다.
“나 그분 한번 만나보고 싶어.”
“누구? 오상진 씨?”
“응!”
신소라가 힘차게 대답을 하고는 최강호를 봤다. 뭔가 불만이 있는 듯한 표정이었다. 신소라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왜? 내가 그분에게 반할 것 같아서 그래?”
그러자 최강호가 피식 웃었다. 아니, 자신이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이 웃긴 것 같았다. 그리고 최강호는 오상진에게 여자 친구가 있다는 것도 알았다.
“네가 그 사람에게 반한다고 해도 오상진 씨가 안 넘어갈걸.”
“왜? 그 사람 여자 싫어해? 혹시 게이?”
“무슨 소리야.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군인을 게이로 만들어버려. 오상진 씨 여자 엄청 좋아해. 그것도 예쁜 여자!”
“그럼 나 좋아하겠네.”
“그런데 여자 친구가 엄청 예뻐!”
“에이, 아무리 예뻐도 그렇지······. 자기, 나 신소라야!”
신소라는 자신에 대해서 엄청 자신만만했다. 최강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자기 예쁜 거 알아. 그런데 오상진 씨 여자 친구도 엄청 예뻐.”
“정말?”
“진짜라니까. 강철이 녀석이 사진을 보여줘서 봤거든. 연예인 해도 되겠더라.”
“어? 진짜? 이거 갑자기 승부욕 생기는데······.”
그 모습에 최강호가 고개를 흔들었다.
“또또또, 또 그런다! 내가 뭐라고 그랬어. 그러지 말라고 그랬지.”
“내가 뭘······.”
“톱스타가 되었으면 자중할 줄도 알아야지. 언제까지 그럴 거야.”
“칫, 자기는 나만 보면 그러더라. 그렇게 날 못마땅하면 어떻게 날 만나!”
최강호는 못말리겠다며 입을 열었다.
“말이 그렇다고, 말이!”
최강호가 고개를 흔들었다. 신소라는 그 모습에 새침했던 얼굴이 사라지고 슬쩍 물었다.
“그보다 오늘 밥 다 먹었는데 이제 뭐 해?”
“으음······ 글쎄다. 뭐 할까?”
“자기 오늘 오후 한가한 거지?”
“그래. 오늘 우리 데이트하는 날이잖아. 그래서 스케줄 다 비워뒀지.”
“그래? 그럼 모처럼······.”
“모처럼?”
“드라이브나 갈까?”
신소라의 말에 최강호는 살짝 진이 빠진 느낌이었다. 보통 여기서 쇼핑이나 가자는 말이 나와야 했다. 보통 최강호가 만났던 여자들은 말이다.
그런데 신소라는 그런 여자들과 달랐다. 단둘이서 즐기고, 추억을 쌓고 그러는 것을 더 좋아했다. 그런 신소라를 보며 최강호가 피식 웃었다.
“그러자! 드라이브 가자.”
자리에서 일어난 두 사람이 환하게 웃으며 레스토랑을 나섰다. 신소라는 환한 얼굴로 최강호에게 다가가 팔짱을 꼈다.
그렇게 행복해하는 신소라의 표정을 보며 최강호도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오상진이 서울에서 볼일을 보던 그 시각 이기상 하사는 토요일 주말인데도 불구하고 부대에 나와 있었다.
일과 시간도 아니기에 츄리닝 차림으로 돌아다녔다. 연병장에서 다른 소대원들이 축구를 하는 모습, 농구를 하는 모습을 살피며 피식 웃었다.
“자식들 잘 논다.”
햇살이 좋아 밖 벤치에 앉아 다리를 꼰 채 가만히 있었다. 그때 주머니에 있던 휴대폰이 울렸다.
따르르릉, 따르르릉.
“응? 누구지?”
이기상 하사는 바로 휴대폰을 꺼내 발신자를 확인했다. 발신자는 윤태민 2소대장이었다. 이기상 하사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에이씨, 갑자기 왜 이렇게 전화를 하고 지랄이야.”
이기상 하사는 잔뜩 짜증이 난 얼굴로 투덜거린 후 통화 버튼을 눌렀다. 그의 표정은 언제 그랬냐는 듯 표정이 환해져 있었다.
“충성, 소대장님. 이 하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