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71)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105화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71)
하필 차밍 엔터테인먼트가 투자한 것이 연달아 망해버리면서 회사 운영에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차밍 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어떻게든 돈을 구하러 다녀봤지만 선진그룹에 돈을 투자받은 것이 너무 많아서 더 이상 다른 곳에서 투자를 받기는 힘들었다.
결국 차밍 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정리를 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작년에 마련한 사옥 자체가 전부 다 빠진 상태였다.
오상진은 모든 얘기를 듣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강철이 네 말은 차밍 엔터테인먼트가 사용하던 사무실을 그대로 가져 올 수 있다는 거지?”
“네. 아마 가능할 거예요. 거기는 돈 달라고도 안할걸요.”
그러자 김승호가 바로 입을 열었다.
“아, 거기 차밍 엔터테인먼트 사옥을 그대로 받으려면 임대료가 상당할 건데요.”
“임대료요? 에이······.”
최강철이 손을 휙휙 저었다. 그러면서 슬쩍 얘기를 꺼냈다.
“임대료는 제가 말을 잘하면 2년 정도 싸게 할 수 있죠.”
오상진이 눈을 번쩍 떴다.
“잉? 정말?”
“소대장님. 우리 사이에 왜 그러세요. 그리고 거기 그 건물 사실 형 건물이에요.”
“형 건물? 설마 본부장님?”
“네네.”
“그런데 왜 네 맘대로 깎아 준다고 그래.”
“형이 저에게 그랬어요. 이거 어떻게든 처리만 해주면 별 신경 안 쓰겠다고요.”
“그래?”
“형이 사실 차밍 엔터테인먼트를 지우고 싶어 하거든요.”
사실 최강철이 고백하기로 차밍 엔터테인먼트가 선진그룹과 친했던 것은 최강호 본부장이었다. 최강호 본부장이 투자를 했었다.
그래서 자신의 건물에 차밍 엔터테인먼트 사옥으로 쓰게 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최강호 본부장 본인이 신경 쓰지 않는 사이에 차밍 엔터테인먼트 대표와 다른 임원들과 쿵짝을 해서 회사를 말아먹었다.
그러니 최강호 본부장 입장에서는 정말 화가 나는 일이었다. 그래서 자신의 실패와 같은 차밍 엔터테인먼트를 빨리 지우고 싶어 했다.
그래서 그 일을 동생인 최강철에게 맡긴 것이었다.
최강철은 이 일을 맡게 된 후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고민을 하던 중이었다.
그러던 차에 오상진에게 일이 생겼고, 잘되었다 싶어서 오기 전에 미리 준비를 싹 해놓은 것이었다.
“만약에 우리가 거기 들어가면 바로 들어갈 수 있는 거야?”
“그럼요. 말 나온 김에 지금 가 보실래요?”
그러자 김승호가 바로 대답했다.
“네, 가시죠.”
김승호가 눈을 반짝거렸다. 오상진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괜찮으세요?”
“뭐가 말입니까?”
“아무리 그래도 폐업을 한 곳인데······.”
“그런 말씀 마십시오. 제가 예전에 그곳에 한 번 가 본 적이 있어요. 그런데 엄청 좋아요. 시설은 두말할 것도 없고, 그런 곳에 들어갈 수만 있다면 제 곡도 잘 나올 것 같아요. 특히나 음향시설도 좋은데······. 아 참, 거기 시설들은 그대로 다 있는 거죠?”
김승호가 빠르게 최강철에게 물었다. 최강철도 아직 거기까지는 모르는 것 같았다.
“글쎄요. 음향시설은 뺐나? 그걸 한번 봐야 할 것 같은데요.”
“그럼 지금 당장 가시죠.”
김승호가 그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오상진과 최강철, 김승호는 각자의 차를 타고 차밍 엔터테인먼트가 있었던 사옥으로 향했다. 그곳에 도착을 하고 차에서 내린 세 사람은 사옥을 올려다봤다.
“이야······.”
일단 오상진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강남 한복판이고, 무엇보다 신축건물이라 그런지 겉모습이 으리으리했다. 그 와중에 사옥 중간쯤에는 차밍 엔터테인먼트라는 간판이 떡하니 자리하고 있었다.
“저건 아직 안 내렸네.”
“곧 내려야죠.”
최강철이 바로 답했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올려다봤다. 차밍 엔터테인먼트라고 적힌 글씨가 참 멋들어져 보였다.
그때 김승호가 뒤늦게 다가와 놀라고 있었다.
“와······, 정말 멋지다.”
김승호는 눈을 반짝이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그러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내가 정말 여기서 일하는 건가? 정말? 강남 한복판에 세워진 삐까번쩍거리는 건물에서?’
사실 김승호의 꿈은 나중에 독립을 해서 이런 멋들어진 건물에서 기획사를 차리는 것이었다.
물론 그 꿈은 아마도 막연한 꿈이라 생각했다. 솔직히 평생 이루지 못할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운이 좋아, 자신이 작곡했던 것이 인기를 끌고, 그 수입이 만만치 않게 오른다면 아마도 최소 10년, 20년은 더 고생한 다음에야 이룰 수 있을 것이라 봤다.
그런데 그 시기가 빨라졌다고 볼 수 있었다. 물론 자신의 건물은 아니지만······.
‘뭐, 그런 것은 아무려면 어때 내가 이런 건물에서 일을 한다는 것이 중요하지.’
김승호는 잔뜩 흥분한 얼굴로 건물을 올려다봤다. 자꾸만 가슴이 두근거려 주체할 수가 없었다.
“저어······. 얼른 들어보죠. 아니면 제가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김승호가 말을 하고는 냅다 달려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입구에서 덩치 좋은 경비가 앞을 막았지만 뒤에 서 있는 최강철이 손을 들자 바로 안내를 해줬다.
“너무 좋아하는데요.”
“그, 그러게 나도 좀 당황스럽긴 하다.”
오상진은 들뜬 김승호의 모습을 보며 조금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강철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하이고, 저 양반 아주 신이 나셨네. 신이 났어.”
“뭐 저렇듯 자기 감정에 솔직한 사람도 좋지.”
그러다가 오상진은 살짝 걱정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그런데 정말 들어가도 되는 거냐?”
“그럼요. 제가 아까 말씀 드렸잖아요. 여기 건물 내가 관리한다고요. 그리고 출발하면서 미리 전화도 해뒀어요.”
최강철의 말처럼 김승호가 들어가자 바로 경비 하나가 나타났다. 그 뒤로 최강철이 손을 들어 흔들자 바로 인사를 하며 김승호를 안내하기까지 했다.
“너무 걱정 마시라니까요. 일단 들어가요.”
“그래.”
오상진과 최강철도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사이 김승호는 이미 경비와 함께 건물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었다.
“저 먼저 올라가 보겠습니다.”
그 한마디만 남기고 돌아가 버렸다. 그사이 오상진은 1층 로비를 찬찬히 둘러봤다.
“그런데 강철아.”
“네?”
“너의 형은 왜 여기에 투자를 한 거야?”
“조금 전에 말했잖아요. 여기 대표와 아는 사이라고요.”
“대표와 알아? 단순히 대표와 아는 사이라서 투자를 한다는 것은 좀······. 솔직히 너희 형의 스타일하고는 맞지 않잖아.”
오상진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그것도 그런 것이 최강철에게 들은 최강호는 철두철미한 것으로 유명했다.
성격 역시 똑 부러졌고, 손해 보는 것은 죽는 것보다 싫어하는 타입이었다.
게다가 무척이나 계산적인 사람이었다. 그래서 장녀인 최강희조차도 최강호와의 경쟁을 싫어했다.
그 이유는 엄마인 오명화 회장의 발언 때문이었다.
“난 이 선진그룹을 잘난 자식에게 물려줄 생각이다. 장녀고 장남이고, 막내도 상관없어. 능력이고, 충분히 이 선진그룹을 이끌어갈 재목이라면 누구라도 상관없다.”
회장인 오명화의 발언은 자신들의 무한정 경쟁을 요구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 간과한 것은 최강희와 최강철의 성격이었다. 최강철이야 워낙에 그룹 운영과는 동떨어진 아이였다. 그냥 편안하게 지내면 되었다. 아니, 아예 최강호에게 말을 했다.
“형! 나는 선진그룹을 갖는다느니, 그런 것에 일체 관심이 없으니까. 나를 걸고넘어지지 마! 알잖아,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그러니, 괜히 날 경쟁 상대로 생각하지 말라는 거야.”
그때 최강호가 한마디 툭 던졌다.
“뭐라는 거야! 아예 생각도 안 하고 있었는데.”
“어? 그런 거야? 그럼 미안.”
그렇게 싱겁게 끝이 났다. 게다가 최강희도 마찬가지였다. 누나로서 최강호하고 경쟁하고 싶지 않았다.
물론 최강호의 성격을 알기에 일찌감치 포기한 것도 있었다. 그래서 자신의 지분만 챙겨서 나갔다. 바로 스스로 백화점으로 자리를 옮긴 일 말이다.
이런 것을 다 알고 있는 오상진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렇게 좋은 건물에 차밍 엔터테인먼트를 입주시킨 최강호의 의도는 알지 못했다.
물론 차밍 엔터테인먼트가 처음에는 돈도 잘 벌고, 수익을 낸 것에 대해서는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차밍 대표가 영화 투자로 인해 큰 손실을 보고 결국에 사업을 접게 생겼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까지 아무것도 안 하고 내버려 둔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모르겠네. 너의 형의 성격상 말이야.”
오상진이 흘리듯 말을 했다. 그러자 최강철이 씨익 웃으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솔직히 말할게요. 그냥 대표 말고도 아는 사람이 있어서 그래요. 그냥 그렇게만 알고 계세요.”
최강철이 흘리듯 말했지만 오상진은 바로 눈을 번쩍하고 떴다.
“뭐? 아는 사람?”
“······.”
최강철은 미소만 지을 뿐 입은 열지 않았다. 그런데 오상진은 갑자기 차밍 엔터테인먼트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불현듯 생각났다.
“가만, 혹시······ 신소라 씨?”
오상진의 물음에 최강철이 흠칫 놀랐다. 놀란 토끼 눈이 되며 말했다.
“소대장님, 그걸 어떻게 알아요?”
“신소라 씨 맞아?”
“뭐예요? 혹시 뭐 들은 거 있어요?”
“뭘 듣긴 들어. 그냥 차밍 엔터테인먼트 간판을 떠올려 보니까 신소라 씨인 것 같아서 말이야.”
“와, 소대장님 그것도 알아요?”
“에이. 아까 오면서 잠깐 검색 좀 해 봤어.”
물론 오상진은 그것이 아니었다. 사실 회귀 전 큰 뉴스를 봤던 것이 떠올랐다.
원래 나중에 최강호는 두 번의 이혼 끝에 배우 신소라와 마지막 결혼을 하게 된다.
그것도 오상진이 회귀하기 며칠 전에 빅뉴스로 전해졌던 것을 떠올린 것이다.
‘정말 그때 난리가 났었지. 최강호도 최강호지만 신소라도 계속 독신으로 살다가 결혼을 했으니까.’
오상진이 잠깐 옛 기억을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그때 사람들이 신소라는 도대체 누구랑 결혼을 하려고 저렇듯 혼자 살까, 많이도 궁금해했었지. 물론 나도 그중 하나였고.’
결국 선진그룹의 회장에게 시집을 가는 것으로 모든 사람들이 신소라에게 욕을 했다.
-결국에는 재벌 집에 시집가려고 독하게 버텼네.
-역시 재벌 집 아내가 목표였어.
-진짜 어떻게 보면 독한 년이네. 지금까지 버티고 있었지?
-앞서 두 번의 이혼은 그냥 위장막이었구나.
-야야, 다들 그렇게 떠들 것 없어. 결국 승자는 신소라니까.
그런 기사와 댓글들을 보며 오상진 스스로도 신소라에 대해 실망을 했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인터뷰 마다 달고 사는 말이 있었기 때문이다.
-난 절대 결혼할 생각이 없어요.
-저는 연기와 결혼했어요.
-여러 팬분들이 있기에 제가 있는 거예요.
-전 혼자 살 거예요.
-항상 여러분 곁에 남아 있을 겁니다.
이런 그녀의 말에 모두들 뜨거운 축하를 보내줬고, 오상진 역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랬던 기억이 오상진의 머릿속에 번뜩 떠올랐다.
‘이미 이때부터 신소라 씨는 최강호의 여자였구나.’
오상진이 씁쓸하게 생각할 때 최강호가 재빨리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소대장님. 그건 진짜 어디 가서 말하면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