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70)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104화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70)
“의리 같은 소리 한다. 월급은 안 받아가냐?”
“그럼 저는 손가락 빨고 있어야 합니까?”
“그래서 뭐 하고 왔는데?”
“뭐 하고 오긴요. 대표님이 세나 스폰 좀 알아보라고 했잖아요.”
그 순간 최규식 대표가 바로 고개를 휙휙 돌렸다.
“야 이 새끼야. 목소리 안 낮춰!”
황인철이 소파에 털썩 앉으며 말했다.
“그런데 꼭 세나만 받아야 해요?”
“뭐?”
“아니, 왜 꼭 세나만 받아야 하냐고요.”
“왜긴 왜야! 세나가 빠져야 그룹으로 나갈 수 있잖아.”
“네? 으음, 세나가 빠져도 돼요?”
“그룹?”
“네. 막말로 누가 노래를 부르고, 누가 센터에 설 건데요?”
“노래야······.”
최규식 대표는 바로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엔젤스 멤버 중 다들 노래는 곧잘 했다. 하지만 세나의 노래는 독보적이었다. 게다가 춤도 잘 추고, 확실한 센터감이었다.
“솔직히 걸 룹에는 얼굴마담도 있어야 하잖아요. 세나 빼면 누굴 밀 건데요?”
황인철 이사가 말했다.
“막말로 세나 빼면 남은 멤버들 좀 약하지 않나?”
“그래서 뭐? 이제 와서 뭘 어쩌라고. 이제 와 다 엎자고?”
“엎는다는 것보다는······. 솔직히 말해서 제 생각은 그래요. 우리 꼭 걸그룹 키워야 해요?”
“뭐?”
“아니, 김승호도 나갔는데 걸그룹을 굳이 키워야 하냐고요.”
“무슨 개 풀 뜯어 먹는 소리야.”
“생각을 해보세요. 우리 멤버가 몇 명인데 세나 말고도 다른 애들도 스폰 넣죠. 걔네들 딱히 우리 회사 말고는 받아줄 곳도 없잖아요. 그러니 한 명씩 붙이죠. 어쨌든 데뷔를 하면 걔네들도 좋잖아요.”
“뭐!”
“아니, 미성년자도 아니고 성인들끼리 돈 좀 있고, 나이 많은 사람과 연애를 하겠다는데······. 물론 사회적으로 손가락 좀 받을 수 있다고 해도 지들도 먹고 살아야죠. 언제까지 거지꼴로 살고 싶겠어요.”
황인철 이사의 말을 들은 최규식 대표가 굳은 표정으로 낮게 신음했다.
“흐음······.”
솔직히 남은 애들은 가능하면 살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조카인 최정아도 솔로로 나가기로 했고, 아예 문제 될 것도 없을 것 같았다.
“그럼 정아를 솔로로 돌리자고?”
“에이, 정아가 무슨 솔로예요.”
“그러면?”
“얼굴하고, 몸 뜯어고쳐서 지금은 좀 봐줄 만하잖아요.”
“너 그 얘기 정아 앞에서 해라.”
“아이고, 큰일 나죠. 성질이 지 아빠보다 더 하던데. 아무튼 걸그룹 할 거면 정아 입맛에 맞는 애들로 따로 만들자고요.”
“그래서 네 말은 정아를 굳이 엔젤스에 데뷔시킬 필요가 없다는 말이지?”
“그렇죠. 어차피 정아는 실력도 안 되고 그렇잖아요. 어떻게 엔젤스와 함께 데뷔를 해요. 그냥 1년 정도 연습생을 더 시키는 대신에 지 입에 맞는 애들로 맞춰주자는 거죠.”
“으음······.”
이거 듣고 보니 괜찮은 생각이었다. 웬일로 황인철 이사가 제대로 된 일을 하는 것 같았다.
“제법인데. 너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지?”
“제가 뭐, 대표님처럼 만날 룸살롱이나 다니는 줄 아십니까.”
“이 새끼가······.”
“아무튼 기왕 치울 거면 엔젤스 애들 다 치워 버리자고요.”
“그래서 뭐? 주변에 원하는 사람 있데?”
“에이, 제가 또 누굽니까. 황인철 아닙니까. 제가 아는 친구 중에 한 사람이 제시카를 그렇게 맘에 들어 하더라고요.”
“뭐? 제시카? 걔를?”
“내가 말했거든요. 얼굴 약간 고치고 성격이 드센 편이라고요. 그건 상관없고, 약간 야생마 같은 스타일을 좋아한대요.”
“그래?”
사실 당돌하고, 독특한 이미지라서 제시카(오상희)를 뽑긴 했지만 그렇다고 딱히 잘될 것 같지는 않았다.
물론 연습생 생활을 하면서 춤이나, 노래 실력은 많이 늘었다. 그렇다고 해서 세나를 대신할 정도는 아니었다.
만약에 세나가 떠나고 나면 리드보컬을 누군가 해야 하는데 그걸 제시카가 해야 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제시카는 불안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최규식 대표가 아무리 건성으로 대표를 한다고 해도 이 바닥에 짬이 몇 년인데 목소리만 들어도 알았다.
“그렇게 하면 우리 회사에 투자를 해주겠대?”
“에이, 아시면서 그래요.”
말이 좋아 투자지 투자금 받으면 자연스럽게 최규식 대표의 뒷주머니에 채워질 것이다. 서로서로 윈윈하는 것이었다.
“흐음······.”
최규식 대표가 이마에 주름살이 잡히며 고민을 했다. 안 그래도 세나 하나만으로는 생각하는 것만큼은 원하는 것이 없었다.
세나의 몸값이 한창 올라가서 가장 많이 부른 사람에게 스폰을 맡길 생각이었다.
그런데 세나를 부르는 사람이 없었다. 이리저리 세나를 보고 군침을 흘리는 사람들은 많지만 막상 큰돈을 쓴다는 사람이 없었다.
그 이유가 아직 데뷔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말이지. 차라리 멤버들을 전부 다 넘기면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최규식 대표가 최종 결정을 내렸다.
“알았어, 그렇게 준비를 해봐.”
“넵!”
그렇게 두 사람은 제시카와 세나 뒤에 누가 있는지도 모르고 일을 키워 버렸다.
오상진과 김승호는 진지하게 얘기를 나눴다.
“빅스타 엔터테인먼트에서는 더 이상 힘들다는 말씀이시죠?”
“네. 거기는 말만 회사지. 제대로 굴러가지 않아요. 그나마 있던 직원들을 다 자르고, 있는 사람이라고 해봐야 황인철 이사인데 그 사람은 최규식 대표가 데리고 온 사람입니다. 거기에 로드 매니저 한 명 있습니다. 그런 회사에 투자를 해봤자 소용이 없습니다.”
“음, 그럼 새로운 회사를 차려야 하는 건데······. 그럼 돈이 얼마나 필요합니까?”
“그건 대표님의 의지에 달려 있지 않겠습니까?”
김승호의 눈빛이 반짝였다. 어차피 투자를 받는 거?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었다. 오상진이 웃으며 말했다.
“저도 단발성 투자로 끝낼 생각은 없어요. 만약에 회사를 차리게 된다면 김 이사님이 운영하실 생각은 있으세요?”
그러자 김승호가 단박에 두 손을 흔들었다.
“어이구, 아닙니다. 저는 회사 운영에 관심이 없습니다. 솔직히 말씀을 드리면 전 그냥 하고 싶은 음악 하고, 애들 키우는 것에 소질이 있지, 운영은······.”
김승호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면서 자기 할 말은 다 했다.
“물론 제 권한만 보장해 주신다면 뭐······.”
김승호가 지금 찬밥 더운밥 가릴 것이 없는 것이 조금 전까지 홍만식 대표에게 저작권 50%까지 포기한다고 굴욕적으로 얘기까지 하고 왔다.
그런데 이제 와 오상진에게 어떻게 큰소리를 뻥뻥 치겠는가.
만약 오상진이 단순 투자자였다면 얘기가 달라졌다. 하지만 오상진 옆에는 최강철이 있었다. 그도 최강철을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최강철이 한마디 툭 던졌다.
“소대장님 기획사 하나 차리는 데 돈 많이 안 듭니다. 중요한 것은 기획사를 잘 굴리는 거죠. 안 그래요, 김 이사님?”
“네. 그렇죠. 물론, 회사에 자금이 많으면 좋아요. 아티스트도 없고, 수입 활동이 없으면 그 회사는 죽은 회사나 다름이 없어요. 그냥 돈만 죽어라 까먹을 겁니다. 반대로 괜찮은 아티스트 두세 명만 들어와도 회사에 돈 없어도 상관없습니다. 충분히 돈을 벌 수 있으니까요.”
“그래요?”
“네네. 요새는 실제로 개인, 아니, 자신만 관리해 주는 1인 소속사를 원하고 있기도 해요. 물론 탑 스타들만 그렇긴 하지만요.”
“아, 네에······.”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회사를 차리는 데는 큰돈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거죠?”
그러자 최강철이 바로 끼어들었다.
“에이. 소대장님도 참······. 운영하는데 큰돈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거죠. 지금 당장 인원을 많이 뽑지는 않을 테니까요. 그보다 초기 투자금······ 그거는 많이 필요하지 않아요? 사무실도 있어야 하고······. 연습실도 있어야 하고······.”
“네, 맞습니다. 사무실은 임대를 해도 되고, 연습실 같은 경우도 빌려 쓰고 그럽니다.”
“에이, 엔젤스인데······. 우리 엔젤스 고생시키면 우리 소대장님께서 가만히 안 있을 텐데요.”
최강철의 너스레에 김승호가 정신을 바짝 차렸다. 왜냐하면 방금 전까지 엔젤스를 데리고 나와 독립하겠다는 생각을 가득했다.
생각해 보니까, 오상진이 단순한 투자자가 아니었다. 제시카, 즉 오상희의 오빠였다. 게다가 세나하고도 아주 친한 것 같았고 말이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이거는 최 팀장이 말이 맞습니다. 저도 엔젤스 멤버들을 고생시킬 생각이 없어요. 이미 충분히 고생하고 있잖아요. 여기서 또 어떻게 고생을 시킵니까.”
“아후,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그런데 투자를 하면 엔젤스 데뷔는 할 수 있는 겁니까?”
“그럼요. 이미 데뷔를 할 모든 준비는 다 끝났습니다. 이런 말씀 드리기 좀 그렇지만 사실 저희 걸그룹은 세나가 다 하는 것이라서요.”
“아, 그래요?”
“네네, 세나만 있으면 가능합니다. 아니면 인원이 좀 많다고 생각하시면 3인조도 가능하고요.”
김승호가 긴장한 얼굴로 매우 조심스럽게 얘기를 꺼냈다. 말을 하면서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왜냐하면 예전에도 5인조에서 3인조로 줄이자는 말이 나왔지만 그때도 5인조로 해야 한다면 주장했던 김승호였다. 여태까지 자신이 키운 새끼들이니 말이다. 끝까지 책임을 지겠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렇듯 나락으로 떨어진 상태에서 5명을 다 못 데려가더라도 3명이라도 살릴 수 있다면 다행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오상진은 자신이 기억하고 있던 엔젤스를 찢어버리고 싶지는 않았다.
“아뇨, 그럴 필요 없어요. 아니, 다 같이 고생을 했는데 누군 빼고, 그러는 것은 별로입니다. 예정대로 5인조로 가죠.”
“하이고, 감사합니다.”
김승호가 다시 한번 깊이 감사의 인사를 했다. 오상진은 잠깐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일단 사무실하고 연습실을 알아봐야 하는데······.”
오상진이 바로 고개를 돌려 최강철을 봤다.
“강철아, 이런 거 구하려면 얼마나 하니?”
솔직히 지금 이런 말을 해서 좀 그렇지만 투자한다고 해서 아는 체할 필요는 없었다.
최강철이 씨익 웃으며 가방에서 자료들을 빼냈다.
“후후, 그럴 줄 알고 제가 또 모아왔죠.”
“뭔데?”
최강철의 시선이 김승호에게 향했다.
“혹시 김 이사님, 차밍 엔터테인먼트 아세요?”
“오오, 네에. 알고 있습니다. 거기 제법 큰 회사 아닙니까. 최근에 폐업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응? 차밍이 폐업을 했어?”
오상진이 물었다. 최강철이 바로 설명을 해 줬다.
“네. 여기 대표가 영화에 투자를 하고는 쫄딱 망해버렸거든요.”
“아니, 노래만 잘 만들지. 무슨 영화에 투자를 했대.”
“그게 말이죠. 소중 픽처스가 영화 투자로 잘 나가면서 제작사들에게도 투자 바람이 한동안 불었어요.”
“그래?”
소중 픽처스가 몇몇 작품 등을 통해 대박을 치면서 확 성장했다는 얘기를 듣고, 이제 주요 연예 기획사들도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그중 차밍 엔터테인먼트가 적극적으로 나섰다. 특히나 차밍 엔터테인먼트는 선진그룹 쪽 인맥이 있어서 뭔가 투자를 하는 것에 있어서 좀 잘 받았다.
하지만 제작이 안정적으로 된다고 해서 다 잘되는 것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