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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772화 (772/1,018)

<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68)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102화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68)

“아, 네에. 제가 오상진입니다.”

오상진이 환한 미소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른손을 내밀자 김승호도 밝은 표정으로 손을 마주 잡았다.

“안녕하세요, 김승호입니다.”

오상진은 김승호를 찬찬히 훑었다. 캐쥬얼 정장 차림에 얼굴은 수수해 보였다. 검은색 뿔테 안경을 쓰고, 살도 찌찌 않은 좀 마른 체형의 남자였다.

그런데 어딘지 모르게 낯설지가 않았다.

“음, 우리 언제 한 번 만난 적이 있는 것 같은데······.”

“네? 그랬나요?”

김승호가 깜짝 놀라며 물었다. 김승호는 오상진을 지금 처음 보는 것이었다. 그러자 오상진이 바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를 어디서 봤는지 방금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아, 이제 기억이 났네요. 서로 얼굴을 보지 않았고요. 저만 따로 먼발치에서 본 것 같네요.”

“그러세요? 어디서요?”

“제가 언제 한 번 엔젤스 숙소 근처로 찾아갔던 적이 있어요. 세나랑 상희 밥 사주러요.”

“아······.”

“아마 그때 먼발치서 봤던 것 같네요.”

“그러시구나, 그럼 말씀을 하시죠. 제가 인사를 드렸을 텐데······.”

“아후, 바쁘실 텐데 뭐 하러요. 그 당시 한참 바쁘셨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네, 제가 그랬나요? 어쨌든 그때 인사를 드렸다면 좋았을 텐데요.”

김승호와 오상진은 악수를 한 채 서로 얘기를 주고받았다. 그러곤 오상진이 바로 말했다.

“아, 일단 앉으세요. 커피 드실 거죠?”

“아, 네에.”

김승호가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오상진이 옆에 서 있는 최강철을 툭 건드렸다.

“가서 커피 좀 가져와라.”

“아, 네에.”

김승호가 당황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바로 오상진이 말렸다.

“아뇨, 이 친구가 그런 일은 잘합니다.”

“네, 그럼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최강철이 후다닥 달려가서 커피를 주문하고 다시 돌아왔다. 세 사람이 원형으로 된 테이블에 나란히 자리에 앉았다.

김승호의 시선이 최강철에게 향했다. 약간 의문을 가지면 매우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런데 이분은······.”

“아, 이 친구요.”

오상진도 최강철을 봤다. 그러자 최강철이 오른손을 들며 스스로 말했다.

“저는 여기 앉아 계신 오상진 대표님의 지인입니다.”

“아, 네에.”

“제가 명함 하나 드리겠습니다.”

최강철이 지갑에서 명함을 빼서 건넸다. 김승호가 명함을 받아서 확인해 보니 어디서 많이 본 명함이었다. 그곳에 적힌 이름을 확인하고는 눈을 크게 떴다.

[선진그룹 기획실 3팀장 최강철]

“서, 선진그룹······.”

“네.”

최강철이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김승호는 명함을 붙잡고 최강철의 이름을 되뇌었다.

‘최강철, 최강철······. 가만! 선진그룹 본부장 이름이 최강호. 이번에 백화점 계열을 맞았다는 최강희······. 그리고 최강철. 강자 돌림인데······. 게다가 기획실 3팀장? 이건 우연인가?’

김승호가 놀란 눈빛으로 최강철을 바라봤다. 최강철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네, 저희 엄마가 돈이 좀 많습니다.”

그것만으로 확신할 수 없었던 김승호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아버님께서는······.”

“저희 아버지요. 나랏일 좀 하시죠.”

그 말에 김승호는 100% 확신했다. 어머니는 선진그룹 오너인 오명회 회장. 아버지는 차기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최익현 의원. 놀란 눈빛으로 이번에는 오상진을 바라봤다.

오상진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네, 맞아요. 이 녀석 그런 녀석입니다. 그리고 저는, 사실 제가 말씀은 드리지 않았지만 현재 군인입니다. 어느 중대의 중대장을 맡고 있죠.”

“아, 중대장이셨습니까?”

“네.”

오상진은 숨김없이 말했다. 물론 어디 소속이며 그런 것은 말하지 않았다.

“어쨌든 이 친구하고는 내가 소대장으로 있을 때 저희 부대에 들어온 친구예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러자 최강철이 바로 인상을 썼다.

“아, 진짜······, 소대장님! 군대 얘기는 하지 마십시오.”

“인마, 그럼 너랑 나랑 군대에서 만났지 어디서 만났어?”

“그냥 밖에서 만났다고 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아이, 소대장님 때문에 다 망했어.”

최강철이 투덜거렸고, 김승호는 아직까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 녀석이 김 이사님 오신다고 해서, 체면 좀 차리고 싶었나 봅니다.”

“됐어요. 그런 얘기까지 왜 해요. 차라리 제가 할게요.”

최강철이 다시 일어나 정식으로 인사를 했다.

“다시 인사할게요. 선진그룹 기획실 3팀장 최강철입니다.”

“아, 네에. 김승호입니다.”

김승호도 얼떨결에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최강철 하고도 악수를 나눴다. 그 모습을 보며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편안하게 말씀하세요.”

“어이구, 제가 어떻게······.”

“이사시지 않습니까.”

“그냥 이사 직함만 달고 있을 뿐입니다. 그보다 그룹 팀장님이시면 임원보다 더 높지 않습니까?”

최강철이 씨익 웃으면서 오상진을 봤다.

“소대장님 보셨죠?”

“어, 그래. 너 대단한 거 알아.”

정작 오상진은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그 영혼 없는 대답에 최강철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 소대장님께서 절 언제 인정해 주실지 모르겠습니다.”

오상진은 그저 웃고 말았다. 김승호는 잔뜩 궁금한 얼굴로 최강철에게 물었다.

“그보다 여긴 어쩐 일로······.”

“아, 오해하실 것 같아서 말씀드립니다. 여기 계신 소대장님하고는 아주 각별한 사이입니다. 단순히 각별한 사이는 아닙니다. 저희 아버지 아시죠?”

“그럼요 최 의원님.”

“저희 아버지가 가장 좋아하시는 분이 여기 앉아 계신 소대장님이십니다.”

그러자 오상진이 바로 최강철을 툭 쳤다.

“야, 민망하게 무슨 그런 말을 해.”

“에이, 진짜지 않습니까. 아버지가 빨리 소대장님 군대 전역하고 정치하라고 난리이신데. 저 엊그제도 잔소리를 듣고 왔어요.”

김승호가 깜짝 놀라며 말했다.

“정치요?”

오상진이 바로 손을 휙휙 저었다.

“말이 그렇다는 겁니다.”

하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은 최강철이 입을 열었다.

“그리고 엄마는 소대장님이 저희 누나랑 내심 잘되었으면 하는 바람이고요.”

“야! 무슨 소리야. 최강철 너 너무 나갔다.”

물론 최강희가 오상진처럼 듬직하고, 사내다운 남자랑 결혼하고 싶다고 집에서 선포하긴 했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면피성 발언이었다.

왜냐하면 집에서는 어떻게든 다른 기업들과 엮을 생각이었다. 정략결혼이라도 시킬 요량이었다. 그러나 최강희는 딱히 결혼 생각이 없었다. 일을 더 좋아하는 것도 있고 말이다.

그래서 결혼을 자꾸 미루니까, 집에서 별의별 얘기가 다 나오고 있었다. 이에 최강희가 못을 박듯이 얘기를 했다.

“오상진 같은 남자라면 생각해 볼게요.”

“뭐? 정말이야?”

“네! 그런데 과연 있을까요?”

최강희의 말에 엄마가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 것이다.

“굳이 비슷한 사람을 찾을 필요는 있을까?”

“엄마! 그 사람 여자 친구 있어요. 저보다도 훨씬 예쁜 여자 친구!”

“야, 너도 밖에 나가면 빠지는 얼굴 아니야. 능력 있고, 얼굴이 예뻐! 뭐하나 빠지는 것이 없는데······.”

“그 사람도 마찬가지거든요.”

“그래도 네가 더 오상진을 그 사람을 돋보이게 할 수 있어.”

“됐어요. 아무튼 이제 제 얘기는 거기까지!”

최강희가 말을 하고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침대에 털썩 드러누우며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물론 최강희도 대답을 하면서 반은 진심이었다. 그리고 오상진 옆에는 자신보다도 훨씬 예쁜 여자 친구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칫······. 난 일이 더 좋단 말이야.”

뭔가 아쉽다는 듯 말을 내뱉고는 샤워실로 향했다. 어쨌든 이런 얘기들은 최강철 집 안에서만 허용되는 대화였다. 그 어떤 사람도 이런 얘기는 몰랐다.

다만 최강철이 오상진과 술만 먹으면 농담처럼 꺼내고 그랬다.

“소대장님은 진짜 멋진 분이세요. 그런데 좀 얄밉기도 해요.”

“뭐가!”

“우리 누나! 우리 누나가 어때서요?”

“뭐라는 거야?”

“우리 누나 엄청 예쁘거든요. 게다가 능력 있죠. 그런데 왜 거절해요?”

“거절? 야! 거절할 것이 뭐가 있어. 그리고 강희 씨에게 이렇다 할 말도 듣지 못했다. 그런데 무슨 거절이야!”

“그게 아니라, 소대장님 자체가 지금 거절할 상황이잖아요.”

“그렇지. 나에게는 소희 씨가 있지.”

“그러니까요. 그래서 안 된다는 거예요! 소대장님은 너무 형수님을 사랑하시니까요.”

“야, 강철아. 넌 왜 만날 술만 먹으면 이런 얘기를 꺼내냐. 지겹지도 않냐.”

“만날 할 거예요. 소대장님께서 어떤 것을 포기했는지······.”

“그래, 알았다. 고맙다. 상기시켜줘서.”

대화는 이런 식으로 마무리가 되었지만 오상진은 곤욕스러운 것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최강철이 앞에서 꺼낸 말은 그냥 했던 말이 아니었다.

어쨌든 오상진이 선진그룹과 밀착적인 관계인 것을 알아야 김승호가 오상진 뜻대로 움직일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왜냐하면 김승호에게 오상진은 단순히 직업군인이고, 오상희 즉 제시카의 오빠가 전부였다.

실제 오상진이 돈이 많다고 해도 이 바닥 업계에서는 자존심이 셌다.

돈만 많은 사람들은 제대로 취급하지 않는 경향도 있었다.

게다가 빅스타 엔터테인먼트를 개판으로 만든 것도 최대식의 돈을 끌어들이면서였다.

단순히 오상진이 돈만 댄다고 해서 김승호가 반길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서 이런 얘기를 최강철이 풀었던 것이었다.

지금 오상진 뒤에서 선진그룹이 있다는 것을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그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확실히 선진그룹이 대단하긴 대단한 모양이었다. 얘기를 듣는 김승호의 눈빛이 확 달라졌다.

“어이구, 그런 일이 있었다면 진즉에 저에게 말씀을 해주시지 그랬습니까. 제가 이 고생은 안 했을 텐데······.”

“네?”

오상진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자 김승호가 바로 고개를 조아렸다.

“대표님 저 좀 도와주십시오.”

그 모습에 오상진이 바로 일어나 같이 고개를 숙였다.

“아이고, 안 그러셔도 됩니다. 당연히 그러려고 연락을 드린 것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김승호가 연신 감사하다며 인사를 했다. 오상진이 슬쩍 최강철을 바라봤다. 최강철은 마치 ‘어때요?’라고 말을 하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 네 맘을 안다. 그래서 이번은 고맙다.’

처음에는 최강철이 괜히 오지랖을 떤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확실히 최강철의 도움을 받는다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가볍게 눈빛을 보냈다.

그때 마침 커피가 도착을 했다.

“일단 마시면서 구체적인 얘기를 나누도록 하죠.”

“네네.”

김승호의 표정이 한결 밝아져 있었다. 오상진과 김승호는 본격적으로 얘기를 시작했다.

그 시각 최규식 대표는 사무실에 앉아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하아, 미치겠네. 도대체 어떻게 하자는 거야.”

엔젤스도 문제지만 자금이 더 큰 문제였다. 형인 최대식에게 투자를 받고 있지만 최정아 때문에 차일피일 다음 투자가 미루어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안 되는 걸 어떻게 하라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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