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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771화 (771/1,018)

<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67)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101화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67)

“그럼 김승호 씨와 연락은?”

“연락처는 진즉에 받아왔죠.”

최강철이 주섬주섬 지갑에서 명함 하나를 꺼내 내밀었다.

“여기 명함······.”

오상진은 최강철이 내민 명함을 받아서 확인했다.

“지금 전화해도 될까?”

“지금 전화해도 상관없을걸요. 밤늦은 시간도 아니고······. 오히려 소대장님께서 전화를 하면 좋아하지 않겠어요?”

최강철의 말에 오상진은 망설임 없이 휴대폰을 잡아 들었다.

그 시각 김승호는 파인 엔터테인먼트 홍만식 대표를 만나고 있었다.

“하이고, 승호야. 오랜만이다.”

“네. 대표님. 잘 지내고 계시죠?”

“나야 잘 지내고 있지.”

“대표님 안 본 사이에 신수가 훤해지셨습니다.”

김승호의 아부에 홍만식 대표는 기분이 좋은지 입술이 실룩실룩거렸다.

“에이, 인마. 신수가 뭘 훤해져. 그보다 회사 어떠냐? 지난번보다 많이 달라졌지?”

홍만식 대표가 슬쩍 자신의 회사를 자랑했다. 김승호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러네요. 사옥 이전하신 거죠?”

“네가 언제 나갔지?”

“3년 전입니다.”

“아, 그때는 저쪽이었고, 지금은 여기 지어서 왔지.”

“여기 전체가 다 파인 엔터테인먼트 건가요?”

“전체까지는 아니고······. 너도 알지만 여기 땅값이 비싸. 절반! 절반만 우리가 써.”

“아, 네에······.”

“3년 안에 이 빌딩 사는 것이 내 목표다.”

“아, 그러십니까? 축하드립니다.”

김승호가 바로 축하 인사를 건넸다. 홍만식 대표가 껄껄 웃었다.

“축하는 무슨······. 돈을 벌어야 축하를 받는 거지. 그나저나 무슨 일이야?”

홍만식 대표가 빤한 눈빛으로 김승호를 바라보았다. 사실 홍만식 대표는 김승호가 어떤 처치고 어떤 상황인지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자기 입으로 말하는 것도 좀 그랬다.

김승호가 씁쓸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대표님 저 다시 받아주십시오.”

“너를? 회사 있잖아.”

“아, 거기 나왔습니다.”

“언제 나왔어?”

“얼마 전에요.”

“계약 관계는 깨끗하게 정리가 된 거야?”

“네.”

“오호······. 너 뭐, 곡 다 뜯기고 그런 것은 아니지?”

“아닙니다. 제가 만든 곡은 다 가져가기로 얘기 끝냈습니다. 별문제 없습니다. 게다가 지금까지 작업한 곡은 다 가지고 있어요.”

“그래? 으흠······.”

홍만식 대표가 슬쩍 자신의 턱을 어루만졌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회사 곡이 필요했는데 잘 되었네.’

홍만식 대표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래서 뭐? 우리 회사 프로듀서를 맡아 주겠다는 거야?”

파인 엔터테인먼트에도 보이그룹과 걸그룹이 있었다. 물론 대박을 친 것은 아니지만 나름 꾸준한 인기는 있었다.

그들은 나름 파인 엔터테인먼트의 캐시카우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었다. 하지만 홍만식 대표는 욕심이 많았다. 이 두 그룹은 나름 연차가 많아서 언제 해체가 될지 몰랐다. 그래서 새로운 그룹을 물색 중이었다.

일련의 큰 사건으로 인해 망하긴 했지만 파워워크를 만들어낸 김승호라면······.

‘그래 우리 파인 엔터테인먼트를 위한 보이그룹 하나를 제대로 만들어줄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야.’

홍만식 대표의 머릿속이 빠르게 회전했다. 그러곤 소파에 깊게 몸을 눕히며 말했다.

“계약은 몇 년으로 생각하고 온 거야?”

“대표님 저 계약은 5년으로 하죠.”

“오오, 5년?”

홍만식 대표가 살짝 상체를 일으켰다. 김승호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대신에 걸그룹 하나 받아주십시오.”

“걸그룹? 자네가 그쪽 회사에서 만들었다는······. 엔젤스?”

“네. 맞습니다.”

“엔젤스라······. 이름이 좀 그렇다. 천사들이야?”

“애들 비주얼 하나는 괜찮습니다. 실력도 괜찮고요.”

“야야, 요새 안 예쁘고, 실력 없는 걸그룹이 어디 있냐. 똑같지.”

“그렇긴 합니다만······.”

“아무튼 그 애들만 받아주면 내 밑에서 일하겠다고?”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래, 좋아. 계약서 작성하자고.”

홍만식 대표가 흔쾌히 허락을 했다. 솔직히 말해서 김승호 실력이야 다들 알고 있고, 걸그룹 하나 받는 거?

엔젤스를 받아 숟가락 몇 개 더 놓는다고 해서 파인 엔터테인먼트가 망하지는 않았다.

“대신에 저작권 수입은 너 50, 회사가 50이다.”

순간 김승호가 눈이 커졌다.

“네에? 5 대 5요?”

“야, 그 정도는 해야지 나도 손해가 없지. 막말로 옛날에는 말이야. 회사가 그걸 다 가져갔지. 작곡가가 가져가는 것이 뭐가 있어.”

“그건 예전 일이잖아요.”

“그래서 뭐? 싫어?”

어차피 홍만식 대표가 매우 유리한 입장이었다. 그걸로 홍만식 대표는 최대한 이득을 취할 생각이었다. 김승호가 잠깐 고민을 했다. 그리고 잠시 후 김승호가 입을 열었다.

“좋습니다. 5 대 5로 하겠습니다. 대신에 엔젤스 3년 안에 정규 2집까지 내도록 하죠.”

“3년 안에 정규 2집? 어차피 곡 작업은 네가 할 건데 준비는 된 거야?”

“네. 거의 콘셉트까지 잡아 놓은 상태입니다.”

“오케이, 좋아! 나도 애들 데리고 있는 것보다는 나가서 돈 버는 것이 좋지. 그리고 또 뭐? 하고 싶은 것 있으면 지금 다 말해.”

“네.”

김승호는 자신이 생각했던 것을 얘기했다.

“엔젤스 애들 제대로 대우해 주고요. 팀도 제대로 꾸려서 붙여주세요. 당장 2억! 3년 안에 5억 투자해 주십시오. 총 5억입니다.”

“아, 엔젤스에게 3년 동안 총 5억을 박으란 말이지.”

홍만식 대표가 손가락 끝으로 소파 손잡이를 톡톡 두드렸다.

“5억······ 5억이라······.”

솔직히 걸그룹 하나 키우는데 2억 정도 들고, 그것을 굴리는 데 해마다 1억 이상 들었다.

3년이면 초기 투자비 2억에 운영비 1억씩 해서 5억이면 큰돈은 아니었다.

만약에 잘 되어서 수익이 난다고 하면 충분히 벌 수 있는 돈이었다.

“좋아, 5억 그 정도는 해주지. 대신에 엔젤스의 계약은 7년이다.”

김승호가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

“애들 계약은 5년으로 해주셔야죠.”

“뭐?”

“제 계약이 5년인데 애들도 5년으로 해주셔야죠.”

“야, 김승호. 너 해도 너무한다. 그래서 5년 있다가 애들 데리고 나가려고?”

“그거야 대표님 하기 나름이죠. 제가 안 나가게 대표님께서 잘 해주시면 되는 것이죠.”

홍만식 대표가 피식 웃었다.

“김승호 너 많이 컸다.”

김승호는 당연한 생각이었다. 하지만 홍만식 대표 입장에서는 달랐다. 김승호는 김승호고, 엔젤스는 엔젤스였다. 각각 따로 보고 있었다.

예를 들어 엔젤스가 성공을 했다. 게다가 파인 엔터테인먼트 소속 걸그룹이다. 그런데 김승호가 대표도 아니고, 프로듀서인데 엔젤스를 좌지우지하려고 하는 것이 싫었다. 이건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야, 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 그럴 거면 너도 7년 해! 같이 7년 하면 되는 거잖아.”

“7년은 너무하죠. 대표님.”

“김승호. 너 아직 안 급한가 보다. 나까지 찾아온 것을 보고 급한 줄 알았더니.”

사실 예전 김승호랑 파인 엔터테인먼트는 홍만식 대표와 사이가 그다지 좋지 않았다.

김승호가 프리랜서로 일하던 시절에 홍만식 대표가 곡을 받아가면서 돈을 제대로 주지 않았다. 거기서 끝이 아니라 그를 홀대하고 그랬다. 그래서 김승호도 웬만하면 홍만식 대표와 일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찾다, 찾다가 여기까지 온 것이었다. 홍만식 대표는 그것까지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걸 눈치챈 김승호가 한숨을 내쉬었다.

‘하, 여기 오는 것이 아니었는데······.’

그렇다고 대한민국에서 엔젤스를 받아줄 수 있는 제법 규모 있는 엔터테인먼트가 많지 않았다. 그중에서 아이돌 라인이 약한 곳으로 골라야 했다. 빵빵한 곳은 엔젤스가 필요가 없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결국 이곳 파인 엔터테인먼트로 온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생각해 보니 잘못 생각한 것 같았다. 김승호의 모습을 찬찬히 보던 홍만식 대표가 씨익 웃었다.

“왜? 고민되냐?”

“하아······.”

김승호의 한숨을 들은 홍만식 대표는 급할 것이 없었다.

“뭐, 어쨌든 서로 얘기는 들었으니까 한번 고민은 해봐.”

“······.”

김승호는 답을 내지 못했다. 그러다가 인심 썼다는 표정을 지은 홍만식 대표가 입을 열었다.

“알았어. 내가 양보해서 6년! 6년 어때? 서로 한 발씩 양보해서 말이야.”

“6년이요?”

“그래 인마. 너도 6년! 나도 6년!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냐?”

“후우, 일단 고민 좀 해보겠습니다.”

김승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솔직히 5년이나, 6년이나 큰 차이가 없을 것 같아서 계약서를 쓰고 싶었지만 애들과 상의는 하고 싶었다. 애들 의견도 듣지 않고, 멋대로 하고 싶진 않았다.

김승호가 몸을 돌려 나가려는데 홍만식 대표가 말했다.

“참, 승호야. 거기 회사에서 애들 빼내 오려면 위약금 있어야 하지 않냐? 그건 어떻게 할 거야?”

김승호가 몸을 돌렸다.

“그 위약금은 제가 받기로 한 돈에서 털면 됩니다.”

“오, 그래? 위약금 안 내면 나야 좋지.”

“그러니까, 5년으로 해주십시오.”

“아······. 쓰읍······.”

홍만식 대표가 인상을 쓰며 고민을 하더니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야, 아니야. 6년! 여기 있는 애들 다 7년인데 1년 줄여주는 것이 어디인데. 너도 알잖아. 1년 사이 벌어들일 수 있는 돈이 엄청 크다는 거. 아무튼 난 내가 해야 할 도리는 다했다. 결정은 네가 해!”

“네.”

김승호가 대답을 하고 인사를 한 후 기획사를 나왔다. 그리고 몸을 돌려 파인 엔터테인먼트를 보며 표정을 굳혔다.

다시 고개를 돌려 걸음을 옮기며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 불을 붙이려는데 휴대폰이 지잉지잉 울렸다.

“응?”

물고 있던 담배를 도로 집어넣고, 휴대폰을 확인했다. 모르는 번호였다.

“여보세요?”

-혹시 김승호 씨 핸드폰 맞나요?

“네, 맞습니다만······. 누구세요?”

-처음 인사드립니다. 상희 오빠입니다.

“네? 누구요?”

-제시카 오빠입니다.

“아! 군인이시라는······.”

-네네. 그런데 혹시 지금 시간 괜찮으십니까?

“시간요? 아, 네에······. 뭐, 제가 시간이 없지 않지만······. 혹시 무슨 일 때문인지······.”

김승호는 살짝 걱정이 되었다. 이제와 엔젤스가 어떻게 된 것이냐며 따져 묻는다면 곤란했다. 자기가 회사를 나왔다고 할 수도 없고 말이다.

-아, 회사 나오셨다는 소리는 들었습니다. 거기 회사 사정도 어떻게 된 거지 대충 들었고요.

순간 김승호는 당황했다.

“어후, 어떻게······.”

-자세한 얘기는 만나서 나누도록 하죠. 제가 엔젤스를 위해서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은데 조언이 필요합니다.

“아, 네에. 알겠습니다. 그럼 어디로 갈까요?”

휴대폰을 귀에 댄 김승호의 표정을 밝았다. 그에게 새로운 선택지 하나가 더 생긴 셈이었다.

한 시간 후 김승호는 어느 카페에 도착했다. 택시에서 내린 그는 문을 천천히 열었다.

딸랑!

맑은 종소리가 들리고 김승호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종업원 한 명과 맞은 편에 두 명의 남자가 앉아 있었다. 김승호는 저 두 명 중 한 명이 오늘 자신이 만날 오상진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곳으로 당당히 걸음을 옮겨간 김승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오상진 씨 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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