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66)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100화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66)
“그래도 이 양반이 이때까지는 정신은 제대로 박혀 있었던 것 같아요.”
“······.”
최강철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했다. 오상진은 그저 가만히 듣고 있었다.
“아무튼 최규식 대표가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이 바로 자신의 친형인 최대식이라고 해요.”
“최대식? 이 사람은 누구야?”
“이 사람이 서울에서 큰 요양원을 운영 중인 원장입니다. 소대장님도 알죠? 나이론 환자라는 말······.”
“어어, 교통사고 나면 무조건 드러눕는다는 뭐 그런 환자?”
“네, 거기가 거의 그런 병원에요. 진단서 써 주고, 합의될 때까지 입원시키고······. 물론 정상적인 의료행위도 해요. 하지만 거의 뒤로는 그런 식으로 운영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래? 그런 곳이 돈을 많이 버나?”
오상진의 물음에 최강철이 바로 끄덕였다.
“그럼요. 의외로 이런 곳이 돈을 많이 벌더라고요.”
“음, 많이 버는구나.”
“아무튼 최규식이 형인 최대식을 찾아가서 돈을 빌려 달라고 했나 보더라고요. 그런데 최대식이 빌려주는 대신 아예 투자를 하겠다고 나선 겁니다. 최규식의 입장에서는 좋죠, 투자라고 하니까. 하지만 여기서 최대식이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조건?”
“네. 자신의 딸을 엔젤스에 합류시키는 것입니다.”
“뭐? 그런 얘기는 못 들었는데······.”
“못 들었어요?”
“어.”
“지금 엔젤스 5인조가 아니라, 6인조예요.”
“그래? 상희는 왜 그 얘기를 안 했지?”
오상진이 중얼거리며 고개를 갸웃하고 있을 때 최강철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최대식의 딸이 최정아인가? 아무튼 그럴 겁니다. 거기 나와 있죠?”
“어어, 그래. 최정아라고 쓰여 있네.”
“최정아가 딱 봐도 심각했나 봐요. 몸무게도 80㎏이 넘고, 노래도 잘 부르는 것도 아니고, 춤도 그저 그렇고 말이죠. 그런데 무슨 바람이 불어서 아이돌이 되겠다고 난리를 친 거예요. 하필이면 기획사 대표가 삼촌 아닙니까, 걸그룹 만든다고 하니까 혹한 거죠. 몇 날 며칠 부모님을 설득하고, 그것도 안 되니 단식까지 했답니다. 그렇게 골머리를 앓고 있던 중 최규식이 찾아오니 자신의 딸을 밀어 넣은 거죠.”
“그래서 어떻게 되었어?”
“뭐, 전신 성형을 통해 환골탈태를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실력이죠. 아무리 외형적으로 바뀌었다고 해도 노래가 돼, 춤이 돼. 그것 때문에 트러블이 많은 것 같아요.”
“트러블이 많아?”
“네. 얘가 또 실력도 안 되면서 은근히 욕심은 또 많아요. 제가 알아보니, 리더에 욕심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알잖아요, 현재 엔젤스는 세나를 중심으로 이미 완벽하게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요.”
“음······.”
실제로 세나가 최정아보다 두 살이 많고, 그리고 나머지 모두 나이가 똑같았다. 그래서 세나가 리더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보통 걸그룹을 맏언니가 궂은 일을 도맡아 하면서 리더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무엇보다 세나는 엔젤스의 메인보컬에 센터까지 맡고 있었다.
엔젤스는 일종의 세나를 위한 그룹이었다. 그래서 세나가 리더를 해야 했다. 그것이 기획자였던 김승호 이사의 의지였다.
이렇듯 모든 것이 세나 위주로 돌아가는 것을 본 최정아가 자신의 아버지인 최대식에게 불만을 토로했다.
“아빠, 여기서는 내가 할 수 없어. 세나 그년 위주로 돌아간단 말이야. 아이씨! 모두 내 위주로 돌아가야 하는데 진짜······. 짜증 나! 어떻게 든 해봐!”
이 말에 최대식이 현재 나서서 휘젓고 있는 실정이었다.
모든 것을 들은 오상진이 가볍게 한 숨을 내쉬었다.
“후우, 그래서 본인이 리더를 하겠다고 지금 나선 거야?”
“거의 그런 셈이죠. 그래서 최대식이가 김승호 이사를 불러서 말했나 봐요. 세나를 내보내라고. 그런데 김승호 이사 입장에서는 세나를 중심으로 해서 꾸린 걸그룹인데 세나를 내보낸다는 것은 팀을 망하게 하는 것이나 다름없잖아요. 말도 안 된다고 펄쩍 뛰었죠. 그 뒤는 뭐, 최대식이 동생인 최규식을 압박하고, 최규식은 어떻게 하겠어요? 자기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 엔젤스에 대한 지원을 확 줄여버린 거죠. 그러면서 엔젤스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니까, 더는 참지 못하고 자기가 회사를 박차고 나가버린 상태고요.”
“애들을 버리고? 자기만 살겠다고?”
오상진의 눈빛이 무섭게 바뀌었다. 최강철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것보다 지금 김승호 이사의 행보를 보면 새 투자자를 찾고 있는 것 같아요. 그 뒷장에 보면 나와 있어요.”
최강철이 서류 뒷장을 가리켰다.
“아, 그래?”
오상진의 시선이 바로 서류 뒷장으로 향했다. 대충 훑어보고는 말했다.
“일단 이 부분은 내가 따로 살펴보고······.”
김승호에게 살짝 화를 낼 뻔했던 오상진은 감정을 조금 억눌렀다. 솔직히 아무리 김승호가 능력이 있다고 해도 힘든 상황에서 제 살길 찾아갔으면 똑같지 최규식이랑 다름이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뒤의 얘기를 들어보니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아무튼 김승호 이사도 없겠다. 애들이 어떻겠어요? 피가 마르고, 힘들죠. 솔직히 다른 그룹의 애들 같았으면 진즉에 포기했을 거예요. 그 그룹에 소대장님 동생이 있잖아요.”
오상진이 눈을 번쩍 떴다.
“상희? 우리 상희가 있지. 그런데 왜?”
“소대장님께서 용돈을 엄청 주셨다면서요.”
“엄청 줬다기 보다는······. 그래도 오빠가 돈을 못 버는 것도 아니고 용돈 삼아 꾸준히 줬지.”
“그러니까요, 애들이 그걸로 간신히 버티고 있는 모양이더라고요.”
“어이구, 우리 상희 기특하네.”
사실 소속사의 핍박을 견디지 못하자, 의리의 오상희가 자신의 지갑을 열었다. 그래서 작지만 엔젤스에서 버틸 희망이 생긴 것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더럽고 치사한 것이 먹는 것을 가지고 그러는 것이었다. 그런데 오상희가 구원자로 나서면서 엔젤스 멤버들이 버틸 수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 갈등이 길어져만 가고, 이 모양이 이 꼴이 된 거다?”
오상진의 말에 최강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중요한 것은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이 날 뻔했다는 것입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최규식 대표가 이제 형에게 하도 압박을 받으니까, 세나를 포기하려고 했나 봐요.”
“세나를 포기한다고?”
오상진이 깜짝 놀라며 뒷장을 뒤져서 확인을 했다. 그러자 최강철이 손을 들어 말했다.
“아, 거기에는 없어요. 제가 조사를 하다가 얼마 전에 듣게 된 거예요. 최규식 대표가 최근에 우리 회사 임원들과 술자리를 가졌나 보더라고요. 그쪽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고, 소개를 받는 사람도 있고요. 그런데 은근히 스폰 제안을 했다고 하던데요.”
“뭐? 스폰? 설마 우리 상희?”
오상진이 깜짝 놀라며 언성을 높이자, 최강철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에이, 소대장님도 아무리 여동생이 예쁘고 그래도 그렇죠. 상희는 아니죠.”
“야, 내 동생에게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다.”
오상진이 기분 나쁘다는 투로 한마디 툭 내뱉었다.
“에이, 솔직히 우리 지은이라면 모를까, 상희로 되겠어요?”
최강철은 피식 웃었다. 그는 한때 연예계에 몸을 담았던 지은이와 아직도 연애 중이었다.
“아, 맞다. 너 지은 씨랑은 아직도 잘 만나니?”
“그럼요. 잘 만나고 있죠.”
“지은 씨 요새 뭐 하고 있어?”
“지은이 요새 공부하고 있죠. 그런데 몸이 근질근질 한가 봐요.”
“뭐가? 아직도 연예인 하고 싶어 해?”
“연예인까지는 아닌데요. 그쪽 바닥에서 일을 했잖아요. 뭐, 그쪽 일을 하고 싶어 하는 것 같더라고요. 제가 뭐 아는 것이 있어야죠. 딱히 제가 도와줄 수 있는 것도 없고. 그래서 그냥 있어요.”
오상진이 최강철 얘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최규식이 스폰을 하려는 것이 세나야?”
“그렇죠. 세나가 예쁘고, 팀의 간판이기도 하고요. 솔직히 중대장님 안 계셔서 하는 말인데 일전의 중대 한 번 왔을 때 난리 났잖아요. 애들 서로 세나랑 결혼하겠다고 부대가 발칵 뒤집어졌잖아요.”
과거 최강철이 제대하기 전에 부대에 크리스마스 행사차 방문한 적이 있었다. 물론 오상희도 참석을 했었다.
그때 모두가 세나를 보자마자 광기를 일으키며 좋아했다. 그러자 김철환이 세나에게 다시는 부대에 오지 말라며 일침을 놓았던 적이 있었다.
거기까지 괜찮았다. 심지어 젊은 소대장들이나, 하사까지 세나에게 흑심을 품고 김철환에게 잘 보이려고 그랬었다.
하지만 오상진은 그런 얘기가 들리지 않았다. 오직 세나를 스폰 삼으려고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했다.
“최규식 이 자식이 자기 혼자 살아보겠다고, 세나를 팔아먹으려는 궁리를 한다, 이거지? 하아, 미치겠네. 뭐 이런 인간들이 다 있지.”
오상진이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러다가 생각이 나서 물었다.
“강철아.”
“네.”
“만약 이 계약을 정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제가 그렇지 않아도 계약서를 따로 받아봤거든요.”
“뭐? 계약서를 구했어? 어떻게?”
“에이, 그게 뭐 어렵나요. 광고 건으로 슬쩍 찔러 넣었더니 계약서 사본을 보내주더라고요. 별로 어려운 것 없어요. 그런 소속사는 광고 얘기만 해도 간이고, 쓸개도 다 빼주려고 그래요.”
“아, 그래?”
“네. 어쨌든 제가 계약서를 슬쩍 들여다봤는데요. 7년 계약이더라고요. 그리고 계약해지지 투자금액에 얼마더라? 2배던가? 아무튼 지금 엔젤스에 투자를 해봤자 얼마겠어요. 많아 봐야, 2억? 아니 1억 정도 아니겠어요.”
“으음······.”
오상진이 심각한 얼굴로 낮은 신음을 흘렸다.
“소대장님. 아무래도 자세한 것을 들으려면 김승호 이 양반을 만나 보는 것이 낫지 않겠어요?”
“김승호······. 이 양반은 나가서 지금 뭐 한다고?”
“투자자를 구하고 다니고 있어요. 본인 말로는 괜찮은 회사 들어가서 애들을 데리고 나오려고 하는 것 같아요. 김승호 이 사람이 엔젤스를 데리고 오려고 하는 것을 보면 그렇게까지 위약금이 클 것 같지도 않고요.”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략적으로 돌아가는 상황은 눈치를 챘다. 일단 가장 급선무는 엔젤스 멤버들을 빼 와야 했다. 더 이상 그곳에 놔둘 수는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오상진이 엔젤스를 맡을 수가 없는 것이었다.
“강철아, 김승호 그 양반 말이야.”
“네.”
“잘나가는 사람 맞아?”
“제가 듣기로는 그 바닥에서는 제법 유명한 사람이더라고요. 프로듀서로서는 말이에요. 거의 뭐, S급 제작자로 보시면 되는 것 같아요.”
“S급? 그 정도야?”
“네. 만약에 대형 기획사에 들어갔으면 진즉에 S급이 되고도 남았을 겁니다.”
“그런데 왜 빅스타랑 계약을 한 거야?”
“그 양반이 좀 뭐랄까? 자기 고집이 좀 센 편이에요. 대형 기획사 같은 경우는 위에서 까라면 까야 하잖아요. 그런 것이 싫은 거죠. 자신이 만들고 싶어 하는 걸그룹이 있어요. 그게 아마 엔젤스인 것 같아요.”
“그래? 그러면 만약에 애들을 빼낸다고 하더라도 김승호 씨에게 맡겨야 한다는 거네.”
“그렇죠. 솔직히 그 양반만큼 엔젤스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이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