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65)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099화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65)
그렇다 보니 최정아도 계속 삐딱선을 타고 그랬다. 세나는 어떻게든 데뷔를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최정아의 비위를 맞췄다. 그런 세나를 오상희는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고 말이다.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던 실정이었다.
그 와중에 세나가 매니저 소영철에게 부탁을 해서 빨리 데뷔를 할 수 있게 말을 해달라고 했다. 그런데 황인철 이사는 여전히 올해 안으로 데뷔는 힘들 것 같다는 말만 하고 있었다. 그 소리를 들은 세나는 힘이 쭉 빠져 버렸다.
“그럼 우리 어떻게 해요?”
“여기까지 잘 견뎌 왔잖아. 그래도 아깝지 않아? 어떻게든 버텨봐야지.”
“잘 모르겠어요.”
“세나야! 너 흔들리면 안 된다. 솔직히 말해서 너 이제 와서 다른 데 간다고 해도 힘들어. 너 나이도 있잖아. 다시 연습생 생활하고, 그래서 언제 데뷔할 거야.”
“오빠, 그렇긴 한데······.”
세나도 어느덧 22살이 되어 있었다. 지금도 여자 아이돌 하기에는 나이가 좀 많은 편이었다.
여기서 포기하고 다른 기획사로 가서 다시 연습생 생활을 하면 어느새 24, 5살이 될 것이다.
데뷔를 하자마자 바로 뜨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몇 번 더 하다 보면 금세 20대 후반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면 여자 아이돌에게 있어서는 은퇴를 할 나이였다. 그래서 세나 입장에서도 연습했던 것이 아쉬워서 참고, 또 참았는데 올해를 또 보내라고 하니까, 답답했다.
“세나야. 내 말 듣고 조금만 더 참자.”
소영철이 달래자 세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그래, 그래. 오빠 믿지.”
“네. 그래도 오빠 고마워요. 저희 챙겨줘서요.”
“고맙긴, 그래 힘내고······.”
소영철이 세나의 어깨를 다독이고는 현관을 나섰다. 현관에서 신발을 신으며 힐끔 세나를 바라봤다. 그리고는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
“어후, 세나는 진짜······. 그냥 이참에 엔젤스 확 엎어졌으면 좋겠네. 그럼 세나 쟤만 데리고 나가도 될 것 같은데.”
세나는 소영철을 은인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소영철은 세나를 그 정도로까지 생각하지 않았다.
소영철도 최대식과 몇 번의 술자리와 용돈을 받으면서 아이들, 한마디로 엔젤스를 피 말리는 데 일조를 하고 있었다. 가끔씩 빵이나 던져주면서 환심을 사고 있었다.
그러면서 소영철이 굳이 오상희가 개인적인 용돈으로 사비를 충당하고 있다는 것을 얘기하지 않은 것도 이유가 있었다.
그래야 최대식으로부터 주기적으로 용돈을 뜯어낼 수 있기 때문이었다.
만약에 오상희가 돈이 많다. 그러면 최대식이 다른 방식으로 사람을 괴롭힐 것이다.
이런 식으로 치사하게 사람을 괴롭히지 말고 말이다. 그럼 자신에게도 돈이 떨어질 이유가 없었다.
소영철이 고개를 돌려 현관문 손잡이를 잡았다.
“세나야, 미안한데 오빠 너무 믿지 마. 오빠도 어쩔 수 없는 남자야.”
그렇게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그 시각 오상진은 최강철과 함께 커피숍에서 모처럼 만났다.
“소대장님께서 궁금해하신 빅스타 엔터테인먼트 자료입니다.”
“어후, 그래. 고맙다.”
오상진이 서류를 받아서 보려고 하는데 최강철이 서류 봉투에 손을 올렸다.
“소대장님. 보시고 충격받으시면 안 됩니다.”
“왜? 상태가 그리 안 좋아?”
“상태도 상태인데······.”
최강철이 무슨 말을 하려다가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일단 보세요. 보시고 얘기 나누죠.”
최강철이 서류에 올렸던 손을 뗐다. 그리고 오상진이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봉투 안에서 서류뭉치를 빼냈다.
거기에는 오상진이 상상하지도 못했던 내용들이 많이 담겨 있었다.
빅스타 엔터테인먼트는 5년 전에 설립한 회사다.
회사에 설립한 최규식은 그 전의 회사 스타 엔터테인먼트의 이사였다. 그곳에서 7년 정도 재직하면서 스타 엔터테인먼트의 노하우를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그 후 최규식은 자신의 오른팔인 황인철과 함께 독립을 해서 스타 엔터테인먼트보다 더 좋은 기획사를 차리겠다는 일념으로 빅스타 엔터테인먼트라는 기획사를 차렸다.
“우리 꼭 성공하자!”
“네. 형님.”
최규식은 그렇게 황인철과 의기투합했다. 하지만 연예계는 녹록지 않았다.
이미 연예계에는 스타 엔터테인먼트라는 기획사가 있었다. 그런 와중에 빅스타 엔터테인먼트라는 회사가 나왔으니 그걸 좋게 볼 사람들은 없었다.
특히 스타 엔터테인먼트에서는 노골적으로 적의를 드러냈다.
“저 새끼는 우리 기획사 나가서 차린 것이 빅스타야? 빅스타? 우리 엿 먹이려고 그딴 식으로 이름을 지었어?”
하지만 최규식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어쨌든 업계에서도 스타 엔터테인먼트가 큰 회사였기에 빅스타 엔터테인먼트를 아니꼽게 볼 수밖에 없었다.
“그래 어디 잘되나 두고 보자.”
그도 그럴 것이 보통 저런 식으로 큰 회사에 있다가 독립해서 나와 잘 운영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그래서 그걸 지켜보는 상황이 되었다.
어쨌든 최규식과 황인철은 기획사를 차렸고, 어떻게든 아이돌을 만들 생각이었다. 스타 엔터테인먼트에 있을 때 알고 지냈던 사람을 통해 투자까지 받았다.
하지만 문제는 아이돌을 만들어줄 프로듀서가 없다는 것이었다.
“형님 어떻게 하죠?”
“찾아! 무슨 수를 쓰더라도 찾아!”
“네.”
그때 두 사람의 레이더망에 한 인물이 포착되었다. 그 당시 프리랜서로 유명한 프로듀서인 김승호가 재야에 있다는 것이었다.
“형님, 찾았습니다. 김승호!”
“김승호? 그 사람이 나왔어?”
“네. 현재 프리랜서로 활동 중이라고 합니다.”
“그 녀석 고집불통에 통제가 안 된다고 하잖아.”
“그렇지만 아이돌 키우는 것에는 타고났지 않습니까. 일단 초반에는 모두 그 사람이 하라는 대로 그냥 두면 좋지 않습니까. 돈 좀 벌고, 그러면 우리도 노하우가 쌓이게 되고 그때는······.”
황인철의 말에 최규식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게 좋겠네. 알았어. 바로 섭외 들어가!”
“네!”
그렇게 최규식은 김승호를 만났다.
“네가 만들고 싶은 아이돌을 만들어 봐라.”
“정말 그리 해주시는 겁니까?”
“그래!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최규식이 그렇게 약속을 했다. 게다가 회사 지분까지 몇 퍼센트 넘기는 조건까지 내걸었다.
“정말이죠? 제가 만드는 그룹에 절대 손을 안 대는 거죠?”
“그렇다니까. 자네 하고 싶은 대로 해.”
최규식이 바로 승낙을 했다. 김승호 역시 자신이 만든 곳을 소화해 줄 걸그룹이 필요했다. 그래서 김승호 역시 승낙을 했다.
하지만 회사는 아무것도 없었다. 어떻게든 초반에 돈을 벌어다 줄 보이그룹이 먼저 필요했다.
그래서 김승호는 남자 그룹인 파워워크를 만들었다. 이들은 각 소속사에서 문제가 있어서 떨어졌던 연습생들을 모아서 반년 만에 만들어버렸다.
파워워크는 남자 그룹이면서 비주얼이 괜찮았다. 나름 인기도 있고, 게다가 김승호 이사가 걸 그룹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남자 그룹의 노래도 잘 만든다는 것을 파워워크를 통해서 인증을 받은 것이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너무 짧은 기간에 만들다 보니, 보이그룹끼리의 호흡도 문제가 있었고, 개인플레이가 심했다. 결국 2주년이 되기 전에 리더가 마약을 한 것이 들켜 버렸다.
[파워워크의 리더 임승준! 마약 투약!]
이 신문은 모든 연예 기사 1면으로 장식이 되었고, 소속사에서도 난리가 났다.
“야! 수습해! 어서 빨리 막아! 막으라고!”
최규식이 어떻게든 막으려고 했지만 이미 한번 번진 불길은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았다.
무엇보다 결정적이었던 것은 환각 파티라는 제목으로 올려진 동영상 하나가 더 컸다.
그 영상에는 재벌 2세들과 어울리며 환각 파티를 벌인 장면이었다. 그곳에서 환각에 취한 임승준이 웃통을 까고 춤을 추며 흐느적거리는 영상이 고스란히 찍혀 있었다.
그 영상이 퍼져 버리면서 그룹의 이미지는 개차반이 되어버렸다.
“하, 미치겠네.”
최규식은 어떻게든 수습하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결국 임승준을 파워워크에서 탈퇴를 시킨 후 5인조로 팀을 전환해 운용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미 파워워크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은 일파만파 퍼졌고, 그를 따르던 팬들마저 등을 돌린 상태였다.
[파워워크 팬들. 음반 보이콧! 진심 어린 사과와 자숙의 기간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
거기다가 애당초 업계에서도 빅스타 엔터테인먼트를 안 좋게 생각하고 있던 차에 매니지먼트 협회에서도 파워워크가 출연을 하면 우리는 절대 다른 애들을 출현시키지 않겠다는 성명까지 발표하게 되었다.
앨범을 준비하던 파워워크는 결국 해체 수순을 밟게 되었다.
파워워크가 해체하고 빅스타 엔터테인먼트는 어떻게든 먹고 살아야 했다. 그나마 파워워크가 벌어 놓은 수익이 있어 다음 아이돌을 만들 자금은 있었다.
다만, 또다시 보이그룹을 만들기에는 파워워크의 그림자가 많이 남아 있었다. 괜히 보이그룹을 만들었다가는 세탁이 힘들어 보였다.
그래서 김승호 이사는 자신이 원했던 걸그룹인 엔젤스를 탄생시킨 것이었다.
“아, 이래서 엔젤스가 만들어진 거야?”
모든 것을 확인한 오상진이 최강철에게 물었다. 최강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최강철이 대답을 한 후 바로 얘기를 돌렸다.
“제가 알기론 엔젤스가 준비를 한 것이 한 3년 정도 되었던데요.”
“그렇지. 나 사단 올라가기 전에 우리 상희가 엔젤스에 합류를 했었으니까.”
“원래 당초 계획은 1년 정도 합숙을 하고, 1년 후에 데뷔를 하는 것으로 되어 있더라고요.”
“어, 나도 그렇게 얘기를 들었어. 그런데 작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데뷔가 늦어졌다고 하더라고.”
오상진의 말에 최강철이 박수를 쳤다.
“맞다! 그 얘기 못 들었어요?”
“무슨 얘기?”
“최규식 대표가 원래 주식쟁이였습니다.”
“주식쟁이?”
“네. 스타 엔터테인먼트에서 나오면서도 성과금만 나오면 거의 주식에 꼴아박았습니다.”
“그래? 그래서 주식으로 돈을 벌었어?”
“스타 엔터테인먼트 나온 직후에 한 번 대박을 쳤다고 하더라고요. 얼마더라? 3억 투자해서 3배를 벌었다고 하던가? 그래서 기획사를 차렸다고 해요. 그런데 이번에 이것저것 하면서 본인 입장에서는 엔젤스 데뷔가 언제인지 모르고 하니까, 주식에 넣어버렸나 봐요.”
“얼마나?”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5억 정도 넣었다고 하던가?”
“그래서?”
“그러긴 뭘 그래요. 5억이 완전 휴짓조각이 되어버렸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증권가에 도는 얘기로는 작전주에 걸려 모두 털렸다고 했다. 참 운도 없는 최규식이었다.
그래서 최규식은 그 회사 손실을 메우기 위해서 이리저리 빚을 지고, 새로 투자자를 알아보고 다녔다.
그런데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파워워크라는 마약돌이 있는 곳에 정상적으로 투자를 하려는 투자자들이 없었다. 대부분 스폰이라든지 음성적인 후원을 해주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도 최규식 대표는 나름 매니저의 사명감은 가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회사의 미래가 될 엔젤스 애들을 그런 식으로 굴리고 싶지는 않았다. 스폰 제안을 다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