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64)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098화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64)
“저게······.”
“상희야!”
이번에도 세나가 오상희를 말렸다. 세나는 방으로 들어간 최정아를 보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오상희가 그런 세나를 보며 말했다.
“언니, 왜 만날 저런 애 편을 들어주고 그래요. 언니 저 애에게 무슨 약점 잡힌 것이 있어요?”
“상희야, 너까지 왜 그래. 언니 속상하게.”
“언니가 자꾸 이러니까, 그렇죠.”
“······.”
세나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런 세나를 보며 오상희 역시 속상했다.
“아이씨, 나도 몰라.”
오상희가 몸을 돌려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세나가 다급히 오상희를 쫓아갔지만 방문을 확 걸어잠갔다.
“상희야. 문 좀 열어봐.”
“됐어요. 또 저에게만 잔소리할 거잖아요. 만날 정아 편만 들고······.”
“아니, 이 방은 너랑 나랑 같이 쓰는 방이잖아. 네가 방문을 잠그면 언니는 어떻게 해.”
한참 후에 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세나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 오상희가 침대에 걸터 앉아 있었다.
“상희야, 언니가 정아 편만 들어서 속상해?”
“됐어요.”
오상희는 삐진 듯 고개를 홱 돌렸다. 세나가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언니가 미안해.”
“언니가 뭘 미안해요. 만날 미안하데. 언니가 자꾸 그러니까, 내가 속상한 거라고요.”
“그래, 알았어. 언니가 안 그럴게.”
세나는 그런 오상희를 달랬다. 그러다가 잠시 후 문이 쾅 하고 닫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건넛방 문이 열리더니 김승혜와 이은영, 박승미가 쪼르르 하고 나왔다.
“정아 나갔어요?”
“나간 것 같은데? 가서 문 열어봐.”
“잠깐만.”
이은영이 조심스럽게 최정아 방문을 열었다.
“정아야.”
안방 문을 열었는데 정아는 나가고 없었다. 그제야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진짜 지긋지긋하다. 언제까지 우리 이렇게 살아야 해.”
다들 그때가 되어서야 한마디씩 했다. 오상희가 문을 열고 나왔다.
“야! 너희들은 세나 언니 그렇게 당하고 있는데 방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그러고 싶니?”
김승혜가 앞으로 나섰다.
“그럼 어떻게 해. 괜히 편을 들면 나한테도 지랄을 하는데.”
이은영도 나섰다.
“그래! 솔직히 상희 너도 적당히 해. 세나 언니가 적당히 받아주니까 더 강하게 나가는 거잖아. 1절로 끝낼 걸, 왜 2절까지 하게 만들어.”
“야, 이은영! 너 말 다 했어!”
“그만들 좀 해. 왜 너희들까지 싸워.”
그 모습을 보며 세나가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그때 오상희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려왔다. 오상희는 짜증이 잔뜩 묻어난 얼굴로 자신의 배를 어루만졌다.
“아이씨, 이 와중에 배는 고프네. 짜증 나!”
그러자 애들이 쪼르르 오상희에게 다가갔다.
“상희야, 그래서 말인데 오늘 맛있는 거 시켜먹으면 안 돼?”
“이것들이 무슨······. 내가 호구야? 무슨 물주야!”
“야, 너희 오빠가 용돈 많이 주시잖아.”
“그래서 뭐? 뭐 먹자고?”
“난 짜장면!”
“아니, 피자에 치킨!”
“난 햄버거가 먹고 싶어. 진짜 맛있겠다.”
“이것들이 진짜······. 중국집으로 통일해! 그리고 너희들 지난번에 먹은 흔적들 제대로 치우지 않아서 난리 난 거 몰라?”
“아니야, 아니야! 이번에는 제대로 치울게.”
오상희가 눈을 부릅떴다.
“이번에도 먹다가 걸리면 너희들 다시는 국물도 없어.”
“알았어.”
애들이 밝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오상희가 고개를 돌려 아직 방 안에 있는 세나를 바라봤다.
“언니는 뭐 먹을래요?”
“나? 나는······ 글쎄 입맛이 없네.”
오상희가 고개를 푹 숙이며 방 안으로 들어갔다.
“언니 정말······. 아, 됐어요. 한 그릇 더 시켜도 그 돈이 그 돈인데 내가 알아서 할게요. 그리고 우리 오빠가 쟤네들 말고 언니하고 맛있는 거 먹으라고 용돈 보내주시는 거거든요.”
“상희야······.”
“알았어요, 알았어. 언니는 뭐? 짬뽕 먹을 거죠?”
“그래.”
오상희는 바로 휴대폰을 꺼내 중국집에 전화를 걸었다. 주문을 마치고 약 30여 분이 흐른 후 초인종 누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왔다!”
“왔구나. 아이 좋아라.”
“짜장면, 탕수육······.”
애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기쁨에 소리를 질렀다. 오상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현관문을 열었다. 중국집 배달원이 말했다.
“배달 왔습니다. 짜장면 2개, 짬뽕 3개 탕수육 하나 맞으시죠?”
“네.”
그렇게 다섯 멤버들이 늦은 아침을 먹기 시작했다.
“후아, 배불러.”
“이제 좀 살 것 같네.”
김승혜가 불룩 튀어나온 배를 툭툭 건드렸다. 그러자 이은영이 입을 열었다.
“야, 김승혜. 너 진짜 다이어트 안 해?”
“뭐래. 여태까지 너도 먹어놓고.”
“야, 난 먹어도 살로 안 가거든. 알잖아, 살 안 찌는 체질.”
이은영이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그러자 김승혜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어이쿠야, 그래요? 이은영 씨, 거울 좀 보고 말하세요. 말 같은 소리를 하고 그래야지.”
“아니거든, 나 진짜 안 찌거든. 웃겨!”
이은영이 한마디 하고는 화장실로 갔다.
“까아아아악!”
이은영의 비명 소리가 거실까지 들려왔다. 세나가 당황하며 소리쳤다.
“은영아 왜? 왜?”
그러자 옆에 있던 오상희가 말했다.
“아이고, 언니! 쟤 저러는 거 하루 이틀이에요.”
잠시 후 화장실에서 나온 이은영이 울 것 같은 얼굴로 말했다.
“뭐야? 나한테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이건 아니야. 절대 내 모습이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그 모습을 보며 김승혜가 고개를 흔들었다.
“어후, 저 미친 년······. 저 정신 나간 년······.”
그러고 있다가 세나가 주변을 정리하며 말했다.
“자, 우리 밥도 다 먹었으니까, 얼른 치우자.”
“네, 언니.”
그 말에 애들이 하나둘 치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오상희는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상희야. 너도 좀 치워야지.”
“언니. 바깥 일 하는 사람이 치우는 거 봤어요?”
“오상희!”
세나가 노려보자 오상희가 바로 손을 휙휙 저었다.
“알았어요, 알았어! 언니는 가만히 보면 우리 오빠도 더 징한 것 같아.”
세나가 피식 웃었다. 오상희도 한 손 거들어 깨끗이 정리를 하고 있는데 현관문 비번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며 매니저 소영철이 들어왔다.
“뭐야, 너희? 중식 시켜먹었어?”
세나가 당황하며 말했다.
“아, 오빠 그게······.”
“야이씨, 치사한 것들. 나도 밥 안 먹었는데······.”
“오빠 미안해.”
“그래도 난 콩 한 쪽이라도 나눠 먹으려고 빵이랑 우유 사 왔는데.”
그때 김승혜가 득달같이 달려드며 소영철의 손에 들린 빵 봉지를 낚아챘다.
“아싸! 빵이다.”
그것을 본 애들이 좋아했다. 세나가 그 모습을 보다가 매니저 소영철을 봤다.
“오빠 고마워요. 오빠도 돈이 없을 텐데······.”
“그래도 난 쥐꼬리만 한 월급이라도 받지. 너희는······. 어후, 그래도 상희가 있어서 다행이다.”
소영철이 오상희를 보며 애써 미소를 보였다. 오상희가 소영철에게 다가갔다.
“대신 오빠! 비밀인 거 알죠?”
“그럼, 알지. 솔직히 이걸 어떻게 말을 하냐.”
세나가 입을 열었다.
“영철이 오빠. 잠깐 나 좀 봐요.”
세나가 소영철을 데리고 구석으로 이동했다. 빵에 한 눈이 팔린 애들을 뒤로하고 물었다.
“오빠, 어떻게 되었어요?”
“뭐가?”
“모른 척하지 말고요. 우리 데뷔! 말해준다고 했잖아요.”
“아, 그거······.”
소영철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안 그래도 이사님께 말씀을 드렸거든.”
“그런데요?”
“이사님이 올해는 힘들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고······.”
“네에? 아니, 올해도 힘들면 도대체 언제 데뷔를 한다는 거예요? 우리 연습생 기간만 몇 년인 줄 아세요?”
“하, 나도 모르겠다. 솔직히 말해서 데뷔를 할지 말지도 잘 모르겠다.”
세나의 눈이 커졌다.
“아니, 정아를 멤버로 받아들이면 데뷔를 시켜주겠다면서요. 그래서 정아가 우리 팀에 합류한 것이잖아요.”
사실 엔젤스는 5인조로 준비를 했었다. 세나, 오상희, 김승혜, 이은영, 박승미 이렇게 사장 최규식이 야심 차게 준비를 했었다.
그런데 최규식 사장이 투자에 대한 것이 잘 안되면서 자금에 문제가 생겼다. 그러자 엔젤스의 데뷔가 무기한 연기가 되었다.
그 과정에서 해체를 하느니, 자연스럽게 엔젤스 멤버들을 풀어주느니 이런 얘기들이 오고 갔다.
그때 최규식 사장의 친형이 최대식이 투자자로 나왔다. 최대식은 대형 요양 병원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런데 투자를 하는 조건으로 자신의 딸인 최정아를 멤버에 합류시키는 일이었다. 최정아는 연예인에 환장을 한 상태였다.
당시의 이사 김승호가 격렬하게 반대를 했다.
“말이 안 된다. 이미 5인조로 굳어졌다. 그곳에 한 명이 더 추가시켜서 언제 연습을 시켜 데뷔를 시키냐. 이건 절대 안 될 말이다.”
하지만 최규식 사장과 또 다른 이사 황인철 두 사람이 열을 냈다.
“당장 돈이 없는데 어떻게 하냐. 투자자가 그걸 원한다잖아.”
이렇듯 김승호 이사의 의견을 깡그리 무시하고 최정아를 받았다.
그런데 최정아의 상태를 확인해 보니 여러모로 엉망이었다. 노래는 물론이고, 춤까지 하나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심지어 외모조차 불합격이었다. 무엇보다 아이돌 몸매가 아니었다. 그 결과 최정아는 전신 성형 수술까지 감행을 했다.
그녀가 수술에서 회복이 될 때까지 엔젤스 멤버는 또 다시 기다려야 했다.
그렇게 최정아가 겨우 걸 그룹의 외모로 탈바꿈을 했을 때 연습을 시작했다. 하지만 매번 노래와 춤 지적을 받게 되었다.
그렇게 자기만 지적을 받자, 점점 비뚤어지기 시작했다. 그 뒤로 자신은 걸 그룹을 하지 않고, 솔로로 하겠다며 떼를 썼다.
사실 엔젤스 멤버는 환영을 했다. 솔직히 최정아랑 같이 무대에 서기에는 힘들다고 생각했다. 그런 와중에 투자자인 최대식이 걸고 넘어졌다.
“그럼 투자는 엔젤스에게 할 수 없다. 그 돈으로 우리 딸 솔로 데뷔에 투자하겠다.”
이런 식으로 나오니 최규식 사장 입장에서는 형인 최대식이 투자를 했기 때문에 끌려 다녀야 했다.
김승호 이사는 그 꼴 보기 싫다며 더 이상 못 있겠다며 나가버렸다. 그런 과정에 황인철 이사가 김승호 이사를 대신해서 엔젤스를 맡게 되었다.
황인철 이사는 또 최대식과 몇 번 술자리를 갖더니 완전히 그의 사람이 되어 버렸다. 그 뒤로 엔젤스 멤버들을 갈구기 시작했다.
“너희들이 정아에게 못되게 굴어서 그런 것이 아니야? 너희들 데뷔를 하려면 정아를 떠받들고 살아. 그러면 너희들 데뷔는 꿈도 꾸지 마!”
그러면서 본보기를 보여주겠다며 생활비를 비롯해 전반적인 것을 끊어버렸다. 그래서 엔젤스 멤버들이 힘들게 생활을 하고 있었다.
가뜩이나 점점 데뷔 시간이 길어지고, 소속사에서 밥값까지 끊어버리자 쫄쫄 굶게 생긴 것이다.
그나마 오상희가 지금껏 쌓아 놓은 용돈을 풀어서 겨우겨우 입에 풀칠을 하며 살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오상희가 지갑을 여니까, 최정아 입장에서는 자기가 리더를 하고, 자기가 주목을 받으려고 하는 그런 계획이 자꾸 틀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