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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766화 (766/1,018)

<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62)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096화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62)

“그 이유 말고 다른 이유가 있는 거지. 중대장은 들을 준비가 되었으니까. 어디 한번 말해봐.”

이민균 병장의 고개를 천천히 들려졌다. 오상진과 눈빛이 마주쳤다. 그 순간 왠지 모르게 모든 것을 말해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알겠습니다. 실은 말입니다. 낮에 익호가 2소대장님이 물건을 팔지 말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해서 시비를 걸었습니다.”

이민균 병장은 시비를 걸었다는 것을 강조했지만 오상진이 듣고 싶은 쪽은 물건을 팔지 말라는 얘기였다.

“물건을 팔지 말라니? 그게 무슨 말이지?”

“네?”

순간 당황한 이민균 병장의 눈동자가 급격히 흔들렸다. 이민균 병장은 아차 싶었다.

‘아, 시발. 생각을 해보니 중대장님이 바뀌었잖아.’

이민균 병장은 너무 당황해 중대장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순간 인식하지 못하고 말을 내뱉어버린 것이었다.

이민균 병장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이민식 중대장 시절에 윤태민 2소대장이 알아서 뇌물을 바치고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이민식 중대장도 윤태민 2소대장이 하는 짓을 모른 척해왔다는 것도 말이다. 그래서 이렇듯 얘기를 하면 오상진이 알아먹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딱 걸릴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오상진은 잔뜩 굳어진 얼굴로 물었다.

“이민균 방금 한 말 똑바로 얘기해. 너의 대답 여부에 따라서 중대장이 내릴 처벌이 달라지니까. 제대로 대답해.”

“아, 그게······.”

이민균 병장은 기왕 이렇게 된 거 다 얘기를 해버리자고 생각했다. 어쨌든 들켰고, 여기서 더 숨기면 오히려 자신만 위험해질 것 같았다.

“······그러니까, 2소대장이 밖의 물건을 가져온 것을 제가 얼마 전까지 장병들에게 몰래 웃돈을 받고 팔았습니다.”

“네가 팔아? 너 인마, 군인이잖아. 군인이 그런 짓을 하고 다녀도 되는 거야?”

“제가 그런 것이 아니라, 2소대장이······.”

“그래서 얼마에 팔았는데? 정가에 팔았어?”

“그건 아닙니다.”

“그럼?”

“구하기 힘든 것도 있고, 해서 30% 비싸게 받고 팔았습니다.”

“한마디로 장병들을 상대로 장사를 했다는 거네.”

물론 오상진도 알고 있었지만 혀를 차면서 얘기를 했다. 이미 다 알고 있다고 얘기를 하면 어쩜 입을 굳게 다물지도 몰랐다.

그래서 오상진은 철저히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질문을 던졌다.

“그래, 뭐뭐 팔았어? 판 물건들을 말해봐.”

“처음에는 담배 위주로 팔았습니다.”

“담배?”

“네, 아시겠지만 4중대에 있는 병사들 대부분이 밖에서 놀았던 친구들이 많습니다. 한마디로 다른 중대에서 꼴통 짓을 하다가 4중대 한곳으로 몰았지 않습니까.”

“······.”

오상진도 알고 있기에 말없이 얘기만 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군용 담배는 맛이 없다며 사제 담배들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PX에도 팔지만, 들여오는 것에도 한계가 있고······.”

이민균 병장은 순순히 대답을 했다.

“그럼 외제 담배만 찾았겠네.”

“네, 저도 밖에서는 주로 말보르만 피우고 있었습니다. 그냥 일반 담배는 못 피우겠더라 말입니다.”

“하······ 그래서 말보르를 반입했단 말이야?”

“처음에는 2소대장이 부탁 삼아 말을 했었습니다. 정확하게 기억은 잘 안 나는데. 저 일병 때부터였을 것입니다. 고참들이 저에게 말보르 한 개비씩 주고 그랬습니다. 저는 그때 깜짝 놀랐습니다.”

“아, 그 담배가 2소대장에게서 나온 거다.”

“네. 듣기론 그랬습니다. 아무튼 그러다가 제가 상병 말호봉 때쯤 2소대장이 절 불렀습니다.”

“그래서? 뭐라고 해?”

“본인 대신 물건 관리 할 생각 없냐고······.”

“바로 하겠다고 했어?”

“······네에.”

“그걸 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해. 군대에서 사제 물건을 팔게 되어 있어?”

“2소대장이 별일 없을 거라며, 자기만 믿고 있으라고 말했습니다.”

오상진은 그 얘기를 듣고 한숨이 나왔다. 물론 윤태민 2소대장이 잘못한 거다. 윤태민 2소대장이 이런 기회를 보고 만만한 병사를 골라서 맡긴 것이었다.

특히나 4중대같은 경우는 문제를 일으킨 병사들을 몰아 놓은 곳이었다. 그러니 죄의식이나, 군대에서 행하는 도덕적인 관념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게다가 윤태민 2소대장이 직접 주도를 하니 괜찮다고 생각했을 게 분명했다.

“좋아, 처음에는 담배였고 그다음은 뭐야? 담배만 팔았어?”

“아뇨, 담배 말고 잡지도 팔았습니다.”

“잡지?”

“네. 저희 중대가 따로 떨어져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상하게 저희 중대 외박자들만 몸 수색을 꼼꼼하게 해서 밖에서 거의 가지고 들어올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윤태민 2소대장에게 부탁했던 거야?”

“네.”

“그 잡지도 역시 30% 더 받고 팔았고?”

“그렇습니다.”

이민균 병장이 순순히 대답을 했다.

“그리고 또? 그게 다는 아닌 것 같은데. 또 뭐가 있는지 말해봐.”

오상진은 어처구니없는 얼굴로 물었다. 그러자 이민균 병장이 잠시 고민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 외적으로는 누군가 원하는 것이 있으면 그것을 저를 통해 말을 한 후 2소대장에게 얘기를 해서 하나씩 들여왔습니다.”

“원하는 거라니, 자세히 말해봐.”

“저, 조인범 상병······.”

이민균 병장이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오상진의 눈이 커졌다.

“조인범 상병? 그럼 소주?”

마치 처음 듣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 이민균 병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하, 조인범 상병이 그날 먹었던 소주가 윤태민 2소대장이 구해줬다는 거야?”

“그렇습니다.”

오상진은 이민균 병장이 추정하듯 대답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아예 확답을 해버렸다.

“그렇습니다? 그 말은 네가 조인범 상병에게 직접 소주를 팔았다는 거네.”

“아, 그건 아니고 원래 소주 같은 경우는 2소대장이 직접 관리를 합니다. 혹시 바쁜 경우는 가끔 제가 전달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하, 미치겠군.”

오상진은 너무 기가 막혀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다. 이민균 병장은 연신 죄송합니다만 연발했다. 오상진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너 이 녀석아. 네가 지금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질렀는지 알기는 하냐.”

“죄송합니다.”

“민규야, 이게 죄송하다고 끝날 문제가 아니야. 너 이 문제가 불거지면 제대도 못 할 수도 있어. 너 군사재판 받고, 복역을 해야 할지도 몰라.”

오상진은 일부러 이민균 병장에게 으름장을 놨다. 이민균 병장이 당황했다.

“어어어어······ 진짜 전 2소대장이 시키는 대로 한 것뿐입니다. 일개 병사가 무슨 힘이 있습니까. 그리고 전 몇 개월밖에 하지 않았습니다.”

“몇 개월? 그건 또 무슨 말이야.”

“원래 한번 맡으면 전역 일주일 전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 그러지 못했습니다.”

“왜 그렇지?”

“사실 한 달 전쯤인가? 2소대장이 절 불러서 돈이 안 맞는다고 말을 하면서······.”

“돈이 안 맞아? 너 설마 빼돌렸니?”

“에이, 아닙니다. 2소대장 성격 그 누구보다도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런 짓을 합니까. 절대 한 푼도 빼돌리지 않았습니다. 만약에 잔돈이나, 몇 번 실수를 했다고 해도 많아 봐야 몇천 원일 텐데······. 그런데 갑자기 10만 원이 빈다면서 막 그러는 겁니다.”

“10만 원? 그렇게까지 금액이 빌 수가 있나?”

“저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을 하는데 2소대장이 일방적으로 그 돈을 채워 넣든지 아니면 처벌을 받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해서 말입니다.”

“그래서? 그 돈을 채워 넣었어?”

“아뇨, 제가 그 당시 가지고 있던 돈이 없어서 이리저리 빌려서 3만 원만 줬습니다.”

“그랬더니. 2소대장이 그걸 받았어?”

“네.”

“그럼 그것만 받는 대신에 물건 파는 것에서는 잘리고?”

“그렇습니다.”

“너 다음이 바로 황익호 병장인 것이지?”

“네.”

“지금 황익호가 너가 했던 거랑 똑같은 짓을 하고 있다는 것이지?”

“네, 그렇습니다.”

오상진은 어이가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대한민국 육군에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니······. 아무리 우리 4중대가 독립중대라고 해도 말이야. 이건 아니지.”

물론 드라마에서 보면 교도소에서 능력 있는 녀석이 몰래 재소자들에게 물건을 판다는 내용들이 많이 나오긴 했다. 물론 실제로 있는 얘기이기도 했다.

하지만 군대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니, 말도 안 되는 일이라 여겼다.

“근처 미군부대 영향을 받은 거야?”

“······.”

“좋아, 일단 거기까지는 알았고. 최근에 2소대장이 물건을 팔지 말라는 뜻은 뭐야?”

“그건 저도 정확하게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황익호가 그렇게 말을 해서 저는 그냥 내 꼴 날 거라고 말을 했을 뿐입니다.”

“그때도 2소대장이 이렇게 나왔어?”

“네. 갑자기 당분간 물건을 팔지 말라고 하더니, 며칠 후에 10만 원 빵꾸가 났다고 말을 했습니다.”

“하, 그래서 그것 때문에 황익호가 화를 낸 건가?”

“네. 그걸 듣고 저도 선임인데······. 그동안 무시당한 것도 있고, 참았던 것이 황익호의 행동에 폭발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계급장 떼고 주먹을 치고받았다는 거야?”

“······그렇습니다.”

“누가 몇 대를 때린 거야?”

“그냥 한 대씩 주고받았습니다. 먼저 황익호가 치고, 그다음 제가 때렸습니다.”

“고작 한 대 주고받았는데 황익호가 그랬다고?”

“저는 익호 주먹이 맞을 만했는데, 그 녀석은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제 주먹 맞고 바로 쓰러졌습니다.”

“하······.”

오상진은 바로 두 사람의 그림이 그려졌다. 한 대 맞고 쓰러지면 자존심이 엄청 상할 것이다. 게다가 상대방은 자신의 주먹에 맞고 쓰러지지도 않았고 말이다.

그 과정에서 이민균 병장이 으스대며 쓰러진 황익호 병장을 놀렸을 것이 분명했다.

아마 그래서 황익호 병장이 후임들까지 동원해서 이 사달을 벌인 것 같았다.

물론 도발을 한 이민균 병장도 잘못이 있지만 후임들까지 동원해서 이런 짓까지 벌인 것은 용납할 수 없었다.

“이민균. 중대장이 묻는다. 지금까지 네가 한 말 전부 사실이야?”

“네, 사실입니다.”

이민균 병장도 진지한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한 말 너 진술서 쓸 수 있어?”

“네?”

이민균 병장의 눈이 커졌다.

“쓸 수 있어, 없어. 그것만 대답해.”

“어, 그게······.”

이민균 병장이 망설였다. 오상진이 바로 말했다.

“쓰기 싫으면 안 써도 돼. 하지만 중대장은 이 이후로 널 도와줄 수 있는 것이 없다. 나중에 너희 소대장이 돌아오면 너희를 조사할 거다. 그때가 되어서 처분을 결정하겠지. 그래도 상관없는 거야?”

“그, 그건 안 됩니다.”

이민균 병장이 다급하게 말했다. 윤태민 2소대장이 돌아와 이 같은 일을 보고받는다면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어쨌거나 이민균 병장은 이미 미운털이 박혀 있었다. 보고 또한 이민균 병장이 잘못했다고 올라갈 것이다. 이미 내무실 후임들은 한통속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현재 이민균 병장이 도움을 청할 사람은 오상진뿐이었다.

“쓰, 쓰겠습니다.”

“그래. 너 제대로 써야 해. 지금까지 말한 내용 토씨 하나 틀리지 말고, 그대로 써. 알았어?”

“네.”

“그리고 지금부터 중대장이 하는 얘기 잘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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