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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764화 (764/1,018)

<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60)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094화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60)

후다다다닥!

그 소리와 함께 어디선가 모포가 날아와 이민균 병장을 덮었다.

“뭐야! 뭐냐고 새끼들아!”

그 뒤로도 모포가 여러 개 날아와 이민균 병장을 덮었다. 이민균 병장은 잠결에 어쩔 줄을 몰라 하는데 다시 한번 조금 전 목소리가 들려왔다.

“밟아!”

그때를 같이 해 사방팔방에서 발길질이 가해졌다. 모포 속에서 꿈쩍도 하지 못하는 이민균 병장은 여지없이 발길질을 당했다.

“어! 헉, 어어, 이 새끼들아! 너희들 다 뒤진다. 으악, 악!”

이민균 병장이 온몸을 웅크리며 방어 자세를 취했다. 최대한 얼굴하고, 급소를 보호했다. 그 와중에도 새끼들은 인정사정없이 밟아댔다. 그 구타가 대략 5분 정도 이어졌다.

“거기까지.”

그 말과 함께 또다시 후다다닥 소리가 들리고는 다시 조용해졌다. 모포 속에 있던 이민균 병장이 한참 동안 끙끙거리다가 천천히 몸을 빼냈다.

“하, 하, 으윽······.”

그러곤 자리에서 천천히 일으키더니 고함을 내질렀다.

“야이, 시발새끼들아!”

그 소리는 쩌렁쩌렁했고, 복도에서 불침번을 서고 있던 병사들은 물론 행정실에서 당직 근무를 서고 있는 홍일동 4소대장의 귀에도 들려왔다.

“뭐야? 야, 당직사병 가서 무슨 일인지 알아봐.”

“네.”

당직사병이 확인을 하고 다시 행정실로 돌아왔다.

“2소대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무슨 일인데?”

“그것이······.”

당직사병이 제대로 말을 하지 못했다. 홍일동 4소대장이 눈을 가늘게 뜨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됐다. 넌 여기서 전화 대기 잘하고.”

“네. 알겠습니다.”

홍일동 4소대장이 직접 2소대로 갔다. 내무실 문을 벌컥 열며 말했다.

“불 켜!”

따각!

불이 켜지고, 이민균 병장이 일어난 채 씩씩거리고 있었다. 다른 병사들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눈을 감고 있었다. 하지만 불이 켜지자 인상을 쓰며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홍일동 4소대장이 이민균 병장을 보며 물었다.

“뭐야, 무슨 일이야.”

그러자 황익호 병장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저희도 잘 모르겠습니다. 잘 자고 있는데 이민균 병장이 뜬금없이 저렇게 소리를 지르는 겁니다.”

이민균 병장이 바로 고개를 돌려 황익호 병장을 노려봤다.

“뭐 새끼야! 이 시발새끼가······. 네가 시켰지. 네가 시켰잖아. 새끼야!”

이민균 병장이 달려들려 하자 애들이 바로 다가와 말렸다. 홍일동 4소대장은 무슨 일인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뭐냐고, 뭐야! 똑바로 말 안 해!”

이민균 병장이 잔뜩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홍일동 4소대장에게 말했다.

“저 지금 죽을 뻔했습니다.”

“뭐?”

“저 잠을 자고 있는데 애새끼들이 저에게 모포말이를 했습니다.”

“모포말이?”

홍일동 4소대장이 고개를 돌래 황익호 병장을 봤다.

“진짜야?”

“아닙니다. 그런 적 없습니다.”

그러자 이민균 병장이 소리를 질렀다.

“진짜입니다. 저 방금 진짜로 죽을 뻔했습니다.”

이민균 병장이 화가 나는지 자신의 웃옷을 벗었다. 그러자 몸 주위에 붉은 멍자국이 보였다.

“여기 보십시오. 여기! 여기!”

홍일동 4소대장이 인상을 썼다.

“야 이 새끼들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다툴 일이 있으면 낮에 하든지. 잠 자는 시간에 이게 뭐야. 다른 소대에 민폐잖아!”

“아닙니다. 저희는 조용히 잠만 잤습니다.”

황익호 병장은 얼굴 색 하나 변하지 않고 말했다. 홍일동 4소대장이 황익호 병장에게 말했다.

“야, 황익호. 정말 모르는 일이야?”

“네. 저희는 정말 모르는 일입니다. 아, 진짜 이 병장님 적당히 하십시오.”

장태진 병장도, 송중규 상병도 인상을 쓰며 말했다.

“이 병장님 정말 너무하십니다. 잠 자는데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꼬장 좀 그만 부리십시오. 잘 자는 애들에게 민망하지 않습니까.”

그 외 다른 후임들도 마찬가지였다. 구석에 있는 유한일 일병만 고개를 푹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이, 이 새끼들이······.”

이민균 병장은 억울한 얼굴로 내무실 후임들을 둘러보았다. 다들 시선은 피하고 있었다. 뒤늦게 박형욱 병장이 주섬주섬 일어났다.

“야, 박형욱.”

“병장 박형욱.”

“너, 몰라? 지금 어떻게 된 상황이야?”

“저 자고 있어서 몰랐습니다.”

“자? 자고 있었다고?”

“네.”

“하, 제대 얼마 남지 않은 놈에게 뭐라고 할 수도 없고······.”

이민균 병장은 눈을 부라리며 노려봤고, 이대로 두다간 왠지 큰 일이 일어날 것 같았다.

“이민균.”

“······네.”

“넌 따라와.”

“제가 일방적으로 맞았습니다.”

“쓰읍, 소대장이 또 말해야 해? 잔말 말고 따라와! 그리고 너희들은 조용히 자고. 또 한 번 소란스러우면 너희들 오늘 잠 다 잔 거다.”

“네. 알겠습니다.”

홍일동 4소대장이 내무실을 나갔다. 그 뒤를 이민균 병장이 투덜거리며 따라나갔다. 그렇게 두 사람이 나간 후 박형욱 병장이 슬쩍 말했다.

“뭐야, 어떻게 된 거야?”

황익호 병장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별거 아닙니다.”

“야이씨. 뭔데? 뭔데 이민균이 저 지랄을 떨어.”

“아까 말하지 않았습니까. 제끼려면 제대로 제끼라고 말입니다.”

그제야 이해를 한 박형욱 병장이 손으로 이마를 툭 쳤다.

“와, 저런 미친 새끼······. 그렇다고 오밤중에 이러냐. 나 한참 잘 자고 있었는데.”

“얼른 주무십시오.”

“야, 근데 황익호.”

“네?”

“너 설마 나에게도 지랄하는 건 아니지?”

“왜 그러십니까. 얼른 주무시기나 하십시오. 빨리 안 주무시면 멍석 말아버립니다.”

황익호 병장의 장난스러운 말에 박형욱 병장이 바로 누웠다.

“어이쿠야. 이거 뭐 무서워서 제대로 잠이 오겠나.”

“안녕히 주무십시오. 야, 불 꺼라!”

“네.”

일병이 후다닥 뛰어가 다시 소등했다. 잠시 후 박형욱 병장의 코고는 소리가 들리고, 황익호 병장은 중간중간 낄낄거리며 웃었다.

홍일동 4소대장은 이민규 병장을 행정실로 데리고 갔다. 당직사관은 잠시 밖으로 보낸 상태였다.

“여기 서 있어.”

홍일동 4소대장이 말을 하고는 전투모를 벗고 이민균 병장의 상태를 확인했다. 얼굴을 감싸서 그런지 얼굴 상태는 멀쩡했다.

“많이 다쳤어?”

홍일동 4소대장의 물음에 이민균 병장이 갑자기 바지를 벗었다. 깜짝 놀란 홍일동 4소대장이 말했다.

“야야야······. 뭘 그렇게까지 벗고 그래.”

“직접 보십시오.”

이민균 병장이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바로 허벅지에 멍든 자국이었다. 그곳도 이미 잔뜩 밟혀 있었다.

“와, 이 새끼들 진짜······.”

홍일동 4소대장이 인상을 썼다. 상체나 하체 상태를 확인해 본 결과 이건 내무실 애들이 집단 린치를 가한 것이 맞았다. 절대로 한 사람이 낸 것은 아니었다.

“한 사람이 낸 타격은 아닌 것 같네.”

그런 것이라면 이민균 병장이 어떻게든 반격을 했을 것이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발길질을 방어하기에 급급했던 것이다.

“바지 입어.”

홍일동 4소대장의 말에 이민균 병장이 주섬주섬 바지를 입었다.

“좋아, 이제 말해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하······ 시발.”

“야, 이민균 아무리 그래도 소대장 앞이다.”

홍일동 4소대장이 눈을 부릅뜨자 바로 사과를 했다.

“죄송합니다.”

“이제 말해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그게······.”

이민균 병장이 어느 정도 진정을 하고 낮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얘기를 했다.

“황익호랑 한 판 했다 이거지.”

“네.”

“왜? 왜 그랬는데?”

이민균 병장이 바로 얘기를 하지 못하고 시선을 피했다. 차마 그 일 때문에 다퉜다고 차마 말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다른 쪽으로 변명을 했다.

“그냥 요새 그 자식이 너무 기어오르고 해서 계급장 떼고 한 판 붙자고 했습니다.”

“그래서 네가 익호 때렸어?”

“아닙니다. 서로 한 대씩 주고받았습니다. 어쨌든 그 일 때문에 저러는 것 같습니다.”

대답을 하는 이민균 병장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홍일동 4소대장이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이거 참······. 일이 아무래도 좀 복잡해졌네. 그냥 일방적으로 구타를 당한 것도 아니고······. 이것 참 골치가 아프네.”

만약에 이 일이 4소대 사건이라면 진지하게 받아들였을 것이다. 하지만 2소대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2소대장도 없고, 그렇다고 지금 2소대장을 부르는 것도 이상했다.

“일단 저쪽으로 가서 앉아 있어.”

홍일동 4소대장이 휴대폰을 꺼내 오상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시각 오상진은 김철환 소령을 오랜만에 만나서 술 한잔하고 있었다.

“우와, 여기 맛있다.”

“에이, 삼겹살은 다 거기서 거기 아닙니까.”

“아니야, 인마. 이것은 딱 봐도 냉동이 아니라, 냉장 같은데.”

그러자 된장찌개를 가지고 오던 사장이 환한게 웃으며 말했다.

“어머나, 어떻게 아셨대. 맞아요, 저희 집 삼겹살은 그날 바로 도축해서 가져오는 거예요. 근처 정육점 있죠, 거기에 제가 특별히 주문을 한 거예요. 절대 냉동 취급 안 해요.”

“그렇죠! 그렇다니까!”

김철환 소령이 기뻐하며 박수를 쳤다.

“네. 그래서 가격이······.”

“음, 좀 세긴 세네.”

“에잇! 뭘 이 정도 가지고······. 솔직히 냉장으로 파는데 이 정도 안 받으면 힘들죠. 고기맛을 아시는 분이······.”

사장이 살짝 눈을 흘기며 말을 하자, 김철환 소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죠. 맞아요. 충분히 저 값 받을 만한 맛입니다. 인정!”

“호호호, 인정해 주니 기분이 좋네요. 에잇, 그럼 제가 서비스로 음료수 드릴게요.”

“오오, 역시 사장님 센스 있으시네.”

“기다려요.”

사장이 웃으며 음료수 두 병을 가져왔다. 김철환 소령은 능글맞게 사장님과 맞장구를 치며 대화를 나눴다. 그 모습을 보며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여전하십니다.”

“인마, 여전해야지. 사람이 바뀌면 절대로 안 돼.”

“네네. 어련하시겠습니까.”

“이 자식······. 이제 중대장되었다고 말을 막 함부로 하네.”

“네? 제가요?”

“그래, 인마. 내가 친히 널 보러 여기까지 어려운 걸음을 했는데······.”

“그래서 제가 고기 사 드리는 거 아닙니까.”

“고기는 고기고 인마. 아무튼 자식이······.”

김철환 소령이 투덜거리면서도 입가에는 미소가 지워지지 않았다. 잘 구워진 고기 한 점을 입에 넣고 말했다.

“그래도 널 보러 내려오니 좋다야.”

“참! 무슨 일로 내려왔습니까?”

“응? 어엉, 그냥 겸사겸사 너 얼굴 보러 왔다니까.”

김철환 소령의 말에 오상진이 씨익 웃었다.

“아, 그러십니까? 혹시 소장님께 한 소리 들으셨습니까?”

“응? 뭐, 뭐라는 거야. 그냥 네가 보고 싶어서 내려왔다니까.”

“에이, 얼굴에 다 티가 납니다. 심 소령님이 등 떠밀었죠?”

“어험······.”

김철환 소령이 헛기침을 하며 빈 술잔에 술을 따랐다. 오상진은 이미 예상을 하고 있었다.

“괜찮습니다. 형님도 바쁘신데 일도 없이 여기까지 내려오시기가 애매하지 않습니까.”

“거, 자식이 말이야. 사람 참 할 말 없게 만드네. 그냥 얼굴 보러 왔다면 그런 줄 알고 있지.”

김철환 소령이 민망한 듯 술을 들이켰다.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네. 그런 줄 알고 있겠습니다.”

“그런 줄이 아니라, 진짜야!”

“아, 네에. 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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