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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763화 (763/1,018)

<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59)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093화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59)

이민균 병장이 자신만만한 얼굴로 물었다. 유한일 일병은 다소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 그래서 저렇게 된 것입니까?”

“그렇지. 지금쯤 아마 어금니가 뻐근하고 치아 다 빠져서 의병제대하려고 눈치 보고 있는지 모르겠다. 크크크.”

“오! 이 병장님 장난 아닙니다.”

“내가 말했잖아. 내가 말이야, 맘만 먹으면 우리 소대 다 털 수 있다고.”

“이 병장님 진짜 멋지십니다.”

유한일 일병이 이민균 병장의 어깨를 바로 주물렀다. 의기양양한 이민균 병장이 피식 웃었다.

“그러니까, 유한일.”

“일병 유한일.”

“너도 쓸데없이 여기 줄 탈까, 저기 줄 탈까, 고민하지 말고. 내 옆에나 바짝 붙어 있어.”

“저는 언제나 이 병장님 편이었지 말입니다.”

“새끼, 한동안 황익호 눈치 보며 내 옆에는 오지도 않더니. 이제 와서 난리야.”

“그때는 어쩔 수 없었지 말입니다. 황익호 병장에게 끌려가서 존나 맞았지 말입니다.”

“맞았어?”

“어떻게 합니까. 까라면 까야지 말입니다.”

“아, 새끼······. 그럴 때는 들이받아야지!”

“에이, 이 병장님도······. 저 일병입니다. 일병이 어떻게 병장을 들이받습니까.”

“하긴 계급이 깡패인데······. 아무튼 무슨 일 있으면 나에게 말하고.”

“네, 알겠습니다. 저는 이제 이 병장님만 믿습니다.”

유한일 일병이 그렇게 있다가 갑자기 몸을 베베 꼬았다.

“아, 이 병장님. 저 갑자기 급똥이 마렵습니다. 화장실로 가겠습니다.”

“아, 새끼. 더럽게······. 빨리 가!”

“넵! 그럼 수고하십시오.”

유한일 일병이 재빨리 건물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리고 화장실로 가려는데 송중규 상병이 손짓을 했다.

“야, 유한일.”

“일병 유한일.”

“너 이리와.”

유한일 일병은 화장실 가려던 것을 멈추고 고개를 살짝 숙였다.

‘아이, 시발. 또 왜? 똥 마려 죽겠는데······.’

유한일 일병이 걸어갔다. 사실 송중규 상병과 장태진 병장은 황익호 병장의 왼팔, 오른팔 같은 애들이었다. 유한일 일병은 진짜 가기 싫었지만 그래도 고참이 부르니까, 터벅터벅 걸어갔다.

“저, 지금 화장실 가야 하는데 말입니다.”

“이 새끼 봐라. 고참이 부르면 즉각즉각 뛰어와야지. 어슬렁 기어 오는 꼴은 또 뭐냐.”

“······.”

유한일 일병이 대답을 하지 않았다. 송중규 상병은 그 뒤로 더 말을 하려다가 이내 멈추고 다른 말을 꺼냈다.

“그건 그렇고, 아까 보니까, 흡연실에서 이 병장과 열라 재미있게 떠들더라. 뭐라고 했냐.”

“뭔 얘기를 합니까. 그냥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그랬습니다. 걸 그룹 얘기도 하고 말입니다.”

“걸 그룹. 지랄하네. 너 새끼야, 아까 이 병장이랑 황 병장 싸운 얘기 했지.”

“아닙니다.”

“아니긴······. 너 시발. 내 앞에서 계속 구라칠래? 그냥 확! 좋은 말로 할 때 말해라. 다 알고 있으니까, 뭐라고 그래?”

유한일 일병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말하라고 새끼야!”

“······그냥 뭐 주먹 한 대씩 주고받았다고······.”

“이 병장이 그렇게 말해?”

“네.”

“와이씨, 이 병장 쓰레기네.”

“네?”

“이 병장 말이야. 계급으로 밀어 붙이고, 창고 들어가서 때렸다는데 너는 그 말을 그대로 믿었냐.”

“정말입니까?”

“그래, 인마. 황 병장님도 밖에서 좀 치고 다녔잖아. 덩치 봐봐. 주먹 한 대 맞았다고 저렇게 쓰러지겠냐?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봐라. 그리고 황 병장님도 계급장 떼고 붙는 줄 알았는데 이 병장이 계급장으로 찍어서 마지못해 그랬다고 한다.”

“아, 그렇습니까.”

순간 유한일 일병의 머릿속이 복잡했다. 누구의 말이 맞는지 알 수가 없었다. 유한일 일병이 혼란스러워하자 그때 송중규 상병이 슬쩍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

“네.”

“너 괜히 쓸데없이 이 병장 라인 탔다가 좆 되지 마라. 미리 말하지만 이 병장 제대 얼마 남았냐?”

“한 달 하고 조금 더 남은 걸로 압니다.”

“그래! 박 병장 이제 곧 제대를 하면 그럼 이 병장 차례네.”

“그렇습니다.”

“그러고 나면 넌 누구랑 오래 있냐?”

유한일 일병은 순간 할 말이 막혔다. 솔직히 이민균 병장이 윤태민 2소대장에게 총애받던 시절, 워낙에 지랄 맞은 행동을 많이 했다. 그러다 보니 따르는 후임들이 많이 없었다.

그래서 황익호 병장이 물려받는 것과 동시에 전부다 이쪽으로 달라붙었다.

이민균 병장 밑에 그나마 유한일 일병이 있었다. 그야 신병 때부터 이민균 병장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래서 이민균 병장이 자신을 챙겨주는데······. 막상 그가 제대를 하고 나면 자신의 뒤를 봐주는 사람이 없는 것이었다.

물론 유한일 일병의 마음은 이민균 병장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이민균 병장이 아니었다. 유한일 일병의 표정이 굳어지자, 그제야 송중규 상병이 말했다.

“야, 유한일. 이제 머리가 좀 돌아가냐.”

“네.”

“그러니, 내가 하는 얘기 잘 들어. 오늘 이민균 병장 손 좀 볼 생각이거든.”

“네?”

유한일 일병이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러자 송중규 상병이 인상을 썼다.

“왜? 지금 이대로 쪼르르 달려가서 이르게?”

“그건 아닙니다.”

“만약에 오늘 일이 실패로 돌아갔다. 그럼 무조건 네 잘못이야.”

“아, 저 아무 말 안 할 겁니다.”

“하든 안 하든 무조건 네 잘못이야. 그러니까, 너 각오해. 이민균 병장이 제대하기 전까지 어떻게든 버티겠지만, 그 이후로는 지옥으로 바뀌게 해줄 테니까. 이 시발놈아.”

유한일 일병은 잔뜩 주눅이 든 얼굴로 말했다.

“저 말 안 합니다. 저에게 너무 그러지 마십시오.”

“쓰읍, 이 새끼가 이제 일병 단 새끼가 꼬박꼬박 말 대꾸를 하네. 누가 보면 곧 상병 다는 줄 알겠다. 너랑 나랑은 하늘과 땅 차이야. 계급 하나 차이 난다고 깝치는 거냐.”

“그건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그러니까, 죄송할 짓을 하지 마 새끼야.”

송중규 상병은 유한일 일병을 몰아세웠다. 그리고 눈을 부릅뜨며 마지막 경고를 날렸다.

“유한일.”

“일병 유한일.”

“내가 경고하는데 줄 잘 서라.”

“네. 알겠습니다.”

송중규 상병은 그 말을 끝으로 몸을 돌려 걸어갔다. 그 모습을 보던 유한일 일병이 한숨을 내쉬었다.

“하, 시발······. 왜 나에게만 그래.”

그러고 있는데 흡연실에서 다시 내무실로 들어오던 이민균 병장과 마주쳤다.

“어? 유한일.”

“일병 유한일.”

“급떵이라며······. 벌써 볼일 다 봤냐?”

“네? 아, 네에······.”

너무 놀라서 똥이 들어가 버린 것 같았다.

‘하, 진짜 시발이네.’

유한일 일병이 씁쓸한 얼굴이 되었다. 이민균 병장은 그것도 모르고 피식 웃으며 다가왔다.

“야, PX나 가자.”

“이 병장님이 쏘시는 겁니까?”

“그래. 그보다 뭐야? 아까 송중규랑 같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냥 한 소리 들었습니다.”

“이 병장님하고 어울린다고······.”

“하, 시발! 이제 하다하다 저런 X밥들까지 기어오르네. 저 새끼들도 조져야 하는데······.”

“이 병장님 그러지 마십시오. 그냥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유한일 일병이 말렸다. 그러자 이민균 병장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어쨌든 가자. 오늘 내가 맛난 거 사 줄 테니까.”

이민균 병장이 유한일 일병의 어깨를 툭 치고 앞서 걸어갔다. 그 모습을 보던 유한일 일병이 씁쓸한 표정으로 그 뒤를 따라 걸어갔다.

그날 저녁 당직사관은 윤태민 2소대장이었다.

“아, 시발. 다음 주에 육본 가려면 이것저것 준비할 것도 많은데 하필 오늘 당직사관이야. 진짜 짜증 나네.”

윤태민 2소대장이 행정실에 앉아 인상을 팍팍 썼다. 그러다가 만만한 박윤지 3소대장에게 말을 걸었다.

“3소대장.”

“네?”

“미안한데, 이번에 당직 한 번만 대신 서 주면 안 될까?”

“제가 말입니까?”

“에이, 나 알잖아. 이번에 육본 가는 거. 그것 때문에 이리저리 준비할 것도 많고, 신경 쓸 것도 많은데 오늘 당직을 서면 컨디션 망가져서 안 되잖아.”

그 말에 김진수 1소대장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뭐? 2소대장 지금 뭐라고 했어?”

“네?”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말을 내뱉고 있어. 육본 가려면 아직 4일이나 남았는데 무슨 컨디션 조절을 한다고 그래.”

“아니, 1소대장님께서 잘 몰라서 그러시는데 저 말입니다. 육본에서 교육받습니다. 갑자기 요청된 상황이라 준비가 하나도 안 되어 있습니다. 만약에 가서 저 망신당하면 1소대장님께서 책임지실 겁니까.”

“이 사람아, 그걸 왜 내가 책임을 지나. 막말로 준비가 되지 않아 자신이 없다면 간다고 하지 말았어야지.”

“1소대장님도 참······. 요청이 육본에서 왔습니다. 어떻게 육본에서 온 것을 안 간다고 합니까. 1소대장님 같으면 그걸 거절하겠습니까?”

김진수 1소대장은 할 말이 없었다. 그도 만약에 연락이 왔다면 만사를 제쳐두더라도 준비를 했을 것이다.

아마 내일 오라고 했어도 갔을 것이다. 모든 군인들, 특히 장교들은 육본이 목표이기 때문이었다.

그러고 있다가 홍일동 4소대장이 말했다.

“그럼 제가 대신 서 드리겠습니까.”

윤태민 2소대장이 바로 표정을 밝게 했다.

“어? 4소대장이? 정말? 고마워. 나중에 이 은혜는 꼭 갚을게.”

윤태민 2소대장이 홍일동 4소대장을 바라보며 엄지 손가락을 올렸다. 그리고 김진수 1소대장을 보며 말했다.

“보셨죠? 4소대장이 서 주기로 했습니다. 그럼 된 거죠.”

“······.”

윤태민 2소대장이 피식 웃고는 행정실을 나가 버렸다. 김진수 1소대장이 바로 홍일동 4소대장을 나무랐다.

“4소대장. 뭐 한다고 대신 서 준다고 그런 거야. 그래도 맞바꾸는 것도 아니고 그냥 떠넘기는 거잖아.”

“괜찮습니다, 어디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말입니다. 그리고 2소대장 저런 모습도 얼마 안 남았지 않습니까.”

홍일동 4소대장의 의미심장한 말에 박윤지 3소대장이 씨익 웃었다. 그런 두 사람을 보며 김진수 1소대장이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뭐야, 두 사람······. 나 몰래 이러기 있는 거야?”

“죄송합니다. 딱히 그러려고 그러는 것은 아닌데······.”

홍일동 4소대장이 막 말을 하려는데 김진수 1소대장이 손을 들어 막았다.

“아, 됐어! 중대장님께서 별말씀 없으셨으면 나에게 얘기를 하지 않아도 돼. 오히려 그것이 더 불편하니까. 대신에 뭔 일을 하든지 제대로 해.”

“네. 걱정하지 마십시오.”

홍일동 4소대장이 고개를 숙였다.

그날 저녁 홍일동 4소대장이 당직을 섰다. 저녁 21시 30분 정각에 일석점호를 시작했고, 각 소대 내무실을 돌며 점호를 실시했다.

모든 소대 인원 및 청소 상태를 확인한 후 마이크를 잡았다.

-취익, 현 시간 21시 55분. 22시 정각까지 모든 일 마무리 짓고, 소등할 수 있도록. 22시가 지났는데도 소등하지 않고 있는 소대는 잠을 잘 생각이 없다는 것으로 간주하고, 모두 연병장에 집합시키도록 하겠다. 이상.

이민균 병장이 자리를 잡고 누웠다.

“아, 오늘 꿀잠 자겠네.”

이민균 병장이 이 한마디를 하고 눈을 감았다. 하지만 내무실 분위기는 예전과 사뭇 달라져 있었다.

이민균 병장은 그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불침번이 근무를 위해 나가고, 끝자리에 있던 일병 하나가 말했다.

“소등하겠습니다, 안녕히 주무십시오.”

내무실이 소등되고, 잠시 후 누군가 코 고는 소리가 나직이 들려왔다. 그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발, 덮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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