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58)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092화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58)
그도 그럴 것이 한때 영화감독을 했었고, 그런 것에 누구보다 어려움이 많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손해를 보더라도 투자를 했다. 따지고 보면 그러한 것이 한중만의 삶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명성도 얻고, 영향력도 얻고 말이다.
하지만 김우진 실장은 오상진이 찍은 영화는 다 잘되어서 회사가 커지고, 그에 따라 실장까지 달았다.
그러면서 점점 더 일은 많아지고, 죽을 맛이었다. 한마디로 실무자가 되어서 이제 모든 일을 도맡아 하니 그런 것이었다.
“야, 그럴 수도 있는 거지.”
-그냥 소대장님께서 빨리 전역하고 저희 회사 대표 하시면 안 돼요.
“싫어, 이 자식아! 그랬으면 내가 진즉에 전역을 했지. 이러고 있겠냐.”
-아, 진짜. 우리 대표님 그동안 벌어 놓은 돈을 자꾸 까먹잖아요.
“그래서, 돈 남은 것이 하나도 없어?”
-돈은······ 뭐, 지난번에 벌어놓은 것이 있어서 남은 것이 있긴 한데 말입니다. 이것도 이대로 가다가는 바닥나게 생겼어요. 지금은 또 이상한 영화에 투자를 하신다고 하잖아요.
“야, 대표님 너무 쪼지 마라.”
-요새 이사님도 바쁘신지 잘 안 오시고. 요새 저 아니면 그럴 사람도 없습니다. 진짜 부탁인데 소대장님께서 오셔서 한소리 좀 하세요.
“우진아, 내가 가서 뭔 소리를 하냐.”
-에이, 나도 모르겠습니다. 이대로 가다가 내가 진짜 사표를 쓰게 생겼습니다.
“하하하, 그러지 마라. 곧 결실을 맺겠지.”
-언제 그럴까요.
“여태껏 잘해왔잖아. 그러니 믿고 있어봐.”
-후우······.
김우진의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참! 그것보다 영화 대본은 잘 받고 있는 거지.”
-네, 제작 들어간다고 투자해 달라고 그러긴 한데······. 저도 잘 모르겠어요. 솔직히 소대장님 같은 안목은 없습니다.
“일단 알았어. 내가 조만간 가서 찍어줄 테니까. 좀 기다리고 있어.”
-진짜죠. 좀 빨리 오셔야 해요.
“알았어.”
-네, 또 연락드릴게요.
그렇게 오상진은 김우진과의 통화도 끝을 냈다.
“와, 오늘 갑자기 한꺼번에 전화가 다 오네.”
오상진은 피식 웃으며 휴대폰을 다시 한쪽에 내려놓았다.
“야, 좀 봐봐.”
2소대 박형욱 병장이 황익호 병장의 얼굴을 봤다. 황익호 병장은 인상을 쓰며 말했다.
“아, 아픕니다.”
“어이구, 생기다 만 얼굴을 이렇게 만들어버리면 어떻게 해.”
“아이, 진짜. 저 지금 장난칠 기분 아닙니다.”
박형욱 병장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니까, 인마! 조심했어야지. 뭐하러 이민균의 성질을 건드려. 저 새끼, 깡패짓 하다가 왔다고 그러던데.”
그러자 괜히 자존심이 상한 황익호 병장이 반박했다.
“깡패는 무슨 깡패입니까. 딱 봐도 동네 양아치나 했겠죠.”
“그래서 너는 동네 양아치에게 얻어맞았냐.”
“아이, 그게 아닙니다. 그냥······. 제가 후임인데 어떻게 때립니까. 제가 맞아 줬습니다.”
“퍽이나, 네가 맞아 줬겠다. 이민균의 성격에 널 계급으로 찍어 누를 생각이었다면 진즉에 찍어 눌렀겠지.”
하지만 박형욱 병장도 이민균 병장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에이······.”
황익호 병장이 인상을 쓰며 투덜거렸다. 박형욱 병장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그건 그렇고, 너 어떻게 할래?”
“뭐가 말입니까?”
“이민균 말처럼 소대장이 널 잘라내려고 그런 것이라면 어쩔 거야?”
“왜 그러십니까. 진짜 아닙니다.”
“정말이야? 확실해?”
“소대장님께서 별말씀 없으셨습니다.”
박형욱 병장이 피식 웃었다.
“야! 이민균도 하루아침 사이에 저렇게 된 거야. 아무 낌새도 없었어.”
황익호 병장이 당황하며 재차 물었다.
“정말입니까?”
“그렇지. 이민균도 소대장님 믿고 한참 까불었잖아. 내가 그걸 진짜로 꼴 보기 싫어했고. 너도 알잖아.”
“······.”
황익호 병장이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그러다 하루아침에 너에게 넘어가고 저렇게 된 거잖아.”
황익호 병장이 가만히 듣다가 궁금증이 생겨 물었다.
“박 병장님은 이 일을 안 했습니까?”
“뭐? 물건 파는 거? 나는 안 했어.”
“왜 안 했습니까?”
“내 윗선임이 했고. 내가 하면 애매하니까, 그냥 바로 이민균에게 넘어간 거지. 그리고 솔직히 소대장이 날 신뢰하지 않기도 하고······. 뭐, 그런 거지.”
박형욱 병장이 분대장을 달긴 했지만 윤태민 2소대장이 분대장으로 취급을 해준 적은 거의 없었다.
솔직히 이민균 병장이 분대장을 달아도 되었지만 이민균 병장에게 잡 일을 시켜야 하기에 박형욱 병장에게 분대장이라는 직함을 달아준 것이었다.
하지만 이민균 병장이 내무실 실세다 보니, 거의 푸른 견장을 차지 않은 분대장이나 다름이 없었다. 대부분의 발언권은 이민균 병장이 했다.
한마디로 박형욱 병장은 그냥 푸른 견장을 찬 허수아비였다.
“아무튼 너 이민균이 예전부터 너를 벼르고 있었다는 것은 알고 있냐.”
“그랬습니까?”
“그래. 그러니 당분간은 이민균 조심해야겠다.”
“아, 진짜······. 제가 무슨 이 병장을 조심해야 합니까.”
“야! 너 만에 하나 태진이나, 헌일이를 밀어주면 너 엿되는 거야. 나야, 이제 곧 제대이지만 넌 몇 개월 남았잖아.”
“하······.”
“그러니까, 괜히 민균이랑 분란 만들지 말고, 잘 지내. 아니, 잘 지내라는 소리도 하지 않을게. 그냥 부딪치지나 마. 알았지.”
“아이, 진짜······. 박 병장님까지 왜 그러십니까.”
“인마, 그럼 이번에 확실하게 제끼든지. 이도저도 아니고, 애매하게 있지 말라니까. 사람 불편하게 말이야. 미리 말하는데 난 이기는 놈 편 들 거다. 그러니까, 나에게 섭섭하다는 둥 그런 소리 하지 마라.”
“박 병장님 그러시면 어떻게 합니까. 제가 지금까지 얼마나 잘 챙겨드렸습니까.”
“익호야, 너는 잘 모르는 것 같은데 이민균도 그 일을 할 때는 네가 나에게 한 것처럼 똑같이 했어. 나도 이민균에게 받을 것은 다 받았어. 그래서 이민균 뒤를 봐줬지 인마. 나라고 이민균 좋아서 봐줬는줄 알아. 아무튼 나는 이기는 놈 편이야. 그게 나에게 있어서 내무실을 통솔하는데 좋으니까. 어쨌든 기대하지 마.”
박형욱 병장이 그 말을 하고는 사라졌다. 황익호 병장은 인상을 찡그렸다. 그러다가 느껴지는 얼굴의 통증에 바로 손을 가져갔다.
“하, 시발······.”
절로 욕이 튀어나왔다. 그러고 있는데 장태진 병장과 송중규 상병이 다가왔다. 두 사람은 황익호 병장을 보며 말했다.
“의무대 안 가 보셔도 되겠습니까.”
“에이, 이 정도가지고 무슨 의무대야. 장난하냐? 아니면 놀려?”
“그게 아니고, 얼굴이 많이 부었습니다.”
“티가 많이 나냐?”
“네.”
“하······ 시발이네. 진짜······.”
황익호 병장이 어금니 쪽을 건드렸다.
“그러고 보니 어금니가 살짝 흔들리는 것 같기도 하네.”
“그냥 그걸로 걸어버리지 말입니다.”
송중규 상병이 대뜸 말했다. 황익호 병장이 고개를 갸웃했다.
“걸어버려?”
“네. 그럼 이 병장 영창 가지 않겠습니까?”
“음······. 영창이라······.”
황익호 병장이 생각해도 나쁘지 않은 생각이었다. 이렇게 복수를 하는 것도 말이다.
그런데 약간의 문제가 있었다. 괜히 윤태민 2소대장에게 그 소리를 했다가 자신에게 실망을 해서 진짜로 장태진 병장이나, 최헌일 상병에게 넘길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아니면 더 기가 막히게 아예 이민균 병장에게 도로 넘길 수도 있었다.
‘안 돼! 그건 절대 안 되는 일이야.’
황익호 병장이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하, 아니야. 그럴 가능성도 있어. 내가 천년만년 부대에 있는 것도 아니고······.’
그도 그럴 것이 황익호 병장도 이제 곧 제대다. 그럼 이 참에 좀 더 오래 할 수 있는 믿음직한 녀석에게 넘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 생각하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난 끈 떨어진 신세가 되고 말겠지.’
황익호 병장은 그런 모습이 정말로 싫었다. 제대할 때까지 이 권력의 끈을 쉽게 놓고 싶지 않았다. 그러자 황익호 병장의 눈빛이 바뀌었다.
“야, 너희들 말이야. 오늘 내가 내리는 지시 하나만 수행하자.”
“뭔데 말입니까?”
“오늘 밤에 이 병장 한번 밟아버리자!”
황익호 병장의 말에 두 사람의 눈이 크게 떠졌다.
“이 병장님을 말입니까?”
“아니, 어떻게 말입니까?”
두 사람이 의문 가득한 눈빛을 보내고 있을 때 황익호 병장이 씨익 웃으며 조용히 말했다.
“야, 이리 모여봐. 어떻게 할 것이냐면······.”
황익호 병장은 두 사람이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방금 떠오른 것을 얘기해 줬다.
그랬더니 장태진 병장과 송중규 상병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그건 좀······.”
“그건 좀 뭐? 싫어?”
“······.”
“새끼들 너희들 말이야. 너희들도 내가 이민균에게 처맞으니까, 우습게 보이냐?”
“그게 아닙니다.”
“그러다가 문제가 생기면 누가 책임을 집니까?”
“야이씨! 내가 책임져! 내가! 너희들 아까 내가 한 말 못 들었어?”
“정말이지 말입니다.”
“그래!”
장태진 병장과 송중규 상병이 서로를 바라봤다. 이에 황익호 병장이 다시 한번 말했다.
“너희들은 걱정 말고,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해. 내가 다 책임져! 그리고 막말로 불 다 끄고 하는데 어떻게 알아! 다들 시치미 떼면 끝나는 거지. 그럼 저희들 하고 다른 애들도 함께 시키면 안 됩니까?”
“해. 누가 못하게 하냐. 대신에 모포 제대로 씌워라. 어설프게 씌워서 큰일 나지 말고.”
“네,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숙련된 조교가 있지 않습니까.”
“네네. 제가 애들 몇 번 밟아봐서 그 느낌 제가 잘 압니다.”
장태진 병장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황익호 병장도 웃었다.
“자랑이다, 인마.”
그리곤 황익호 병장이 어금니를 까득 깨물고는 눈빛이 살벌하게 바뀌었다.
“이민균, 이 시발······. 지금 많이 좋아해 둬라. 곧 아구창 날아갈 테니까.”
한편 그 시각.
이민균 병장은 또 자신의 수족이나 다름이 없는 유한일 일병과 아까 일을 떠들고 있었다.
“와, 이 병장님 서운합니다.”
“뭐가 인마.”
“그런 일이 있었으면 저도 데려가지 그러셨습니까.”
“아까는 보이지도 않더니, 이제 와서 난리야.”
이민균 병장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유한일 일병이 더 난리를 피웠다.
“좀 자세히 말씀해 주십시오. 어떻게 된 것입니까.”
“그게 말이야. 새끼가 하도 깝치기에 내가 그랬지. 야, 계급장 떼고 한번 붙자 그랬지. 그랬더니 황익호 이 새끼가 쫄데? 나는 바로 덤빌 줄 알았더니 쫄아! 그래서 이대로는 대충 끝날 것 같아서 내가 그랬지. 야, 그럴 거면 서로 한 대씩 때리자.”
유한일 일병은 약간 흥분한 얼굴로 물었다.
“그랬더니 뭐라고 합니까?”
“지가 승산이 좀 있다고 생각을 했나봐. 한마디로 자신의 주먹에 자신이 있었던 거지. 그 이후 서로 한 대씩 주고받았지. 먼저 한 대 치더라. 여기 봐봐, 내 얼굴. 티 나냐?”
살짝 멍 든 것이 보이긴 하지만 유한일 일병은 전혀 모르는 것처럼 행동했다.
“전혀 안 보입니다. 아무것도 완전히 깨끗합니다.”
“그렇지. 아무것도 없다니까. 그 새끼, 허세만 잔뜩 있지, 완전 물주먹이야. 아무튼 이제 내 차례다 하고, 한 대 제대로 박아줬지. 그 뒤로 어떻게 되었겠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