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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761화 (761/1,018)

<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57)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091화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57)

“윤 소위 이번에 올라가서 정신을 제대로 차렸으면 좋겠습니다.”

-뭐야, 윤 소위 그 정도야?

“네?”

-아니, 그래도 그렇지. 신봉규 예비역 중장은 내가 알기론 스타일이 꼼꼼한 성격인데. 게다가 이 양반 FM 중의 FM으로 알고 있는데. 윤태민 소위는 안 그런가 보네.

“윤태민 소위는 뭐라고 설명을 할지······. 하아.”

-아, 됐어. 자네의 입에서 무슨 소리가 나올지 대충 짐작이 돼. 설명이 불가능할 정도면 답이 없는 거지. 알았네, 앞으로도 일이 있으면 연락하고.

“네.”

-전에도 얘기를 했지만 이 일이 어떻게 끝날지는 나도 모르겠어. 혹시라도 오 대위가 원하는 대로 끝나지 않을지도 몰라. 그건 오 대위가 이해를 해줘야 해. 알았지.

“네, 알겠습니다.”

-그래, 그런 것은 우리가 이해해 주자. 우리 소장님 힘겹게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투 스타에서 옷을 벗을 수는 없잖아.

“알고 있습니다.”

-그래, 우리가 소장님 위로 쭉 올려 드려야지. 그래야 나도 올라가고, 자네도 올라가고······. 아, 물론 자네는 진급 욕심이 없다고 그랬나.

“아닙니다. 저도 진급 욕심이 생겼습니다.”

-그래? 아주 반가운 소식이군. 알았네, 자네가 어디까지 올라갈지 기대가 되는군.

“저는 소령님 바로 밑까지 바짝바짝 올라가겠습니다.”

-어이쿠, 이거 무서워서 열심히 진급을 해야겠는걸. 아무튼 담에 얼굴을 보고 술 한잔하자고.

“네, 알겠습니다. 충성.”

오상진이 통화를 마쳤다. 휴대폰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진급 욕심이라······.”

솔직히 오상진은 과거 회귀를 했을 때까지만 해도 특별히 진급에 욕심이 없었다. 어쨌든 과거에 대대장까지 하다가 왔기 때문에 열심히 할 생각이 없었다.

“이미 다 해봤잖아.”

그래서 맘 놓고 그냥 편하게 간부 생활하면서 지낼 생각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하다 보니 빠르게 진급이 되어 대위까지 달았다. 그리고 몇 년 안에는 소령까지 달 것 같았다.

이렇듯 남들보다 진급이 빠르다 보니 욕심이 안 생길 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자신보다 먼저 엘리트 코스를 밟은 심도윤 소령님이라는 목표가 생긴 것이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별까지 달아봐?”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휴대폰을 한쪽에 내려놓는데 바로 전화가 왔다.

“응?”

발신자를 확인해 보니 최강철이었다. 오상진의 표정이 밝아졌다.

“오오, 강철아. 오랜만이다. 안 그래도 전화하려고 했는데······.”

오상진은 통화버튼을 누르자마자 밝은 목소리로 반겼다.

-아, 진짜 소대장님은 내가 전화할 때마다 그런 말씀 하십니다. 왜요, 또 뭔데요. 소대장님 용건부터 듣겠습니다. 말씀하시죠.

“야, 네가 전화를 했어. 네가 먼저 말을 해.”

-에이, 저야 안부 전화를 했죠. 소대장님께서 뭔가 하실 말씀이 있는 것 같은데요.

“어, 다른 것은 아니고. 지난번에 술 말이다.”

-아, 그럴 줄 알았습니다.

“야, 좀 봐주라. 나도 이제 연예 좀 하자!”

-제가 말입니다. 그거 특별히 바이어 접대용으로 받아 놓은 것을 빼드린 거 아닙니까.

“야, 내가 그냥 받았냐. 돈 주고 샀지.”

-와, 진짜······. 제가 말입니다. 이렇게까지 안 하려고 했는데. 어떻게, 제대로 된 가격으로 받아요?

“어허, 강철아. 우리 사이에 원가로 받아야지. 어떻게 네가······. 야, 내가 널 그렇게 가르쳤어? 널 그렇게 키웠냔 말이야. 이거 참 서운하려고 그런다.”

-아이, 또 왜 그러실까요. 그보다 소대장님 요즘 너무 뻔뻔하신 거 아십니까? 소대장 때는 안 그러시더니, 중대장 되시더니 더 그러는 것 같아요.

“원래 위로 올라가면 갈수록 철판을 까는 거야, 인마.”

-아, 또 그런 겁니까.

“그래.”

-그래서 뭐, 이번에도 똑같은 발렌타인 구해드립니까?

“아니. 저번에 아버님이 그러시더라. 발렌타인도 좋긴 한데 아버님은 독한 것이 좋으시대.”

-그럼 보드카요?

“그건 너무 세고. 또 우리 장모님은 아버님이 술 마시는 것을 싫어하셔.”

-와, 딱 얘기를 들어보니 저희 집이네요.

“어? 의원님 술 좋아하셔?”

-아뇨, 저희 집은 엄마가 술을 좋아하십니다.

“어머니가? 아니, 회장님이?”

-네, 회사 일이 좀 바쁘세요. 만날 술 드세요. 가끔 누나랑도 술을 드시고요.

“오, 그래? 강희 씨도 먹는구나. 그럼 의원님은 술 안 마셔?”

-저희 아버지 같은 사람 처음 봤습니다. 술을 마실 때는 마시는데 아예 안 마실 때는 알코올 냄새도 안 맡으십니다. 하지만 또 담배는 그렇게 피웁니다. 그렇게 담배를 피우시다가 폐암으로 돌아가시겠어요.

“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아버지에게 무슨 그런 소리를 해.”

-말이 그렇다는 겁니다.

“아무튼 너 아버지에게 잘 모셔. 솔직히 말해서 아버지 나중에 대통령까지 하실 분 아니야.”

과거에는 최익현 의원이 충분히 대통령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물론 지금도 인기는 많았다. 하지만 최강철은 아닌 모양이었다. 질색하며 말했다.

-어후, 진짜······. 우리 아버지 대통령 하는 것 싫습니다. 그런 말씀 마십시오.

“강철아, 대한민국에서 대통령 하실 분은 최 의원님 말고 누가 있냐.”

-뭐, 그렇긴 합니다만······.

“그래, 인마. 대한민국 군인들도 최익현 의원님을 대통령을 맞이할 자격이 있는 거야.”

-쓰읍, 그래서 아버지가 그런 말씀을 하셨나?

“응? 의원님께서 뭐라고 하셨는데.”

-아버지가 뜬금없이 물어보더라고요. 너희 소대장님 언제까지 군인을 하실 거냐고 말이에요. 그래서 제가 왜요? 물어보니까, 요새는 정계 진출하는 것이 추세라고. 그 말에 제가 그랬죠. 왜요? 소대장님 보좌관으로 앉히시게요? 그러자 아버지께서 피식 웃으시며 그러시더라고요.

“뭐라고?”

-소대장님은 지금 당장 비례대표로 넣어야지. 무슨 보좌관이냐고 그리 말씀하셨습니다.

“아이고 최 의원님이 날 너무 크게 보시는데.”

하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최익현 의원이 국회의원감으로 봐주고 있다는 사실이 말이다. 오상진은 과거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군인의 삶이 맘에 들었다.

“나는 괜찮으니까, 강철이 네가 의원 해라.”

-에이, 또 불똥이 저에게 튑니까. 그렇지 않아도 엄마도 내심 그렇게 부담을 줘서 죽겠는데.

“왜? 너는 국회의원 하기 싫어?”

-아버지가 얼마나 피곤해하시는 것을 아는데. 저는 어후, 싫습니다.

최강철이 몸서리를 쳤다.

-소대장님 저희 아버지 몇 시에 주무시는지 아세요?

“엄청 못 주무시는 것은 알지.”

-제가 알기론 하루에 2시간? 아니 3시간 겨우 눈붙이고 나가세요. 대한민국에서 우리 아버지가 제일 불쌍합니다.

“어이구, 너희 어머니께서 많이 걱정하시겠다.”

-저희 엄마도 만만치 않으세요. 엄청 바쁘게 움직이세요.

“하긴 넌 정말 대단한 부모님을 뒀다.”

-아니, 뭐······. 제 자랑을 하려고 한 것은 아니고요. 그보다 술은 제가 로얄 샬룻트로 구해다 드릴게요.

“오, 로얄 샬룻트! 그거 들어봤다. 그런데 비싸지 않냐?”

-하아, 아시는구나. 50년산이 있는데 이게 또 기가 막힙니다. 문제는 잘 안 들어온다는 거죠. 한정판매입니다.

“그래? 그건 또 얼마 정도 하냐?”

-지난번 발렌타인하고 얼마 차이 안 나요. 한 천만 원 정도요.

“워, 천만 원짜리 술을 마시면······.”

-소대장님 지난번에 발렌타인 안 드셨어요?

“나? 마셨지.”

-어떠세요? 맛있었어요?

“난 모르겠다. 소희 씨는 맛난다고 하던데······. 나는 뭐, 비싸서 그런지 입에 넘어가는 것이 그렇더라.”

-소대장님.

“왜?”

-돈도 많으신 분이 정말 왜 그러세요.

“인마, 난 자수성가잖아.”

오상진의 비밀을 알고 있는 최강철은 피식 웃었다.

-무슨 로또가 자수성가예요.

“로또는 로또고, 그걸 바탕으로 이만큼 번 거지. 웃긴 놈이다. 너! 인마, 네가 여기까지 힘겹게 벌었는데 지금까지 금수저라서 그렇다고 하면 기분 좋아.”

-하긴 뭐, 틀린 말은 아니죠.

“아무튼 로얄 살롯트 그거 괜찮으니까. 그걸로 준비해 줘.”

-알겠어요. 얼마에 사실 건데요.

“얼마에 팔 건데.”

-와, 진짜 소대장님만 아니면 내가 돈을 다 받는 건데······.

“강철아, 우리 옛정을 생각하자. 소대장이 그거 사 봐야 다 아버님 입으로 들어가지. 나는 한 잔도 못 마셔.”

-진짜, 우리 소대장님 결혼을 하시겠다는데 뭐라고 할 수도 없고. 어쨌든 제가 도움을 드려야죠. 지난번처럼 삼백에 드릴게요.

“와, 삼백? 넌 남기나 하니.”

-에이, 그 정도는 뭐 괜찮아요. 제가 소대장님께 빚진 것을 생각하면요. 많이 고마운 것도 있고요.

“강철아. 그러지 말고, 이번에는 다 받아.”

-어? 그럼 진짜 다 받습니다.

“아, 그렇다고 다 받지는 말고······.”

오상진이 바로 약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자 최강철이 피식 웃었다.

-괜찮습니다. 그냥 삼백만 주셔도 됩니다. 소대장님 덕분에 제가 사람 된 것을 생각하면 솔직히 공짜로 드리고 싶습니다.

“공짜로? 그럼 좋지.”

-아, 진짜······. 끊습니다. 아, 그리고 다음 달에는 모임에 나오셔야 합니다.

“알았어. 시간 한번 만들어 보자.”

오상진은 그것을 끝으로 통화를 끝냈다. 그리고 피식 웃으며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에효······.”

최강철과 통화를 하자, 지난 소대장 시절 함께했던 애들이 보고 싶었다.

“천만 원짜리 술이 생기다니.”

그러다가 오상진은 불현듯 떠올라 가방에서 통장 하나를 꺼냈다. 그 통장은 오상진의 용돈이 들어오는 통장이었다.

“엊그제 통장 정리를 했었는데······.”

그때 대략 20억 정도가 들어 있었다. 사실 이 돈은 로또 돈이 아니었다. 로또에 당첨된 돈은 전부 투자를 했다.

현재 오상진이 가지고 있는 빌딩이 3개였고, 그곳에 골고루 투자를 한 것이다. 그곳들에서 임대료만 월 1억 가까이 들어왔다. 거기다가 영화배당금과 월급까지 합쳐서 이 정도였다.

“와, 내가 벌써 이렇게까지 벌었다니······. 이렇게 돈이 많은데 천만 원짜리 술을 아까워하다니 나도 참······. 그런데 따지고 보면 아깝지. 내 입에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아니야, 소희 씨 아버지면 내 아버님이기도 하지. 그런데 생각을 해보니 우리 엄마에게는 이렇게 비싼 것을 선물해 본 적이 없네. 나도 참······.”

오상진이 그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다시 한번 휴대폰이 지잉지잉 하고 울렸다. 발신자에 적힌 이름이 떴다.

[김우진]

“어라, 우진이? 이 녀석들이 오늘 단체로 전화를 하기로 했나.”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김우진은 소중 픽처스에서 일하고 있는 오상진의 또 하나의 부하였다.

“오, 우진아. 잘 지냈어?”

-네, 소대장님. 그런데 소대장님은 왜 이렇게 연락을 안 하세요?

“왜? 무슨 일 있어?”

-미치겠어요.

“허허, 김 실장. 왜 그래? 뭔데.”

-이사님이 말씀 안 했어요?

“소희 씨가? 말 없던데.”

-아니, 지난번에 투자한 거 말이에요. 다 망했어요.

오상진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던 것이었다. 듣도 보도 못한 영화에 투자를 한다고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오상진은 한중만에게 마음 가는 대로 하라고 했다. 사실 돈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고, 한중만이 예전부터 독립영화라든가, 좀 어려운 영화에 투자를 하고 싶은 꿈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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