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53)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087화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53)
-윤태민 소위를 말인가?
“네, 그렇습니다. 3~4일 정도면 될 것 같습니다.”
-뭐, 이런 저런 행사가 있긴 해. 도움도 필요하고 그런 일이라면 차출하면 괜찮을 것 같긴 해. 그런데 윤태민 소위, 그 친구 말이야. 내가 아는 것이 맞다면······. 아마 외조부가 신봉규 중장인 것 같은데 맞나?
“네. 제가 듣기로도 그런 걸로 알고 있습니다.”
오상진은 사실대로 이야기를 했다.
-아, 그래? 그렇다면 차라리 괜찮네. 오히려 방법이 편안하겠네. 그런 쪽으로 엮어서 가면 되니까. 그런데 이번에 타깃이 윤태민 소위야?
“네? 아, 네에. 그렇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윤태민 소위가 4중대를 자기 놀이터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이 친구를 처벌하지 않으면 답이 없을 것 같습니다.”
오상진의 얘기를 들은 심도윤 소령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흐음······. 뭐, 자네가 그렇게 판단을 했다면 맞겠지만 충고를 하자면 조심하게. 신봉규 예비역 중장, 그분이 나름 이쪽에서는 덕망이 높으신 분이야. 물론 현역시절에는 더욱 그렇고. 지금도 그 양반이 슬쩍 얘기를 꺼내면 그 양반 밑으로 줄을 서는 장성들이 여럿 있어. 게다가 그 양반이 또 일심회 쪽 사람하고도 친분이 있어.
“아, 그렇습니까?”
-뭐, 굳이 일심회는 들어가지 않았지. 그 양반이 평생 군 생활을 할 생각이 없었거든. 워낙에 집이 잘살아서······.
“아, 그렇구나.”
-뭐, 어쨌거나 윤 소위 버릇 고치는 것은 좋은데 그 뒤에 신봉규 예비역 중장이 있다는 것만 알고 움직이게.
“그 말씀은 적당히 하라는 말씀입니까?”
-에헤이, 적당히는 무슨······.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그쪽에서 아마 말이 나올 것이라는 생각은 하고 있으란 말이야.
“네. 충고 감사합니다. 그 정도는 각오했습니다.”
-그래, 알았네. 더 할 말은?
“없습니다.”
-알았네. 그럼 수고하고, 다음에 또 통화하자고.
“네. 알겠습니다. 충성.”
그렇게 전화를 끊었다. 심도윤 소령은 휴대폰을 끊고, 잠시 바라봤다.
“하이고, 오 대위는 아주 그냥 일만 맡겨두면 기대 이상으로 해내는 재주가 있다니까.”
심도윤 소령이 피식 웃으며 다시 작전과로 돌아가려는데 장기준 소장과 마주쳤다.
“무슨 소리야, 그게?”
“네?”
“방금 오 대위라고 하지 않았나.”
“아, 방금 오상진 대위에게 전화가 왔었습니다.”
“왜?”
“도움을 요청해서 그에 대해 얘기를 했습니다.”
“그래? 무슨 일 있는 거야?”
“네, 아무래도 오상진 대위 때문에 또 한 번 3대대에 소란이 일어날 것 같습니다.”
“후후, 그래? 잘하고 있네. 그런데 자네는 왜? 겁나나?”
“솔직히 말입니까? 사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겁이 나죠. 할 수만 있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오 대위를 이쪽으로 불러들이고 싶습니다.”
“이 사람아, 이미 늦었어. 그리고 오 대위가 선택한 것이야. 아니지, 자네가 그쪽으로 보내지 않았나.”
“그렇죠.”
“그런데 무슨······. 어쨌거나 자네가 보낸 만큼 서포터 확실하게 해주고. 끝까지 책임을 져!”
“네. 그렇지 않아도 그럴 생각입니다.”
심도윤 소령이 멋쩍게 웃음을 흘렸다.
다음 날 아침 평소처럼 30분 전에 출근을 한 홍일동 4소대장이 깜짝 놀랐다. 행정반에 김진수 1소대장이 아닌 윤태민 2소대장이 먼저 출근을 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 2소대장님 출근하셨습니까.”
“네. 4소대장도 출근했습니까.”
“아, 네에.”
홍일동 4소대장이 자신의 책상으로 가서 가방을 내려놓았다. 그런데 윤태민 2소대장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4소대장은 생각보다 출근이 좀 늦네.”
“네?”
“아니, 내가 알기로는 4소대장 1시간씩 일찍 온다고 들었는데 말이죠. 내가 잘못 알고 있었나 봅니다.”
홍일동 4소대장이 멋쩍은 얼굴이 되었다.
“아, 네에······.”
사실 예전의 홍일동 4소대장은 의욕이 넘쳐서 1시간 일찍 온 적이 있었다. 그렇게 일찍 출근을 해 군 생활의 하루를 빨리 시작하곤 했다.
‘뭐, 그랬던 시절이 있었긴 하지.’
홍일동 4소대장은 그 생각을 하며 씁쓸한 미소를 머금었다.
“저, 2소대장님 혹시 저에게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십니까?”
“아니, 다른 것은 아니고······. 어제 말입니다. 뭡니까?”
“네?”
“어제······ 송윤태 상병 말입니다.”
윤태민 2소대장이 다 알고 있다는 눈치로 말했다. 그것을 재빨리 캐치한 홍일도 4소대장이 입을 열었다.
“아, 그거 말이죠. 그냥 요즘 군 생활이 많이 불량해서 잔소리를 좀 했습니다.”
“송윤태 상병에게 듣기로는 무슨 이상한 얘기를 했다고 하던데 말입니다.”
윤태민 2소대장이 슬쩍 떠보는 듯 말했다. 홍일동 4소대장이 바로 입을 열었다.
“그 녀석 별소리를 다 했나 봅니다. 솔직히 그 녀석 그런 것을 많이 보면 안 되지 않습니까.”
홍일동 4소대장의 말에 윤태민 2소대장이 눈알을 굴렸다.
‘그런가? 아이씨, 그냥 속시원하게 말하면 될 것은 왜 이렇게 빙빙 돌려가며 말을 해.’
윤태민 2소대장은 속으로 짜증이 살짝 났다. 하지만 홍일동 4소대장이 바보는 아니었다.
‘훗, 뭘 알아내려고 하는 것 같은데. 어림도 없지. 알고 싶으면 그냥 2소대장 네가 먼저 속 시원하게 털어나 봐.’
오히려 홍일동 4소대장이 속으로 웃고 있었다. 윤태민 2소대장은 마치 별일이 아니라는 듯 대화를 이끌어 갔다.
“그래서 어떻게 하기로 했어요?”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합니까. 반성문 쓰게 하고, 좀 지켜봐야죠. 반성의 기미가 보이면 한 번 눈감아 줄 생각입니다. 하지만 계속 저런 식이면 저도 가만히 있지 않을 생각입니다.”
홍일동 4소대장이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자 윤태민 2소대장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아니, 뭐 군대에서 그런 것 좀 봤다고 그리 세게 나갈 필요 있습니까. 4소대장은 쓸데없이 고지식한 것 같습니다.”
홍일동 4소대장이 피식 웃었다.
“아, 네에. 제가 좀 그런 면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홍일동 4소대장은 가방에 있던 노트북을 꺼내 책상 위에 올렸다. 부대에 들여오려면 사전에 등록된 노트북만 군대에 반입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그런 것 좀 봤다라······. 송윤태 상병 이 녀석 진짜 잡지 얘기만 한 것 같은데.’
홍일동 4소대장이 이렇게 생각한 이유는 사실 그도 송윤태 상병을 믿지 않았다.
막말로 말이 좋아 자신의 지시에 따르겠다고 했지만 언제 또 윤태민 2소대장에게 다 말해 꼬임에 넘어갈지 모를 일이었다.
그래서 홍일동 4소대장 입장에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런데 윤태민 2소대장이 제 발 저린 듯 저렇게 나서주니 자연스럽게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아무튼 쓸데없이 일을 키우지 마시죠.”
“네. 알겠습니다. 제가 잘 알아서 하겠습니다.”
홍일동 4소대장이 일단 선을 슬쩍 그으며 말했다. 그 답변이 못내 맘에 들지 않은 윤태민 2소대장이지만 일단은 거기서 멈췄다. 괜히 더 나섰다가는 왜 그렇게 신경을 쓰냐며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었다.
“어험······.”
얕은 헛기침을 한번 하고 두 사람은 업무를 보기 위해 준비를 했다.
그때 행정반 문이 열리며 김진수 1소대장이 출근을 했다.
“어? 뭐야, 두 사람.”
홍일동 4소대장이 환한 표정으로 먼저 인사를 했다.
“오셨습니까.”
“어. 그래.”
김진수 1소대장은 현재 중위였다. 1년만 이곳에 근무를 더 한 후 다른 곳으로 옮길 생각이었다. 어쨌거나 이곳에 있는 소대장들의 대장이나 다름이 없었다.
“4소대장은 그렇다 치고······.”
김진수 1소대장의 시선이 윤태민 2소대장에게 향했다.
“2소대장은 뭐야? 설마 여기서 잤어? 아니면 무슨 일 있는 거야?”
“무슨 말씀입니까.”
“4소대장.”
“네.”
“해가 제대로 떴는지 확인해 봐.”
“제대로 떴지 않습니까.”
“아니, 동쪽에서 떴는지 서쪽에서 떴는지 확인해 보라는 거야.”
그러자 윤태민 2소대장이 낮게 말했다.
“확실히 동쪽에서 떴습니다. 그렇게 놀리지 말았으면 합니다.”
“아니, 2소대장의 이런 모습이 처음이라서 그렇지. 세상에 진짜 별일이네.”
김진수 1소대장이 고개를 갸웃하며 자신의 자리로 이동했다.
“2소대장 진짜 나에게만 말해도 돼. 정말 사고 안 쳤나?”
“아닙니다. 왜 일찍 와도 그러십니까.”
윤태민 2소대장이 기분 나쁘다는 얼굴로 대답을 했다.
“평소에 안 하던 짓을 하니까 그렇지.”
“아, 됐습니다.”
윤태민 2소대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행정반을 나가버렸다. 그 모습을 보며 김진수 1소대장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렸다. 그러다가 웃고 있는 홍일동 4소대장과 눈이 마주쳤다.
“4소대장, 저 친구 왜 저래?”
“모르겠습니다. 저한테 어제 일 때문에 물어볼 것이 있어서 일찍 온 모양입니다.”
“어제 일? 아······.”
김진수 1소대장도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러곤 아무렇지 않게 자리에 앉았다. 홍일동 4소대장이 김진수 1소대장을 빤히 바라봤다.
솔직히 말해서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김진수 1소대장에게 말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었다.
‘어떻게 하지?’
김진수 1소대장 역시 그런 홍일동 4소대장의 시선을 느끼고 입을 열었다.
“4소대장.”
“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말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 될 때는 하지 않는 것이 좋아. 내 말 무슨 말인지 알지.”
“네? 아, 네에.”
홍일동 4소대장이 바로 고개를 돌렸다. 김진수 1소대장이 그런 홍일동 4소대장을 잠깐 바라보더니 아무일 없었다는 듯 자신의 업무를 시작했다.
윤태민 2소대장은 밖으로 나와 담배를 입에 물었다.
“아, 시발. 뭐지? 찝찝한데 도대체 뭔지를 모르겠네.”
그때 박윤지 3소대장이 출근을 하고 있었다. 윤태민 2소대장이 그녀를 발견하고 손을 들어 불렀다.
“3소대장.”
그 소리에 박윤지 3소대장이 흠칫하며 멈췄다.
“왜 그러시죠?”
박윤지 3소대장은 여전히 눈빛에는 경계를 하며 바라보고 있었다.
“아, 진짜······. 언제까지 날 그렇게 볼 거야. 이제 아예 나하고는 말도 하지 않을 거야?”
“2소대장님. 중대장님께서 사적으로 대화를 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그 순간 윤태민 2소대장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시발,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네.”
지난번 오상진이 윤태민 2소대장 실수로 인해 이민식 대위를 완전히 끝내버린 이후 경고를 했었다.
“자네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모르겠지만······. 아니, 오해일 수도 있어. 하지만 경고야! 3소대장이랑 쓸데없이 단둘이 붙어 있는 꼴이 내 눈에 띄면 자네 그때는 가만히 안 있어.”
그래서 윤태민 2소대장이 지금까지 박윤지 3소대장을 사적으로 부딪히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오늘은 윤태민 2소대장도 급했다.
“알아, 아는데. 지금 내가 급하게 물어볼 것이 있어서 그래. 잠깐 이면 돼.”
“뭐죠, 말씀해 보십시오.”
박윤지 3소대장은 여전히 딱딱하게 말을 했다. 윤태민 2소대장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 진짜 사람들 이상하게······. 자꾸 이럴 거야?”
윤태민 2소대장은 말을 하면서 조금 다가갔다. 그러자 박윤지 3소대장이 뒤로 한 발자국 물러났다.
“다가오지 말고 거기서 말씀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