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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756화 (756/1,018)

<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52)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086화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52)

송윤태 상병이 윤태민 2소대장을 따라갔다. 건물 밖을 나가 구석진 곳으로 이동했다.

“뭐야? 무슨 면담을 했어!”

“어, 그것이······.”

“야, 송윤태. 너 솔직하게 말해라. 내가 너희 소대장하고 다 얘기를 했어.”

윤태민 2소대장이 협박을 했다. 하지만 예전이라면 겁이 났겠지만 이미 홍일동 4소대장하고 손을 잡은 것은 자신이었다. 그래서 겁이 나지 않았다.

“그냥······. 후우, 잡지를 걸렸습니다.”

“뭐?”

“잡지 말입니다.”

“잡지? 고작 그걸 가지고 그래?”

“제가 잡지를 두 번이나 걸려서 말입니다. 한 번만 더 걸리면 가만두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야 이 새끼야. 말 같은 소리를 해라. 성인 잡지 걸렸다는 이유로 영창을 가면 대한민국 병사들 대부분은 영창을 가야겠네. 너희 소대장도 제정신이 아니라니까. 아무리 3사 출신이라고 해도 그렇지 뇌에 근육밖에 안 들었냐? 막말로 지도 관사에서 노트북으로 야동을 보지 않을 것 같아? 그리고 압수한 성인 잡지들, 그거 어디에다가 뒀겠냐? 다 자기 관사에 두고 혼자 보고 있겠지. 아무튼 인간이 왜 그런지 모르겠다.”

윤태민 2소대장이 혀를 찼다. 그러다가 힐끔 바라보며 물었다.

“그리고 다른 것은?”

송윤태 상병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다른 거 뭐 말입니까?”

“아니다, 됐다. 그러니까, 잘 좀 숨겨놔. 들키지 말고.”

“잘 숨겨놨는데 걸렸습니다.”

“야이, 새끼야. 잘 숨겼으면 걸리지 말았어야지. 걸려 놓고 지랄이야. 그보다 너 걸린 후 내 얘기를 한 것은 아니지?”

윤태민 2소대장이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송윤태 상병이 슬쩍 말했다.

“아시지 않습니까. 그리고 그런 것도 물어보지 않았습니다.”

“그래? 그걸 가지고 그렇게 오래 얘기를 했다고?”

그 말에 송윤태 상병이 살짝 당황했다.

“그게 그냥 요즘 부대 생활하는 것이 좀 불량하다고 몰아서 혼을 내지 뭡니까.”

“하아, 4소대장. 내가 예전에도 생각했지만 애새끼가 좀 찌질하고 그래. 군 생활 하다 보면 그럴 수가 있지. 유도리가 없어. 이해가 안 돼, 이해가! 알았다. 그만 가 봐라.”

“넵, 충성.”

송윤태 상병이 경례를 하고는 내무실로 향했다. 몸을 돌린 송윤태 상병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윤태민 2소대장은 그런 송윤태 상병을 보며 중얼거렸다.

“아이씨, 난 또 뭐라고. 괜히 쫄아가지고는······.”

한편, 그 시각.

홍일동 4소대장은 점심도 거르고 오상진과 중대장실에서 긴히 얘기를 나눴다. 오상진이 얘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황익호 병장이 윤태민 2소대장을 대신해서 다른 소대에 물건을 대고 있었단 말이지?”

“네. 제가 알아본 바에 따르면 그렇습니다.”

“아이고······.”

오상진은 어이가 없는지 헛웃음을 흘렸다.

“나참, 진짜······. 이제는 병사들까지 조직원으로 동원을 했다는 거네. 어이가 없군, 어이가 없어.”

“그리고, 이민균 병장이라고 황익호 병장 바로 윗군번이 있습니다.”

“그런데?”

“원래는 이민균 병장에게 물건을 공급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 공급자가 바뀌었는데 제 생각에는 뭔가 문제가 있어서 바뀐 것 같습니다.”

“문제가 있다고?”

“네. 뭐, 솔직히 말해서 좋은 일도 아니고 바뀐다고 해서 바로바로 바뀌고 그러겠습니까? 제대 직전까지 갔다가 그때 새로운 사람을 선임하고 그래야 하지 않겠습니까.”

홍일동 4소대장의 합리적인 추론에 오상진도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을 해보면 무슨 혜택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안 좋은 일이었다.

만약 걸리면 그냥 다 끝이기 때문이에 지금 상황에선 최대한 입단속을 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 아는 사람이 적으면 적을수록 좋은 것이었다. 그런데 이민균 병장이 제대한 것도 아닌데, 황익호 병장으로 바뀌었다는 것은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이 맞았다.

다시 말해, 이민균 병장을 슬쩍 찔러보면 윤태민 2소대장에 대한 정보를 슬슬 불어댈 것도 가능한 일이었다.

오상진이 자신의 턱을 매만졌다.

“이민균, 이민균이라······. 알았어, 일단 나가봐.”

“네.”

홍일동 4소대장이 경례를 하고 중대장실을 나갔다. 잠시 후 문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김대호 상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충성. 중대장님.”

“아, 행보관님.”

“식사 안 하십니까?”

“아, 식사 말입니까? 저야 뭐······. 한 끼 안 먹는다고 죽겠습니까.”

오상진이 실없이 웃었다. 그러자 김태호 상사가 펄쩍 뛰었다.

“아무리 한 끼를 안 먹는다고 해도 사회와 군대는 엄연히 다릅니다. 중대장님도 그렇고 간부들이 항상 병사들에게 항상 하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식사를 거르는 것은 심각한 전투력 손실로 이어진다고 말입니다. 그럼 중대장님께서도 모범을 보이셔야죠.”

김태호 상사의 농담에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죄송합니다. 다음에는 꼭 제때 끼니를 챙겨 먹도록 하겠습니다.”

“네네. 그보다 오늘 거하게 한 건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김호동 하사가 그럽니까?”

“네. 아주 그냥 지 영웅담 떠드느라고 귀가 아파 죽겠습니다.”

김태호 상사는 자신의 귀를 후비며 인상을 찡그렸다.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네네, 김호동 하사가 진짜로 한 건을 한 건 맞습니다. 아주 잘했습니다. 칭찬해 주십시오.”

“아이고 뭐, 그런 걸로 칭찬을 해줍니까. 그보다 어쩌실 생각입니까?”

김태호 하사의 물음에 오상진이 얘기를 해줬다.

“일단 홍일동 4소대장에게 일단 송윤태 상병 관련해서 조사를 지시했습니다. 송윤태 상병 입에서 윤태민 2소대장이랑 황익호 병장의 이름이 나왔습니다.”

“황익호······. 요놈의 새끼. 요즘 어쩐지 기세가 등등하더니. 그것 때문에 그런가?”

“네?”

“아, 저도 또 애들이랑 자주 부딪치다 보니 대충 눈에 보이지 않습니까. 원래 예전에 황익호 병장이 병장들 중에서는 일을 제일 많이 했습니다. 흔히들 물 병장이라고 하죠. 병장인데 이제 막 병장을 단 그런 녀석 말입니다. 아무튼 황익호 병장 위로 이민균 병장도 있었고, 박형욱 병장도 있고 말입니다. 아마 그 위로 두 명이 더 있었을 것입니다. 이미 제대는 했지만······. 어쨌든 병장들 중에서도 제일 말단 아닙니까. 막내란 말이죠, 그러니 어쩌겠습니까? 그 녀석이 불려 나와야죠.”

“아, 그래서 황익호 병장이 일을 많이 했다는 말씀이군요.”

“그렇죠. 황익호 병장은 그냥 여지없이 작업에는 다 나왔습니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김태호 상사는 잠시 먼 산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어디 보자, 한 달 전이었나? 황익호 병장에게 제가 일 좀 하자고 말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 황익호가 정색을 하면서 제게 말을 하더란 말입니다.”

“뭐라고 말입니까?”

“지 밑에 애들 데리고 가라고 말을 하더란 말입니다. 그때 전 저놈이 왜 저래? 그런 생각을 했거든요. 아마 그 당시 분대장이 박형욱 병장이었을 겁니다. 어쨌든 박형욱에게 찾아가서 물었죠. 야! 황익호 쟤 왜 저래? 갑자기 작업에 빠지고 말이야. 그런데 박형욱이가 표정이 어두워지며 작업에서 황익호는 빼달라고 말을 하지 뭡니까. 내가 그때 진짜로 기가 막혀서······.”

“······.”

오상진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김태호 상사가 박수를 치며 마지막 말을 했다.

“그때 제가 알아챘죠. 아, 2소대에서 뭔가 권력의 구도가 바뀌었구나. 아시죠, 내무실에서도 나름 권력이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아무리 군대라고 해도 내무실에서도 힘 있는 병장도 있고, 상병에게 찍소리를 못하는 병장도 있고 말입니다. 그게 어떤 권력을 잡고 있냐 마느냐, 그런 차입니다. 하지만 유독 2소대는 그런 것이 심했단 말입니다.”

김태호 상사는 자신이 생각했던 것을 바로 얘기했다.

“아, 그렇습니까. 음······.”

확실히 김태호 상사는 짬이 있어서 그런지 이런 쪽으로는 뭔가 빠삭했다. 오상진이 잠시 자신의 턱을 만지며 말했다.

“어쩌면 홍일동 4소대장이 한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네? 4소대장이 뭐라고 했습니까?”

“그전에 보급을 맡았던 병사가 이민균 병장이었답니다.”

“아, 이민균!”

김태호 상사도 익히 알고 있다는 듯 표정을 밝게 했다.

“어쩐지······. 뭐, 지금은 황익호로 바뀐 것이고요?”

“네.”

“으음······. 그러면 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는 말입니다.”

김태호 상사가 표정이 심각해지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왜냐하면, 황익호가 기세등등해질 때부터 이민균이 꼬리 잘린 여우처럼 풀이 죽어서 기를 펴지 못했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네. 어쩌면 애들 하나하나씩 풀다 보면 답이 나올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윤태민 2소대장인데······. 그가 가만히 있겠습니까?”

김태호 상사는 그 부분이 걱정되었다. 오상진도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도 그래서 신중하게 나갈 생각입니다. 잘하면 방해하려고도 하겠죠. 그러면······. 좀 골치가 아파지겠죠.”

오상진이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김태호 상사는 오상진의 고민을 바로 얘기했다.

“그렇다고, 윤태민 2소대장의 소대인 2소대를 들쑤시는 것도 애매하고 말이죠.”

“네. 행보관님.”

“하아······. 일이 이렇게 진행이 되면 차라리 2소대장을 3박 4일 휴가를 보내든지, 어딜 보내면 딱인데 말입니다.”

그 얘기를 듣는 순간 오상진의 눈이 번쩍하고 떠졌다.

“오오, 그 방법이 있었습니다.”

“네?”

“좋은 방법 감사합니다.”

“무, 무슨 말씀이신지······.”

김태호 상사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빨리 자신의 의문을 풀어달라는 듯 오상진을 똑바로 쳐다봤다.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답했다.

“지켜보시면 알 것입니다.”

“에이, 그냥 바로 얘기해 주시지······.”

“행보관님 안 바쁘십니까?”

“아, 네에. 바쁘죠. 안 그래도 나가려고 했습니다.”

“네에. 그럼 수고하십시오.”

“이야, 중대장님. 우리 서로 친한 사이 아닙니까? 난 그런 줄 알았는데······.”

“하하하, 맞습니다. 나중에 알게 될 겁니다. 지금 알려드리면 재미가 없죠.”

“네네, 알겠습니다. 그럼 수고하십시오.”

김태호 상사는 짐짓 서운하다는 얼굴로 중대장실을 나갔다. 하지만 오상진은 김태호 상사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잠깐 생각을 하더니 휴대폰을 꺼냈다. 그곳에서 이름을 검색해 심도윤 소령이라는 이름을 찾았다.

심도윤 소령은 현 육군본부 합동참모부 작전부장으로 있는 장기준 소장의 보좌관 역할을 했던 사람이었다. 그도 당연히 장기준 소장을 따라 작전과에 있었다.

-오, 오 대위.

심도윤 소령이 바로 전화를 받았다. 오상진이 바로 경례를 했다.

“충성. 잘 계셨습니까.”

-나야, 뭐······. 똑같지. 그런데 무슨 일이야?

“혹시 잠깐 통화 괜찮으십니까?”

-통화? 잠시만······.

심도윤 소령은 잠시 사무실을 벗어나 전화를 받는 듯했다.

-이제 괜찮아. 얘기해.

“네. 실은 말입니다.”

오상진은 4중대 현재 있었던 일에 대해서 얘기를 쭉 나열했다.

“······일이 그렇게 되어서 말입니다. 그래서 며칠만 그리해 주실 수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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