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51)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085화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51)
“저, 정말입니까, 소대장님?”
“그럼 소대장이 너에게 농담을 따먹기를 하는 것 같아? 이미 소대장은 출셋길은 물 건너갔어. 그냥 자연스럽게 임기를 채운 후 전역을 해야 할 판이야. 그리고 소대장은 평생 널 원망할 거다. 빌어먹을 새끼야! 그게 너희들을 믿어준 소대장에게 한 도리였냐!”
“소, 소대장님. 죄송합니다. 저, 저는······.”
송윤태 상병이 고개를 푹 숙인 채 제대로 말을 하지 못했다.
“됐으니까, 그냥 너랑 소대장이랑 책임을 지고 끝내자!”
“소대장님, 소대장님!”
“뭐?”
“윤태민 2소대장님께 받았습니다.”
아주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홍일동 4소대장이 귀를 가까이 가져갔다.
“뭐라는 거야. 큰 소리로 말해!”
“윤태민 2소대장이 가져다줬습니다.”
그렇게 송윤태 상병의 입에서 일의 원흉인 윤태민 2소대장의 이름이 튀어나왔다.
원하는 이름을 들었지만 홍일동 4소대장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오상진이 과연 윤태민 2소대장의 짓인 줄 몰랐을까?
‘중대장님은 알고 계시겠지. 그렇다면······.’
윤태민 2소대장의 짓인 줄 알고 있기에 이렇듯 조사를 하고, 사진까지 증거로 확보를 한 것일 것이다. 그런데도 오상진은 자신에게 조사를 허락한 이유는 간단했다.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잘못된 것을 마무리 지어라. 지금 송윤태 상병 입에서 윤태민 2소대장이 나왔다고 해서 좋아할 것이 아니었다. 송윤태 상병은 자기가 살자고 윤태민 2소대장을 부른 것밖에 안 되었다.
막말로 윤태민 2소대장을 찾아가서 송윤태 상병에게 소주를 팔았냐고 따졌을 때 그가 순순히 시인을 할지 장담을 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홍일동 4소대장이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윤태민 2소대장이 너에게 직접 소주를 팔았다고?”
“네, 그렇습니다.”
“야, 송윤태.”
“상병 송윤태.”
“너는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내가 윤태민 2소대장하고 같은 행정반에서 시간을 보냈는데 네가 행정반으로 와서 2소대장에게 직접 소주를 받아가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
“답답하십니다. 소주를 어떻게 행정반에서 받습니까.”
“그러면?”
“일과 끝나고, 윤태민 2소대장이 몰래 따로 불러서 따라가면 차량 트렁크나, 아니면 다른 창고에서 빼주고 그랬습니다.”
“그래? 그걸 본 사람은?”
“네?”
“본 사람 없어? 있을 거 아니야.”
“그게 그렇게 중요합니까?”
“당연하지. 만약에 이 사실을 보고를 했어. 그래서 중대장님께서 윤태민 2소대장을 불러서 물었어. 그럼 과연 윤태민 2소대장이 뭐라고 할까? 예, 내가 줬습니다. 이렇게 할까? 아니면 반대로 말을 할까?”
홍일동 4소대장의 말을 듣고, 송윤태 상병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확실한데······.”
송윤태 상병은 잔뜩 억울한 듯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어쨌든 그 사실은 네 주장일 뿐이잖아. 결정적인 증거는 못 돼! 오히려 네가 거짓말을 했다고 몰아세울걸. 아니지, 너랑 나랑 살겠다고 2소대장을 팔아먹는 것밖에 더 되냐 말이야.”
“진짜입니다, 저는 정말 억울합니다.”
“송윤태.”
“상병 송윤태.”
“그런 식으로 어영부영 넘어갈 생각하지 마. 언제 어디서 어떻게 받았다는 육하원칙에 의거해 정확하게 말해. 나에게 모든 것을 다 털어놓지 않으면 난 널 도와줄 수가 없다.”
홍일동 4소대장이 한결 차분해진 목소리로 말을 했다. 송윤태 상병이 인상을 쓰며 중얼거렸다.
“아, 진짜······. 그게 다인데······. 아!”
송윤태 상병은 뭔가 생각이 났는지 눈을 번쩍였다.
“다른 것은 어떻습니까?”
“다른 거?”
“네. 소주는 2소대장에게 직접 받았는데 잡지나, 담배는 딴 사람에게 받았습니다.”
“딴 사람 누구?”
“예전에는 이민균 병장에게 받았는데 말입니다.”
“이민균?”
“네. 지금은 황익호 병장에게 받습니다.”
“황익호? 2소대 황익호 병장 말이야?”
“네, 맞습니다.”
“황익호 병장이 너에게 성인잡지도 팔고, 담배도 팔았다 이 말이네.”
“네.”
“확실해?”
“정말입니다. 황익호 병장을 불러서 직접 물어보십시오.”
송윤태 상병이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홍일동 4소대장이 얘기를 듣고 나직이 중얼거렸다.
“황익호라······.”
물론 홍일동 4소대장은 계속해서 황익호 병장의 이름을 들먹였다. 하지만 홍일동 4소대장의 머릿속에는 조금 전 이민균 병장을 떠올렸다.
‘으음, 내가 알기로는 이민균 병장이 황익호 병장보다 선임인데 왜 그 일을 황익호 병장이 하지? 이민균 병장이 벌써 제대할 때가 되었나? 아닌데······. 혹시 윤태민 2소대장에게 팽당했나?’
홍일동 4소대장은 그걸 물어보고 싶었지만 대답을 해줄 것 같지 않았다. 괜히 송윤태 상병에게 그런 얘기를 했다가 문제가 생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니까, 송윤태 너는 황익호 병장에게 물건을 샀다 이거지?”
“네.”
“그전에는 이민균 병장에게 샀고.”
“네.”
“돈은?”
“······.”
“돈은?”
“어, 그게······.”
송윤태 상병은 고개를 숙인 채 제대로 답을 하지 못했다. 홍일동 4소대장이 강하게 다시 물었다.
“너, 제대로 말 안 해!”
“후임병들에게 조금씩 빌리고 그랬습니다.”
“빌렸어?”
“네.”
“정말 빌린 것이 확실하냐고.”
“······그게.”
“야, 송윤태.”
“상병 송윤태.”
“소대장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애들 코 묻은 돈을 빼앗는 거야.”
“······.”
송윤태 상병이 고개를 푹 숙인 채 말을 하지 못했다. 홍일동 4소대장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이등병, 일병. 군대 월급이 얼마나 되겠어. 그걸 뺏어서 네 사리사욕을 채운 거냐? 잡지 보고, 담배 피고, 소주를 마셨어.”
“저어, 그것이······.”
송윤태 상병이 말은 하고 싶었지만 이렇다 할 변명을 하지 못했다. 그럴수록 홍일동 4소대장의 눈빛은 더욱 강렬해졌다.
“송윤태 이 새끼야. 넌 군대가 진짜 만만하냐! 그런 거야?”
홍일동 4소대장은 갑자기 생각을 하자 화가 났다. 송윤태 상병은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저, 그게······. 제가 큰 잘못을 한 것 같습니다.”
“잘못을 한 것 같은 것이 아니라, 큰 잘못을 했어. 새끼야.”
“······네.”
“너, 소대장이 지금부터 하는 말을 똑똑히 들어. 네가 조금이라도 죄를 덜 받으려면 너 이번 일 제대로 밝혀야 해. 만에 하나 이 일이 잘못 꼬이면 소대장 옷 벗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야. 너 인생도 끝이라는 것만 명심해. 군사재판은 물론, 너 호적에 빨간 줄은 물론, 제대하더라도 사회생활 할 때 문제가 될 거야. 넌 그걸 원해?”
“아, 안 됩니다. 절대 안 됩니다. 저 제대하자마자 돈 벌어야 합니다.”
“제대하고 돈을 벌어야 할 놈이 소주를 몰래 반입해서 먹었어.”
“하아, 저 군대 오기 전 버릇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사실 송윤태 상병은 군대 오기 전에 밖에서 포장마차를 했다. 그곳에서 엄마랑 둘이서 술장사를 하며 지냈다.
솔직히 포장마차를 하면서 얼마나 많은 돈을 벌겠는가. 장사는 안되고, 깡패들은 허구한 날 자릿세 내라고 찾아왔었다.
그 와중에 양아치들끼리 싸움은 또 만날 포장마차 앞에서 그랬다. 그러자 오던 손님들도 점점 떨어져 나갔다.
엄마는 그래도 살아보겠다고 낮에는 보험회사까지 다니게 되었다. 송윤태 상병도 빨리 군 문제를 해결해서 엄마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을 했다.
그런데 한창 힘들 때 잘 때마다 소주를 먹던 버릇이 있었다. 그것을 없애지 못하고, 찾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윤태민 2소대장의 마수에 걸리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회에 나와서까지 소주로 연명할 생각은 없었다.
송윤태 상병도 곧 병장을 바라보고 있고, 제대를 해서 사회에 나가면 정말 열심히 살 생각이었다. 자식 뒷바라지로 고생한 엄마를 위해서라도 말이다.
그랬는데 만약에 군사재판이랑 감옥에 갇히게 된다면, 호적에 빨간 줄이 쳐져 있다면 말이다. 아니, 그걸로 인해 취직을 못 하게 된다면 앞길은 엉망일 수밖에 없었다.
송윤태 상병은 절망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홍일동 4소대장이 말했다.
“송윤태 너! 혹시라도 2소대장이 왜 면담을 했냐고 물으면 뭐라고 할 거야?”
“어······ 2소대장에게 말입니까?”
“그래. 너 술 먹다가 들켰다고 말할래?”
“아, 아닙니다. 저 그거 말하면 죽습니다.”
“왜? 2소대장에게 죽는 것은 무섭고. 이 일로 처벌받는 것은 안 무서워?”
“솔직히 저 제대 얼마 남지도 않았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저 일체 술도 안 마시고, 아무것도 하지 않겠습니다. 그냥 조용히 제대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난 혹시라도 2소대장이 왜 너를 면담했냐고 물어보면 얘기하지 않을 거야. 그러니, 넌 알아서 스스로 변명거리를 찾아. 알았어!”
“네, 알겠습니다. 저 그럼······.”
“뭐?”
“아니면 잡지를 걸렸다고 하면 어떨 것 같습니까.”
“잡지? 성인잡지?”
“네.”
“너, 그거 아직도 보냐?”
“소대장님 그건······ 어쩔 수 없습니다.”
송윤태 상병이 말을 하자 홍일동 4소대장은 한심하다는 얼굴로 바라봤다. 그러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잡지는 만날 뺏고 압수한다고 해도 또 나오겠지. 알겠다, 소대장도 그렇게 말할 테니까. 너도 그렇게 한다는 것으로 알고 있어.”
“네, 소대장님.”
홍일동 4소대장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송윤태 상병의 면담이 끝이 났다.
홍일동 4소대장은 면담이 끝나고 행정반으로 가려는데 복도에서 윤태민 2소대장을 만났다. 윤태민 2소대장은 마치 홍일동 4소대장을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물었다.
“4소대장 뭐야, 뭔데 그럽니까.”
“그냥 간단히 면담했습니다.”
“와, 진짜 이럴 겁니까? 우리 사이에? 뭔지 알려주시죠.”
홍일동 4소대장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별거 아닙니다.”
“와, 진짜······.”
그때 송윤태 상병이 나왔다. 윤태민 2소대장은 바로 송윤태 상병에게 향했다.
“야, 송윤태. 너 뭐야? 무슨 사고를 쳤냐?”
“어, 그게······.”
송윤태 상병이 힐끔 홍일동 4소대장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자 홍일동 4소대장이 바로 말했다.
“송윤태.”
“상병 송윤태.”
“넌, 빨리 내무실로 복귀해. 어서!”
“네, 알겠습니다. 충성.”
송윤태 상병이 경례를 하고는 곧바로 4소대 내무실로 뛰어갔다. 홍일동 4소대장이 윤태민 2소대장에게 말했다.
“그럼 저도 이만 들어가 보겠습니다.”
홍일동 4소대장이 몸을 돌려 행정반으로 들어갔다.
그런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윤태민 2소대장이 인상을 썼다.
“와이씨, 뭐야! 아니겠지, 설마······.”
윤태민 2소대장은 찜찜한 표정을 숨길 수가 없었다.
그날 점심식사를 마치고 윤태민 2소대장이 행정반으로 들어가려는데 송윤태 상병을 발견했다.
“야, 송윤태.”
“상병 송윤태.”
송윤태 상병이 고개를 돌리자 윤태민 2소대장이 이리 오라며 손짓을 하고 있었다.
순간 송윤태 상병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아이씨······.”
“빨리 와라.”
“알겠습니다.”
송윤태 상병이 윤태민 2소대장에게 다가갔다. 윤태민 2소대장이 잠시 주위를 확인하고는 말했다.
“너, 따라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