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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754화 (754/1,018)

<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50)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084화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50)

김진수 1소대장은 같은 육사 출신이고, 워낙에 입이 무거운 편이라 그럴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박윤지 3소대장은 달랐다. ROTC 출신에 홍일동 4소대장이 많이 챙겨주기도 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박윤지 3소대장이 아예 외면을 했던 것은 아니었다.

“4소대장님 힘드시죠? 힘내십시오.”

드링크나, 음료수를 건네준 적은 있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윤태민 2소대장과 전 중대장인 이민식 대위에게 당할 때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홍일동 4소대장도 이곳 4중대에서의 생활을 깨달았다.

‘나서지 말자. 괜히 나서서 일 벌이지 말자. 그냥 흐르는 물처럼 살자. 가뜩이나 3사 출신이라고 무시를 당하는데, 더 무시당하지 말자.’

그때 이후로 홍일동 4소대장은 허허실실 좋아도 웃고, 싫어도 웃었다. 그렇게 자신의 성격을 바꾸면서 살아왔다.

그랬는데 오상진이 그 사진을 보여준 순간 어떤 변명을 해야 하지? 그런 생각부터 먼저 들었다. 자신도 모르게 말이다. 물론 뒤늦게 아차 하며 이게 아닌데 라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오상진이 알고 있었냐 묻는 그 질문에 홍일동 4소대장은 또 거짓말을 해버렸다.

그렇게 두 번의 거짓말을 한 홍일동 4소대장은 좋은 소대장이 되고자 했던 자신이 그런 모습을 보였다는 게 너무 후회가 되었다.

‘아, 수치스럽고 치욕스러워. 내가 지금까지 군 생활을 어떻게 했는데······. 물론 3사 출신이라는 이유로 무시당하고······. 그래, 다 좋다 이거야. 그런데 나 혼자 편안하게 살기 위해서 참고 견디는 것이고. 무엇보다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하는데······. 스스로 초심까지 잃어버리고 말이야.’

홍일동 4소대장은 이게 뭔 짓인가 싶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오상진이 한 번 더 기회를 줬다는 것이었다. 홍일동 4소대장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그래 홍일동. 이번이 마지막 기회야. 진짜 바로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 이 기회를 절대 놓치지 말자.”

홍일동 4소대장이 주먹을 꾹 움켜쥐고 행정반으로 들어갔다. 김진수 1소대장이 고개를 들어 물었다.

“중대장실에 다녀오는 겁니까?”

“네.”

“무슨 일인데?”

“그것이······.”

홍일동 4소대장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 모습을 보는 김진수 1소대장이 말했다.

“왜 그래? 표정이 많이 좋지 않네.”

김진수 1소대장이 예전보다는 이것저것 많이 챙겼다. 홍일동 4소대장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닙니다.”

홍일동 4소대장은 별다른 말 없이 자신의 책상으로 갔다. 그곳에서 다이어리를 챙기며 말했다.

“저는 면담실에서 면담을 해야 할 것 같아서 말입니다. 갔다 와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래, 알았어. 가 봐.”

홍일동 4소대장이 막 행정반을 나서려는데 문이 열리며 윤태민 2소대장이 나타났다.

“어, 4소대장.”

“네.”

“면담실에 송윤태 상병 있던데······. 왜 그럽니까? 저 새끼 사고 쳤습니까?”

홍일동 4소대장이 뭐라고 말을 하려다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닙니다, 아무것도······.”

“뭡니까? 나도 좀 알려주시죠.”

홍일동 4소대장은 살짝 굳어진 얼굴로 말했다.

“2소대장님. 저 면담해야 합니다.”

“면담? 무슨 면담을 합니까. 나도 좀 알려주시죠.”

그러자 가만히 듣고 있던 김진수 1소대장이 나섰다.

“2소대장. 왜, 남의 소대 일에 그리 궁금해하고, 관심이 많습니까.”

“뭐, 궁금할 수도 있죠. 왜 그러십니까.”

“2소대장.”

“네.”

“내가 알기로는 지금 근신 기간인 것으로 아는데······. 아닙니까?”

“아, 그게······.”

윤태민 2소대장의 얼굴이 굳어졌다. 지난번 오상진에게 개긴 이유로 일종의 근신처분이 내려졌다.

그렇다고 일을 아무것도 안 하거나, 자리만 지키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당분간 지켜보겠다는 말을 남겼다. 함부로 행동하지 말고 조심하라는 말도 함께 말이다.

그런데도 윤태민 2소대장이 조심성 없이 행동을 하자, 경고 차원으로 김진수 1소대장이 한마디 한 것이었다.

“아, 죄송합니다.”

윤태민 2소대장이 바로 사과를 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 상태로 인상을 찡그렸다.

‘핫, 시발. 지가 뭔데 나에게 이래라저래라 지랄이야.’

윤태민 2소대장이 속으로 구시렁거렸다. 그리고 홍일동 4소대장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진짜 무슨 일이지? 송윤태라면······ 설마······ 에이, 아니겠지.’

윤태민 2소대장이 서늘한 김진수 1소대장의 시선을 피하며 자리에 앉았다.

홍일동 4소대장이 면담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송윤태 상병은 홍일동 4소대장을 발견하고 움찔 놀랐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경례했다.

“충성.”

그런 송윤태 상병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송윤태······. 너 네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아니?”

그러자 송윤태 상병이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소대장님 저 진짜 억울합니다.”

“억울해? 뭐가 억울하지?”

“술 마시다가 걸린 것이 아니고, 그냥 치우려고 한 것뿐입니다.”

“치우려고 했다고?”

“네.”

“괜히 부대 돌아다니면 안 될 것 같아서 치우려고 했는데 김호동 하사가 뭐라고 한 것입니다.”

송윤태 상병이 혼자 면담실에 있으면서 쥐어짠 변명은 ‘내 것은 아니다, 다른 누군가의 것이다. 나는 그것을 치우려던 중이었을 뿐이다.’ 그렇게 말하면 될 줄 알았다. 평소의 홍일동 4소대장이라면 이렇게 말을 했을 것이다.

-그러냐? 알았다. 소대장이 알아서 처리하마.

평소의 홍일동 4소대장이라면 말이다. 하지만 오상진에게 호되게 야단을 맞은 홍일동 4소대장은 평소의 그가 아니었다.

“송윤태.”

“상병 송윤태.”

“넌 그런 말도 안 되는 것이 통할 거라고 생각했어?”

“······.”

“소대장이 한 말을 이해 못했나? 그 말이 통할 거라고 생각했냐고.”

“지, 진짜입니다. 소대장님 절 믿어주십시오.”

송윤태 상병은 이미 건너지 못할 강을 건넜다. 뒤는 돌아볼 수는 없었다. 어쨌든 앞으로 나가야 했다. 그 결과 무리수를 두게 되었지만······.

“진짜라고? 소대장이 그동안 가만히 있으니까, 바보 천치로 알지? 소대장이 정말 몰랐을 거라 생각했어? 뒤로 몰래 술을 마시고, 뒤에서 몰래 애들에게 담배를 팔고, 뒤에서 몰래 애들에게 잡지 책이나 주고. 그런 너를 소대장이 내가 믿으라고?”

순간 송윤태 상병의 말문이 턱하니 막혔다.

‘어, 어떻게 알았지?’

송윤태 상병의 커진 두 눈을 보며 홍일동 4소대장이 입을 열었다.

“소대장이 정말 아무것도 모를 거라 생각했어! 다 알고 있었지만 그냥 두고 본 것은 최소한 너희들이 적당히 할 것이라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다. 하아, 아니다. 이제 와 이런 말이 무슨 말이 필요하겠냐.”

홍일동 4소대장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송윤태, 윤태야.”

“사, 상병 송윤태.”

“우리 그냥 처벌 받자! 너도, 그리고 소대장도.”

“소, 소대장님······.”

송윤태 상병이 당황한 얼굴로 홍일동 4소대장을 바라봤다.

“나도 더 이상 이렇게 못 살겠다. 도대체 우리가 군대에서 뭐 하고 있는 거니? 너는 여기 4중대가 제대로 된 군대라고 생각하니? 정말 그렇게 생각해!”

홍일동 4소대장의 말에 송윤태 상병은 할 말이 없었다. 막말로 4중대라 함은 그냥 사고 친 놈들의 집합소였다.

한마디로 따지면 진정한 군대도 아니었다. 사실 훈련도 제대로 한 적이 없었다. 그냥 경계근무만 서고, 독립부대라서 그런지 그냥 대충대충 건성으로 훈련을 할 뿐이었다.

오죽하면 훈련시간보다 쉬는 시간이 많아서 꿀 빤다고 생각하는 병사들도 있었다.

물론 잔업은 정말 많은 편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잔업도 몰아서 하거나 빡세게 하는 것도 아니고, 설렁설렁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진짜 다른 중대 병사들도 4중대로 오고 싶어 하는 경우도 있었다.

“소대장님 살려주십시오.”

송윤태 상병이 말했다. 거의 울다시피 하며 부탁했다.

“진짜 저 이대로 영창 가기 싫습니다. 영창 가면 저의 군 생활도 늘어나지 않습니까.”

“영창 가기 싫어?”

“네.”

“너에게 이런 얘기하는 소대장의 심정은 어떨 것 같니.”

“하, 소대장님······. 그냥 좋게 넘어가시면 안 됩니까?”

“뭘 좋게 넘어가. 이미 중대장님도 알고 계시는데.”

“네? 중대장님도 말입니까?”

송윤태 상병은 두 손을 꽉 쥐었다. 눈알을 빠르게 굴리며 중얼거렸다.

“이, 이러면 안 되는데······.”

“송윤태.”

“상병 송윤태.”

“너, 이 일 네가 다 뒤집어쓸 거야?”

“제, 제가 말입니까? 아닙니다. 전 그저 돈 주고 산 것밖에 없습니다.”

“돈을 주고 산 거든 아니든. 팩트는 네가 소주를 몰래 반입해서 마셨다는 거야. 이건 변명의 여지가 없어. 알아!”

“소대장님, 저 어떻게 좀 안 됩니까?”

“송윤태! 소대장님 지금 너와 장난하는 것 같아!”

홍일동 4소대장이 무서운 얼굴로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제야 송윤태 상병이 움찔했다. 떨리는 눈동자로 홍일동 4소대장을 봤다. 그가 알던 예전의 홍일동 4소대장이 아니었다.

‘이, 이게 아닌데······.’

송윤태 상병은 그제야 상황을 인지했다.

“소대장님······. 왜 그렇게 무섭게 하십니까.”

“그러면 내 소대원이 말도 안 되는 짓을 했는데 소대장이 웃으며 말을 할까?”

“그건 아니지만······.”

“윤태 너도 조인범처럼 되고 싶어?”

그 말에 송윤태 상병의 정신이 번쩍 들었다. 조인범은 군사재판을 받은 다음에 구속이 되었고, 몇 달을 산후에 다른 곳으로 전출을 가게 되어 있었다.

그 사실은 곧바로 4중대에 전해졌다. 현재 군사재판을 받았고, 감옥에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송윤태 상병 역시도 조인범이 단순히 영창을 갔다가 전출을 갔을 것이라고는 믿지 않았다. 그런데 조인범과 똑같이 된다고 하니까, 소주 하나 때문에 인생을 조지고 싶지 않았다.

“살려주십시오, 소대장님. 저는 진짜 억울합니다.”

“억울해? 뭐가 억울하지?”

“저는 진짜 소주를 산 것밖에 없습니다.”

“그러니까, 누구에게 샀냐 말이야!”

쾅!

홍일동 4소대장이 버럭 소리를 지르며 주먹으로 탁자를 내려쳤다. 송윤태 상병이 화들짝 놀라며 탁자를 내려친 주먹을 바라봤다. 그러다 고개를 슬쩍 돌리며 낮게 중얼거렸다.

“이거 말하면 안 되는데······.”

“송윤태! 소대장 두 번 말하지 않는다.”

“진짜 말하면 안 됩니다.”

“그래? 그럼 말하지 마. 소대장은 지금 당장 중대장님께 가서 네가 소주를 반입했다고 할 테니까.”

홍일동 4소대장은 대화가 끝이 났다는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자 송윤태 상병이 바로 일어나 불렀다.

“소대장님. 진짜 저에게 왜 그러십니까.”

“야, 송윤태. 너야말로 소대장에게 왜 그래? 넌 소대장이 만만하니? 내가 그렇게 우스워? 아니면 소대장이 좋은 얼굴로 웃으면서 잘 대해주니까. 그냥 막 대해도 되는 줄 알지? 너 때문에 소대장은 군복을 벗어야 할지도 몰라. 진급 점수? 아마 포기해야 할 거야. 그런데 넌······. 이 개자식아!”

그 말에 송윤태 상병이 움찔 놀랐다. 홍일동 4소대장이 자신에게 욕을 한 것도 놀랐지만, 그보다 자신 때문에 군복을 벗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었다.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송윤태 상병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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