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46)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080화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46)
장석태 대위는 두 개의 엄지손가락을 올리며 기뻐했다. 박은지가 새초롬해지며 말했다.
“교복만 예쁜 거죠?”
“무, 무슨 소리야. 은지 씨가 더 예뻐. 완전 예뻐!”
“칫······.”
박은지도 싫지는 않았다. 그리고 자신의 옆자리를 손으로 통통 쳤다.
“이리 와요.”
“으응, 알았어.”
장석태 대위가 냉큼 옆에 앉았다. 박은지가 가만히 장석태 대위를 안았다.
“고마워요. 언제나 날 도와줘서.”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여자 친구 일이 내 일이고, 이건 당연한 일이야.”
“진짜 그렇게 생각해요?”
“그럼!”
“좋았어. 그럼 오늘 내가 서비스 풀로 해줄게요.”
장석태 대위가 잔뜩 기대하는 눈빛이 되었다.
“진짜?”
“네. 기대해도 좋아요.”
그렇게 두 사람이 뜨거운 밤을 보냈다.
다음 날 아침 윤태민 2소대장은 중대에 출근하자마자 홍민우 작전과장의 부름을 받았다.
“네, 과장님. 좋은 아침입니······.”
“야이, 새끼야!”
홍민우 작전과장의 호통소리에 화들짝 놀란 윤태민 2소대장이 당황한 듯 눈동자를 굴렸다.
“왜, 왜 그러십니까?”
“너 이 새끼야. 나 엿 먹이려고 작정했니? 아니면 부하에게 개쪽을 당해보라고 그런 거야?”
“네?”
“네가 지금 날 엿 먹이려고 작정한 거잖아.”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 새끼야! 진짜 여자 친구잖아!”
“네?”
“그 사진! 진짜 여자 친구라고!”
“그게 무슨······.”
윤태민 2소대장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아니, 홍민우 작전과장이 크게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됐다. 당황한 모습의 윤태민 2소대장을 향해 홍민우 작전과장이 소리쳤다.
“너 이 새끼야. 교복 입으면 다 여고생이야? 교복 입고 있으면 다 여고생이냐고!”
“아, 아닙니까? 그럼 그 교복 입은 여자가······.”
“그래, 새끼야! 내가 어제 얼마나 개망신을 당한 줄 알아?”
홍민우 작전과장의 큰소리에 윤태민 2소대장은 당황하며 말했다.
“죄, 죄송합니다. 그것도 모르고······.”
“이 새끼야. 정보로 가져오려면 제대로 확인을 했어야지. 그것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고 날 개망신을 줘!”
“과장님 저 진짜 몰랐습니다.”
“됐고! 너, 너 이 새끼. 가만 안 둬. 내가 절대로 너 가만 안 둬.”
홍민우 작전과장이 눈을 부라리며 윤태민 2소대장을 노려봤다. 그 모습을 보는 윤태민 2소대장이 속으로 생각했다.
‘하아, 시발. 좆됐다.’
윤태민 2소대장을 쫓아내고, 홍민우 작전과장이 고민했다. 이 일을 어떻게 수습을 해야 할지 잘 몰랐다. 자신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고 그 사진만 보고 원조교제라고 확신을 했으니 말이다.
오상진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지 얼굴이 화끈거릴 지경이었다. 아니, 단순히 오해만 했다면 다를 수 있었다.
그저 선배가 후배를 불러 타이르는 정도로 했으면 되었다. 그러면 그냥 웃고 넘어갈 에피소드가 될 수 있었다.
그런데 그것을 약점 잡아서 전출을 가라고 했다.
‘하아, 내가 너무 성급했어. 너무 성급했어.’
오상진이 이 일을 문제 삼으면 홍민우 작전과장 역시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최악의 경우에는 송일중 대대장에게까지 영향을 미칠지도 몰랐다.
“그렇게 되게 둘 수는 없지.”
홍민우 작전과장이 생각을 굳힌 후 수화기를 들었다. 곧장 오상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충성, 4중대장입니다.
“어, 그래. 4중대장.”
-그렇지 않아도 연락드리려고 했는데 말입니다.
“내가 했으니 됐네. 그보다 점심 때 시간 내줘.”
홍민우 작전과장은 약간 풀이 죽은 목소리로 물었다.
-네. 알겠습니다. 제가 부대로 찾아뵙겠습니다.
“어, 그래.”
홍민우 작전과장이 바로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후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작전장교가 들어왔다.
“과장님 무슨 고민 있으십니까?”
“아니야. 신경 꺼.”
“네.”
홍민우 작전과장은 답답한지 사무실을 나가 흡연실로 갔다. 그곳에서 담배를 피우며 어제 일을 생각했다.
“참 신기해. 어떻게 그렇게 딱딱 맞춰서 굴러가지?”
홍민우 작전과장은 찬찬히 되뇌었다.
“장 대위가 거길 어떻게 알고 왔지? 또 기자 출신의 박은지까지. 그리고 여자 친구는 왜 교복을 입고 나타났지?”
홍민우 작전과장은 왠지 오상진이 판을 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당장 오상진에게 뭐라고 할 수도 없었다. 자신이 너무 서둘렀다는 것은 사실이고, 제대로 확인을 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었다.
“하아, 그래. 나의 실수다. 윤태민 그 녀석 말만 믿고,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내 실수!”
홍민우 작전과장이 담배를 길게 빨았다.
“후우, 오상진이 역시 만만치가 않아.”
그날 점심 무렵 오상진이 부대로 찾아왔다. 곧장 홍민우 작전과장을 찾아갔다.
“충성. 식사하셨습니까.”
“식사는 뭐······. 그냥 여러 말 하지 않겠네. 제대로 알아보지도 못하고 자네에게 그런 말을 해서 진심으로 사과하네.”
홍민우 작전과장이 먼저 사과를 했다. 여기서 오상진이 또 옹졸하게 사과를 받지 않으면 안 되었다.
오상진이 홍민우 작전과장을 썩 좋아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고작 이런 문제를 홍민우 작전과장의 발목을 잡고 싶지도 않았다.
하물며 이 일이 커져봐야 오상진 스스로에게도 좋을 것이 없었다. 괜히 여자 친구에게 교복을 입혀 데이트한다는 좀 이상한 소문이 날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보다 오해는 다 풀리신 겁니까?”
“그래. 미안하게 됐네. 내가 윤 소위 말을 너무 믿었어.”
“아, 윤 소위 말입니까?”
“왜? 모르고 있었나?”
“아닙니다. 대충은 알고 있었습니다.”
“하아······.”
홍민우 작전과장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어쩌다가 그런 놈의 말을 믿어서는······. 정말 미안하네.”
홍민우 작전과장은 현재 이 일을 윤태민 2소대장에게 다 떠넘기고 있었다.
한마디로 난 윤태민 2소대장이 그 사진을 보여주지 않았다면 자네에게 그러지 않았어, 그런 식으로 말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오상진도 그런 홍민우 작전과장의 말을 이해했다. 여기서 더 공론화시켜 봤자, 오상진 너는 소대장에게 신임도 얻지 못한 중대장이 되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오상진도 그냥 물러설 수는 없었다.
“대신에 과장이 저도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조건?”
홍민우 작전과장의 눈빛이 가늘어졌다.
“말해봐.”
“이민식 대위를 빨리 다른 곳으로 보내주십시오. 계속 지금 영내 대기 중이지 않습니까.”
“이 대위는 왜?”
홍민우 작전과장이 살짝 인상을 쓰며 물었다. 오상진이 바로 말했다.
“이 대위가 3소대장을 자꾸 여자로 대합니다. 군인으로 대하지 않고 말입니다.”
“뭐? 그게 뭔 소리야?”
오상진이 슬쩍 둘러서 얘기를 했다.
“이민식 대위가 박윤지 3소대장이 처음 왔을 때 잘 적응하지 못하고 그런 상태일 때 많이 챙겨 줬습니다. 그 이후 이 대위의 집착이 있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틈만 나면 술 마시자고 불러내고 그럽니다.”
“그래서 두 사람이 남녀 관계란 이 말이지?”
“그것까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 상태로는 박윤지 3소대장이 많이 힘들어합니다. 억지로 이민식 대위에게 끌려다니는 모습이었습니다.”
“흐흠······. 오케이. 자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했네. 그렇지 않아도 이민식 대위 조만간 처리할 생각이었네. 사실 아직 공석인 2중대장으로 올 사람이 정해지지 않았거든. 하지만 곧 정해진다고 연대에서 통보가 왔네.”
“네. 최대한 빨리 정리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상진이 재촉하며 말했다.
“알았어. 그리고 또 있나? 원하는 것이 있으면 빨리 말해.”
“아닙니다. 그것밖에 없습니다.”
홍민우 작전과장이 그런 오상진을 보며 코웃음을 쳤다.
“흥, 진짜 그것뿐이야?”
“네.”
“알았어. 내가 다른 것은 몰라도 이민식 대위는 확실하게 처리해 주지.”
그 말이 끝나고 난 후 이틀이 지나고 갑작스럽게 이민식 대위의 전출 명령이 떨어졌다.
이민식 대위는 곧바로 박윤지 3소대장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박윤지 3소대장은 그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민식 대위의 전출 소식을 접한 윤태민 2소대장은 몸을 바짝 낮췄다.
“아니, 왜 이 대위가 전출을 가는 거지? 설마 이것도 오상진 작품인가?”
윤태민 2소대장은 진심으로 놀랐다.
“도대체 무슨 뒷배가 있기에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 거지?”
그러다가 짜증 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아니, 이 대위 덕분에 박 소위를 어떻게 해보나 했더니······. 완전 엿같이 됐네.”
윤태민 2소대장의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그 이후 윤태민 2소대장 역시 열심히 군 생활에 임했다. 지금 상황에서는 절대로 오상진의 눈 밖에 나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하게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상진은 윤태민 2소대장을 그냥 보내줄 생각이 없었다.
‘윤태민······ 윤태민······. 우리 중대의 암적인 존재. 빨리 처리를 해야 하는데······.’
오상진은 사무실 창가에 서서 고민을 했다. 그때 문 두드리는 소리에 오상진이 고개를 돌렸다. 문이 열리며 김호동 하사가 들어왔다.
“충성.”
“오오, 김 하사. 어쩐 일이야?”
오상진은 김호동 하사를 반갑게 맞이했다. 김호동 하사는 뭔가 비장한 얼굴로 물었다.
“중대장님 잠깐 시간 되십니까?”
“시간? 넉넉하지. 무슨 일인데?”
“제가 윤태민 2소대장의 꼬리를 잡았습니다.”
“오호, 그래요?”
오상진이 눈빛을 반짝였다.
점심시간.
송윤태 상병만 내무실에 앉아 있었다. 내무실이 텅텅 빈 것을 확인한 송윤태 상병이 중얼거렸다.
“다들 갔지?”
송윤태 상병은 관물대 맨 위 군장을 꺼냈다. 그곳에는 A급 생활용품들이 들어있었는데 그것을 들춰내자 푸른색 감도는 병 하나가 나왔다.
“어디 보자 얼마나 남았나?”
그런데 푸른색 병 안에는 거의 바닥을 보이는 술이 남아 있었다.
“뭐지? 어제 확인했을 때는 분명 더 많이 남아 있었는데······.”
송윤태 상병이 인상을 찡그렸다.
“아이, 젠장······. 짜증 나네. 이게 하나에 얼마짜리인데······.”
송윤태 상병이 투덜거렸다. 그러다가 임정규 이병이 내무실로 들어왔다. 송윤태 상병은 내무실 문이 열리자 화들짝 놀라며 빠르게 푸른색 병을 숨겼다. 그러나 임정규 이병인 것을 알고 버럭 화를 냈다.
“야 이, 새끼야! 놀랬잖아.”
“죄, 죄송합니다.”
임정규 이병 역시 깜짝 놀랐다.
“너 밥 먹으러 안 갔어?”
“지, 지금 수저 챙겨서 가려고 합니다.”
“뭐 한다고 이제 가는 거야!”
송윤태 상병이 괜히 성질을 냈다. 임정규 이병이 다시 사과를 했다.
“죄송합니다.”
그러면서 임정규 이병이 힐끔거리는 것은 멈추지 않았다. 사실 임정규 이병은 솔직히 수저를 챙겼다. 일부러 수저를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을 하고는 다시 내무실로 온 것이다.
송윤태 상병이 밥 먹으러 안 간다고 했을 때 무슨 짓을 하는지 확인을 하려고 말이다.
그런데 역시나 송윤태 상병의 손에는 자연스럽게 푸른색 병인 소주병이 들려 있었다.
임정규 이병은 괜히 관물대를 열어 수저를 챙기는 척했다. 그 모습을 힐끔 보던 송윤태 상병이 불렀다.
“야, 임정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