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45)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079화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45)
“어어, 자기 인사해. 이분은 오 대위 부대 작전과장님. 홍민우 소령님이셔.”
“아, 오 대위님의 상사시구나. 안녕하세요. 장석태 대위 여자 친구 박은지라고 해요.”
“아, 네에······.”
홍민우 작전과장이 당황했다. 자신이 굳이 장석태 대위 여자 친구와 인사를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뒤이어 장석태 대위의 보충 설명이 이어졌다.
“아, 제 여자 친구는 대한일보 기자로 있습니다.”
“기자?”
순간 홍민우 작전과장의 눈이 커졌다.
‘이 타이밍에 기자?’
홍민우 작전과장은 뭔가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던 박은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무슨 얘기를 나누셨어요? 아니면 재미난 얘기라도 나누셨어요? 괜찮다면 저에게도 알려주세요. 요새 저 기삿거리 없어서 죽겠다고요.”
박은지 그 말에 홍민우 작전과장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지며 오상진을 바라봤다.
오상진은 그런 홍민우 작전과장을 보며 멋쩍게 웃었다. 그러고 있는데 다시 가게 입구 문이 열리며 교복 입은 여자가 들어왔다.
그 여자를 바라보던 홍민우 작전과장의 표정이 멈칫했다.
“어?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데?”
홍민우 작전과장은 곧바로 떠오르는 기억이 있었다. 바로 조금 전 오상진에게 보여줬던 사진 속 그녀였다. 홍민우 작전과장의 시선이 다시 오상진에게 향했다. 마치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묻는 것 같았다. 그런데 한소희가 오상진에게 다가와 두 팔을 벌렸다.
“쨔잔!”
그 뒤로 오상진의 어색한 연기가 펼쳐졌다.
“어우, 이런······. 소희 씨. 여긴 무슨 일이세요?”
오상진은 당황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한소희는 순간 멈칫했다.
‘뭐야, 자기가 불러놓고······.’
그런데 맞은편에 있는 홍민우 작전과장을 슬쩍 보더니 이내 미소를 지으며 자연스럽게 연기를 시작했다.
“어머, 자기 보고 싶어서 언니 차 얻어타고 내려왔지. 언제 끝나요?”
“어어, 얘기는 다 끝났는데······.”
오상진이 슬쩍 홍민우 작전과장을 바라봤다. 그도 역시 지금 무슨 상황인지 빠르게 파악하려고 하고 있었다.
오상진이 환한 얼굴로 한소희에게 말했다.
“아! 자기야, 인사드려. 우리 작전과장님.”
한소희가 바로 홍민우 작전과장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오상진 대위 여자 친구 한소희라고 해요.”
“네, 반갑습니다.”
홍민우 작전과장이 어색하게 인사를 했다. 그러다가 한소희의 교복 입은 모습을 보며 의아해했다. 한소희도 살짝 당황하며 말했다.
“아, 저 교복 입고 있다고 오해하지 않았으면 해요. 저 고등학생 아니고요. 대학원생이에요. 그리고 요즘 교복 입고 데이트하는 것이 유행이라······. 저도 동참해 봤어요.”
한소희는 붉어진 얼굴로 자신이 교복을 입은 이유를 댔다. 그제야 홍민우 작전과장은 뒤통수를 망치로 얻어맞은 것처럼 강한 충격이 전해졌다.
‘뭐야. 그럼 그 사진 속 교복 입은 여자가 진짜 여자 친구였어?’
홍민우 작전과장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그러곤 세차게 고개를 흔들고는 사진 속 그 모습을 다시 떠올려봤다.
‘맞아. 그 사진 속 그 여자가 확실해. 어쩐지 그 사진을 보던 오 대위가 크게 당황하지 않았어.’
홍민우 작전과장의 시선이 오상진에게 향했다. 막상 상황이 이렇게 되고 보니, 스스로도 그 사진이 크게 와닿지 않았다. 교복은 입고 있던 여자가 고등학생답지 않고 여성스러워 보였던 것이다.
‘하아······. 이런 멍청이!’
홍민우 작전과장은 속으로 스스로를 욕했다. 한소희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박은지가 대뜸 말했다.
“예쁘네······. 느낌이 좀 달라. 자기야, 나도 교복 한번 입어볼까?”
장석태 대위 눈이 번쩍 떠졌다.
“진짜? 나야 당연히 땡규지!”
“어후 저렇게 좋아하는 것을 보니, 나는 못 입겠다.”
“아, 왜에······.”
그런 커플을 보던 홍민우 작전과장이 살짝 어처구니없어했다. 그러다가 오상진을 불렀다.
“4중대장.”
“네.”
“나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겠네.”
“네. 그럼 내일 찾아뵙겠습니다.”
“어어, 그래.”
홍민우 작전과장이 대충 인사를 하고는 서둘러 그곳을 벗어났다. 그 모습을 보며 장석태 대위가 피식 웃었다.
“하하하, 저 표정 봤어? 얼빠진 저 얼굴?”
“그러게요.”
박은지도 바로 호응을 해줬다. 한소희가 자리에 앉으며 물었다.
“그런데 작전과장님이 뭐라고 그래요?”
“별 얘기 없었어요. 그냥 일 크게 만들지 말고 전출 가라고 하네요.”
“어멋! 웃기네. 교복데이트 2번 했다가 아예 옷까지 벗으라고 하시겠네.”
“그러게 말이야.”
박은지도 바로 말했다. 그런데 오상진은 두 사람의 얘기가 귀에 들리지 않는 듯했다. 한소희를 위아래로 훑으며 말했다.
“소희 씨. 설마 이 상태로 내려온 거예요?”
“아니요. 옷은 따로 있고요. 화장실에서 갈아입고 왔어요.”
“아. 그래요.”
“왜요? 계속 입고 있을까요?”
“아뇨. 이런 오해는 한 번이면 족한 것 같아요. 진짜 진심으로 생각을 해봐야겠어요. 교복을 입었더니 너무 어려 보여서······.”
“아, 진짜! 뭐예요.”
그런 두 사람을 보며 박은지가 부러운 눈이 되었다.
“진짜 부럽다. 우리 남친은 나 보면 야한 짓 할 생각밖에 없던데.”
“어험······. 대한민국 군인으로서 당연한 거 아닌가? 이렇게 예쁜 사람이 더 예뻐지고 귀여워지는데 어떤 남자가 그걸 그냥 내버려 둬!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은 고자나 다름이 없어! 암!”
장석태 대위가 당당하게 말했다. 그러자 박은지 슬쩍 말했다.
“그럼 오 대위는 고자겠네.”
“어멋! 언니!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말을 해요. 우리 상진 씨 밤에는 얼마나 짐승이······.”
“소, 소희 씨······.”
오상진이 당황했고, 그 모습을 또 놓칠 장석태 대위가 아니었다.
“오호라, 짐승? 그렇구나, 짐승······ 어흥!”
“노, 놀리지 마세요.”
한소희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부끄러워했다. 오상진도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자자, 밥부터 먹죠. 밥! 여기 고기 진짜 예술입니다. 끝내줘요.”
오상진은 서둘러 손을 들어 주문을 했다.
“이모! 주문요.”
이모가 주문을 받으러 왔다. 앉아 있는 한소희를 보며 깜짝 놀랐다.
“어머, 이렇게 예쁜 고등학생은 누굴까? 친오빠 면회 왔나?”
그러자 한소희가 웃으며 말했다.
“저 고등학생 아니에요. 그냥 집에 있던 교복 입고 나온 거예요.”
“어머나! 진짜? 난 고등학생인 줄 알았네.”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제가 곧 결혼할 사람입니다.”
“그래? 어이구, 이렇게 예쁜 여자 친구가 있었어요, 중대장님?”
“네.”
“좋겠다.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봐.”
“하하하.”
“조금만 기다려요. 금방 고기 줄 테니까.”
“네.”
이모가 환한 얼굴로 부엌으로 갔다. 오상진은 주문을 마치고 박은지를 봤다.
“참, 은지 씨.”
“네.”
“저에게 물어볼 것이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아, 조인범 상병 말이에요. 어느 부대로 전출 갔는지 알고 있어요?”
“지금은 모릅니다. 하지만 알아볼 수는 있어요. 그런데 알려주지 않아요?”
“네. 무슨 일인지 조인범 상병에 관한 일은 꽁꽁 싸매고 있더라고요. 치사하게······.”
“그래요? 재미있네.”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장석태 대위 역시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
“보나 마나 어느 부대에서 꿀 빨고 있을 겁니다. 원래 그런 애들은 제대할 때까지 사고 안 칠 애가 아닙니다.”
“그건 그래요.”
“그보다 설마 그 얘기를 물어보려고 내려온 거예요?”
“겸사겸사죠. 이렇게 넷이 밥도 먹고 좋잖아요.”
오상진은 박은지의 표정을 살폈다. 이것 말고도 뭔가 얘기를 하고 싶은데 한소희 때문에 말을 못 하는 눈치였다.
“네. 일단 식사부터 하죠.”
“그래요.”
오상진과 장석태 대위는 열심히 고기를 구웠다. 여자들은 상추쌈에 행복해하며 연신 맛있게 먹었다.
“어머, 진짜 맛있어.”
“완전 대박이네요.”
그런 두 사람을 보며 남자 둘도 미소를 띠며 식사를 했다.
식사를 다 마친 한소희는 교복도 갈아입고 나왔다. 그렇게 네 사람은 근처 커피숍으로 이동해 밀린 얘기를 했다. 그러다가 슬쩍 시간을 확인했다. 저녁 8시가 넘어가는 시간이었다.
“자, 어떻게 할래요? 우리 술이나 한 잔 더 할까요?”
장석태 대위가 물었다.
“에이, 이제는 커플끼리 서로서로 찢어집시다.”
오상진이 실실 웃으며 말했다. 장석태 대위가 깜짝 놀랐다.
“잉? 벌써 찢어져? 아니, 이렇게 만나기도 쉽지 않은데 좀 더 같이 놀지.”
그러자 바로 박은지가 장석태 대위의 옆구리를 손가락을 찔렀다.
“좀, 눈치는······. 우리야 자주 보지만 저 커플은 자주 못 보잖아요. 왜 그렇게 생각이 없어요.”
“아, 맞다. 맞다. 그렇지. 그럼 여기서 끝!”
장석태 대위와 박은지가 일어났다.
“그럼 오 대위. 즐거운 시간 보내.”
장석태 대위가 한쪽 눈으로 윙크한 후 박은지와 함께 헤어졌다. 한소희도 두 사람을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를 했다. 그러다가 오상진을 돌아봤다.
“뭐예요? 진짜 우리 집에서 같이 잘 생각이었어요?”
아까 헤어질 때 오상진이 말했다. 정 잘 데가 없으면 자신의 아파트로 오라고 말이다. 빈방 하나 있다고 그 말에 한소희가 발끈해서 말한 것이다.
“아니, 말이 그런 거죠. 내가 말 꺼내지 않았으면 분명 장 대위님이 먼저 꺼냈을 겁니다. 그런 전 거절도 못 하잖아요.”
“그건 인정! 그보다 살다 보니 별일이 다 있네요.”
“그렇죠? 그보다 소희 씨 일 없었어요?”
“그렇지 않아도 오늘은 좀 한가했어요. 그래서 내일도 큰일이 없는데 상진 씨 보러 갈까? 생각을 했어요. 때마침 일이 이렇게 될 줄 몰랐네요.”
“나도 우리 소희 씨 봐서 좋네요.”
오상진이 환하게 웃었다.
“자, 우리도 일어나요.”
“네.”
오상진과 한소희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두 사람은 손을 잡고는 거리를 걸어갔다.
한편 그 시각.
장석태 대위와 박은지는 근처 호텔에 투숙했다. 말이 호텔이지 모텔이나 다름이 없었다.
솨아아아악.
샤워기 소리가 끊어지고 먼저 씻고 나온 박은지가 나왔다. 침대에 누워 TV를 보고 있던 장석태 대위를 쳐다보고는 말했다.
“얼른 씻어요.”
“어, 나 이것만 보고!”
“스읍! 얼른 씻어요.”
“아, 알았어.”
“구석구석 깨끗이, 지난번처럼 대충 씻으면 내 옆에도 못 오게 할 거예요.”
“네네, 알겠어요. 으으, 저 잔소리······.”
장석태 대위가 투덜거리며 샤워실로 들어갔다. 박은지의 말처럼 구석구석 비누칠을 하며 깨끗하게 씻고 나왔다. 그런데······.
“엇?”
장석태 대위가 흠칫 놀랐다. 침대에는 어느새 교복으로 갈아입은 박은지가 앉아 있었다.
“누, 누구······.”
“아, 진짜 나 부끄럽단 말이야. 장난치지 마.”
진짜로 박은지는 목덜미까지 붉게 물들이며 부끄러워했다. 그래도 남자 친구에게 보여주려고 이런 이벤트를 한 것이었다.
“미안, 미안. 너무 예뻐서······. 그런데 언제 준비했어?”
“그냥요. 아까 소희가 교복 입는다고 해서 준비해 봤어요.”
“그건 은지 씨 실제 교복?”
“네. 이거 실제 학교 교복은 아니고 필요해서 하나 장만한 거예요. 어때요? 괜찮아요?”
“완전! 진짜 완전! 소희 씨보다 더 예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