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44)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078화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44)
“네, 그것이······.”
“이해는 해. 솔직히 같은 소대장들끼리 그런 거 가지고 왈가불가할 수도 없는 일인 거 말이야. 그런데 1소대장.”
“네.”
“내가 자네에게 권한을 줬잖아. 그래서 이제부터라도 자네가 주도적으로 했으면 좋겠어.”
“네, 알겠습니다. 중대장님.”
“그래. 그만 나가봐.”
“충성.”
김진수 1소대장이 경례를 하고 중대장실을 나왔다. 몸을 돌려 행정실로 가는데 윤태민 2소대장이랑 박윤지 3소대장 두 사람이 얘기를 나누는 것 같았다.
“무슨 얘기를 나누고 있지?”
김진수 1소대장의 눈빛이 가늘어졌다.
한편, 윤태민 2소대장과 박윤지 3소대장은 서로 인상을 쓰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3소대장 자꾸 이럴 겁니까?”
“뭐가 말입니까?”
“진짜 후회 안 할 겁니까?”
윤태민 2소대장이 다그치듯 묻었다. 그때 김진수 1소대장이 다가와 말했다.
“2소대장 여기서 뭐 하나?”
윤태민 2소대장이 움찔하며 바로 박윤지 3소대장에게서 떨어졌다.
“아, 네에. 3소대장이랑 잠깐 얘기 좀 나누고 있었습니다.”
방금 전 오상진에게 얘기를 들은 김진수 1소대장이었다.
“근무 시간에 밖에서 얘기하지 말고 빨리 들어와.”
“잠깐이면 됩니다. 먼저 들어가십시오.”
김진수 1소대장의 표정이 굳어졌다.
“2소대장. 내 입으로 두 번 말하게 할 건가?”
“아, 또 왜 그러십니까.”
윤태민 2소대장이 살짝 인상을 썼다. 김진수 1소대장이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이봐, 윤태민! 진짜 오냐, 오냐 하니까. 내가 우스워!”
“그, 그건 아닙니다.”
김진수 1소대장이 윤태민 2소대장을 똑바로 바라보며 박윤지 3소대장을 불렀다.
“3소대장.”
“네.”
“자네도 2소대장이랑 어울리지 마. 지금 부대에서 뭐 하는 건가. 또 한 번 내 눈에 띄면 둘 다 보고해서 징계 먹일 거야.”
“네, 알겠습니다.”
박윤지 3소대장이 바로 행정실로 들어갔다. 솔직히 박윤지 3소대장은 다른 때 같으면 저런 소리를 듣고 짜증이 났을 것이다.
하지만 박윤지 3소대장도 대충 느낄 수 있었다. 김진수 1소대장이 자신을 챙겨 주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김진수 1소대장이 윤태민 2소대장에게 말했다.
“제발. 2소대장. 일 좀 해. 일 좀! 언제까지 소대 일을 부 소대장에게 다 맡길 거야.”
“일하고 있습니다.”
“하고 있기는······. 어제도 밤늦게까지 술 퍼마셨다면서!”
“어, 그게······.”
“하아, 진짜. 잘하는 짓이다. 잘하는 짓이야.”
김진수 1소대장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윤태민 2소대장을 밀치며 행정실로 들어갔다. 그런 김진수 1소대장을 보며 윤태민 2소대장은 속으로 어이없어했다.
‘와, 미쳐 버리겠네. 두고 봐. 언제까지 그렇게 당당할 수 있는지 보자. 내가 오상진과 너희 둘 다 모가지 날린다.’
윤태민 2소대장이 어금니를 깨물었다.
그날 저녁 오상진은 홍민우 작전과장과 부대 근처 가장 맛있는 삼겹살집으로 초대했다. 오늘따라 그 집에 사람도 많았다. 가게 안으로 들어온 홍민우 작전과장은 주변을 확인하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음, 이곳인가? 그런데 난 조용한 곳에서 얘기를 할까 했는데······.”
홍민우 작전과장의 말에 오상진은 짐짓 당황한 얼굴이 되었다.
“어? 같이 식사를 하려고 했던 것이 아닙니까? 저는 식사도 생각을 해서 이곳으로 온 것인데······.”
“아니야, 아니야! 식사도 좋긴 한데 우리가 편안하게 밥을 먹고 얘기하기보다는 그냥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까 해서 말이지. 그냥 식사 전에 소주부터 한잔할까?”
솔직히 홍민우 작전과장하고 편하게 마주 앉아 밥을 먹고 싶지 않았다. 그냥 빨리 자신의 할 말만 하고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다.
“이모, 여기 소주부터 주십시오.”
“소주요? 고기는 안 드시고?”
“식사는 조금 이따가 하겠습니다.”
“아, 그래요. 그럼······. 어떻게 된장찌개라도 하나 드릴까?”
“네, 부탁드립니다.”
“알았어요.”
잠시 후 소주하고 소주잔, 그리고 기본적인 밑반찬이 나왔다. 오상진은 곧바로 소주 뚜껑을 까서는 내밀었다.
“한 잔 받으십시오.”
“어, 그래.”
홍민우 작전과장이 곧바로 소주를 건네받고는 말했다.
“자네도 한 잔 받지.”
“네, 과장님.”
두 사람의 잔에 소주가 따라지고 누가 뭐라고 할 것도 없이 잔을 부딪친 후 입으로 가져갔다.
“크으······.”
빈속이라 그런지 살짝 부대끼는 느낌이 들었다. 오상진은 오이를 막장에 찍어 오도독 씹었다. 홍민우 작전과장은 당근을 먹었다.
“4중대장.”
“네.”
“4중대는 어때?”
“지금 열심히 파악 중에 있습니다.”
“아직까지 파악 중이야? 자네 부임한 지 얼마나 되었는데······.”
“죄송합니다. 제가 아직 능력이 부족해서 말입니다.”
오상진을 말을 하고는 멋쩍게 웃었다. 그 웃음을 본 홍민우 작전과장이 속으로 말했다.
‘능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자꾸 뭔가 하나라도 찾아서 헤집으려고 그러니까, 그렇지.’
홍민우 작전과장은 오이를 집어서 입으로 가져갔다. 살짝 쓴웃음을 짓던 홍민우 작전과장이 입을 열었다.
“그런데 4중대장.”
“네.”
“지난번에 듣기로는 여자 친구 있다고 했었지.”
“네. 있습니다.”
“여자 친구가 있는데······ 그래도 되는 건가?”
“네?”
오상진은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 친구가······. 설마 내가 모를 것이라 생각했어?”
“과장님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것인지······.”
“어허, 이 친구 끝까지 발뺌이네.”
홍민우 작전과장은 솔직히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난감했다.
그것보다는 갑자기 웃음이 터질 것 같아서 꾹 참았다. 그렇다고 여기서 웃을 수는 없었다. 또한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는 것도 웃긴 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판은 벌여놨는데 나중에 일이 잘못되면 그 또한 굴욕적일 수 있었다.
“제가 발뺌을 한다니······. 과장님 저는 지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이 친구가······. 자, 이걸 봐.”
홍민우 작전과장이 휴대폰을 꺼내 사진첩에서 사진을 찾아 내밀었다. 오상진이 휴대폰을 받아서 사진을 확인했다. 그곳에 환하게 웃고 있는 한소희가 있었다.
“이래도 발뺌을 할 텐가.”
“아, 이건······.”
오상진을 말을 하려는데 홍민우 작전과장이 바로 말을 자르며 자기 말을 했다.
“솔직히 자네에게 변명을 들으려고 이 자리에 온 것이 아니야. 물론 그럴 수도 있어. 나도 알아! 장교들 중에서 따로 애인을 만들 수도 있어. 나도 아는데······. 최소한 4중대장은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
“과장님······.”
오상진이 조심스럽게 홍민우 작전과장을 불렀다. 그러나 홍민우 작전과장은 오상진의 부름에도 자기 말만 내뱉었다.
“4중대장이 뭐라고 그랬나. 조인범 상병이 그 난리를 쳤을 때 내가 그랬지. 조용히 넘어가자고, 그때 자네가 뭐라고 그랬나. 자꾸 이런 일을 좋게, 좋게 넘어가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자네 입을 직접 말하지 않았나. 안 그래?”
오상진이 가만히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렇게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비슷하게 말을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이 일은 커져 봐야 얼굴만 붉히는 일이니까. 자네가 다른 부대로 가는 걸로 해서 이 일을 마무리 짓도록 하지.”
“네? 그럼 전출 말입니까?”
“맞아. 전출. 왜? 전출이 싫어? 그럼 내 입으로 이 일을 공론화시켜야겠어? 자네, 이 일이 공론화되면 자네를 여기로 보낸 윗분들의 심기도 많이 불편해할 거야. 그래도 괜찮겠나?”
홍민우 작전과장이 마치 오상진을 구제하는 듯이 말을 했지만 오상진도 그가 왜 이러는지 알고 있었다.
사실 이 문제를 키운다고 해서 어차피 덮일 가능성도 있었다. 이런 식으로 따져서 바람피우는 장교들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일을 들쑤시면 반대편에서 똑같이 문제 삼을 수 있었다. 비위가 있는 장교들을 걸고넘어질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서로 물어뜯는 진흙탕 싸움이 되는 것이었다.
서로에게는 엄청 좋지 않은 악수였다. 그래서 홍민우 작전과장은 오상진이 알아서 떠나주길 바라는 것이었다.
적어도 17보병 연대에서 사라져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도움이 되었다. 오상진이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꼭 이렇게까지 하셔야겠습니까?”
“이 친구가 내가 지금 자네 사정 봐주고 있는 거 모르겠어?”
“······.”
오상진이 잔뜩 굳은 얼굴로 홍민우 작전과장을 바라봤다. 홍민우 작전과장 역시 오상진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그렇게 잠깐 바라볼 때 가게 문이 열리며 군복 입은 장교 한 명과 늘씬한 아가씨가 입구를 통해 들어왔다.
그때 홍민우 작전과장이 자연스럽게 시선이 입구 쪽으로 향했다. 시선이 아가씨를 향했다가 군복 입은 장교로 눈이 돌아갔다. 그런데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었다.
‘어? 낯설지가 않네.’
그런데 그 사람이 오상진과 홍민우 작전과장이 있는 곳으로 걸어왔다. 장석태 대위가 반가운 얼굴로 말했다.
“어? 오 대위. 여기 있었네.”
그러곤 바로 앞에 앉아 있는 홍민우 작전과장에게 향했다. 계급이 소령이라 바로 경례를 했다.
“충성.”
“네, 그래요.”
홍민우 작전과장의 시선이 장석태 대위의 이름표로 향했다.
“장석태······ 대위? 잠깐 그럼 혹시?”
“아, 네에. 제 아버님 성함이 장, 진 자 기자를 쓰십니다. 현재 육본에 계시고 말입니다.”
장석태 대위가 웃으며 대답했다. 여태까지 자신의 아버지 이름을 말하고 다니지 않았다.
아니, 그걸로 어떤 권력조차 휘두르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그래야 할 것만 같았다. 홍민우 작전과장이 당황하며 말했다.
“아이고 그렇습니까? 그보다 여기까지는 어쩐 일로······.”
“이쪽에 일이 있어 왔다가 오 대위를 잠깐 만나고 가려고 말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딱 여기서 만납니다.”
장석태 대위는 짐짓 놀란 표정을 오상진을 바라봤다. 오상진이 여기 있다는 것을 다 알고 있으면서 말이다. 오상진은 능청스럽게 말을 하는 장석태 대위에 속으로 웃었다.
‘아무튼 능구렁이라니까. 그래도 장단은 맞춰줘야지.’
오상진이 놀란 표정으로 확 바뀌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저도 놀랐습니다. 여긴 어떻게 알고 오셨습니까?”
“아니 돌아다니는데 여기가 가장 맛있어 보여서 들어왔지. 안 그래도 여기로 오라고 전화를 할 참이었는데······.”
“아, 그렇습니까?”
두 사람은 뻔뻔스럽게 대화를 주고받았다.
“그러고 보니 아까 전화했을 때 급한 약속이 있다더니 홍 소령님 만나는 것이었어?”
“네.”
홍민우 작전과장도 이 와중에 오상진의 사실을 떠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조금 전에 충분히 얘기한 것으로 끝났다고 판단했다. 홍민우 작전과장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우린 할 얘기는 끝이 났네. 그럼 오랜만에 만났을 텐데, 식사들 하세요. 내가 자리 비켜줄 테니.”
그러자 바로 장석태 대위가 나섰다.
“아이고, 그러지 않아도 됩니다. 그냥 같이 식사하시죠.”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홍민우 작전과장이 거절을 하는데 뒤에서 지켜보던 박은지가 슬쩍 다가와 물었다.
“자기야, 누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