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42)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076화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42)
“최 일병님.”
“왜?”
“저 진짜 영창 가는 거 아닙니까?”
“시발, 몰라! 그보다 임정규.”
“이병 임정규.”
“네가 설마 꼰지르는 거 아니야?”
임정규 이병이 당황하며 말했다.
“저, 저 아닙니다. 제가 무슨······.”
“하긴 짬밥도 없는 새끼가, 뭘 하겠냐. 아무튼 빨리 가자. 그리고 임정규.”
“이병 임정규.”
“너 운 좋은 줄 알아라. 한 번만 더 어리바리해 봐. 그때는 진짜······.”
최원희 일병이 눈으로 강하게 위협했다. 임정규 이병이 슬쩍 시선을 피하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대답을 한 임정규 이병이 가는 길에 뒤를 힐끔 바라봤다. 저 멀리 김호동 하사가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위안이 되었다. 막말로 이러려고 군대 온 것도 아닌데 거지 같은 새끼들 때문에 이 고생을 한다고 생각을 하니 눈물이 났다.
“야, 너 울어?”
“아, 아닙니다.”
“최원희 일병님 이 새끼 우는데 말입니다.”
최원희 일병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
“야, 한진태.”
“이병 한진태.”
“이 새끼, 구석으로 데리고 가.”
한진태 이병이 임정규 이병을 데리고 한쪽으로 빠졌다. 울먹이는 임정규 이병에게 한진태 이병이 말했다.
“하아, 야. 미안하다.”
“네?”
“미안하다고.”
“아닙니다.”
“울지마 , 인마. 내가 괜히 미안해지잖아.”
“괜찮습니다.”
“괜찮긴 뭐가 괜찮아. 나도 답답하다. 내가 절대로 너에게 악 감정이 있어서 그러는 것이 아니야. 저 좆같은 고참 새끼들이 시키니까.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지.”
“······.”
“아무튼 빨리 군대 제대를 해야지 이런 꼴을 안 당하지. 안 그러냐?”
“그렇습니다.”
“그보다 우리 언제 제대하냐?”
고작 이등병 작대기를 달고 있는 한진태 이병에서 벌써부터 제대 소리가 나왔다. 하긴 그럴 만도 하지만······. 무엇보다 미안한 얼굴이 된 한진태 이병을 본 임정규 이병도 마음이 조금 풀렸다.
“정규야.”
“이병 임정규.”
“나중에 말이야. 뭔 일 생겨도 나는 좀 봐주라.”
“네? 무슨 말씀이신지······.”
“나 좀 봐달라고······.”
그 모습을 보며 임정규 이병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핫, 그럼 그렇지······.’
임정규 이병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약속한 거다.”
그렇게 두 사람이 얘기를 마무리 지었다.
그날 저녁 윤태민 2소대장과 홍민우 작전과장을 만났다. 이민식 대위와 만났던 그 고깃집이었다.
윤태민 2소대장이 들어가자 가게 이모가 말했다.
“오오, 또 오셨네요.”
홍민우 작전과장이 윤태민 2소대장을 보며 말했다.
“여기 자주 오나 보지?”
“아닙니다. 그냥 얼마 전에 아는 사람이랑 한번 왔습니다.”
“그래?”
“네. 일단 저쪽으로 앉으시죠.”
윤태민 2소대장이 권한 자리로 가서 앉았다. 윤태민 2소대장도 자리하고 난 후 주문을 했다. 잠시 후 밑반찬과 함께 소주가 나왔다.
“한 잔 받으시죠.”
홍민우 작전과장이 술잔을 내밀었다.
“자, 이제 만나자고 한 이유를 말해봐.”
“급하십니까? 식사 끝나고 말씀 나누면 안 됩니까?”
“이 친구가. 내가 편하게 밥이나 먹으러 나온 줄 아나?”
“알겠습니다.”
윤태민 2소대장이 주섬주섬 휴대폰을 꺼내 뭔가를 찾고는 내밀었다.
“보십시오.”
휴대폰을 받아 확인을 한 홍민우 작전과장은 눈살을 찌푸렸다.
“뭐야, 이게.”
처음에 오상진을 보고 그 옆에 여자를 봤다. 오상진은 그 여자를 보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런데 그 여자가 엄청 예뻤다. 그런데 홍민우 작전과장이 뭔가를 확인하고는 깜짝 놀랐다.
“어? 교복?”
“사진은 그게 다입니다.”
“그래? 그럼 원조교제인가?”
“그건 저도 확실히 모릅니다. 하지만 원조교제 그것이 중요하겠습니까?”
윤태민 2소대장의 말에 홍민우 작전과장이 피식 웃었다.
“하긴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
물론 홍민우 작전과장이 윤태민 2소대장이 무슨 건수를 잡았다고 해서 그리 대단한 것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오상진에게 한 방 먹일 만한 것이라면 상관이 없었다. 게다가 윤태민 2소대장이 보여준 사진, 즉 원조교제에 대한 수위는 세다.
오상진도 꼬일 수가 있었다. 하지만 이것이 문제가 뭐냐면 그냥 대대장에게 보고를 하고 어떻게 처리할 수 있는 그런 상황도 아니었다.
막말로 별것도 아니었다, 이런 식으로 말해버리면 상관이 없었다. 아니면 지나가다가 고등학생을 만나서 잠깐 대화를 나눈 것뿐이라고 해도 말이다. 거기까지 생각을 못한 윤태민 2소대장이 실실 웃으며 말했다.
“어떻습니까?”
“뭐, 나쁘지는 않네.”
윤태민 2소대장이 겉으로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그것이 아니었다.
‘뭐야, 뭐? 여기서 더 어떻게 해 줘야 해? 아예 떠먹여줘야 해? 아주 그냥 자리보전한 인간들은 아주 날로 먹으려고 해.’
윤태민 2소대장이 속으로 생각하는 사이 음식들이 나왔다.
“식사하시죠.”
“으음, 그래.”
홍민우 작전과장도 이렇듯 윤태민 2소대장이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을 안 이상 챙겨줘야 했다.
“그래, 윤 소위. 4중대는 좀 어때?”
“똑같습니다. 전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자네 중대장, 오 대위는? 아직도 그래?”
“아, 잘 모르겠습니다. 이상하게 저만 보면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것 같습니다.”
“왜? 자네 뭐 잘못한 거라도 있어?”
“잘못했다라기보다는 저랑 안 맞는 것 같습니다.”
홍민우 작전과장이 속으로 웃었다.
‘훗, 안 맞기는······.’
사실 홍민우 작전과장도 윤태민 2소대장이 군 생활을 어떻게 하는지 말이다. 윤태민 2소대장의 외할아버지는 한때 원 스타를 지낸 신범규 예비역 장군이다.
원 스타를 지냈지만 나름 인맥이 좋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윤태민 2소대장을 위로 끌어올려 주려고 하는 분들도 있고, 나름 관심을 가지고 있는 장교들이 많았다.
그런데 윤태민 2소대장 스타일 자체가 편안하게 군 생활을 하는 것이었다. 힘들게, 빡세게 군 생활을 해서 진급할 생각 자체가 없었다.
만약 그랬다면 전방으로 가서 엘리트 코스를 밟았을 것이다. 그냥 적당히 편안하게 군 생활을 하면서 기간만 채우면 진급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다른 장교들은 어떻게든 인정을 받아 인맥을 쌓고, 진급을 한다. 반면 윤태민 2소대장은 편안하게 군 생활을 하면서 외할아버지가 만들어 놓은 인맥을 통해 진급을 할 생각이었다.
게다가 남들보다 한 걸음 빠르게 더 빠르게 말이다. 그래서 홍민우 작전과장은 윤태민 2소대장을 좋아하지 않았다.
뭐, 사실 홍민우 작전과장은 그런 인맥도 없을뿐더러 노력을 통해 여기까지 올라온 케이스였다. 그 노력이라는 것 역시 송일중 대대장의 뒤처리를 해주며 올라온 것이지만 말이다.
아무튼 홍민우 작전과장 스스로 노력을 통해 올라온 것이라 자부했다. 그런데 이런 노력도 없이 진급하는 녀석들을 보면 배알이 꼴렸다.
그중에 윤태민 2소대장을 보며 짜증이 났다. 그냥 이유 없이 말이다. 그렇다고 윤태민 2소대장과 선을 긋기에는 4중대에서 홍민우 작전과장을 도와줄 사람은 없었다.
“만약에 말이야. 자네 부대를 옮기고 싶다면 어디로 가고 싶나?”
홍민우 작전과장이 물었다. 윤태민 2소대장이 고개를 한번 갸웃하더니 말했다.
“저는 다른 곳에 가고 싶지 않습니다. 그냥 4중대에 계속 있고 싶은데 말입니다.”
“4중대에 계속 있고 싶다고?”
“네.”
“대신에 저 1소대장 좀 바꿔주시면 안 됩니까?”
“1소대장? 1소대장은 왜?”
“거의 뭐, 하는 짓이 중대장 딸랑이입니다.”
“진짜야?”
“네.”
하지만 홍민우 작전과장은 김진수 1소대장을 잘 알았다. 왜냐하면 자기와 비슷한 느낌을 가진 녀석이라 한번 눈여겨본 적이 있었다.
다만, 약간 외골수적인 면이 있어 자신 밑에 두지는 않았다. 4중대로 가기 전에도 본부에서 군 생활을 참 잘했던 녀석이었다.
그런데 그 성격 때문에 4중대로 쫓겨나고, 참 안쓰럽게 생각하던 녀석이었다. 윤태민 2소대장이 저런 식으로 말을 하니 씁쓸해졌다.
‘그래서 눈에 가시 같은 김 중위를 보내고. 4중대에서 거의 왕 노릇을 하겠다는 것이지? 참······. 너 같은 놈이 어떻게 군인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홍민우 작전과장이 속으로 혀를 쯧쯧 찼다. 윤태민 2소대장이 고기를 집어 먹으며 말했다.
“그런데 과장님은 말입니다. 어떻게 잘 지내고 계십니까?”
“나? 나야, 잘 지내지.”
윤태민 2소대장이 그 말에 홍민우 작전과장의 아킬레스를 살짝 찔렀다.
“대대장님은 조만간 영전 하신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말입니다.”
“귀도 밝네. 언제 들었데?”
“왜 그러십니까. 저희 외할아버지하고 같이 군 생활 하시던 분들이 계시는데 말입니다.”
“허허, 뭐 그렇지.”
홍민우 작전과장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슬쩍 살피더 윤태민 2소대장이 입을 열었다.
“저희 외할아버지께서 과장님 안부를 묻긴 했습니다.”
“어, 그래?”
홍민우 작전과장이 살짝 놀란 눈으로 윤태민 2소대장을 바라봤지만 솔직히 알고 있었다. 그냥 한 말이라는 것을 말이다.
‘네 외할아버지가 날 어떻게 안다고······.’
윤태민 2소대장이 홍민운 작전과장이라고 있는데 자신을 잘 챙겨줬다. 이런 말을 할 놈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홍민운 작전과장 본인 스스로 윤태민 2소대장을 잘 챙겨 준 적도 없었다.
다만, 윤태민 2소대장 그 말을 하면서 하고 싶었던 말은 이것이었다. 홍민우 작전과장, 네가 아무리 작전과장이고, 소령이라고 해도 우리 외할아버지는 원스타까지 지냈던 분이야. 이런 얘기를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홍민운 작전과장이 그걸 모를 위인도 아니었다. 군대 짬밥이 몇 년인데······.
“참, 자네는 만나는 여자는 있나?”
“저 말입니까? 결혼하고 싶은 여자는 있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왜? 여자가 맘에 안 들어?”
“맘에 안 든다기보다는 여자가 많아서 말입니다.”
그 말에 홍민우 작전과장이 피식 웃었다.
‘하긴 윤태민 2소대장이 자체가 빤질빤질하게 생기긴 했어.’
홍민우 작전과장이 봐도 윤태민 2소대장은 여자들이 따를 만한 얼굴이기도 했다. 특히 군대에 있는 여자들이라면 말이다. 게다가 못 사는 편도 아니고 말이다.
“그래, 뭐······. 기왕 결혼할 거면 빨리 하는 것이 좋아. 원래 군인들은 집안이 안정적인 게 좋아. 내조를 잘 받아야 빨리 위로 올라가는 거고.”
윤태민 2소대장이 철없는 소리를 했다.
“에이, 저는 괜찮습니다. 알아서들 위로 올려줄 텐데 말입니다.”
홍민우 작전과장의 표정이 굳어졌다가 바로 펴지며 말했다.
“그래?”
홍민우 작전과장이 술을 들이켠 후 소주잔을 내려놓았다. 그러자 바로 윤태민 2소대장이 술병을 들었다.
“작전과장님. 한 잔 받으시지 말입니다.”
홍민우 작전과장이 힐끔 보더니 소주잔을 들었다. 그런데 다시 술을 비우는데 소주가 더럽게 썼다.
‘시발, 오늘 술 진짜 맛없네.’
홍민우 작전과장은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진짜 맛없는 소주를 먹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