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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741화 (741/1,018)

<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37)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071화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37)

‘그래. 윗사람 비위 맞추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물론 4중대가 낙오된 병사들의 모인 곳이라고 해도, 별다른 지원도 못 받는다고 해도, 4중대는 나름 장점도 많았다. 소대장 생활을 아주 편안하게 자기 맘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것을 할 수 없으니 점점 짜증이 났다.

“하아······. 시발.”

윤태민 2소대장이 짜증을 내며 담배를 뻐끔뻐끔 피웠다. 그때 행정반을 나와 걸어가는 박윤지 3소대장이 보였다.

“3소대장!”

박윤지 3소대장이 고개를 돌렸다. 윤태민 2소대장을 보며 표정을 굳혔다.

“왜 그러십니까?”

“나 좀 보지.”

“저 바쁩니다.”

“잠깐이면 돼.”

박윤지 3소대장은 어쩔 수 없이 윤태민 2소대장에게 갔다.

“말씀하세요.”

“3소대장, 나에게 이래도 되는 거야?”

“뭘 말이죠?”

“지난번에 내가 보여 준 사진!”

박윤지 3소대장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오해입니다. 제가 지난번에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오해? 과연 다른 사람이 이걸 봤을 때 오해라고 할까?”

박윤지 3소대장이 아랫입술을 꽉 깨물며 말했다.

“중대장님은 제 말을 믿어주실 것입니다.”

“누구? 우리 중대장님?”

“네.”

“웃기네······.”

윤태민 2소대장이 어이없어 하며 웃었다. 하지만 박윤지 3소대장은 지난번 오상진과 상담했던 것을 떠올렸다.

그때 말한 오상진의 진심을 믿었다. 그런 박윤지 3소대장의 신뢰를 무너뜨리기 위해서 휴대폰을 꺼냈다. 다른 사진을 보여줬다.

“3소대장. 그럼 이건 뭐일 것 같아?”

그 사진 속에는 오상진과 교복을 입고 있는 여자가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웃고 있는 사진이었다. 순간 박윤지 3소대장의 눈빛이 흔들렸다.

“이걸 왜 보여주는 거죠?”

“왜 보여주겠어?”

“딱 보니 사촌이나, 친척 동생 같습니다.”

“이야, 뭐야. 3소대장 순진한 소리를 하네. 우리 중대장님이 서울에 살다가 내려왔는데 여기에 친척이 어디 있어. 말 같은 소리를 해야지.”

“그럼?”

“내가 봤어. 두 사람 차타고 호텔로 가는 것을 말이야.”

물론 윤태민 2소대장은 호텔로 가는 것은 순 거짓말이었다. 박윤지 3소대장의 믿음을 흔들기 위한 수작이었다.

박윤지 3소대장은 그런 윤태민 2소대장의 말에 당황했다. 아니, 완벽히 흔들렸다.

“······.”

“내가 말했지? 중대장 믿지 말라고.”

윤태민 2소대장은 자신의 말이 성공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썩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야, 중대장도 이렇듯 고등학생과 놀고 있는데 만약 이 사진이 알려지면 어떻게 될까? 과연 3소대장을 커버 쳐줄 수 있을까?”

그러자 박윤지 3소대장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서 어떻게 하실 겁니까?”

“어떻게 하긴 어떻게 해. 3소대장 하기에 달렸지.”

“제가 뭐 어떻게 하면 됩니까?”

박윤지 3소대장은 잔뜩 굳어진 얼굴로 물었다. 윤태민 2소대장이 피식 웃었다.

“뭐야? 벌써 중대장에게 충성을 다하는 거야? 아니면 혹시 잤어?”

“그런 말씀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박윤지 3소대장이 버럭 화를 냈다. 경멸에 찬 눈빛으로 윤태민 2소대장을 노려봤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함부로 말씀하시지 마십시오.”

“어이구. 무섭네. 무서워. 뭐, 어쨌든 앞으로 나에게 잘해. 오상진 중대장도 내가 입만 벙긋 열면 다 날아가는 거야. 앞으로 3소대장 지켜보겠어.”

윤태민 2소대장이 음흉한 미소를 보이고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보는 박윤지 3소대장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때 전화가 왔다. 발신자를 확인해 보니 이민식 대위였다.

“네, 박 소위입니다.”

-나야. 오늘 잠깐 볼 수 있지?

“아뇨, 오늘은······.”

-그러지 말고, 잠깐만 보자. 긴히 할 얘기가 있어.

“······죄송합니다. 다음에 보면 안 되겠습니까?”

-자네, 윤태민 소위에게 내 얘기 못 들었어?

“무슨 말씀입니까?”

-윤 소위가 날 찾아왔단 말이야. 아무튼 오늘 저녁 나 좀 봐.

이민식 대위가 바로 전화를 끊었다. 박윤지 소위는 한숨을 내쉬며 사라진 윤태민 2소대장을 봤다.

“미치겠네. 도대체 나에게 왜 이러는 거야!”

박윤지 3소대장이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홍민우 작전과장이 점심을 마치고 다시 부대로 복귀를 했다. 그때 황명수 인사과장과 마주쳤다.

“작전과장님 식사하시고 나오시는 길이십니까?”

“어, 그래. 인사과장도 식사했어?”

“네. 방금 먹고 나왔습니다.”

“아, 그렇지. 우리 술 한잔한 지도 오래되었는데 언제 한번 술 한잔하자고.”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황명수 인사과장이 말을 하려다가 멈칫했다. 홍민우 작전과장이 같이 온 장교에게 말했다.

“먼저 들어가 난 여기서 커피 한 잔 마시고 갈 테니까.”

“네, 알겠습니다.”

같이 온 장교들이 먼저 떠났다. 홍민우 작전과장이 말했다.

“우리 저쪽으로 가서 커피 한잔 마시면서 얘기 나눌까?”

“네, 과장님.”

두 사람은 자판기로 가서 커피를 뽑았다. 홍민우 작전과장이 먼저 커피를 건넸다.

“마셔.”

“감사합니다.”

“그런데 하고 싶은 말이 뭐야?”

홍민우 작전과장이 먼 곳을 보며 물었다. 그 옆에 있던 황명수 인사과장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소식 들으셨습니까?”

“무슨 소식?”

“저희 대대장님 말씀입니다. 곧 영전할지도 모릅니다.”

“그래?”

송일중 중령이 그 전부터 계속 대대를 뜰 것 같다는 말을 했었다. 그래서 홍민우 작전과장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보통 약간 가능성만 있다면 당사자들은 호들갑을 떨었다. 실질적으로 자리가 나고 옮겨가기 전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대부분의 경우는 흐지부지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홍민우 작전과장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황명수 인사과장의 말은 달랐다.

“저 얼마 전에 말입니다. 수향옥 다녀왔는데 말입니다.”

“수향옥?”

“네. 거기서 말입니다. 연대 작전과장님 말입니다.”

“배운역 중령님?”

“네. 그분을 거기서 뵙습니다.”

“거기서? 혹시 대대장님도 계셨어?”

“네, 그런 것 같았습니다. 혹시 다른 분도 계셨어?”

“다른 분도 계셨던 것 같은데, 확실히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아무튼 식사를 하시는데 분위기가 정말 화기애애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따로 인사를 드렸는데 거기서 말씀을 하셨습니다.”

“배 중령님께서 말씀하신 거야?”

“네. 저에게 말입니다. 너희 대대장님 조만간 좋은 자리로 올라가시니까, 그전까지 잘 모시라고 했습니다.”

순간 홍민우 작전과장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원래 배운역 중령은 연대장인 곽종윤 준장의 심복이다.

게다가 곽종윤 준장은 일심회의 핵심인물 중 한 명이었다. 그런 인물의 심복인 배운역 중령의 말이라면 확실히 위로 끌어올리려고 하는 것인지도 몰랐다.

‘으음······.’

홍민우 작전과장이 생각을 할 때 황명수 인사과장이 눈치를 보며 슬쩍 말했다.

“대대장님 영전하시면 같이 가시는 거죠?”

“뭐, 그렇겠지?”

“그럼 저도 신경 좀 써주십시오.”

“이 친구가 참, 그걸 왜 나에게 그래.”

“제가 잘하겠습니다. 저도 잘 좀 부탁드립니다.”

“허허허. 그래. 알았네. 나중에 내가 대대장님께서 슬쩍 언질을 하도록 할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네. 작전과장님 감사합니다. 저는 과장님만 믿고 있겠습니다.”

황명수 인사과장이 환한 얼굴로 인사를 한 후 뛰어갔다. 그런 황명수 인사과장의 뒷모습을 보던 홍민우 작전과장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나보고 4중대 오상진을 처리하라고 해놓구선······.”

홍민우 작전과장은 지금 오상진을 어떻게 처리하지 못하고 일단 두고 보고 있던 중이었다.

이래저래 섣불리 덤벼들 상대도 아니고, 지난번 조인범 상병의 일도 있고 해서 신중을 기하고 있었다.

솔직히 송일중 중령이 당장 영전하는 것도 아니고, 시간을 두고 어느 정도 회복을 한 후 만회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현재 돌아가는 풍경이 이건 아니었다. 만에 하나 진짜 영전을 해버리고 가버리면 자신은 어쨌든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는 것이었다.

“하아······. 그럼 난 또 뭘 해야 하지?”

게다가 자신은 송일중 중령의 사람이라고 다 티가 났는데 말이다.

그런데 같이 올라가도 문제였다. 그곳에는 막말로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는 형국이 아닌가. 그곳에서 다시 새롭게 인맥을 쌓고 지내야 한다는 것이 막막할 것 같았다.

“흠, 이대로 있으면 안 되겠어.”

홍민우 작전과장이 휴대폰을 꺼냈다. 그는 윤태민 2소대장의 번호를 찾아서 전화를 걸었다.

한편, 윤태민 2소대장은 담배를 피우면서 혼자 키득거리고 있었다.

“아무튼 박윤지 네가 감히 어디서 까불어!”

그러고 있는데 휴대폰이 지잉 하고 울렸다. 홍민우 작전과장이었다.

“아이, 진짜! 이 양반은 날 감시하나. 만날 담배 피울 때만 전화를 하냐.”

윤태민 2소대장은 잠깐 고민을 했다. 원래 받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 전화가 끊기지 않고 계속 울려댔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통화 버튼을 눌렀다.

“충성. 윤 소위입니다.”

-왜 이렇게 전화를 늦게 받아!

“행정반에 있다가 나와서 전화를 받았습니다.”

-자네 요새 뭐 해?

“네?”

-요새 뭐 하고 있냐고!

“지난번에 말씀하신 것처럼 군 생활을 착실하게 하고 있습니다.”

-내가 지난번에 군 생활 착실하게 하라고 했어?

“네? 무슨 말씀이신지······.”

윤태민 2소대장의 눈이 커졌다.

-내가 진짜 그렇게 말을 했냐고.

“네. 저 군생활 착실하게 하면서 보고할 것이 있으면 보고하라고 하셨습니다.”

-그게 군 생활 착실하게 하라는 뜻이었어?

“아······.”

-아니, 자네는 도대체 지시를 내리면 함흥차사야? 뭔 보고가 있어야 할 것 아니야. 별일이 없어도 1주일에 한 번씩 보고는 해야 할 것 아니야.

윤태민 2소대장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뭐야, 시발. 지난번에는 쓸데없는 걸로 보고 했다고 지랄해 놓구선.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줘야 해!’

예전 같았으면 고개를 푹 숙이며 바로 사과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윤태민 2소대장에게는 오상진을 찍은 사진이 있었다.

“안 그래도 보고드리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뭐? 뭐라고 있는 거야?

“정확하게 말씀드릴 것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제가 뭔가를 찾긴 찾았습니다.”

그 말에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홍민우 작전과장의 음성이 달라졌다.

-찾았어? 뭘 찾았어?

“지금 당장 말씀드리기는······.”

-야, 뭔데? 뭐야!

“아직 확실치가 않아서 말씀드리는 것이 좀 그렇습니다. 제가 좀 더 조사를 해보고······.”

-윤 소위. 뭐냐고. 빨리 말해봐.

홍민우 작전과장의 목소리가 쫙 깔리며 물었다. 윤태민 2소대장이 입을 열었다.

“사실 오상진 중대장의 부적절한 모습을 찍은 사진입니다. 그걸 확인하는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서 그랬습니다.”

-사진? 그래서 그것이 터지면 확실하게 대미지를 입힐 수 있다는 거야? 아니, 파급력은 어느 정도야?

“자리 보전하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 알았어. 언제쯤 보고가 가능해?

“제가 좀 더 확인을 해본 후 최대한 빨리 보고하도록 하겠습니다.”

-일주일이면 될 것 같아?

“흠······. 그렇게까지 빨리는 안 될 것 같습니다.”

-그럼 얼마나 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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