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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737화 (737/1,018)

<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33)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067화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33)

그 시각.

홍일동 4소대장은 여느 때처럼 행정반에서 업무를 보고 있었다. 그때 행정반으로 4소대 송윤태 상병이 들어왔다.

똑똑똑.

“충성. 상병 송윤태 행정반에 용무 있어 왔습니다.”

홍일동 4소대장이 고개를 들었다. 입구에 서 있는 송윤태 상병을 보며 말했다.

“윤태야. 너 왜 여기 무슨 일이야?”

“아, 저 그것이······.”

“왜? 무슨 일인데?”

“······2소대장님께 볼일이 있어서 왔습니다.”

순간 홍일동 4소대장의 눈이 커졌다.

“2소대장? 네가 2소대장께 볼 일이 뭐야?”

“그게 말입니다······.”

송윤태 상병이 우물쭈물거리고 있는데 행정반 문이 열리며 윤태민 2소대장이 들어왔다. 그는 마침 화장실을 다녀오던 길이었다.

“어? 송윤태 오랜만이다.”

“추, 충성.”

홍일동 4소대장이 들어온 윤태민 2소대장에게 말했다.

“2소대장님.”

“네?”

“송윤태가 2소대장님께 볼일이 있다고 하던데 말입니다.”

윤태민 2소대장이 바로 송윤태 2소대장을 봤다. 그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 너 이 자식. 또 나에게 고민 상담을 하려고 왔구나.”

“네? 아, 예에······.”

“야! 연애사업은 네가 알아서 해. 나도 연애사업을 못 하고 있는데······. 너 나 놀리나?”

“죄송합니다.”

송윤태 상병이 바로 사과했다. 윤태민 2소대장의 시선이 홍일동 4소대장에게 향했다.

“4소대장.”

“네?”

“내가 윤태랑 얘기한다고 삐지지 마요.”

“제가 왜 삐집니까. 그냥 무슨 일인가 해서 그럽니다.”

“4소대장도 알잖아요. 내가 연애 쪽에는 그래도 어느 정도는 잘 알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종종 물어보는 애들이 많다는 것을요.”

“아, 네에. 그렇죠.”

“괜찮죠?”

“네, 상관없습니다.”

홍일동 4소대장은 대답을 하고는 관심 없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윤태민 2소대장이 송윤태 상병에게 말했다.

“나가자.”

“네.”

두 사람이 나가고 홍일동 4소대장이 슬쩍 고개를 들었다.

‘흥, 연애 상담은 무슨······. 또 이상한 것이 필요해서 저러는 거지.’

홍일동 4소대장이 속으로 중얼거리며 이를 빠드득 갈았다.

윤태민 2소대장과 송윤태 상병은 나란히 서서 휴게실로 향했다. 그런데 아무도 없는 휴게실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윤태민 2소대장이 몸을 홱 돌리더니 송윤태 상병의 뺨을 후려쳤다.

쫘악!

“윽······.”

“아파?”

“아닙니다.”

“이 미친 새끼야! 아무리 개념이 없어도 그렇지. 거기가 어디라고 찾아와!”

송윤태 상병의 왼쪽 뺨은 어느새 붉게 물들었다. 그럼에도 송윤태 상병은 딱히 기분 나쁜 얼굴은 아니었다. 그는 붉어진 뺨을 살짝 어루만지고는 말했다.

“저어······.”

“뭐? 뭔데? 빨리 말해! 술 필요한 거야?”

윤태민 2소대장이 잔뜩 인상을 구기며 물었다. 송윤태 상병이 말했다.

“아시지 않습니까. 저 요새 술 못 마셔서 미칠 것 같습니다.”

“하아, 이런 또라이 새끼를 봤나. 너 인마 군인 아냐? 군대에 왔으면 군대에 적응할 생각을 해야지. 넌 인범이가 그렇게 당한 것을 보고도 위기 의식 같은 것은 안 느끼냐?”

사실 4중대는 은근히 술 좋아하는 녀석들이 많았다. 정확하게는 매일같이 술 마시는 놈들, 간혹 술 마시는 것까지 이미 4중대는 술 좋아하는 놈들로 가득했다.

그 와중에 조인범 상병은 술을 입에 달고 살았고, 송윤태 상병도 알코올 중독인 듯 술을 좋아했다.

다만 송윤태 상병은 술을 숨겨놓고 홀짝홀짝 혼자서 마시는 케이스였다. 그런데 최근에 그 사건 때문에 술을 끊어버리니 송윤태 상병이 미쳐버리는 것이었다.

“너, 내가 뭐라고 그랬어. 익호에게 말하라고 그랬지.”

“안 그래도 홍 병장에게 말을 했습니다.”

“그런데?”

“당분간 어렵다고 그랬습니다.”

“그래! 그럼 그 얘기를 누구에게 들었겠어?”

“죄송합니다.”

“새끼야, 너 말이야. 나 빡 도는 거 보고 싶냐? 아니면 그동안 네가 나에게서 술 마신 것을 중대장에게 이르고 영창 한번 갈래? 너희들이 잘 모르나 본데 난 이런 일로 안 짤려. 왜? 난 육사를 나왔거든. 그리고 새끼야. 나 군대에 빽 많다고. 나나 되니까, 너희들 불쌍해서 밖에서 사제들을 구해다 주는 거 아니야. 아무튼 너희들은 오냐오냐 해 주면 존나 사람 우습게 봐.”

“죄송합니다. 그런 것이 아닙니다.”

송윤태 상병이 고개를 푹 숙였다. 윤태민 2소대장이 잠시 주위를 확인하며 말했다.

“당분간은 그냥 있어.”

“소대장님 저 정말 힘들어서 그럽니다.”

“그래서 뭐? 나보고 어쩌라고? 그리 힘들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 알코올 중독자 새끼야!”

윤태민 2소대장이 강하게 말했다. 그러자 송윤태 상병이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저, 진짜. 5배 내겠습니다. 제발 소주 좀 구해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순간 나가려고 했던 윤태민 2소대장이 그런 송윤태 상병을 노려봤다. 그러나 윤태민 2소대장의 머릿속에는 빠르게 계산이 되고 있었다.

‘가만 5배라고? 한 병에 5배면······. 이거 수지 맞는 장사이긴 한데······.’

윤태민 2소대장이 송윤태 상병에게 말했다.

“방금 5배라고 했냐?”

“네? 아, 네에······.”

송윤태 상병은 속으로 아차 했다. 급한 마음에 내뱉기는 했지만 지금도 비싼 소주를 5배에 산다는 것은 눈앞이 캄캄했다.

그런데 송윤태 상병 스스로도 어쩔 수가 없었다. 어쨌든 지금 당장 술은 마셔야 했다.

적어도 4중대에서 윤태민 2소대장 말고는 술을 가지고 들어올 방법은 없었다.

그렇다고, 계속 참자니 이대로 가다가는 사고를 칠 것만 같았다.

“하아······. 시발 진짜 내가······. 지금은 자중할 때인데······.”

윤태민 2소대장은 정말 힘들다는 얼굴로 있다가 송윤태 상병에게 말했다.

“너, 이 새끼······. 내가 이번만 진짜 힘들게 구해주는데 너 조심해라.”

“네? 아, 네에. 알겠습니다. 절대 걸리지 않겠습니다.”

“안 걸리는 것은 당연한 거고, 새끼야. 너 지난번 조인범 그 병신 새끼처럼 소주병 아무 곳에나 두고, 남들 눈에 띄기만 해.”

“절대 그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알았어. 그래서 몇 병이나 필요한데.”

“네?”

“계산 확실하게 해. 네 입으로 5배라고 했어. 그래서 몇 병이야?”

“어, 저 그게······.”

송윤태 상병은 솔직히 처음에는 10만 원으로 5병 정도를 확보해 두려고 했다. 기존 시세로는 안 팔 수도 있으니까 2배 정도 비싸게 불러서 어떻게든 술을 확보할 생각이었다. 5병이라 해도 아껴 마시면 겨우 보름 정도 버틸 수 있을 양이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5배를 불러버리니 수중에 돈이 없었다.

“저, 그러면 일단은 2병······.”

“야, 인마! 2병을 누구 코에 붙이려고. 5병으로 해. 5병!”

“제가 지금 당장 돈이 없어서······.”

“일단 가지고 있는 현금 주고, 일주일 안에 만들어. 가능하지?”

“네. 가능합니다.”

“윤태야. 너나 되니까. 해주는 거야. 다른 사람이라면 어림도 없어. 게다가 소대장이 위험도 무릅쓰고 해주는데 고마운 놈은 한 놈도 없어요. 내가 참 별짓을 다 한다.”

윤태민 2소대장은 그 말을 남기고 그곳을 떠났다. 그런 윤태민 2소대장이 가고 무릎을 꿇고 있던 송윤태 상병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아, 시발. 저 개새끼! 저런 개새끼도 없을 거야.”

송윤태 상병이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윤태민 2소대장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걸어갔다.

“오, 꽁돈 생겼네. 다섯 병에 25만 원이라니.”

원래라면 소주병 하나에 만 원을 받고 팔았다. 그런데 송윤태 상병이 5배를 불렀다. 그러니 한 병당 5만 원이었다.

“와, 내가 이 생각을 못 했지?”

지금까지는 항상 바짝 몸을 사리고, 푼돈에 자신의 목숨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솔직히 윤태민 2소대장이 4중대에 사제 물품을 푼 것은 이민석 대위를 포함해 윗분들의 유흥비를 마련하기 위함이었다.

물론 윤태민 2소대장이 못사는 것도 아니고 잘살았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 유흥비를 낼 수 있을 정도로 부유하지는 않았다.

게다가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돈이 너무도 아깝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출세와 인맥 관리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 로비는 필요한 법이었다. 그래서 이런 식으로 돈을 벌었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 분위기도 좀 그렇고, 술 마시는 분위기도 아니었다.

‘당분간은 자제를 해야겠어.’

윤태민 2소대장이 이런 생각을 했다. 그런데 송윤태 상병이 저런 식으로 나오자 이건 뭐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수요와 공급이라······.’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생각했다. 갑자기 공급이 확 줄어버리면 가격이 확 오를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와, 내가 왜 이 생각을 못 했지? 이러면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겠는데.”

윤태민 2소대장은 갑자기 행복에 겨운 듯 피식 웃으며 걸어갔다. 그런데 저만치서 박윤지 3소대장이 걸어오고 있었다.

“오, 그렇지. 3소대장이랑 술 마시면 되겠네.”

윤태민 2소대장의 머릿속에 갑자기 나쁜 생각이 떠올랐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의 휴대폰 속 사진으로 충분히 박윤지 3소대장을 엮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3소대장.”

“네?”

“잠깐 나 좀 봅시다.”

박윤지 3소대장이 윤태민 2소대장에게 갔다. 윤태민 2소대장은 밖으로 나가 살짝 구석진 곳으로 갔다.

“2소대장님 왜 그러시죠?”

윤태민 2소대장이 피식 웃으며 박윤지 3소대장에게 다가가 어깨동무를 했다. 박윤지 3소대장이 움찔했다.

“3소대장.”

“네?”

“오늘 나랑 술 한잔하죠.”

“가, 갑자기요?”

“갑자기는 무슨 갑자기 입니까. 지난번에 술 한잔하자고 했잖아요. 안 그래요?”

그는 박윤지 3소대장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는 꽉 움켜쥐었다. 박윤지 3소대장이 흠칫 놀라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그 말에 윤태민 2소대장의 표정이 와락 일그러졌다.

“와, 3소대장 자꾸 이런 식으로 나올 거야?”

“네? 제가 뭘 말입니까?”

“자꾸 사람을 말이야, 거리를 두네. 예전에 전 중대장님 계실 때는 나에게 잘 보이려고 막 그러고.”

“제, 제가 언제 그랬습니까?”

“와, 새 중대장님 왔다고 그쪽으로 확 빠졌나? 하긴 중대장님 마성의 남자지.”

“네?”

“아무튼 그건 됐고! 나랑 술 한잔해. 내가 3소대장에게 할 말이 있으니까.”

“무슨 할 말요?”

“쓰읍, 맨정신에 듣기에는 힘들 텐데······. 그렇게 꼭 듣고 싶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3소대장이 그렇게 듣고 싶으면 말할 수는 있는데······. 내가 생각하기에는 지금 듣기 좀 그럴 텐데······.”

윤태민 2소대장이 말끝을 흐리며 슬쩍 말했다. 박윤지 3소대장은 뭔가 이상함을 감지하고 몸을 살짝 부르르 떨었다.

“그, 그게 무슨 말이죠?”

윤태민 2소대장이 씨익 웃었다.

“내가 말이야, 엊그제인가? 저기 길을 가고 있는데 3소대장이랑 비슷한 누군가를 봤거든.”

“네?”

박윤지 3소대장이 흠칫하고 놀랐다. 윤태민 2소대장이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

“아니, 그 사람이 누구랑 꼭 끌어안고 모텔로 들어가더라고.”

그 말에 박윤지 3소대장의 표정이 사색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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