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32)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066화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32)
“에이, 저는 안 그럽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저는 그런 쪽으로는 철저하지 않습니까.”
“그래, 그래. 나도 말이야. 민균 저 자식에게 분대장 넘기고 제대할 생각에 많이 찜찜했거든. 차라리 네가 있어서 다행이다.”
“아, 또 왜 그러십니까.”
“야, 진짜 시발······. 소대장 잘못 만나서 힘들지만 네가 애들 좀 챙기고 그래라. 솔직히 말해서 분대장 자리 존나 힘들고, 고달프다.”
“네, 알겠습니다.”
“나 봐라, 나! 벌써 분대장 견장 넘기고 말년생활을 해야 하는데 소대장 새끼가 구리니까 제대할 때까지 분대장을 시키잖아. 시발! 뭐, 이런 X 같은 상황이야!”
“이해합시오.”
“몰라, 시발!”
박형욱 병장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 그러다가 다시 수저를 들려다 말고는 고개를 흔들었다.
“와, 시발. 똥국 더 이상 못 먹겠다. 나 먼저 일어난다.”
박형욱 병장이 일어나고, 곧바로 황익호 병장도 수저를 내려놓았다.
“저도 다 먹었습니다.”
두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흡연장소에서 1소대 홍익훈 병장이 담배를 피고 있었다. 그가 손을 들었다.
“어, 박 뱀.”
“오, 홍익훈. 밥 먹었냐.”
“네. 그런데 박 뱀은 제대 안 합니까?”
“아니, 무슨 다들 나 제대 안 하는 것에 뭘 그리 관심이 많냐. 인마, 갈 때 되면 어련히 알아서 갈까. 신경 쓰지 좀 마라.”
“에이, 빨리빨리 좀 가십시오. 징글징글합니다.”
“내가 할 소리거든. 그런데 뭐? 왜 불렀는데.”
“아, 박 뱀 말고 황익호 너 나 좀 보자.”
“왜, 인마. 나 있는데 말해.”
“잠깐이면 됩니다.”
홍익훈 병장이 황익호 병장을 데리고 구석으로 갔다. 박형욱 병장은 살짝 기분이 나빴지만 거기서 끝이었다. 투덜거리며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구석으로 간 홍익훈 병장은 황익호 병장에게 말했다.
“야, 지난번에 부탁한 거 아직 멀었어?”
“뭐, 말입니까?”
“잡지 말이야.”
“아! 그거 말입니까.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기다려 보십시오.”
“야! 언제까지 기다려! 시발, 우리 지난달 거 보고 있어. 게다가 하도 봐서 사진이 헐고 있어.”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쪽에도 아직 잡지 안 들어왔습니다.”
“아니, 시발. 이럴 거면 그냥 밖에서 후임한테 사오라고 하는 것이 낫겠다.”
“에이, 진짜 큰일 날 소리 하십니다. 그러다가 걸리면 진짜 X 되는 겁니다.”
“와, 진짜 어이가 없네. 야 인마. 너희들을 통해서 들어오는 것은 괜찮고, 우리가 구해오면 안 되고. 무슨 이런 X 같은 경우가 다 있어.”
황익호 병장이 바로 인상을 쓰며 말했다.
“소대장님께 말씀드립니까?”
그러자 홍익훈 병장이 바로 꼬리를 내렸다.
“말이 그렇다고, 시발! 말이! 그러니까, 말 좀 해봐. 우리가 뭐 공짜로 받냐? 정가보다 비싸게 사잖아. 그러니까, 빨리 좀 조달해 봐.”
“알겠습니다. 말씀드리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참! 우리 담배도 떨어졌다.”
“담배 말입니까?”
“그래.”
“몇 갑 필요하십니까?”
“어디보자, 대충 3보루 정도?”
“그 정도면 됩니까?”
“일단은······.”
“그런데 홍 병장님. 설마 3보루 가져가서 혼자 다 피우시는 것은 아니지 말입니다.”
홍익훈 병장이 피식 웃었다.
“야이, 새끼야. 3보루를 다 피우면 나 폐 망가져서 뒤져.”
“아, 그럼 중간에서 또 챙기시는 겁니까?”
“야! 솔직히 말해서 나도 얻는 것이 있어야 하지 않겠냐? 맨날 고생은 내가 다 하고, 앓는 소리도 다 하고 말이야. 그런 것도 없으면 내가 뭐 한다고 이런 일을 하겠냐.”
사실 1소대에서 뭔가를 구할 때는 모두 홍익훈 병장을 통해서 가능했다. 그 속에서 홍익훈 병장이 알게 모르게 조금씩 챙기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황익호 병장도 그러려니 하고 있었다.
‘저 새끼 진짜 이민균 병장이나 다를 것이 없네.’
하지만 소대가 달라서 별다른 터치는 없었다.
“알겠습니다. 일단 얘기는 잘해놓겠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당분간은 좀 참고 있어 주십시오. 요새 부대 분위기 안 좋은 거 아시지 않습니까.”
“부대 분위기 뭐? 우리 다 하지 않았냐? 지난번에 면담도 하고 소원수리도 하고 그랬지만 나온 거 없잖아.”
“그렇긴 한데 말입니다. 그래도 중대장님도 새로 바뀌고, 소대장님께서 조심하는 것 같습니다.”
“야, 나도 우리 중대장 이해가 안 된다.”
“네?”
“아니, 내가 얼핏 들은 것이 있는데. 우리 중대장 여기 오기 전에 엄청 잘나갔대. 윗대가리에게 확실하게 눈도장 받아서 앞날이 창창했다지 뭐야.”
“정말입니까?”
“그래! 그런데 이 부대에 왔단다. 존나 이상하지 않냐?”
“뭔 사고를 쳤다니까?”
“몰라! 사고를 쳤어도 웃기지 않냐?”
“뭐가 말입니까?”
“야, 생각을 해봐라. 사고를 치면 움츠러들고, 조용히 있으려고 하잖아. 그런데 지금 봐봐. 일을 벌이고 있잖아. 그냥 지금 하는 행동을 보면 엑스맨 같단 말이지.”
황익호 병장이 실실 웃으며 말했다.
“에이, 설마 그러겠습니까.”
“야, 내 촉 무시하지 마라. 내가 조인범 그 새끼에게 했던 말 알지?”
“그 뭐냐. 언제고 영창 갈 거라고 말입니까?”
“그래.”
“어디 그런 말 안 한 고참들이 있습니까.”
“하긴 그 새끼 완전히 개새끼였지. 아무튼 부탁 좀 하자. 우리 것 좀 서둘러 줘.”
홍익훈 병장이 말을 하고는 주머니에서 담배 한 보루를 쓰윽 내밀었다. 그것을 확인한 황익호 병장이 거부를 했다.
“에이, 왜 그러십니까. 저 이런 거 안 피웁니다.”
“그냥 받아.”
“네네, 알겠습니다.”
황익호 병장아 슬쩍 주위를 확인하고는 그 담배를 받았다. 사실 홍익훈 병장이 내민 것은 군용 담배였다.
‘아, 시발. 말보루 피는 사람에게 이딴 담배를 주면 어떻게 해. 누구에게 팔라고······.’
잠깐 생각하던 황익호 병장이 다시 속으로 중얼거렸다.
‘정 안 되면 있다가 이 하사에게 줘야겠다.’
그날 저녁 윤태민 2소대장이 소대를 방문했다.
“야, 박형욱이 별일 없지?”
“네.”
“이민균.”
“병장 이민균.”
이민균 병장이 중얼거리듯 말했다. 윤태민 2소대장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어쭈, 소리 봐라. 관등성명 똑바로 안 대! 이민균.”
“병장 이민균!”
“열심히 해라.”
“네.”
“너 소대장이 아직 지켜보고 있다.”
“알겠습니다.”
그러고 있다가 윤태민 2소대장이 고개를 돌려 황익호 병장과 눈이 마주쳤다. 황익호 병장이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는 것은 할 말이 있어서 그런 것이었다.
“황익호.”
“병장 황익호.”
“너, 따라 나와.”
“네, 알겠습니다.”
윤태민 2소대장이 나가고 그 뒤로 황익호 병장이 따라 나갔다. 건물 밖에 흡연장소로 갔다.
“담배 피울래?”
“괜찮습니다.”
“피워, 인마.”
두 사람은 담배를 입에 물고 깊게 쭉 들이켰다. 그것을 후 하고 품어내던 윤태민 2소대장.
“와, 시발. 군 생활 존나 힘들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야, 무슨 일은······. 알잖아. 새로 온 중대장 때문에 말이야. 아니, 4중대가 어떻게 돌아가려는지 모르겠다. 도저히 이해를 할 수가 없다. 나는. 너는 어떻게 주변에 소문 들은 거 없어?”
“저도 들은 것이 없습니다.”
“야, 익호야. 너 말이야. 민균이 대신 거는 기대가 큰데 이런 식으로 할 거야?”
“죄송합니다.”
“너 말이야. 지금 분대장이라고 맘 놓지마. 어쨌든 형욱이 제대하기 전까지는 완벽한 분대장 아니야.”
“네.”
“나 너에게 거는 기대가 커. 실망시키지 마.”
“네, 알겠습니다.”
황익호 병장이 정말 깍듯하게 말했다. 윤태민 2소대장이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인 후 말했다.
“그래, 할 말이 뭐야?”
“아, 1소대 강 병장이 지난번에 그 잡지하고 담배 좀 구해달라고 합니다.”
“아, 잡지······. 맞다. 지난번에 몇 월까지 있었지?”
“제가 알기론 지난달과 이번 달 두 달 것이 없는 거로 알고 있습니다.”
“아, 새끼들. 군대 와서 딸만 잡으려고 하나. 딸쟁이 새끼들도 아니고 말이야. 적당히 하라고 해. 뼈삭는다고!”
“네. 꼭 전하겠습니다. 그보다 언제쯤 될지······.”
“몰라 인마! 머리가 있으면 너도 생각 좀 해봐라. 지금 중대 분위기가 어때?”
“······.”
“중대장이 언제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데 갑자기 뜬금없이 관물대 검사하다가 걸려 버리면 니들이 책임 질 거야? 아니, 너희들은 있는 거나 제대로 폐기를 시켜야지 새것을 달라고 지랄들이야.”
“······죄송합니다.”
“됐고, 담배는 얼마나 필요하다고 해?”
“3보루 정도 얘기했습니다.”
“담배는 내가 짱박아 둔 것이 있으니까, 내일 나에게 와서 찾아가!”
“네, 알겠습니다.”
“확실히 수금은 제대로 하고 있지?”
“네, 물론입니다.”
“너 민균이 그 새끼처럼 지멋대로 외상 주고 그러지 마라.”
“확실하게 하고 있습니다.”
“익호야. 난 말이야. 돈 가지고 장난치는 새끼가 정말 싫어.”
“알고 있습니다.”
“그래! 잘할 것이라 믿고 있다.”
윤태민 2소대장이 어깨를 툭 치고 갔다. 멀어지는 윤태민 2소대장의 등을 보며 황익호 병장이 인상을 찡그렸다.
“와, 시발. 이러려고 내가 군대 온 것도 아닌데······. 계속해야 하나?”
하지만 그런데 또 자신을 그렇게 괴롭혔던 이민균 병장을 제치고 자신이 조만간 분대장을 단다고 생각을 하니 뿌듯했다.
“그래, 참자. 참아. 제대까지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그 말과 함께 늘어지게 기지개를 켰다.
“그래, 어떻게든 국방부 시계는 굴러간다 이 말이지.”
그렇게 어두컴컴한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황익호 병장이 주절거렸다.
다음 날, 황익호 병장은 윤태민 2소대장에게 담배를 받아서 1소대 홍익훈 병장에게 향했다.
“여기 있습니다.”
“오! 담배 좋고······. 잡지는?”
“잡지는 시간이 좀 걸린다고 합니다.”
“야, 2소대장님은 직접 찍어서 만든다고 하냐? 아니, 시간이 왜 걸려? 밖에서 사 오기만 하면 되는 것을 말이야.”
홍익훈 병장이 잔뜩 불만 어린 얼굴로 말했다. 황익호 병장이 말했다.
“아니, 2소대장님이 당분간 있어 보라고 합니다. 중대장님이 진짜 관물대 조사를 한다고 할지 모른다고 해서 말입니다.”
“무슨 관물대 조사야. 내가 지금까지 있으면서 한 번도 관물대 조사를 한 적이 없는데.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그래!”
“······.”
황익호 병장이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 모습을 보며 홍익훈 병장이 손을 흔들었다.
“그래, 알았다. 알았어. 너 시발. 잡지 들어왔는데 딴 소대 먼저 주지 마라. 우리 소대가 먼저다.”
“알았습니다.”
1소대 홍익훈 병장이 자신의 소대로 걸어갔다. 그 모습을 보며 황익호 병장이 중얼거렸다.
“아, 시발. 어지간히 지랄하네.”
그런 두 사람의 상황을 몰래 지켜보는 눈이 있었다. 바로 김호동 하사였다. 김호동 하사는 휴대폰으로 그런 두 사람의 사진을 찍었다. 다 찍은 사진을 확인하며 김호동 하사가 중얼거렸다.
“이 새끼들은 도대체 이 말보루가 어디서 났을까?”
그러면서 휴대폰을 잘 갈무리하며 씨익 웃었다.
“자, 일단 한 건은 올렸으니 좀 더 지켜보자.”
김호동 하사는 휴대폰을 툭툭 두드리고는 조심스럽게 그 자리를 벗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