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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735화 (735/1,018)

<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31)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065화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31)

“알겠어요. 진짜······.”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한소희가 다시 안방으로 향했다. 오상진이 바로 한소희의 팔을 붙잡았다.

“어디 가요?”

“옷 갈아입어야죠.”

“왜 옷을 갈아입어요. 그냥 그렇게 나가요.”

“네? 무슨 소리예요. 어떻게 교복을 입고 밖에 나가요.”

한소희가 황당한 얼굴이 되었다. 그러나 오상진의 얼굴은 진지했다.

“무슨 말이에요? 왜 못 입고 가요. 교복 입고 밖에 돌아다니는 학생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그거야, 고등학생이잖아요.”

“소희 씨도 지금 딱 보면 고등학생처럼 보여요.”

“저, 정말요?”

“그럼요. 얼마나 예쁘고, 귀여운데요.”

오상진의 말에 한소희가 조금 갈등했다.

‘그, 그런가? 진짜 귀엽나?’

한소희가 슬쩍 거울 쪽으로 자신을 비춰봤다. 또 이렇게 보니 고등학생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사이 오상진은 추리닝으로 갈아입고 나왔다.

“응? 상진 씨는 교복 없어요?”

“네, 없어요.”

“아쉽다. 원래 교복 없어요?”

“아뇨. 아마 본가에 있지 않을까요?”

“칫. 나는 입어보라고 해놓구선. 상진 씨는 없고.”

“미안해요. 미리 말해줬으면 준비를 했죠.”

“어쩔 수 없네요.”

한소희가 피식 웃으며 오상진의 팔짱을 꼈다.

“나중에 우리 다시 교복 차림으로 데이트를 해봐요.”

“알겠어요. 그런데 우리 학교 교복 별로 안 멋있는데.”

“상관없어요. 그냥 고등학생 기분 내는 거죠.”

“알겠어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그렇게 해요.”

“네.”

두 사람이 환하게 웃으며 현관을 나섰다.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 차를 타고 시내로 나갔다.

“우리 뭐 먹을까요?”

“으음, 뭐가 좋을까?”

“그냥 백반 정식 먹을래요? 근처에 백반 잘하는 집 있는데······.”

“그래요.”

한소희도 바로 흔쾌히 승낙을 했다. 맨날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서 칼질을 하거나, 삼겹살을 먹거나, 아니면 스파게티를 먹었다.

가끔 분식도 먹지만 이런 식의 백반집도 좋았다.

“여기에요.”

오상진이 백반집 앞에 차를 세웠다. 약간 허름하지만 왠지 정겨운 느낌도 들고 맛있을 것 같았다.

“들어가요.”

“네.”

한소희가 교복을 입고 들어가자 주위에 있던 나이 지긋한 어른들은 그냥 힐끔 보고 끝이지만 젊은 남자들이 그런 한소희를 힐끔힐끔 봤다. 오상진은 그런 시선이 살짝 신경이 쓰였다.

“소희 씨 앞으로 교복 입으면 안 되겠다.”

“네?”

“주위 사람들이 너무 많이 쳐다보는데요.”

“왜요? 못된 짓 하는 기분이 들어요?”

“뭐, 그런 기분이 드는 것 같기도 하고. 게다가 소희 씨, 지금 모습이 너무 예뻐서, 진짜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고 싶어요.”

“뭐예요. 진짜······.”

한소희가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었다. 그러는 사이 주인아주머니가 왔다.

“식사 맛있게 해요.”

“네, 감사합니다.”

인사를 한 후 수저를 드는데 주인아주머니가 오상진을 보며 말했다.

“친오빠?”

그러자 한소희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저희 남편이에요.”

“응? 남편? 결혼했어요?”

“그럼요.”

주인아주머니는 이해가 안 되는 듯 놀란 눈이 되어 있었다. 한소희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 고등학생 아니에요. 장롱에 고이 모셔두고 있던 교복을 오랜만에 입고 나와 본 거예요.”

“그, 그래요?”

여전히 믿지 못하겠다는 얼굴이었다. 한소희가 지갑을 꺼내며 말했다.

“정 못 믿겠으면 주민등록증 보여드릴까요?”

“아, 아니에요. 괜찮아요. 그런데 진짜 고등학생 아니에요?”

“네, 아니에요. 요즘 교복 차림으로 데이트하는 것이 유행이잖아요. 그래서 저도 한번 입어봤어요.”

한소희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주인아주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 맞다. 나도 텔레비전에서 본 것 같네.”

“그렇죠.”

“어쩐지. 아무튼 맛나게 먹어요.”

“네.”

주인아주머니가 가고, 한소희가 낄낄 웃었다.

“어머, 진짜 날 고등학생으로 봤나 봐요.”

“그럼, 진짜라니까. 소희 씨 완전 고등학생이에요. 지금 딱!”

“알았어요. 어서 식사나 해요.”

한소희가 웃으며 말했다. 오상진과 한소희가 맛있게 식사를 했다. 식사를 다 마치고 밖으로 나가려는데 오상진이 한소희에게 말했다.

“아, 소희 씨 저 화장실에 좀 다녀올게요.”

“알았어요. 저 여기서 기다릴게요.”

“차에 먼저 가 있어요. 차 키 줄게요.”

“아니에요. 그냥 상진 씨 올 때까지 여기 있을게요.”

“알겠어요. 금방 다녀올게요.”

“네.”

오상진이 급히 화장실로 뛰어갔다. 한소희는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그러다가 지나가던 남자 고등학생들이 한소희를 발견하고 다가왔다.

“어? 어디 학교 교복이지?”

남자 고등학생들은 한소희의 교복 입은 모습을 보고 그 자리에 멈췄다.

“저기요!”

“네?”

“어느 여학교에요?”

“네에?”

“아니, 어디 여자 고등학교냐고요.”

그 말에 한소희가 피식 웃었다.

“어디 고등학교일 것 같아요?”

한소희는 갑자기 장난이 치고 싶었다. 남자 고등학생은 가만히 고민하더니 말했다.

“성심여고?”

“아뇨.”

“그럼 진상여고?”

“거기도 아니에요.”

“그럼요? 이 근처에 여자 고등학교는 두 곳뿐인데.”

“왜. 이 지역일 거라 생각해요?”

“그, 그럼 어디에요?”

“그건 왜 물어봐요?”

“그, 그것이 사실 너무 예뻐서······. 휴대폰 번호가 뭐예요?”

“네?”

한소희는 속으로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고등학생에게서, 그것도 길 한복판에서 번호를 달라는 말을 듣다니.

“왜요? 안 돼요?”

한소희가 그 남자 고등학생을 빤히 바라봤다. 안경도 착용하고 있고, 그렇게 불량한 학생 같지도 않았다. 그때 화장실을 갔던 오상진이 나왔다. 그 광경을 보며 오상진이 우뚝 멈췄다.

“뭐지? 저 고등학생은? 설마 번호 따려고 하는 거야?”

오상진은 웃음이 나왔다. 그러면서 살짝 질투심도 있었다.

“여보!”

오상진의 말에 한소희가 깜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오상진이 다가와 말했다.

“여보, 빨리 가요.”

“아, 네네. 가요.”

오상진과 한소희가 도로가 세워진 차량에 올라탔다. 그러자 그 자리에 멍하게 있던 남자 고등학생이 중얼거렸다.

“여, 여보? 설마 유부녀였어?”

남자 고등학생은 도저히 믿기지 않는 듯 중얼거렸다.

한편 차에 올라탄 한소희는 뭐가 그리 좋은지 히죽 웃었다. 그 모습을 보며 오상진이 물었다.

“소희씨 뭐예요?”

“네?”

“방금 고등학생에게 길거리 헌팅 당했죠.”

“헌팅요? 아, 네에. 힛!”

“좋아요?”

“그럼요. 그것도 새파란 젊은 남학생인데······.”

“와, 진짜 안 되겠어요. 다시는 교복 입지 마요.”

“왜요? 다음에도 입을 건데요.”

“안 돼요!”

“상진 씨, 질투해요?”

“질투? 네, 맞아요. 아까 질투 엄청 났어요.”

“아항, 그래서 갑자기 여보라고 했구나.”

“······칫.”

“와, 진짜 기분 좋다. 나 아직 죽지 않았구나.”

“······.”

오상진은 잔뜩 인상을 구긴 채 입이 쭉 나와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한소희가 피식 웃었다.

“뭐예요, 상진 씨! 진짜 귀여워.”

“하나도 안 귀엽거든요.”

“호호호······.”

그렇게 웃으며 오상진과 한소희가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그때 그곳을 지나가든 윤태민 2소대장이 휴대폰을 바라보며 콧방귀를 끼고 있었다.

“뭐야, 중대장. 이러고 놀고 있었어?”

윤태민 2소대장 휴대폰 속에는 교복을 입은 한소희의 옆모습과 오상진이 나란히 찍혀 있었다.

점심시간, 2소대는 각자 자리를 잡고 식사에 열중했다. 그 사이 박형욱 병장이 인상을 찡그렸다.

“하아, 시발 이놈의 부대 짬밥 완전 똥이네, 똥이야. 이런 것을 계속 처먹으니 입에서 똥내가 나지.”

박형욱 병장이 수저를 던지며 투덜거렸다. 그랬더니 최헌일 상병이 슬쩍 말했다.

“아니, 박 병장님 얼마 남지 않았습니까. 참으십시오.”

박형욱 병장이 바로 말했다.

“야, 제대 얼마 남지 않은 것이랑 짬밥이 구린 것이랑 뭔 상관이야.”

“죄송합니다.”

최헌일 상병이 바로 사과했다. 그러자 박형욱 병장이 바로 미소를 지었다.

“아, 새끼. 장난도 못 치겠네. 농담한 거잖아. 넌 말년병장 꼬장도 못 받냐.”

옆에 있던 장태진 병장이 말했다.

“이해하십시오. 헌일이는 고참들에게 깍듯하지 않습니까.”

박형욱 병장이 어이없어했다.

“시발, 방금 전에 나에게 적당히 하라는 말투가 깍듯한 거냐?”

장태진 병장이 웃으며 말했다.

“말년병장에게 그 정도면 깍듯한 거죠. 그럼 뭘 얼마나 더 깍듯해야 합니까.”

“와, 시발······. 취사병 새끼들은 이런 똥국이나 처 만들어서 먹으라고 내 놓고. 밑에 놈들은 나가라고 지랄을 떨고······. 더럽고 치사해서 빨리 제대를 하든가 해야지 원.”

박형욱 병장이 투덜거리며 이민균 병장을 봤다. 이민균 병장이 똥 씹은 표정으로 밥을 먹고 있었다.

“이민균.”

“네?”

“너 언제까지 그럴 거야.”

“뭐가 말입니까.”

“너도 인마 나 제대하면 바로 제대 아니야. 좋게, 좋게 좀 지내라.”

“아니, 왜 가만히 있는 사람에게 시비입니까.”

“시비는 아니고······. 야, 인마! 내가 무슨 시비를 건다고 그래. 너 참 말 이상하게 한다.”

“······.”

이민균 병장은 더 이상 대꾸하지 않았다. 박형욱 병장이 슬쩍 말했다.

“야, 너 그렇게 분대장이 하고 싶었어?”

“그런 거 아닙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까놓고 말해서 나도 너 주고 싶었어. 소대장님이 익호에게 주라고 하는데 나보고 어떻게 해.”

“아니, 누가 뭐라고 합니까. 왜 그 얘기를 꺼내고 그러십니까.”

이민균 병장은 괜히 기분이 나쁜지 수저를 내려놓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먼저 가 보겠습니다.”

이민균 병장이 식판을 들고 나가버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박형욱 병장이 중얼거렸다.

“와, 저 새끼. 완전히 밴댕이구만. 야, 저 새끼 진짜 왜 저러냐.”

박형욱 병장의 말에 황익호 병장이 입을 열었다.

“아니, 왜 자꾸 긁으십니까. 저도 가만히 있는데······.”

“웃겨서 그런다. 웃겨서! 저 새끼 말이야. 얼마 전까지 소대장님이 예뻐해 주니까, 기고만장해서는 말이지. 분대장이고 뭐고, 지가 분대장처럼 행동하더니. 이제 소대장님에게 미운털 박히니까, 저 새끼 피해자처럼 구는 것이 역겹지 않냐?”

황익호 병장이 피식 웃었다. 장태진 병장이 얘기를 듣다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이 병장님은 왜 저런 겁니까?”

“야······.”

황익호 병장이 눈매를 날카롭게 했다. 그 눈빛에 장태진 병장이 바로 시선을 내렸다.

“죄송합니다.”

“야, 됐어. 애들도 알아야지.”

박형욱 병장이 황익호 병장을 보며 말했다. 그러곤 그곳에 있는 애들을 향해 말했다.

“정확한 것은 몰라. 다만 어림짐작으로 저 새끼 약간 수금할 때 장난을 친 것 같아.”

“네? 수금할 때 말입니까? 진짜입니까?”

“나도 잠깐 해봐서 아는데 2소대장이 은근히 가끔 그래. 사람 믿는 척하다가 가끔씩 저렇게 하는 경우가 있어. 내가 알기로는 내 윗사람도 한번 걸린 적이 있어. 그래서 나는 장난을 안 쳤는데. 이민균 저 녀석 아마 상병부터 했을 거야. 맞나? 상병 말?”

“네.”

“솔직히 한두 푼도 아니고, 수금하면 돈이 꽤 되잖아. 안 그러냐?”

“그렇죠.”

“그래서 말인데 익호야.”

“네.”

“너도 이민균처럼 되지 않으려면 딴생각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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