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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733화 (733/1,018)

<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29)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063화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29)

그 말에 김태호 상사가 히죽 웃었다.

“그렇겠지. 사병에게 처맞아서 쪽팔려서 입원하고 있었던 것이겠지.”

김태호 상사의 말에 김호동 하사가 바로 인상을 썼다.

“아, 진짜. 행보관님은 왜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저 진짜 그런 거 아닙니다.”

“아니긴 개뿔······.”

김태호 상사가 실실 웃으며 김호동 하사를 놀렸다. 김호동 하사는 잔뜩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오상진이 두 사람을 말리지 않았다면 계속해서 놀렸을 것이다.

“행보관님, 그만하세요.”

“험, 네에.”

김태호 상사의 대답에 김호동 하사는 얄밉다는 듯 바라봤다. 물론 김태호 상사는 깨끗하게 무시를 했지만 말이다. 김호동 하사가 김태호 상사를 한차례 노려보고는 오상진을 바라봤다.

“그보다 중대장님, 저 왜 부르셨습니까?”

“아! 혹시 말입니다. 2소대장하고 안 좋은 거라도 있습니까?”

“그건 왜 물어보십니까?”

김호동 하사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김태호 상사가 종이를 내밀었다.

“김 하사, 이거 봐라. 이게 나왔다.”

“어······ 와아. 중대장님께서 새로 오셨다고 애들이 이제 별소리를 다 합니다.”

오상진이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김 하사도 알고 있습니까?”

“알고 있었다기보다는 솔직히 부대에 이것저것 사제 물품들이 많이 돌아다녔습니다. 딱히 애들이 휴가를 나간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저희 4중대는 기본 휴가 말고는 포상휴가라는 것이 있지가 않지 않습니까. 외박도 솔직히 나가는 편도 아니고 말입니다. 그래서 풀리지 말아야 할 사제 물품도 봤습니다. 특히 애들 스스로 구하기 힘든 야한 잡지책들도 말입니다. 그걸 하나씩 찾을 때마다 애들은 도대체 이런 물건들을 어디서 구해오지? 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습니다.”

“그래서 2소대장을 의심했습니까?”

“의심보다는 저 나름대로 살짝 조사를 해봤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윤태민 2소대장에게 물어보기도 했고 말입니다. 그런데 윤태민 2소대장이 아니라며 잡아떼지 뭡니까. 그래서 아닌 줄 알고 있었죠. 그런데 이야······ 여기 이렇게 딱 나오네.”

김호동 하사가 피식 웃으며 소원 수리를 바라봤다.

오상진이 진지한 얼굴로 생각했다. 만약에 윤태민 2소대장이 김호동 하사가 자신의 뒤를 파고 있거나, 불편해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조인범 상병을 시켜서 그랬다면 충분히 납득이 되었다.

‘으음, 그런 시나리오라면 얼추 이해가 되는데······.’

오상진의 눈빛이 더욱 깊어졌다.

“그런 것 말고 윤태민 2소대장과 따로 부딪치는 일은 없었습니까?”

“아! 지난번에 그런 일도 있었습니다.”

“뭡니까?”

“으음, 이런 말씀 드리기가 좀 그런데······. 사실 2소대장이 3소대장을 찍고 그러는 모습을 봤습니다. 그거 가지고 한번 뭐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2소대장은 뭐라고 합니까.”

“길길이 날뛰었죠. 별것도 아닌 일 가지고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말입니다. 게다가 3소대장을 좋아해서 그런 것이라고 살짝 언성을 높였던 적이 있습니다. 가만, 생각해 보니, 설마······.”

김호동 하사의 눈이 커졌다. 그러곤 오상진을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바, 방금 중대장님의 말씀은 조인범을 시켜서 절······.”

“아직까지 확실한 것은 없습니다. 만약에 진짜로 2소대장이 소주를 반입한 것이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지 않겠습니까?”

“와, 진짜. 저 소름 돋았습니다. 2소대장이 싸가지는 좀 없어도 그럴 사람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김태호 상사가 말했다.

“야이씨! 뭐가 그럴 사람이 아니야. 그놈 완전히 양아치지.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야.”

“행보관님도 무슨 일 있었습니까?”

“와, 내가 이런 얘기까지 안 하려고 했는데······.”

김태호 상사가 잠깐 숨을 몰아쉬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예전에 한번 제가 작업 좀 하다가 뒤에서 중대장님 흉을 본 적이 있습니다. 없는 자리에서는 사단장님 욕도 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우리끼리 얘기를 한 것인데 2소대장이 그 얘기를 들은 모양입니다. 갑자기 찾아와서는 왜 중대장님이 없는데 그런 소리를 하냐며 성질을 내는 겁니다. 그래서 사과를 했죠. 그렇게 넘어갈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전 중대장이 저를 바라보는 눈빛이 싸늘하다고 느꼈단 말입니다. 나중에 술 마시면서 물어보니 중대장님께서 자기를 뒤에서 그렇게 씹고 다녔냐며 말을 하더란 말입니다. 그래서 그때 알았습니다. 2소대장이 앞에서는 괜찮다고 하면서 뒤로는 그렇게 호박씨를 까는 비열한 인간이라는 걸 말입니다.”

김태호 상사가 열을 내며 말했다.

“그래서 전 윤태민 2소대장을 믿지 않습니다.”

마지막 말을 할 때의 김태호 상사의 눈빛은 단호했다. 김호동 하사가 살짝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 행보관님. 중대장님을 흉본 것 자체가 잘못 아닙니까?”

“내가 중대장님 흉본 것을 잘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잖아. 내 앞에서는 봐줄 것처럼 사람 비굴하게 만들더니, 뒤에서는 호박씨를 까고 있었던 게 괘씸한 것이라고. 도대체 뭐 하는 짓인지······. 차라리 이건 아니지 않냐, 내가 못 들었으면 모를까, 들었는데 이건 아니다. 그렇게 말했으면 내가 이실직고 중대장님께 찾아가서 직접 말을 하지. 아무튼 사람 이상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어.”

김태호 상사가 열을 내며 말했다. 그 말을 듣고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윤태민 2소대장에 대한 것들이 조금씩 뚜렷해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지난번 파일을 봤을 때 1소대장 김진우 중위는 우직한 성격이고, 2소대장 윤태민 소위는 출세 지향적이고 어떤 끈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하는 식의 내용이 있었다.

‘가만, 그 파일 속에서 윤태민 2소대장의 내용이 더 있었는데.’

오상진은 파일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때 윤태민 2소대장의 외할아버지가 육군 장성 출신으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가?’

막말로 윤태민 2소대장이 그런 끈이 없다면 제멋대로 스타일의 그는 상당히 위협받기 쉬운 스타일이었다.

군인들도 줄을 잘 서야 여우 같은 짓을 해도 그냥 넘어간다. 끈도 없는 애들이 그런 행동을 하면 찍히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오상진이 생각을 하고 있는데 김태호 상사가 물었다.

“중대장님, 그럼 이건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공식적으로 문제 삼을 생각입니까? 솔직히 소원 수리 하나가지고 사건을 키우기에는 좀 무리이지 않을까요?”

“뭐, 그렇긴 합니다만······.”

“그럼 덮으실 생각입니까?”

“아뇨, 덮을 수는 없죠.”

“그럼 따로 생각해 두신 것이 있습니까?”

김태호 상사의 물음에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래서 말인데, 두 분이 절 좀 도와주시죠.”

“뭘 어떻게 하면 됩니까?”

“지난번에 윤태민 2소대장 뒤를 좀 파봤다고 했죠? 그래서 말인데 김 하사.”

“네.”

“미안한데 그 일 한 번만 더 해봅시다.”

“네, 맡겨만 주십시오. 중대장님께서 그 얘기를 하지 않았다고 해도 저 혼자서라도 조사를 했을 것입니다. 2소대장,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

김호동 하사가 의지를 활활 불태웠다. 김태호 상사가 슬쩍 말렸다.

“야,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니잖아.”

“행보관님은 딱 보면 모르시겠습니까. 그리고 중대장님께서 헛소리를 하실 분은 아니지 않습니까. 중대장님께서 의심이 가신다면 맞는 겁니다. 어쩐지 이 자식, 사고 난 다음에 저에게 찾아와서는 괜히 이죽거리고 그랬는데. 그때는 저도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은 상태라 제대로 듣지 못했는데, 지금에서야 그 이죽거림을 떠올리니 뭔가 확실하다는 필이 팍팍 옵니다.”

“그래? 그런 일이 있었어? 진짜 이 새끼 양아치구만.”

김태호 상사도 열을 냈다. 오상진은 이번에는 김태호 상사를 보며 말했다.

“그리고 행보관님께서는 내부에 돌아다니는 사제 물건이 있을 것입니다. 그것을 체크해 주십시오.”

“아, 예! 그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네, 그럼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오상진은 두 사람에게 비밀 임무를 주었다.

두 사람이 나가고, 오상진은 소대장들을 다시 자신의 사무실로 집합시켰다.

“내가 자네들을 부른 이유는 소원 수리에 관해서 얘기를 할 것이 있어서다.”

오상진의 말에 김진수 1소대장이 말했다.

“혹시 소원 수리에서 뭔가 나온 것이 있습니까?”

“특별한 것은 없고, 우리 중대 식사가 좀 부실한가?”

홍일동 4소대장이 먼저 나서서 대답했다.

“아, 네에. 특별히 부식이 많이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요즘 애들이 고기반찬을 좀 많이 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윤태민 2소대장이 나서서 발언했다.

“군대라는 것이 다 똑같지 않습니까. 어차피 국방부에서 식단이 정해져서 내려오고, 전 부대에 똑같이 부식이 조달될 덴데 말입니다. 여기서 더 좋아지면 국방비가 아예 거덜 날 것입니다.”

김진수 1소대장이 인상을 쓰며 윤태민 2소대장을 바라봤다.

“2소대장, 말을 해도······.”

“네? 그럼 어떻게 말을 합니까?”

오상진이 손을 들었다.

“아니야, 됐어. 그보다 3소대장은 어떻게 생각해?”

“저, 저도 좀 부실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 으음, 1소대장.”

“네.”

“자네가 좀 수고스럽겠지만 병사들 의견을 좀 들어봐 줬으면 좋겠는데.”

“제가 말입니까?”

김진수 1소대장이 살짝 당황하며 말했다. 오상진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가 믿을 사람이 1소대장 밖에 없잖아.”

그 말에 순간 김진수 1소대장의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김진수 1소대장은 얼굴에 미소를 그리며 다른 소대장들을 바라봤다.

사실 따지고 보면 하찮은 일이었다. 병사들을 상대로 요즘 식사 어떻게 생각하나? 맛있어? 좀 개선 사항은? 이런 식으로 일일이 물어본다는 것이 좀 그렇긴 해도.

하지만 오상진의 믿는다는 그 한마디는 김진수 1소대장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흐흠, 네. 제가 한번 해보겠습니다.”

그런데 윤태민 2소대장이 나섰다.

“그런 일을 굳이 1소대장님께서 하십니까. 제가 하겠습니다.”

“아니야, 2소대장. 중대장님께서 나에게 직접 지시를 내리셨으니까, 내가 해야지.”

오상진도 김진수 1소대장에게 말에 무게를 실었다.

“그래, 맞아. 중대장도 1소대장이 도와줬으면 좋겠다. 아무리 하찮은 일이라도 1소대장이라면 왠지 성실히 일을 잘할 것 같아. 할 수 있지?”

“넵, 중대장님. 믿고 맡겨주십시오.”

이런 식으로 오상진은 김진수 1소대장에게 믿음을 줬다.

김진수 1소대장 역시 비록 하찮은 일이지만 오상진이 믿고 있다는 그런 느낌을 받자, 눈이 반짝였다. 반면, 윤태민 2소대장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뭐야? 분위기가 이렇게 넘어가면 안 되는데······.’

“자, 그럼 그만들 나가서 일들 봐.”

“넵!”

각 소대장들이 중대장실을 나갔다.

오상진은 팔짱을 꼈다.

“이것 참 쉽지가 않네. 쉽지가 않아.”

그러고 있는데 한소희에게 전화가 왔다.

“네, 소희씨.”

-바빠요?

“네? 아뇨, 바쁘진 않은데······. 왜요? 무슨 일 있어요?”

-음, 그게요. 나 오늘 내려갈까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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