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28)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062화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28)
-저는 군 생활 잘하고 있습니다.
“아, 이거는 한일이 놈이 적었구만.”
윤태민 2소대장이 방금 펼친 쪽지를 한쪽으로 치웠다. 그리고 다른 종이를 펼쳐서 확인했다.
-제육볶음이 먹고 싶습니다.
“아, 이 새끼는 누구야? 뭘 이따위 것을 적어! 군대 밥 먹으러 왔나.”
윤태민 2소대장이 인상을 쓰며 확인했다. 그러기를 몇 개 더 확인을 했지만 별 내용은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문이 벌컥 하고 열렸다.
“어?”
윤태민 2소대장이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분명 잠갔는데······.’
윤태민 2소대장이 그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문을 열고 나타난 인물은 바로 김진수 1소대장이었다.
“아이고 깜짝이야.”
“뭐야, 2소대장. 여기서 뭐 해?”
“아, 그것이······.”
윤태민 2소대장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김진수 1소대장이 탁자 위에 있는 것을 확인하고 표정을 굳혔다.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야!”
“벼, 별거 아닙니다.”
“이봐, 2소대장. 이게 별거 아닌가? 자네 지금 소원수리함을 연 거야?”
“어, 그게······.”
윤태민 2소대장은 땀을 삐질 흘리며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했다. 김진수 1소대장은 황당한 얼굴이 되었다.
“자네 열쇠가 어디 있었나? 열쇠는 중대장님이 가지고 계시는 것으로 아는데······.”
“1소대장님, 지금 이거 못 본 걸로 해주십시오.”
“이 친구가 지금 장난하나. 내 눈으로 직접 봤는데 어떻게 못 본 걸로 하나.”
“왜 그러십니까. 솔직히 1소대장님도 좀 불안하지 않습니까.”
“불안하긴 도대체 뭐가 불안해.”
“애들에게 잘해주면 뭐합니까. 한번 싫은 소리 했다고 난리 치지 않습니까. 그래서 혹시라도 쓸데없는 소리는 하지 않았을까, 점검 차원에서 확인한 것입니다.”
“이 친구가 진짜······. 자네 말이야. 이렇게 확인을 하면 그게 무슨 소원수리인가. 그런 식으로 할 거면 무슨 의미가 있나.”
“1소대장, 같은 소대장끼리 왜 그러십니까. 막말로 1소대장님은 떳떳하십니까?”
윤태민 2소대장의 말에 김진수 1소대장의 얼굴이 굳어졌다.
“자네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나. 어디 나까지 같이 엮으려고 해. 지금 당장 도로 넣게.”
“거의 다 봤습니다. 몇 개 남지 않았습니다.”
“야, 윤태민! 지금 장난해? 지난번에 말했는데 내가 우스워? 아니면 당장 중대장님께 보고할까?”
“아, 아닙니다.”
윤태민 2소대장이 탁자 위에 펼쳐져 있던 종이를 도로 접어서 상자 안에 넣었다. 그러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니, 시발. 더럽게 지랄하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지금까지 확인한 결과 별문제가 없다는 것이었다.
‘나머지도 별거 없겠지.’
윤태민 2소대장이 고개를 끄덕인 후 상자를 가지고 김진수 1소대장에게 갔다. 김진수 1소대장이 근엄하게 말했다.
“자물쇠 채워.”
“네.”
“2소대장. 이번만이야. 이번까지 내가 그냥 못 본 척해주겠는데 다음에 또 이러면 그때는 가만히 안 있을 거야.”
“아, 예예. 알겠습니다.”
윤태민 2소대장이 대답을 하며 속으로 말했다.
‘어이구, 지만 잘났지. 지만······.’
그렇게 소원수리함이 오상진의 사무실 책상 위에 놓였다. 오상진이 웃으며 물었다.
“전 중대원들 다 받은 거야?”
“네.”
“혹시 중간에 열어보고 한 것은 없지?”
김진수 1소대장이 살짝 움찔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없습니다.”
옆에 있던 윤태민 2소대장이 살짝 속으로 안도를 했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내가 이제 알아서 볼 테니까, 나가서 볼일들 봐.”
그러자 윤태민 2소대장이 실실 웃으며 말했다.
“중대장님 그냥 저희들이랑 같이 보면 안 됩니까?”
윤태민 2소대장이 친근하게 물었다. 그러자 김진수 1소대장이 눈을 크게 떴다.
“2소대장, 중대장님께서 나가라고 하시잖아.”
“아, 네네. 알겠습니다.”
두 사람이 중대장실을 나가고 오상진은 서랍에 넣어뒀던 열쇠를 꺼내 자물쇠를 열었다. 상자 뚜껑을 열고 책상 위로 상자를 뒤집었다. 우르르 종이들이 떨어졌다.
“자, 그럼 어디 한번 볼까?”
오상진이 하나하나 종이를 펼쳐서 확인을 했다. 대부분 별다른 내용은 없었다. 다만 몇 가지 식단에 대한 불만이 조금 있을 뿐이었다. 또한 부식 얘기도 나왔다.
“이 녀석들······. 그보다 좀 신경 쓰긴 해야겠네. 이 부분은 행보관님과 얘기를 해 보고······.”
오상진은 식단 불만에 대한 것은 따로 분류를 해 놓았다. 그 외는 별 내용은 없었다. 부조리라든지, 누가 괴롭히고 있는 것은 말이다.
“흠, 다들 별문제가 없긴 한가?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오상진이 중얼거리며 어떤 종이를 펼쳤다. 그곳에 빼곡하게 적힌 글씨가 보였다. 오상진이 처음부터 읽어 내려가는데 어느 지점부터 눈이 크게 떠졌다.
“이, 이게 진짜······.”
오상진이 놀란 부분은 어느 한 문장이었다.
-2소대장이 부대에 술을 반입하고 있습니다.
이 한 줄에 오상진은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2소대장이 술을 반입하고 있다니.
만약 아무 일 없이 이런 소원수리를 봤다면 조금 의심이 들었을 것이고 2소대장인 윤태민 소위를 불러서 진위를 확인했을 것이다.
하지만 술을 반입했다는 이 글을 본 순간 누군가 떠올랐다. 바로 김호동 하사였다. 그리고 조인범 상병의 일까지.
조인범 상병이 김호동 하사의 머리를 소주병으로 가격했다. 그런데 조사 과정에서도 술을 어떻게 반입했는지에 대해서 정확하게 밝혀진 바는 없었다.
조사를 하려고 했지만 조인범 상병 스스로 입을 다물고 있었다. 너무 디테일하게 파고들면 군 기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헌병대에서도 조사를 하다가 적당히 마무리를 지었다. 그런 일까지 헌병대에서 오상진에게 알리지는 않았다.
물론 그런 생각은 했다. 누군가가 조인범 상병에게 주류 반입을 허락했거나, 혹은 도왔거나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런 와중에 윤태민 2소대장이 술을 반입시켰다는 소원수리가 올라오자 머릿속에서 퍼즐이 맞춰지는 듯 순식간에 이어졌다.
“그러니까, 2소대장 윤태민 소위가 주류를 반입해서 조인범 상병에게 팔거나, 줬다는 건데······.”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오상진이 윤태민 2소대장을 부르기 위해 수화기를 들었다. 그러다가 바로 멈추며 도로 내려놨다.
“아니지. 2소대장을 불러봤자 의미가 없지. 내가 제대로 조사를 해봐야지.”
그때 문을 똑똑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며 김태호 상사가 들어왔다.
“중대장님. 이번 경계근무 초소 때 투입 때 부식에 관해서 보고할 것이 있습니다.”
“아, 네에. 들어오세요.”
김태호 상사가 들어와서 오상진 책상 위를 봤다. 소원수리를 한 쪽지가 올려져 있었다.
“오, 소원수리 확인을 한 겁니까?”
“네. 때마침 잘 오셨네요.”
“왜요? 뭐 나온 거라도 있습니까?”
“대부분은 식단에 관한 얘기밖에 없네요.”
“식단요?”
“네. 고기 반찬을 먹고 싶다고 하네요.”
“이 녀석들이······. 이미 전 사단에 정해진 식단이 있고, 거기에 맞춰서 하는 건데······.”
그러다가 김태호 상사가 입을 다물었다.
“하긴 나도 어느 정도 예상은 했습니다. 대대에서 부식을 받아오긴 하지만 아시지 않습니까. 대대에서 저희 4중대는 찬밥신세라는 것을 말입니다. 제대로 부식이 잘 오지 않습니다.”
“아, 그래요?”
“네. 왠지 이 얘기가 나오면 중대장님이 애들이 반찬 투정을 한다 그런 얘기를 하실 것 같아서 그래서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알고는 계셔야 할 것 같아서요.”
“네에, 그렇구나.”
오상진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씁쓸한 얼굴이 되었다. 사실 4중대가 꼴통 부대며, 대대에서도 좀 떨어진 독립중대라는 것은 알았다. 부식을 받아오는 것도 대대로 직접 가서 받아온다. 그렇다 보니, 대대에서보다는 어느 정도 부식이 부실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애들 먹는 건데 차별하면 안 되는 거죠.”
오상진의 생각은 바로 이것이었다. 아무리 4중대가 버린 중대라고 해도 애들 먹는 걸로 장난을 치면 안 되는 것이었다. 게다가 애들 먹는 것이 부실하다 보니 자꾸 바깥 음식이 더 생각이 나는 것이었다.
“한창 클 나이인데 잘 먹고, 잘 재우고 그래야 하는데······.”
“맞는 말이죠.”
김태호 상사가 공감이 되는 듯 씁쓸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먹는 것이 부실하면 병사들 입에서 이래저래 불만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오상진이 이맛살을 찌푸렸다.
‘이거 참 총제적 난국이네.’
오상진이 손으로 머리를 짚었다. 그러자 김태호 상사가 바로 말했다.
“그렇다고, 엄청 심각한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중대장님께서 오셨는데 좀 나아지겠죠.”
김태호 상사가 멋쩍게 웃었다.
“그런데 다른 것은 없습니까?”
김태호 상사가 얘기를 하면서 오상진의 손에 들린 종이를 봤다.
“그걸 들고 있는 것을 보니 심각한 얘기라도 적힌 것입니까?”
오상진은 손에 들린 종이로 시선이 갔다. 그러곤 그 종이를 내밀며 말했다.
“한번 보시겠습니까?”
“봐도 됩니까?”
김태호 상사의 물음에 오상진은 종이를 내밀었다. 그것을 받아 확인하던 김태호 상사의 표정이 굳어졌다.
오상진도 김태호 상사의 굳어진 표정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표정이 굳어질 뿐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원래라면 이게 사실입니까? 아니, 2소대장이 말입니까? 이런 식의 대답이 들려왔어야 했다. 뭔가 알고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오상진은 바로 들었다.
“행보관님.”
“네?”
“2소대장에 대해서 아시는 것이 있습니까?”
“흐음······. 이걸 어떻게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럼 그 안에 있는 내용이 얼추 맞다는 겁니까? 틀린 말은 아니라는 거죠?”
“네, 뭐······. 저도 정확한 물증은 아직 없어서 중대장님께 보고는 올리지 못했습니다. 다만, 2소대장이 뭔가를 외부에서 반입을 해서 병사들에게 푼다는 소문을 듣긴 했습니다. 제가 눈으로 직접 본 것은 아니고 말입니다.”
“소문 말입니까?”
“네, 아예 뜬구름 잡는 것은 아니고. 그냥 어느 정도 실체를 알아내기 위해 접근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중대장님 오기 전까지 중대 분위기가 제가 나서서 막 하고 그럴 상태는 아니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쉬쉬하고 있었죠.”
“혹시 말입니다. 김호동 하사 불러주시겠습니까?”
“김 하사······ 말입니까?”
“네. 제가 한번 물어볼 것이 있어서 말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 서류는 천천히 보시고 결재해 주시기 바랍니다.”
“네.”
오상진은 김태호 상사가 건네 서류를 받아서 책상 한쪽에 뒀다. 그리고 10여 분이 흐른 후 김호동 하사는 김태호 상사와 함께 중대장실로 들어왔다.
“저 찾으셨습니까.”
“어서와요. 그런데 뭘 했기에 얼굴에 땀이 한 가득 입니까?”
“네에, 소대원들과 작업 좀 하고 있었습니다.”
“어이구, 병원에서 퇴원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작업입니까. 무리하지 말라니까.”
“아닙니다, 중대장님. 전 괜찮습니다. 그리고 병원이 그렇게 오랫동안 누워 있을 상처도 아니었습니다. 제가 진짜 소주병에 머리 까였다고 그랬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