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23)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057화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23)
‘이 와중에 예쁜 소희를 포함해 3명의 자식까지 낳고 말이야.’
오상진은 속으로 생각하며 피식 웃었다. 그 웃음을 본 한소희가 물었다.
“왜 그렇게 웃어요?”
“아, 아니에요. 그보다 여기가 소희 씨 방이구나.”
오상진이 슬쩍 말을 돌리며 한소희의 방을 구경했다.
“이야, 방이 크네요.”
오상진의 감탄에 한소희가 슬쩍 옆으로 다가와 말했다.
“뭐가 커요. 내 친구들 방도 다들 이 정도는 해요.”
“역시 금수저!”
오상진의 말에 한소희가 눈을 흘겼다.
“진짜······ 그런 얘기 하지 말랬죠! 지금 상진 씨가 저보다 훨씬 돈 많으면서.”
오상진 씨익 웃으며 한소희를 뒤에서 안았다.
“그게 어디 내 돈인가요.”
“그럼요?”
“어차피 소희 씨가 다 관리할 건데요.”
“치이, 말이라도 못하면.”
오상진은 팔에 더욱 힘을 주며 한소희를 안았다. 한소희의 목덜미에서 은은한 향수냄새가 났다. 한소희는 오상진에게 가만히 안겨 있었다.
그런데 오상진이 더욱더 강하게 안으려고 하자 한소희가 팔을 뿌리치며 말했다.
“여기서는 안 돼요. 절대로! 꿈도 꾸지 마요.”
“누가 뭐라고 그랬어요.”
“아무튼 틈만 주면 이런다니까.”
오상진은 아쉬움에 혀를 차고는 슬쩍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런데 방 구경시켜 줘요.”
“구경할 것이 뭐가 있다고요. 그냥 똑같은 방이죠.”
“그럼 내가 알아서 봐요?”
“맘대로 해요.”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슬쩍 구경을 했다. 그러다가 책장 쪽으로 가서 꽂혀 있는 책들을 훑었다.
‘책이 많네. 그보다 앨범이 있을 텐데······.’
오상진은 한소희의 어릴 적 모습이 궁금했다. 그래서 혹시라도 앨범이 있지 않을까 찾아봤다. 그런데 우측 상단 위에 앨범이 눈에 들어왔다. 오상진의 입가로 씨익 미소가 걸렸다.
‘찾았다.’
오상진은 곧바로 앨범을 뺐다.
‘우리 소희 씨 어릴 적 모습은 어떤지 볼까?’
오상진이 앨범을 펼쳤다. 그 순간 오상진의 눈이 크게 떠졌다.
“이, 이게 무슨······.”
역시 예쁜 사람은 어릴 적부터 남달랐다. 이건 와전 사기 캐릭터나 마찬가지였다.
“말도 안 돼······.”
오상진의 중얼거림에 한소희가 고개를 갸웃했다.
“왜요?”
“이건 좀 너무한 것 같아요.”
“뭐가요?”
한소희의 시선이 앨범 쪽으로 갔다. 혹시 무슨 이상한 사진이 있는지 확인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오상진의 말을 듣고 그만 웃고 말았다.
“아니, 무슨 사람이 이렇게 한결같이 예뻐요. 사람 맞아요?”
그러자 한소희가 피식 웃으며 살짝 주위를 확인한 후 오상진을 툭 쳤다.
“여기서는 안 된다니까요.”
“아니, 그런 뜻으로 말한 것이 아니라, 진짜로 말한 거예요.”
“그래요? 내가 그렇게 예뻐요?”
“네에!”
“이상하다. 보통 남자들은 예쁜 여자를 1, 2년 보면 질린다고 하던데······.”
그 말을 듣고 오상진이 부드럽게 말했다.
“소희씨의 예쁨은 봐도 봐도 질리지 않아요. 아마도 영원히 그 상태로 박제를 한 것 같을 겁니다.”
한소희가 피식 웃었다.
“상진 씨는 무슨 멘트 학원에 다녀요?”
“전 사실대로 말한 겁니다.”
“됐고요. 이거 이제 그만 봐요.”
한소희가 앨범을 뺏어서 다시 그 자리에 꽂았다. 그 모습을 보며 오상진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래도 우리 소희 씨 닮은 딸 낳으면 좋겠다.’
오상진은 다른 곳을 구경하기 위해 몸을 돌렸다. 그런데 안쪽에 방이 하나 더 있었다.
“어? 이 방은 뭐예요?”
“아, 거기 옷방 같은 거예요.”
“그래요?”
오상진은 자연스럽게 그곳으로 들어왔다. 많은 옷들이 걸려 있었다.
“이야, 옷 많네.”
오상진이 중얼거리며 고개를 돌렸는데 그 자리에 딱 멈췄다. 그곳에는 교복이 걸려 있었다. 순간 오상진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 교복을 꺼냈다.
“소희 씨.”
“네?”
“혹시 말이에요. 이거 아직도 맞아요?”
한소희는 고등학교 때 입은 교복을 바라보며 눈을 크게 했다.
“헐, 상진 씨······. 그런 취향이었어요?”
“어어? 왜요. 전 그냥 이 교복이 맞는지 물어봤는데요.”
오상진은 시선을 외면하며 말했다. 한소희가 눈을 살짝 흘겼다.
“정말이에요? 괜찮으니까, 솔직하게 말해봐요.”
“아, 아니에요. 그냥 교복이 있기에 소희 씨가 교복 입은 모습도 예쁘겠다. 그런 생각을 한 것뿐이에요.”
오상진은 당황하며 말했지만 한소희는 의심의 눈초리를 지우지 못했다. 그러다가 슬쩍 물었다.
“상진씨, 저 처음에 꼬셨을 때 어려서 꼬신 거죠?”
“에이, 무슨 소리에요. 제가 그럴 사람으로 보여요? 저는 단지 소희 씨가 좋은 거고. 단지 교복 입은 소희 씨의 모습은 더 예쁠 것 같다는 거죠.”
“어휴, 변태!”
“벼, 변태라니요. 이건 모든 남자들의 로망······. 아니, 그것보다는 남자 친구들의 로······. 내가 지금 무슨······. 아무튼 전 교복 입은 소희 씨가 궁금했을 뿐이고!”
오상진은 시선을 외면하며 헛기침을 했다. 한소희의 눈이 점점 커졌다.
“로, 로망? 정말 그런 거예요?”
“어험······, 소희 씨가 뭔가를 오해하는 것 같은데요. 전 진짜로······.”
“됐어요!”
오상진은 곧바로 미소를 지으며 한소희를 달랬다.
“아니, 저는 소희 씨가 무슨 옷을 입어도 다 예쁘고, 아름답다고 생각하죠.”
한소희가 다시 고개를 돌려 오상진의 손에 들린 교복을 봤다.
“정말이에요?”
“그럼요.”
오상진이 잔뜩 미안한 표정을 지으니 그건 또 안쓰럽긴 했다.
“이리 줘봐요. 나도 고등학교 이후로 입어보진 못했지만 그때랑 몸은 바뀌지 않았어요.”
순간 오상진의 눈이 확 떠졌다.
“진짜요?”
“네. 그래도 한 살이라도 더 젊을 때 교복을 입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네요. 그보다 내가 생각해도 좀 색다를 것 같긴 해요.”
한소희가 살짝 호기심이 생겼다. 한 때는 교복을 입고 고등학교를 다녔다. 교복은 고등학교때 말고는 절대로 입어볼 수 없는 옷이었다. 그런데 지금 막상 입어보려고 하니까 조금 걱정이 되긴 했다.
‘아니야, 아직 확인도 되지 않았는데 바로 보여줄 수는 없잖아. 안 보이는 곳에 살이 쪘을 수도 있고······. 내가 먼저 확인을 해보기 전까지는 보여줄 수 없지.’
한소희는 결심을 한 후 교복을 도로 옷장에 걸었다. 오상진은 바로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왜, 왜요?”
“지금 생각해 보니까. 안되겠어요. 밖에 아버지와 오빠들도 있고······.”
“여긴 우리 둘뿐이잖아요.”
“상진씨. 뭐 잊은 것 같은데요. 상진 씨는 지금 저희 집에 인사하러 온 것을 잊지 말아요.”
한소희가 손가락으로 오상진의 코를 툭 건드렸다. 오상진은 순간 시무룩해졌다. 그 모습을 보다가 한소희가 말했다.
“나중에 제가 교복 가지고 평택 내려 갈게요. 그때 보여주면 되잖아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오상진의 표정이 환해졌다.
“저, 정말요?”
“그래요. 그러니까, 그런 시무룩한 표정 짓지 말아요.”
“알았어요. 헤헤.”
오상진은 뭐가 그리도 좋은지 실실 웃었다. 그 모습이 한소희는 귀여워보였다. 그러다가 무슨 생각이 났는지 살짝 얼굴을 굳혔다.
“설마 상진 씨, 무슨 코스프레에 대한 뭐 그런 것이 있는 것은 아니죠?”
“아이, 제가 아까 말했잖아요. 소희씨는 무슨 옷을 입어도 다 예쁘다고요.”
“진짜죠?”
“그럼요. 그런데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따로 있어요.”
“네에? 교복 말고요?”
“네.”
오상진이 살짝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순간 한소희가 흠칫했다.
“뭔데요?”
오상진이 한소희의 귓가로 가져가 속삭였다.
“소희 씨가 아무것도 안 입었을 때요.”
한소희는 그만 얼굴이 붉게 변했다. 오상진을 흘겨보며 주먹으로 살짝 때렸다.
“진짜······.”
그렇게 오상진은 한소희의 부모님 집에서 대접을 받았다. 주말을 함께 한 오상진은 일요일 저녁에 평택으로 돌아왔다.
월요일날 부대로 출근을 한 오상진은 바로 아침 회의를 시작했다. 회의의 주제는 각 소대의 면담이었다.
“1소대는 어때?”
“1소대는 별다른 특이사항은 없습니다. 여기 면담 내용입니다.”
김진수 1소대장이 면담을 한 내용들을 잘 정리해서 보고서를 작성해 오상진에게 줬다.
“그래, 알았다. 2소대장?”
“네.”
윤태민 2소대장도 마찬가지였다. 3소대장도, 4소대장도 마찬가지였다. 전부다 별 이상이 없다고 했다. 모든 보고를 받은 오상진은 살짝 어이가 없었다.
“전부 이상이 없다는 건가?”
“네. 그렇습니다.”
“면담을 제대로 한 것은 맞고?”
“네, 맞습니다.”
오상진은 고개를 끄덕인 후 면담한 보고서를 쭉 훑어봤다.
“일단 알겠다. 내가 찬찬히 훑어보도록 하지.”
그리고 이번 주에 있을 훈련 및 초소 경계에 대한 얘기로 회의를 이어갔고, 30여 분 동안 이어진 회의가 끝이 났다. 오상진은 홀로 책상에 앉아 각 소대가 면담했다는 보고서를 훑었다.
그런데 대부분 형식적인 면담 내용이었다. 뭔가 디테일한 면담은 아니었다. 면담했던 내용도 별것 없었다.
딱 봐도 소대장으로서 대충 면담을 진행했고, 소대원들은 별다른 불만은 없는 것 같다는 그런 형식적이 대답뿐이었다.
오상진이 기대했던, 소대장들이 병사들의 고충을 하나라도 더 듣기 위한 면담이 아니었다. 심지어 김진수 1소대장마저도 마찬가지였다.
“어후, 이 친구도······.”
그러면서 오상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긴 나도 그랬으니······.”
이때는 이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작부터 이런 식이며 위로 올라가면 갈수록 몸만 사리게 되는 것이었다.
뭔가 부대를 위해서 자신들을 따르는 병사들을 위해서 나서고, 노력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냥 조심주의에 빠져버리는 것이다.
게다가 4중대는 독립중대이고, 대대와 떨어져 있어 차별받는 부대인데 이렇듯 조심주의에 빠져 있으면 4중대는 변화가 없는 것이다.
“이거 이대로 두면 안 될 것 같은데······.”
그때 중대장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똑똑똑.
“네에.”
문이 열리며 김태호 행정보급관이 들어왔다.
“충성.”
“행보관님 어쩐 일이십니까?”
“그냥 보고도 드릴 겸 궁금한 것이 있어서 말입니다.”
“궁금한 것이요?”
“네. 이번이 애들 면담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아, 면담요? 했죠.”
오상진이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김태호 행보관이 슬쩍 책상에 있는 면담 보고서를 봤다.
“혹시 그것입니까?”
“네. 한번 보시겠어요?”
“제가 봐도 됩니까?”
“괜찮습니다.”
오상진이 면담 보고서를 내밀었다. 김태호 행보관이 그것을 받아 훑었다. 김태호 행보관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야, 중대장님께서 보라고 했을 때 예상은 했지만······.”
“딱 봐도 대충 한 것 같죠?”
“제가 알기로는 열심히 한 것 같은데요.”
“열심히는 했죠. 그런데 내용이 없지 않습니까.”
“하긴 이해는 갑니다.”
김태호 행보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면담보고서를 도로 내밀며 말했다.
“그래도 말입니다. 어떤 소대장들이 파악도 못한 상태에서 신임 중대장 앞에 우리 소대가 이 모양 이꼴입니다라고 까놓고 말할 수 없지 않습니까.”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보다 요새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조인범 상병 사건 이후로 조용하긴 합니다. 그런데 아시지 않습니까. 사고치는 놈들은 안 보이는 곳에서 사고치고, 저라고 계속 애들을 보고 있을 수도 없고 말이죠.”
“그렇죠. 행보관님도 바쁘시죠.”
“혹시 부사관들 얘기는 들어보셨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