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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725화 (725/1,018)

<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21)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055화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21)

최헌일 상병이 머쓱하게 웃었다. 그러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시발, 좋단다. 이 새끼 속은 없어서······.’

만약에 이민식 중대장이 면담하라고 했으면 아마도 형식적으로 했을 것이다. 그냥 애들 불러놓고, 문제 있는 사람 손들라고 하면 끝날 일이었다.

그러고 보고할 때는 문제 없다고 하면 될 문제였다. 그런데 오상진이 모든 병사들의 면담 기록을 확인하겠다고 하는 바람에 이렇게 일일이 면담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모든 면담을 하는 병사들의 기록에 아무 문제 없음. 이런 식으로 똑같이 적는 것도 이상했다. 그래서 최헌일 상병에게도 기본적으로 물어볼 것은 물어봤다.

“너 군 생활 얼마나 남았지?”

“6개월 남았습니다.”

“음, 그래? 제대하면 뭐 할 거냐?”

“대학교에 복학할 생각입니다.”

“으음. 그렇구만.”

윤태민 2소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너 대학교를 다녔구나.”

그 말에 최헌일 상병이 어처구니가 없었다.

‘아니, 소대장이라는 사람이 내 인적사항도 모르나? 이미 다 봤을 것 아니야. 그렇다면 내가 대학교 다닌다는 사실은 알 텐데······.’

최헌일 상병은 한마디로 저런 소대장이 자신의 소대장이라는 것이 한심스러웠다. 그러거나 말거나 윤태민 2소대장은 자기 할 말만 했다.

“요새 특별히 취미라든지, 관심 가지는 것은 있어?”

“특별히 없습니다.”

“잘 생각해 봐. 너무 없다고만 하지 말고. 나도 뭔가를 적어야지. 면담을 하는데.”

하지만 최헌일 상병은 지금 상황에서는 딱히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 없었다.

“저어, 진짜 없습니다.”

“야! 너 아이돌 좋아하는 걸로 하자.”

윤태민 2소대장이 바로 A4용지에 적었다.

“네? 무슨 말씀이신지······.”

“아이돌 좋아해. 여자 아이돌! 너 음악방송 나올 때마다 만날 TV 앞에 앉아 있잖아.”

“어, 그건······.”

“아무튼 좋아하잖아. 좋아하는 걸로 해.”

“아, 네에.”

“그래.”

윤태민 2소대장이 고개를 끄덕인 후 볼펜을 들었다. 최헌일 상병 이름 옆에 이렇게 적었다.

-여자 아이돌을 좋아함.

“요새 군 생활하면서 불만이나, 힘든 것은 있어?”

“어, 그게······.”

순간 윤태민 2소대장의 눈이 부릅떠졌다.

“너 있어?”

“없습니다.”

그제야 표정이 풀어진 윤태민 2소대장이 입을 열었다.

“그래, 너도 상병인데 있어도 없다고 해야지. 너 하나 때문에 우리 소대가 불편해지길 원하는 거야?”

“아닙니다.”

“그렇지. 우리 헌일이 그 정도 센스는 있는 거지?”

윤태민 2소대장은 자기 입맛에 맞게 적어갔다. 그 모습을 보며 최헌일 상병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니, 시발. 지 맘대로 할 거면 왜 물어보고 지랄이야.’

그 외 이것저것 묻다가 마지막으로 윤태민 2소대장이 물었다.

“마지막으로 소대장에게 할 말 있어?”

“아닙니다.”

“없어?”

“네.”

“자식이······. 네 앞에 놈은 우리 소대를 잘 이끌어 줘서 감사하다고 하던데. 게다가 항상 형같이 따르고 싶다고 그러더란 말이야. 넌 없다고?”

최헌일 상병이 잠시 머뭇거리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

“······항상 존경하고 있습니다.”

윤태민 2소대장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자식. 그랬냐? 나도 너 맘에 든다. 알았다, 그만 나가봐라.”

“네. 충성.”

최헌일 상병이 경례를 하고는 나갔다. 그러면서 윤태민 2소대장이 기지개를 켰다.

“으아아아, 제기랄. 도대체 이 짓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 거야.”

윤태민 2소대장이 구시렁거리고 있을 때 휴대폰이 지잉 하고 울렸다.

휴대폰 발신자 번호를 확인해 보니 홍민우 소령이었다. 윤태민 2소대장이 바로 휴대폰을 받았다.

“충성. 윤태민 소위입니다.”

-나다.

“네. 과장님.”

-지금 뭐하고 있나?

“지금 소대원들 면담 중이었습니다.”

-아이고, 그걸 아직도 해?

“중대장님께서 면담한 것을 일일이 확인해 본다고 해서 말입니다.”

-아이고 이 친구야. 말만 그렇지. 누가 일일이 다 확인을 하나. 중대 인원이 한두 명도 아니고 말이야. 대충해, 대충!

홍민우 소령이 그리 말했다. 그러자 윤태민 2소대장이 웃으며 대답했다.

“아, 네에······.”

그러나 윤태민 2소대장은 대충 할 수 없었다. 그러다가 자칫 잘못해서 자기가 걸려 버리면 큰일 날 것이 분명했다.

‘그래, 그래. 괜히 책잡힐 짓을 할 필요는 없지.’

윤태민 2소대장이 고개를 끄덕인 후 입을 열었다.

“그런데 과장님 무슨 일로 연락을 다 주셨습니까?”

-어, 별일 없나 연락했어.

“네. 전체적으로 면담 때문에 정신 없습니다.”

-알았네. 다른 무슨 일 있으면 즉시 연락하고.

“네. 알겠습니다.”

-수고해.

“충성.”

윤태민 2소대장이 휴대폰 종료 버튼을 눌렀다. 폴더를 닫은 후 살짝 인상을 썼다.

“쯧, 귀찮게시리 이게 뭐야.”

그렇게 중얼거리며 밖을 향해 소리쳤다.

“다음 들어오라고 해.”

한편, 홍민우 소령은 전화를 끊고 곧장 대대장실로 향했다.

“어, 그래 어서 와.”

“네. 대대장님.”

“4중대 동향은 어때?”

“네. 알아봤는데 현재 병사들 개인면담을 실시 중이라고 합니다.”

“쯧쯧쯧, 군대가 무슨 탁아소도 아니고 말이지. 무슨 병사들 면담을 하고 있어. 4중개가 무슨 문제라도 있기를 바라는 거야, 뭐야?”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이래서 문제라니까. 젊은 것들은 말이지. 도대체가 서로서로 좋게 좋게 지낼 생각을 하고 그래야지. 뭐 하나 걸리면 죽자사자 물고 넘어지고······. 에잇, 쯧쯧쯧.”

송일중 대대장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 모습을 보돈 홍민우 작전과장이 말했다.

“저 대대장님.”

“왜?”

“4중대장을 이대로 두고 보실 생각입니까?”

“그럼 뭐? 지난번 일 때문에 지금 주목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제와 쫓기라도 할까? 다른 부대로 전출을 보내? 말이 되는 소리를 해.”

“그래도 이대로 안고 있기에는 위험부담이 큽니다.”

“나도 알아. 아는데 어떻게 하겠어? 이렇게 된 이상 최소한 적당히 시간이나 때우다 알아서 가주길 바라야지, 안 그래? 지금 당장 우리가 뭘 해버리면 우리 부대에 문제가 있다고 자인하는 꼴이 아닌가.”

송일중 중령은 가급적이면 일을 키우고 싶지 않았다.

이미 일심회에 얼굴을 내비쳤으니 당분간은 조용히 몸을 사리다가 보다 나은 곳으로 전직하고 싶었다.

조인범 상병이 터지기 전에 송일중 중령은 이미 일심회에게 얼굴을 내비친 상태였다. 그래서 송일중 중령은 가능하면 조용히 넘어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홍민우 작전과장의 생각은 달랐다. 홍민우 작전과장의 입장에서는 오상진이 두고두고 발목을 잡을 것 같았다.

게다가 오상진을 4중대로 보내자는 의견을 낸 것도 홍민우 작전과장이었다.

만에 하나 일에 문제가 생긴다면 송일중 중령의 성격상 분명히 자신을 걸고넘어질 것이 분명했다.

이대로 그냥 오상진은 둔다는 것은 너무 위험성이 컸다.

하지만 그렇다고 당분간 조용히 있으라는 송일중 중령의 말을 거역할 수도 없었다.

“알겠습니다.”

홍민우 작전과장은 일단 대대장실을 나왔다. 작전과로 돌아온 홍민우 작전과장은 자신의 책상에 앉아 고민했다.

‘하아, 오상진 이 녀석을 어떻게 처리를 해야 하는데······.’

홍민우 작전과장은 오상진을 엮일 위해서 비너스까지 준비를 했었다. 술을 먹인 뒤 미리 준비되어 있는 아가씨를 통해서 2차를 보낸 후 그 증거를 확보한 후 나중에 올가미로 써먹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오상진이 곧바로 집으로 돌아가는 바람에 이 일이 수포로 돌아갔다.

그렇다고 윤태민 2소대장 하나만 믿고 있으려니 답답하기만 했다.

‘방법을 찾아야 해. 방법을······.’

홍민우 작전과장이 볼펜 끝으로 책상을 톡톡 두드렸다.

주말이 되었다.

오상진은 전날 밤 미리 서울에 올라와 있었다. 깔끔하게 정장 차림으로 점심때쯤 한소희네 집에 도착을 했다. 오상진과 한소희가 차에서 내렸다.

“와, 떨린다.”

“긴장하는 티는 안 나는 거 같은데요.”

“그래요? 우황청심환 하나 먹어 두길 잘했네요.”

“잘했어요. 일단 이리와 봐요.”

한소희가 불렀다. 오상진이 그녀 앞에 섰다. 한소희는 넥타이와 정장 이곳저곳을 확인하며 만졌다.

“우리 상진 씨 멋있다.”

“정말요?”

“그럼요.”

한소희가 환하게 웃자 그 모습이 예뻐, 뽀뽀를 쪽 했다.

“왜 그래요. 집 앞인데······.”

“누가 그렇게 예쁘래요? 그리고 뭐 어때요. 아무도 없는데······.”

“으구······.”

한소희가 코를 찡긋거렸다. 그러다가 오상진의 두 손을 보며 말했다.

“참. 뭐 빠뜨린 건 없어요?”

“맞다. 선물.”

오상진은 차 뒷문을 열어 그곳에서 선물을 꺼냈다. 한소희가 보따리에 쌓인 것을 보며 물었다.

“그거 뭐예요?”

“비밀이에요.”

“칫!”

한소희가 입술을 삐죽거린 후 초인종을 눌렀다.

“엄마, 저희 왔어요.”

-오냐.

삐이이익, 철컹.

문이 열렸다. 오상진과 한소희가 집에 들어왔다. 그런데 현관 안으로 들어가니 그곳에 온 가족이 다 와 있었다. 한대만과 김소희, 한중만이 서 있었다.

“어서 와.”

맨 처음 한대만이 환한 미소로 반겼다. 한중만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서와, 매제.”

“네, 안녕하셨어요.”

오상진도 환한 미소로 인사를 했다. 한소희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아버지는?”

“아버지는 서재에 계신다.”

“알았어요. 상진 씨.”

“네. 그럼 형님들 저 먼저 아버님께 인사 좀 하고 오겠습니다.”

“어, 그래. 그래. 인사하고 와.”

오상진이 한소희와 함께 서재로 갔다. 그곳에는 한소희의 아버지인 한만식이 있었다. 한만식은 서재에서 신문을 보고 있었다. 그 뒤로 엄마인 이선주가 따라 들어왔다.

“아니, 이 사람은 사위가 왔는데 서재에서 무슨 신문을 보고 있어요.”

“어허, 이 사람아. 내가 뭐, 일어나서 마중이라고 할까? 거참······.”

한만식이 힐끔 오상진을 보더니 다시 신문쪽으로 시선이 갔다.

“이 양반도 참······ 그러지 말고 빨리 신문 치워요.”

“거참······. 어험.”

한만식이 느긋하게 신문을 내려놓았다. 오상진은 그때까지 가만히 기다려 주었다. 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한중만이 피식 웃었다.

“아버지도 참······. 좋으면서 괜히 저리시네.”

“좋긴 뭐가 좋아, 이놈아. 넌 도대체 뭐 하고 있어. 이렇듯 동생이 먼저 남자를 데리고 왔는데. 그게 좋냐?”

“아버지는 참, 왜 또 불똥이 저한테 튀어요.”

“그러게 왜 혼자 있어. 이럴 때 여자라도 데리고 오면 좀 좋아. 지난번에 연예인 누구 만난다고 하지 않았어?”

“그, 그건······.”

“쯧쯧쯧. 헛똑똑이야, 헛똑똑이.”

“······.”

한중만이 입맛을 다셨다. 한만식이 한심한 얼굴로 말했다.

“제발 연예인이든 뭐든 여자라도 데리고 와라. 동생 보기 창피하지도 않냐.”

“아버지는 무슨 그런······. 그리고 연예인들은 안 돼요. 까닥 잘못했다가 우리 집 거덜 내요.”

“이놈아, 네놈이 이미 많이 거덜 냈거든.”

“에이, 아버지. 저 요새 돈 잘 벌 거든요.”

한중만은 옛날 영화 제작하겠다고 밖으로 나가 빛에 쪼들렸다. 그러나 오상진을 만나고 난 후 영화 투자자로서 승승장구하며 지금은 집에서 대우를 받고 있는 중이었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밖으로 나가자.”

한만식이 거실로 나갔다. 한소희가 슬쩍 오상진을 툭 건드렸다.

“일단 우리도 나가요. 여기서는 인사도 좀 그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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