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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724화 (724/1,018)

<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20)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054화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20)

추영호 일병이 코웃음을 쳤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하십시오. 조인범 상병이 그랬는데도 나 몰라라 하는 사람입니다. 이런 일에 퍽이나 나서겠습니다.”

“아, 제기랄······. 그 새끼는 돈 주면 다 하잖아.”

“돈 있습니까?”

“돈이야 걷으면······.”

그 말을 끝내지도 못하고 표정을 굳히는 임상기 일병이었다. 조인범 상병 때야 만만한 후임들에게 돈 걷는 것은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조인범 상병이 없으니 돈을 순순히 줄 리가 없었다. 게다가 임상기 일병은 끼인 군번이었다. 위로 상병만 6명이나 있었다. 병장도 3명이나 되었다. 추영호 일병은 가장 껄끄러운 최준호 일병이 맞선임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임상기 일병도 돈을 못 걷고, 추영호 일병도 마찬가지였다. 만에 하나 개인 면담에서 자신들에게 돈을 뜯겼다는 말이 나온다면 자신들은 그냥 X되는 것이었다.

“그보다 우리 애들 입단속부터 시켜야 하는 거 아닙니까?”

“맞네. 저 녀석들 입 털어버리면 우리 진짜 X되는 거야.”

“그래서 만에 하나 우리들이 입에 오르내리면 조 상병님에게 모든 것을 떠넘기면 어떻습니까?”

“조인범 상병님에게? 그러다가 만에 하나라도 걸리면 우리 엿 되는 거 아니냐?”

임상기 일병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추영호 일병이 고개를 흔들었다.

“임 일병님. 나중이 어디 있습니까? 어차피 조 상병님은 여기에 오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딴 부대 전출 간다고 했지 말입니다. 딴 부대 전출 가는 사람이 어떻게 돌아옵니까? 절대 못 돌아옵니다.”

“하긴 일단 우리가 살고 봐야지. 하아, 진짜 우리 왜 이렇게 되어버렸냐.”

“그러게 말입니다.”

두 사람이 허공에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그때 두 사람 사이로 공대익 상병이 다가왔다. 공대익 상병은 송찬우 상병보다 한 기수 아래였다. 게다가 사기꾼 기질이 다분해 임상기 일병과 어느 정도 맞는 사람이기도 했다.

“야, 너희들 여기서 뭐하냐?”

“보면 모릅니까. 지금 담배 피우지 말입니다.”

“이야, 임상기. 너는 아직도 개념이 없다.”

“뭐가 말입니까?‘

“너는 아까 그렇게 깨졌으면서 상병이 개 좆으로 보이지?”

“아, 진짜······. 공 상병님까지 이러시는 겁니까?”

“뭐, 이 새끼야. 너는 언제 나를 고참 취급을 해줬다고. 조인범이 있을 때 너 열라 알랑방귀 꼈잖아.”

그러자 추영호 일병이 슬쩍 끼어들었다.

“공 상병님 그만하십시오.”

“야, 추영호. 너나 그만해, 새끼야. 어디 최준호 앞에서 찍소리도 못하는 븅신새끼가 존나 나대.”

“아, 진짜. 계급장 떼고 어디 한번 맞장 뜹니까?”

“떠! 대신에 최준호 깨고 와. 알았냐!”

“와, 시발······.”

바로 공대익 상병이 눈을 확 뒤집었다.

“시발? 이 새끼 봐라. 점점 개념을 달나라에 박아버리네. 야, 추영호.”

“······.”

“엎드려!”

“······.”

추영호 일병이 가만히 있었다. 공대익 상병이 더욱 무섭게 말했다.

“안 엎드려? 엎드리라고 이 미친 새끼야!”

추영호 일병이 마지못해 인상을 쓰면서 엎드렸다. 그 모습을 보다가 슬쩍 옆에 있는 임상기 일병을 봤다.

“임상기 너는 뭐 해? 같이 엎드려 미친놈아!”

임상기 일병도 천천히 엎드렸다. 공대익 상병이 입을 열었다.

“자, 하나에 고참 말을! 둘에 잘 듣자! 알겠냐.”

“하나!”

“고참 말을······.”

“둘!”

“잘 듣자!”

두 사람은 억지로 공대익 상병이 하는 말에 팔굽혀펴기를 했다. 공대익 상병이 엎드려 있는 두 사람을 향해 말했다.

“너희들 말이야. 정신 차려! 이제 너희 둘은 낙동강 오리 알이야. 얘기 들어보니 조인범 그 새끼 군사재판 받게 생겼던데. 너희들도 그냥 넘어갈 것 같아?”

공대익 상병의 말에 두 사람의 표정이 굳어졌다. 임상기 일병이 바로 물었다.

“조인범 상병 군사재판 받습니까?”

“하아, 이 새끼들 진짜······. 아는 것이 하나도 없네. 너희들 말이야. 내가 행보관님이랑 친한 거 알지? 내가 행보관님께 직접 들었어. 조인범 그 새끼는 단순히 전출이 아니던데? 헌병대 가서도 군사재판 쪽으로 엮여 있더만······. 그 새끼 완전히 X된 거지.”

공대익 상병이 현재 하는 말은 그냥 거짓말이었다. 그냥 여기저기 들은 것을 짜깁기해서 허풍을 떠는 것이었다.

반면, 임상기 일병이랑 추영호 일병은 조인범 상병이랑 연락이 되지 않았다. 만에 하나, 연락이 되더라도 조인범 상병이 딴 부대에 가버리는데 무슨 도움을 바랄까.

지금은 자신들의 앞가림은 스스로 해야 했다. 그런데 만약에 군사재판을 받고 있는 와중에 조인범 상병이 자신들의 이름을 언급하면 큰일 날 일이었다.

공대익 상병은 잔뜩 굳어진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

“시발, 그러니까. 제발 좀 정신 차리고 잘해. 군 생활 잘하라고.”

공대익 상병이 엎드려 있는 두 사람의 옆구리를 손으로 쿡쿡 찌르며 말했다.

“이, 개새끼들아. 언제까지 조인범 발가락이나 빨고 있을 거야. 미친 새끼들아······. 너희들! 송 상병이야 사람이 물러 터져서 그냥저냥 넘어갔지만. 나는 그냥 안 넘어가. 잘 생각해. 분대장도 나에게 넘어와. 너희들 그냥 안 둬. 뒤진다고 복창해라.”

그제야 임상기 일병이 눈치를 보며 말했다.

“공 상병님 왜 그러십니까.”

임상기 일병이 부드러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

“저희들 좀 봐 주십시오.”

“미친······, 시발. 너희들이 내게 했던 짓을 생각하면 내가 어떻게 봐줘.”

“그때는 어쩔 수 없었지 않습니까.”

“그럼 지금은 잘 알고?”

“네.”

“뭘 잘 아는데?”

공대익 상병이 물었다. 임상기 일병이 바로 알랑방귀를 꼈다.

“지금은 공 상병님이 실세라는 것을 대번에 알겠습니다.”

임상기 일병이 공대익 상병의 비위를 맞춰주니 바로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

“그래도 임상기 너가 대가리가 굴러가네. 야, 임상기. 마지막 말이니까, 잘 들어. 너 줄 잘 서라.”

“물론이지 말입니다.”

“시발, 또 엉뚱한 곳에 섰다간 X되는 거다.”

“그런 거 아닙니다. 잘 서겠습니다.”

공대익 상병이 이번에는 추영호 일병을 봤다.

“추영호.”

“일병 추영호.”

“왜? 아까처럼 삐딱하게 말해보지.”

“죄송합니다.”

“죄송할 짓을 하지 마, X발새끼야! 밖에서는 뭐 또 아닌 새끼들이 꼭 군대 안에서 지랄을 해요. 군대는 계급이 깡패야! 미친 새끼야. 그렇게 가오 잡고 싶으면 밖에서 해! 이 새끼들이 아주 그냥, 뭣도 아닌 새끼들이······. 잘해!”

“네.”

공대익 상병이 한바탕 퍼붓고는 멀어졌다. 그 모습을 보며 두 사람이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진짜······.”

“저희 진짜 이렇게 살아야 합니까?”

“······.”

지금은 딱히 할 말이 없었다. 뭘 해도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추영호 일병은 그냥 물러날 수 없었다.

“임 일병님. 다른 건 몰라도 공대익 저 새끼는 내가 한번 제낄 수 있습니다.”

그러자 임상기 일병이 말렸다.

“야이씨. 공대익을 왜 제껴!”

“네?”

“그나마 내 위에서는 공대익이 말 통하는 놈인데. 그 새끼를 왜 제껴. 그냥 잘 구슬려서 빨 생각을 해야지.”

“네에? 공대익 밑에 들어가려고 말입니까? 저는 싫습니다.”

“그럼 누구 밑에 들어갈 건데? 누구? 한번 말해봐.”

“······.”

추영호 일병이 차마 말을 하지 못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고개를 숙이고 들어갈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여기서 곰곰이 생각해 보자. 김성민 병장. 이제 곧 제대지? 그 다음 분대장은 박민태 병장에게 갈 확률이 높아.”

“으음······.”

추호영 일병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그럴 것이 김성민 병장은 홍인규 병장하고 한 달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홍인규 병장에게 분대장이 안 갈 확률이 높았다. 그렇다면 두 달 차이 나는 박민태 병장에게 갈 것 같았다.

“그럼 박민태 병장이 분대장 달고, 그다음은 누가 달 것 같습니까?”

“봐봐. 송찬우 상병 공대익 상병이 있지?”

“네.”

“원래 송찬우 상병 같은 경우 예전부터 감투 쓰는 것을 싫어했어. 게다가 송찬우 상병은 폭력 문제가 있었잖아. 그리고 하필이면 그 폭력이 누구랑 트러블이 일어났냐?”

“아, 장교죠!”

“그렇지. 소대장하고 트러블이지. 물론 정당방위였다고 하지만 장교들이 곱게 보겠냐?”

“그건 아니지 말입니다.”

“그렇지. 그러니 공대익 상병이 달 확률이 엄청 높다는 거지.”

임상기 일병의 설명에 추영호 일병이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본인 말로는 조직에서 놀았다고 어쩌고저쩌고 떠드는데 공 상병 입만 열면 구라야. 또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밖에서 사기치고 들어와서 그런 것 때문에 문제가 되어서 4중대로 온 거라는 거지.”

“정말입니까?”

“그래! 아무튼 근묵자흑이야! 검은 것들은 검은 것들끼리, 더러운 놈들은 더러운 사람끼리 모이는 거야. 그래서 송찬우 상병보다는 공대익 상병이 낫다는 거야.”

“네에······.”

추영호 일병이 고개를 끄덕였다.

“결론은 공대익 상병이 분대장 자리를 이어받으면 그다음 분대장은 내가 될 확률이 있다는 거지.”

“네?”

추영호 일병이 고개를 갸웃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임상기 일병 위로 너무 많았다. 하지만 임상기 일병은 뭔가를 확신하는 듯 말했다.

“잘 들어봐라. 공대익 상병이 분대방을 한다고 치면 내 위로 세 명이 있잖아.”

“네, 그렇죠.”

“그 세 명 중에 한 명 거치고 나면 내 차례잖아. 그렇지?”

“네, 뭐······.”

“그럼 내가 분대장을 해야 최준호를 제치고 너에게 주지. 시발, 너 최준호 분대장 다는 꼴을 보고 싶냐?”

“그건 싫지 말입니다.”

“그러니까, 공대익 상병 밀어주자고. 공대익 상병도 딱 보면 우리 소대 내에서 세력이 없잖아.”

“만날 구라만 치고 다니니까, 그렇죠. 조인범 상병님도 싫어했지 않습니까.”

“뭐, 그건 그렇지. 하지만 지금은 없잖아. 그러니 지금은 적당히 공대익 상병을 빨면서 있어 보자고. 그러는 것이 괜찮은 것 같아.”

“아······ 그러고 싶진 않은데.”

임상기 일병이 바로 입을 열었다.

“야! 내 촉이 맞아. 날 믿어!”

그렇게 임상기 일병과 추영호 일병이 노선을 갈아탈 준비를 했다.

오상진의 지시를 받은 4중대 전체가 개별 면담을 실시했다. 2소대장 윤태민 소위도 오상진에게 호되게 깨지고서는 만회를 하기 위해서 면담을 진지하게 했다.

똑똑똑.

“어, 그래. 들어와.”

문이 열리고 병사 한 명이 들어왔다. 윤태민 2소대장의 표정이 환해졌다.

“오오, 우리 헌일이, 잘생긴 헌일이 왔어?”

최헌일 상병은 속으로 살짝 불쾌감을 드러냈다.

‘왜 이래 갑자기······.’

솔직히 윤태민 2소대장은 최헌일 상병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최헌일 상병이 엄청 잘생겼기 때문이었다. 윤태민 2소대장은 최헌일 상병을 보며 항상 놀렸다.

“얼굴만 잘생긴 놈이 항상 뺀질뺀질하게 다니고 말이지. 호빠에서 일하다가 왔냐?”

이런 별의별 얘기를 다 하던 인간이었다. 그런데 뜬금없이 잘생겼다고 말을 하니 어이가 없어 표정이 굳어졌다. 하지만 윤태민 2소대장은 마이웨이였다.

“헌일아 왜? 소대장이 잘생겼다고 하니까. 기분 나빠?”

“아닙니다.”

“그럼 웃어야지, 인마. 소대장 머쓱하게 왜 그래.”

“아, 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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