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19)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053화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19)
윤태민 2소대장은 걸어가던 걸음을 다른 쪽으로 돌리며 전화를 받았다.
“충성. 윤태민 소위입니다.”
사실 어제 홍민우 소령이 내린 지령을 실패를 했다. 그래서 오상진이 집으로 가버렸다는 문자만 달랑 보내고 끝을 냈다.
그 이후 연락이 없자, 그대로 잠에 들어버렸는데, 이제야 연락이 온 것이다.
-자네 지금 어디인가?
“지금 출근했습니다.”
-뭐? 지금 출근해?
순간 윤태민 2소대장은 말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살짝 인상을 쓰고는 변명을 했다.
“아, 그것이······.”
-하아, 진짜! 이민식도 그렇고, 자네도 그렇고 도대체 제대로 일하는 사람도 없구만.
“죄송합니다. 과장님.”
-됐고! 어제는 왜 실패를 한 거야?
“어제 옆에서 열심히 말을 하고 꼬셔야 했는데, 중대장님이 너무 철벽을 치시는 바람에 말입니다.”
-그래서? 4중대장이 철벽을 치니까 가만히 보고만 있었던 거야? 그러면 자네는 나하고 왜 일을 하나? 그리고 내가 왜 시간을 뺏겨가며 연락을 해야 해?
“죄송합니다.”
-자네 이런 식이면 더 이상 기회를 줄 수 없어. 자네 말고도 열심히 할 사람도 많아. 그런데 자꾸 자네가 이렇게 실망감을 주면 어떻게 하나.
“죄송합니다, 과장님.”
-마지막이야. 이번에도 일 처리 제대로 못하면 자네 군 생활은 아주 힘들어질 거야.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화를 끊은 윤태민 2소대장이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하아, 진짜. 여기 치이고, 저기 치이고······. 군 생활 아주 엿 같네.”
그러고 있는데 행정실에서 박윤지 3소대장이 나왔다. 그녀를 본 윤태민 2소대장 바로 불렀다.
“3소대장.”
“네?”
“아까 회의를 했다면서.”
“네.”
“무슨 얘기를 했습니까?”
“중대장님께서 각 소대장이 소대 면담을 하라고 했습니다.”
“면담? 갑자기 왜?”
“조인범 상병 건으로 중대가 어수선할 수 있다고 병사들 한 명 한 명씩 면담을 하고, 면담을 보고하라고 했습니다.”
“알겠습니다.”
윤태민 2소대장이 고개를 갸웃했다. 박윤지 3소대장이 떠나고 윤태민 2소대장은 자신의 턱을 어루만졌다.
“그보다 이 새끼들이 쓰잘데기 없는 소리를 하면 안 되는데······. 핫, 그보다 중대장 왔다고 일 좀 하는 척 하는 것 같은데 골치 아프게 되었네.”
그렇게 중얼거린 윤태민 2소대장이 부지런히 걸음을 옮겼다.
4중대는 갑작스러운 소대 면담으로 인해 뒤숭숭해졌다. 특히 조인범 상병이 있던 3소대는 이러다가 무슨 일 나지 않을까 눈치를 보며 쉬쉬하는 분위기였다.
“야, 너희들 소대장님 면담할 때 알아서 잘할 거라고 믿는다.”
“그래. 쓸데없는 소리 말고, 그냥 아무 문제 없다고 말해. 괜히 말해서 분란 일으키지 말고.”
“······.”
고참들의 말에 후임병들은 저마다 입을 다물었다. 그런데 화장실을 다녀온 홍인규 병장이 들어오면서 말했다.
“야, 부대 꼬라지가 왜 이래!”
그는 괜히 성질을 내고 있었다. 그러다가 만만한 송찬우 상병에게 시비를 걸었다.
“야, 송찬우.”
“상병 송찬우.”
“너 애들 관리 똑바로 안하냐? 인범이가 그리 되었으면 너라도 해야지. 안 그러냐? 왜 그렇게 생각이 없어!”
“죄송합니다.”
“잘 좀 하자.”
“네, 알겠습니다.”
송찬우 상병이 굳은 얼굴로 대답을 했다. 사실 3소대의 서열은 김성민 병장이 왕고였고, 그 밑으로 홍인규 병장, 박민태 병장, 조인범 상병 이런 식으로 이어졌다.
여기서 김성민 병장은 분대장이었다. 자신만 건드리지 않으면 그냥 모른 척 넘어가는 스타일이었다.
홍인규 병장은 예전 일병에 조인범 상병에게 털린 경험이 있었다. 그래서 찍소리도 못하고 있었다.
박민태 병장은 그냥 조용조용한 성격이었고, 그다음이 조인범 상병, 바로 밑이 송찬우 상병이었다.
조인범 상병과는 잘 어울리지 않지만 그래도 폭력 전과가 있었다. 전 부대에서 고참에게 폭력을 휘둘러 이곳 4중대로 넘어온 것이었다.
조인범 상병은 원래 지 잘난 맛에 사는 사람이었고, 송찬우 상병은 군대 내에서 서열은 챙기는 스타일이었다.
“내 밑으로 집합해.”
송찬우 상병이 내무실 한쪽으로 3소대 애들을 집합시켰다. 쭉 도열한 3소대를 보며 말했다.
“야! 다들 심란한 것은 알겠는데 제대로 좀 하자.”
“네, 알겠습니다.”
“길게는 하지 않을게. 어쨌든 조인범 상병으로 인해 우리 소대가 많이 시끄러운 것은 너희들도 알 거야. 그런 상태에서 괜히 또다시 책 잡힐 일은 만들지 말자는 거야. 알지?”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너희들도 생각이 있다면 알아서 잘할 거라 본다.”
“네.”
송찬우 상병이 얘기를 하는 사이 임상기 일병과 추영호 일병이 수군거렸다.
“와, 시발. 지랄하고 있네.”
“그러게 말입니다. 송 상병, 조 상병님 있을 때는 찍 소리도 못하더니. 이제는 집합까지 시킵니다. 정말 저런 행동은 역겹습니다.”
“야, 영호야.”
“네?”
“네가 날 잡아서 한번 제끼면 안 되겠냐?”
“송찬우 상병 말입니까?”
“그래.”
“송찬우 상병은 좀 빡세지 말입니다.”
“야! 그럼 어떻게 해? 송찬우 상병이 저렇게 설치는 것을 그냥 보라고?”
“그것보다 저는 말입니다. 홍인규 병장님이 더 역겹습니다.”
“홍인규 병장? 하긴 그 새끼는 뭐도 아닌 새끼인데······. 혼자 지랄 떨고 있지?”
임상기 일병과 추영호 일병이 수군거리는데 그걸 한쪽에 있던 홍인규 병장이 봐버렸다. 홍인규 병장은 대충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어느 정도 만만한 임상기 일병을 불렀다.
“야, 임상기.”
“왜 그러십니까?”
“시발! 뭐? 왜 그러십니까? 어디 일병 새끼가 병장이 부르는데 왜 그러십니까? 와, 시발. 군대 좋아졌다. 일병이 병장에게 눈 부라리며 대들고 말이다.”
“······제가 뭐가 말입니까?”
“뭐? 이 새끼가 진짜······. 일어나!”
임상기 일병이 일어났다. 홍인규 병장이 다가가 임상기 일병의 쪼인트를 깠다.
“윽!”
임상기 일병이 바로 절뚝절뚝 거렸다. 그 모습을 보며 홍인규 병장이 한마디 했다.
“야이, 미친 새끼야. 어디 일병 새끼가. 병장이 부르는데 대들고 있어!”
그러자 추영호 일병이 앞을 막아섰다.
“홍 병장님. 그만하시지 말입니다. 애들 보기 안 좋습니다.”
“뭐, 새끼야? 추영호, 넌 뒤로 짜져 있어! 짬밥도 안 되는 새끼가 어디서······. 그래, 조인범 옆에서 많이 알랑방귀를 꼈지? 새끼들아, 그동안 꿀 빨았으면 됐지. 새끼들이 아직도 지들이 뭐라도 되는 줄 알아.”
홍인규 병장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송찬우.”
“네.”
“앞으로 이 새끼들 대우해 주지마. 좆같은 새끼들. 이 새끼들이 조인범이랑 술 처마시고 이 모양이 이 꼴로 만든 것이 아니야. 븅신들이, 지들이 잘했으면 별문제 없었을 텐데 말이지. 지들은 조용히 넘어갔다고, 이 양아치 새끼들이 부대 개판으로 만들어놓고 뻔뻔하게 구는 거 봐.”
추영호 일병이 인상을 찡그렸다.
“아, 진짜! 말이 심하십니다.”
그때 최준호 일병이 바로 나섰다. 최준호 일병은 사실 밖에서 진짜 조폭 생활을 한 사람이었다.
조인범 상병이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는 사람이 셋 있었는데, 김성민 병장, 송찬우 상병, 최준호 일병이었다.
김성민 병장은 분대장이라 그냥 뒀고, 송찬우 상병은 솔직히 한 성격 했기에 맞후임이라지만 그냥 내버려 뒀다. 그다음이 최준호 일병이었다.
“야! 추영호. 아가리 안 닥치냐!”
그런 최준호 일병의 살벌한 말에 추영호 일병이 움찔하며 입을 다물었다. 그 모습에 임상기 일병이 바로 끼어들었다.
“최준호 너 뭐냐?”
“임 일병님도 적당히 하십시오. 홍 병장님께 좆 같이 대하는데 나에게 선임 대접을 바라십니까? 하극상을 하려면 다 같이 하극상을 하든지! 시발, 아주 그냥 조용히 있었더니 누굴 핫바지로 아십니까!”
최준호 일병은 가능하면 군 생활을 조용히 지내고 싶었다. 조폭 출신이긴 하지만 그냥 있는 듯 없는 듯 그냥 자신만 군 생활을 똑바로 하면 되는 것이라 여겼다. 4중대로 전출을 왔을 때도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4중대 전체 다 면담을 한다고 했다. 이게 무슨 의미이겠는가? 앞으로 군 생활이 빡빡해질 거라는 의미였다.
지금까지 최준호 일병이 가만히 있었던 이유는 임상기 일병과 추영호 일병이 자신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녀석들이 결국 지금 이렇게 피해를 주고 있었다. 그럼에도 저렇듯 뭣 모르고 고개를 빳빳이 들며 당당하게 나가는 모습에 울컥한 것이다. 그러자 임상기 일병이 어이없는 얼굴로 말했다.
“야, 최준호. 너 이러고 싶어서 어떻게 참았냐?”
“그래서 뭐? 지금 밖으로 나갑니까?”
최준호 일병이 담담한 표정으로 임상기 일병에게 말했다. 그러자 추영호 일병이 최준호 일병을 불렀다.
“최 일병님.”
그러자 최준호 일병이 무서운 얼굴로 추영호 일병을 노려봤다.
“추영호. 너 뒤지고 싶지 않으면 입 다물어라. 너 앞으로 내 앞에서 또 한 번 나대는 꼴 보이면 너 진짜 죽는다!”
그 한마디에 추영호 일병은 입을 꾹 다물었다. 점점 내무실 분위기가 살벌해지자 송찬우 상병이 나섰다.
“준호야. 너도 그만해.”
“네. 송 상병님.”
최준호 일병이 뒤로 물러났다. 송찬우 상병이 두 사람을 봤다.
“임상기, 추영호. 너희들 경고야. 지금까지는 어쩔 수 없었지만 앞으로는······. 됐고, 너희들 군 생활 진짜 똑바로 해라. 계속 이런 식이면 너희들 봐주는 것 없다.”
그 말에 임상기 일병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중얼거렸다.
“핫, 시발······. 진짜 못 해 먹겠네.”
임상기 일병이 잔뜩 짜증이 난 얼굴로 내무실을 나가버렸다.
“이, 임 일병님······.”
추영호 일병도 눈치를 살피더니 임상기 일병을 따라 나가버렸다. 그러자 조용히 있던 후임들이 킥킥 웃기 시작했다. 그런데 고참들은 웃는 녀석들을 그냥 내버려 뒀다.
솔직히 그동안은 조인범 상병 때문에 저 두 사람이 활개를 치고 다녀도 찍소리도 못했다. 그런데 한마디도 못 하고 나가는 꼴을 보니 쌤통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홍인규 병장이 어이없다는 듯 한마디 했다.
“와, 시발. 조인범 그 개새끼 한 명 사라졌는데 내부실이 이렇게 깨끗할 수 있나?”
그 말과 함께 깔깔 웃었다. 밖으로 나온 임상기 일병과 추영호 일병이 밖에서 담배를 피웠다.
“와, 시발. 좆 같네.”
“우리 이제 어떻게 합니까?”
“뭘, 어떻게 해. 쥐 죽은 듯이 눈치 보며 살아야지.”
“하아, 진짜 뭣도 아닌 새끼들이 저러니까 짜증 지대로입니다.”
그렇게 두 사람이 담배를 피우는데 임상기 일병이 말했다.
“야, 영호야. 너 그러지 말고 홍 병장 한번 제껴라.”
“어후, 무슨 홍 병장을 제끼라고 그럽니까. 홍 병장만 제껴서 될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홍 병장 제낀다고 끝납니까? 송 상병은 어떻고, 최 일병은 또 어떻습니까.”
“아놔, 최 일병······. 있어 봐. 내가 2소대장님에게 말해서 그 녀석 어디로 보내버릴 테니까.”
“그게 가능합니까?”
“왜? 나도 2소대장님이랑 제법 친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