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18)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052화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18)
그런데 아침부터 오상진에게 깨지니 표정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오상진은 그런 태도를 지적했다.
“1소대장.”
“네.”
“지금 내가 뭐라고 한다고 기분 나쁜 거야?”
“아닙니다.”
“1소대장 잘 들어! 내가 어제 술자리에서 해줬던 말 기억하지?”
“그렇습니다.”
“만약에 내가 말이야. 2소대장이 불편하다는 이유만으로 중대 관리를 대충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 것 같아? 중대가 잘 돌아갔을까?”
“······.”
“이럴 때일수록 1소대장이 모범을 보이고, 리더쉽을 발휘해야지. 자네도 계속 소대장만 할 수 없잖아. 중대장도 해보고, 그 책임감을 느껴봐야 하잖아! 이렇듯 방치하면 어떻게 하나.”
오상진의 계속된 지적에 김진수 1소대장의 표정은 점점 더 굳어졌다.
“자네가 이런 식으로 그냥 두면 난 누굴 믿고 중대를 이끌어 가나!”
오상진의 이 한마디에 김진수 1소대장의 눈이 치켜 떠졌다. 오상진의 그 한마디는 곧 김진수 1소대장에게 중대 관리를 맡기겠다는 뜻이었던 것이다.
‘뭐지? 진짜 날 밀어주려고 그러시나?’
그런 김진수 1소대장을 보며 오상진이 입을 열었다.
“1소대장.”
“네.”
“자네 혼자만 열심히 한다고 해서 군 생활을 잘하는 것은 아니야. 소대장이라면 소대를 잘 이끌어야 하고, 중대의 1소대장이라면 모범이 되어서 각 소대장들이 따를 수 있게 해야지. 그게 1소대장이 된 자의 책임이라는 거야.”
“······네. 죄송합니다.”
김진수 1소대장은 굳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오상진이 바로 말했다.
“죄송할 것까지는 없어. 자네가 챙겨야 할 밥그릇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것이니까. 아무튼 2소대장 나오면 따끔하게 충고해.”
“알겠습니다.”
김진수 1소대장의 대답을 듣고 오상진은 곧바로 회의를 시작했다.
“자, 어제는 잘 들어갔나?”
“네.”
“잘 들어갔습니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래. 나도 오랜만에 술을 마셔서 그런지 머리가 지끈거려! 아, 그리고 2소대장이 없어서 하는 소리가 아니다. 앞으로 회식할 때 3소대장 불편함이 없도록 해. 3소대장은 여자가 아니라 군인이야! 지금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그러고 있나.”
“알겠습니다.”
“······.”
박윤지 3소대장은 살짝 오상진을 바라봤다. 전혀 예상치 못한 말에 뭔가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 말을 끝으로 오상진은 본격적인 회의를 시작했다. 회의라고 해 봤자 특별한 것은 없었다. 그동안 각 소대 보고를 받고 얘기를 하는 식이었다.
“다들 조인범 상병 사건에 대해서 알겠지만, 일단 그 사건은 조인범 상병이 전출 가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다. 지금 중대가 많이 어수선하고 그러니까, 신경 써서 애들 관리 잘하고.”
“네, 알겠습니다.”
“네.”
소대장들이 다이어리에 뭔가를 적기 시작했다. 오상진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그럴 것이 아니라, 오늘부터 각 소대장들은 소대원들과 면담을 하도록. 그 면담 기록을 나에게 보고할 수 있도록. 알겠나?”
“네, 중대장님.”
“그리하겠습니다.”
“네.”
김진수 1소대장은 대답을 하고 자신의 다이어리를 봤다. 그곳에 자신이 몇 가지 건의할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중에 개별 면담이 적혀 있었다. 그곳에 동그라미를 친 김진수 1소대장이 슬쩍 오상진을 봤다.
‘중대장님께서 사단장님의 총애를 받았다고 들었는데, 일단 일 처리 하나는 똑 부러지게 잘하시네.’
김진수 1소대장이 속으로 생각했다. 그사이 오상진은 마지막 멘트를 하고 있었다.
“어쨌든 빨리 어수선한 상황을 털어내고 모든 소대가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해 주길 바란다. 오늘 회의는 여기까지!”
오상진이 다이어리를 덮으며 말했다. 각 소대장들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시각 윤태민 2소대장은 사우나에서 몸을 풀고 있었다.
“어후, 시원하다.”
얼굴에 흐르는 땀을 손으로 훔쳐 털어낸 후 중얼거렸다.
“어제 비너스에가서 제대로 스트레스를 풀어야 했는데······. 이건 뭐, 회식을 하다 만 것 같고 말이지. 뭔가 찝찝한 것이······.”
솔직히 윤태민 2소대장도 비너스에 한 번 갔었다. 물론 술값이 엄청 비싸서 자주 갈 곳은 못 되는 곳이었다.
하지만 그곳의 아가씨들은 나름 괜찮았다. 서울에서 대학생들이 일부러 용돈을 벌기 위해서 지방으로 내려오는 경우도 있고 그랬다.
그 아가씨들 얘기도 나누고 연애를 하다 보면 군대에 대한 스트레스도 풀리고 그런 느낌이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홍 소령이 준비했다고 하니까, 이참에 스트레스를 풀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상진 때문에 그 계획이 다 깨졌다.
“아, 진짜 맘에 안 드네. 안 들어!”
그렇게 사우나에서 몸을 푼 후 거의 10시가 다 되어서 머리를 말리러 거울 앞에 섰다.
“아, 젠장. X나 잘 생겼네. 넌 도대체 뭘 믿고 그리 잘 생겼냐?”
윤태민 2소대장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며 자화자찬을 했다. 그러면서 느긋하게 머리를 말리고, 스킨과 로션을 얼굴에 덕지덕지 바른 후 몸을 돌렸는데 이발소에 불이 들어와 있었다.
“어? 이발 아저씨 왔나 보네.”
몸을 돌려 자신의 머리를 한번 쓰윽 쓸어넘긴 후 중얼거렸다.
“머리나 잘라볼까?”
이발소로 간 윤태민 2소대장이 자리에 앉았다.
“아저씨, 머리 좀 다듬어 주세요.”
“네네.”
이발소 아저씨는 머리카락 자를 준비했다. 그러면서 힐끔 자리에 앉아 있는 윤태민 2소대장을 봤다.
‘저 사람은 군인이라더니 만날 이곳에 있어.’
이발소 아저씨가 가위와 빗을 들고 물었다.
“어떻게 잘라 드릴까요?”
“지난번처럼 해주세요.”
“네.”
솔직히 스포츠형 머리에 조금 긴 스타일이었다. 지금 머리카락을 자른다고 해서 그렇게 티가 나지도 않았다. 하지만 윤태민 2소대장은 병사들에게 머리를 맡기는 것보다는 밖에서 자르는 것이 좋았다. 약 10분 동안 머리카락을 자른 후 이발소 아저씨가 말했다.
“이 정도면 됐습니까?”
“네. 괜찮은데요.”
윤태민 2소대장은 자신의 머리를 한번 만진 후 나갔다. 간단히 머리를 드라이기로 다시 털어낸 후 캐비닛 쪽으로 갔다. 문을 열고 느긋하게 옷을 갈아입었다.
“어디 연락이 온 곳이 있는지 볼까?”
윤태민 2소대장이 휴대폰을 확인했다. 그런데 부재중 전화가 무려 15통이나 와 있었고, 문자도 와 있었다.
“어? 뭐, 뭐야?”
부재중 전화를 한 사람은 홍일동 4소대장이었다.
“4소대장이 왜 전화를 했지? 어쭈, 문자까지 보내고······.”
윤태민 2소대장이 피식 웃으며 문자를 확인했다.
-2소대장님 저 4소대장입니다. 지금 중대장님께서 회의를 하신다고 해서 연락드렸습니다. 문자 보시는 대로 바로 와 주시기 바랍니다.
문자를 확인한 윤태민 2소대장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와, 시발! 뭐야! 왜 오늘 같은 날 회의를 한다고 지랄이야!”
윤태민 2소대장은 이민식 대위 때를 생각했다. 회식을 한 뒷날은 거의 출근을 하지 않았다. 뻗어서 오후 늦게나 출근을 했었다. 그때의 일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출근을 이렇게 빨리할 줄은 몰랐네. 시발, X됐네.”
윤태민 2소대장은 허겁지겁 전투화를 신고는 사우나를 뛰쳐나갔다. 차를 몰고 그대로 부대로 들어갔다. 자신의 자리로 가 보니 이미 회의는 끝이 났는지 다들 자리에 돌아와 있었다.
“회, 회의는 끝났습니까?”
그 소리에 자리에 앉아 있던 소대장들의 시선이 윤태민 2소대장에게 향했다. 김진수 1소대장은 업무를 보고 있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2소대장 이제 출근해?”
“아, 그게······.”
“이제 출근하냐고.”
김진수 1소대장의 언성이 살짝 올라갔다.
“네. 그렇게 되었습니다.”
“자네 지금 제정신이야?”
“네?”
“출근 시간이 몇 시인데 이제 출근을 하는 거야!”
“좀 봐주십시오.”
“자네만 회식했나! 여기 있는 사람 전부다 회식했어. 술도 자네만큼 마셨고. 그런데 왜 자네만 이제 출근하나?”
“왜 그러십니까.”
윤태민 2소대장이 실실 쪼개며 말했다. 김진수 1소대장의 표정이 굳어졌다.
“2소대장.”
“네.”
“지금 장난해?”
“네?”
“내가 우스워?”
“아닙니다.”
김진수 1소대장이 갑자기 군기를 잡자 윤태민 2소대장은 어안이 벙벙했다. 하지만 김진수 1소대장은 여기서 멈출 생각이 없었다.
“이봐! 윤태민!”
윤태민 2소대장이 눈을 부릅떴다.
“육사 후배라고 오냐오냐 해줬더니 이제는 선배도 몰라보고 그렇지! 아주 개판이야!”
“······.”
윤태민 2소대장은 바짝 쫀 상태에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갑자기 왜 저래? 안 하던 행동을 하고 지랄이지?’
“2소대장 경고하는데 한 번만 더 근무태만이면 그때는 그냥 안 넘어가! 알았어? 그리고 중대장님에게 가 봐.”
“주, 중대장님에게 말입니까?”
“그래.”
“네.”
윤태민 2소대장의 표정이 확 일그러졌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곳의 왕은 중대장이었다.
윤태민 2소대장은 어깨가 축 늘어진 상태로 중대장실로 갔다. 윤태민 2소대장은 중대장실 앞에 섰다.
“하아······.”
긴 한 숨을 내쉰 후 문을 두드렸다.
똑똑똑.
“들어와.”
윤태민 2소대장이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충성. 소위 윤태민.”
오상진이 업무를 보다가 고개를 들었다. 윤태민 2소대장이 서 있었다.
“2소대장.”
“네.”
군기가 바짝 들어간 모습이었다.
“자네 설마 지금 출근했나?”
“······죄송합니다.”
“왜? 어제 과음해서 그랬나?”
“네, 그렇습니다.”
“으음, 술이 과한 사람이 어제 술을 그리 마셨나? 조절은 했어야지.”
“어제 중대장님과 첫 회식이라서 말입니다.”
윤태민 2소대장이 실실 웃으며 말했다. 그 모습이 오상진에게는 영 못마땅했다.
“자네는 내일 전쟁이 터진다고 해도 오늘 술을 마실 사람이구만.”
“네? 무슨 말씀이신지?”
윤태민 2소대장이 눈을 크게 했다.
“군인이라는 사람이 술 하나 이기지도 못하고. 그리고 군인이라면 의무에 충실해야지 중대장 환영식이며 회식이 뭐가 그리 중요해. 내가 어제 말했지. 적당히 마시라고. 자네 혼자 이게 뭔가? 술을 잘 못 마신다면 적당히 마시든가 해야지.”
오상진에게 꾸중을 들으며 윤태민 2소대장은 잔뜩 표정을 굳혔다.
‘뭐야, 시발······.’
그런 윤태민 2소대장을 본 오상진이 물었다.
“왜? 내 말이 아니꼽나?”
“아닙니다.”
“윤 소위! 시말서 써.”
“네에? 무슨 시말서입니까?”
“쓰라면 써! 아니면 완전군장에 연병장을 돌 텐가?”
“그, 그건······.”
윤태민 2소대장이 말을 하지 못했다. 진짜 오상진이라면 그러고도 남을 것만 같았다. 그리되면 병사들에게 무슨 망신이겠나.
“아, 알겠습니다.”
윤태민 2소대장이 대답을 하고는 중대장실을 나왔다. 복도를 걸어가면 인상을 찌푸렸다.
“하, 시발 진짜······. 여기가 무슨 회사도 아니고 무슨 시말서야.”
윤태민 2소대장이 인상을 쓰며 걸어가는데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해 보니 홍민우 소령이었다.
“하. 이 양반은 참 눈치도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