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17)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051화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17)
“상진 씨, 여긴 다 좋은데 약간 좀 추운 것 같아요.”
“추워요? 나는 잘 모르겠는데······. 추우면 나에게 더 붙어요.”
“아잉, 왜 이러실까.”
한소희는 말은 거부를 하면서 몸은 오상진에게 바짝 붙었다. 오상진은 눈을 감으며 품에 안겨오는 한소희의 냄새를 맡았다.
“으음, 우리 소희 씨 냄새······. 좋다.”
“냄새요? 내 냄새가 어떤데요?”
“좋은 냄새요.”
“구체적으로요?”
“으음, 뭔가 포근하고, 아늑하고, 계속 이대로 있고 싶은 거?”
“칫! 그래서 뭐예요? 빨리 결혼하고 싶다는 거예요?”
“아뇨, 나는 결혼 안 해도 상관없어요. 어차피 계속 소희 씨가 내 옆에 있을 텐데, 결혼이 무슨 소용 있어요.”
“칫, 그러다가 딴 남자가 날 꼬시면 어떻게 하게요?”
“그럼 내가 다시 꼬시면 돼죠.”
“엇? 상진 씨 많이 늘었다. 옛날에는 안 된다고 막 으르렁거리고 그랬으면서.”
“그럼요. 많이 늘었죠.”
“어멋! 이 남자 봐.”
오상진이 한소희의 이마에 쪽 하고 뽀뽀를 했다.
“입에다가 하고 싶지만 술 냄새 때문에 이마에만 할게요.”
“점점 더······.”
한소희가 퉁명스럽게 말했지만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렇게 오상진은 한소희를 꼬옥 안았다.
“아무튼 뜻하지 않게 소희 씨를 봐서 너무 좋아요.”
“저도 그래요.”
두 사람은 서로를 꼬옥 안은 채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다음 날 아침 침대에서 뒤척거렸다. 곧이어 코 속을 파고드는 맛있는 냄새에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안방을 나서 부엌으로 간 오상진은 그곳에서 요리를 하는 한소희를 보게 되었다.
“소희 씨 벌써 일어났어요?”
“왜 벌써 일어났어요? 내가 깨우려고 했는데······.”
“맛있는 냄새 때문에 참을 수가 없었어요.”
“상진 씨, 배고파요?”
“네, 엄청요.”
“하긴 어제 그렇게 덤벼들더니······.”
한소희가 살짝 눈을 흘기며 눈치를 줬다. 오상진이 웃으며 말했다.
“소희 씨가 너무 예쁜 걸 어떻게 해요. 그럼 그렇게 예쁘지나 말든가!”
“내가 예쁘고 싶어서 예쁘나? 원래부터 예쁜 걸 어떻게 해요.”
“크으······.”
오상진은 괴롭다는 듯 머리를 감쌌다. 이렇듯 두 사람은 아침부터 깨가 쏟아졌다.
솔직히 예전에 연애를 글로 배운 오상진은 과거에 한 번 결혼을 했었다. 그 당시엔 굉장히 무뚝뚝한 남편으로 이런 말들이 잘 나오지 않았었다.
한소희랑 같이 살다 보니 여자는 예쁘다는 칭찬에 약하다는 것을 잘 알게 되었다.
물론 한소희는 무척 예뻤다. 보통 여자의 미모는 얼마 가지 않는다고 하지만 언제 봐도 너무 사랑스러웠다. 최근에는 무슨 요리학원이라도 다니는지 나날이 요리 솜씨도 늘었다.
“다 되었으니까, 거기 앉아요.”
“내가 수저랑 냉장고에서 반찬 꺼낼게요.”
“괜찮아요. 그냥 앉아 있어요.”
“아니에요.”
오상진이 수저랑 젓가락을 놓고, 냉장고에서 반찬을 꺼냈다. 그 모습을 보며 한소희가 씨익 웃었다.
그녀도 집에 계신 엄마처럼 살림이나 하고 있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데 오상진이 저렇듯 가정적으로 나와주니 요리를 하는 입장에서 즐거웠다. 한소희가 다시 고개를 돌려 찌개를 확인했다.
“어디 보자. 다 됐네.”
국자로 찌개를 퍼서 탁자에 놓았다. 그것을 본 오상진의 표정이 밝아졌다.
“어후, 북엇국이네요.”
“어제 상진 씨 과음했잖아요.”
“이야, 북엇국 끓이기 힘들다고 했는데······.”
“레시피 보고 한번 해봤어요.”
오상진이 슬쩍 수저로 국물을 떠 먹어봤다. 시원한 국물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자 절로 탄성이 흘러나왔다.
“어어어······ 국물 최고네요.”
“진짜요?”
“네.”
오상진은 다시 연거푸 북엇국의 국물을 수저로 떠서 입으로 가져갔다. 북엇국 안에 있는 콩나물의 성분이 더부룩했던 속으로 풀어주는 것 같았다. 하물며 국물도 깔끔하고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었다.
“이야, 소희 씨 진짜 북엇국 잘 끊인다.”
오상진은 북엇국에 밥까지 말아서 열심히 먹었다. 한소희가 입을 열었다.
“천천히 먹어요. 체하겠다.”
“전혀요! 이건 체할 수가 없어요.”
오상진은 미간에 주름까지 잡아가며 밥을 먹었다. 게다가 잘 익은 김치를 올려 먹으니 그 맛도 아주 일품이었다.
아삭아삭.
입안에서 김치 씹는 소리까지 생생하게 들렸다.
“으음, 맛있어.”
그 모습을 보는 한소희는 피식 웃었다. 오상진은 밥을 먹으면서도 더욱더 한소희에 대한 사랑이 더욱 깊어짐을 느꼈다.
“제가 소희씨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진짜 저는 행운아인 것 같아요. 아니, 소희 씨가 제게 로또나 다름이 없어요!”
“그래요?”
“네!”
오상진이 힘차게 대답을 하고는 사발을 그대로 입으로 가져가 들이켰다.
“커어, 진짜 잘 먹었다.”
“아니, 무슨 국을 물 마시듯 먹어요.”
“그만큼 맛있다는 거 아니에요.”
“상진 씨도 참······.”
한소희가 배시시 웃고는 오상진을 바라봤다. 그런데 오상진의 눈빛이······.
“뭐, 뭐예요. 왜, 아침부터 눈빛이 응큼해요?”
“에이이, 제 눈빛이 왜요? 응큼하다니요. 사랑스럽게 바라보는데.”
“어? 왜 그래요? 나 아직 밥 다 안 먹었는데!”
한소희가 주춤했다. 하지만 오상진은 그런 한소희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슬쩍 다가가 한소희를 안아 들었다.
“진짜 왜 그래요?”
“그냥 소희 씨는 가만히 있으면 돼요. 제가 다 알아서 할게요.”
“사, 상진 씨······.”
“어허, 그냥 가만히 있으래도.”
오상진은 한소희를 안아서 안방으로 들어갔다. 안겨 있는 한소희는 그저 부끄러움에 얼굴을 파묻었다.
오상진이 샤워를 하고 욕실에서 나왔다. 그사이 한소희는 식탁에 있는 그릇을 치우고 있었다.
“다 씻었어요?”
“네.”
“출근 안 늦었어요?”
“아직 20분 여유 있어요.”
오상진이 수건으로 머리를 닦으며 말했다. 그런 오상진을 보며 한소희가 눈을 흘겼다.
“진짜, 정말······.”
“왜요?”
“아침부터 짐승같이······.”
“누가 아침부터 그렇게 예쁘래요? 참을 수가 없잖아요. 참을 수가!”
“정말 말이라도 못하면······.”
“그건 소희 씨가 감수해야 돼요. 누가 그렇게 이쁘라고 했나?”
오상진이 능글맞게 말을 하자 한소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빈 그릇을 싱크대에 넣고, 몸을 돌렸다.
“참, 상진 씨!”
“네?”
“이번 주말에 시간 좀 비워둬요.”
“시간요?”
“왜요? 약속 있어요?”
“약속은요. 저야, 항상 소희 씨를 보기 위해 비워두는데!”
한소희가 피식 웃었다. 오상진이 스킨을 바르며 말했다.
“아버님 때문에 그렇죠?”
“네. 어제 말했듯이 주말에 아버지 만나기로 했어요. 괜찮죠?”
“그럼요. 아버님을 뵈는데, 없는 시간이라도 내야죠. 그런데 아버님은 뭐 좋아하세요?”
“우리 아빠요? 뭘 사요. 그냥 가요.”
“그래도 처음 집에 초대받는 건데 그냥 갈 수는 없죠!”
“그럼 술이 좋겠어요.”
“술이요?”
“네. 우리 아버지 술을 좋아하시거든요. 너무 비싼 것은 말고요. 그래서 그런지 아버지는 손님들이 술을 사오면 그리 좋아하더라고요.”
“그래요? 좋은 정보 고마워요.”
“뭘요.”
한소희가 피식 웃었다. 오상진이 전투복으로 환복한 후 물었다.
“소희 씨 오늘 올라갈 거예요?”
“왜요? 하루 더 있었으면 좋겠어요?”
“저야, 당연히 좋죠. 그런데 소희 씨 대학원 다녀야 하잖아요.”
“그러게요. 아쉽네요. 그래도 조금만 참아요. 주말에 같이 시간 보내면 되니까요.”
“알았어요.”
오상진이 현관으로 나가 전투화를 신었다.
“아무튼 조심히 올라가고, 도착하면 연락해요.”
“알았어요.”
오상진이 한소희에게 다가가 뽀뽀를 했다. 한소희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조심해서 가요.”
“그래요, 소희 씨도 조심해서 올라가요.”
“네.”
그렇게 두 사람은 진한 뽀뽀와 함께 헤어졌다.
아침에 출근을 한 오상진은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곧바로 수화기를 들어서 전화를 걸었다.
“1소대장, 출근했나?”
-충성. 네.
“괜찮으면 지금 회의 시작하지. 내 방으로 다 불러줘.”
-아, 네에······.
“왜? 안 되나?”
-지금 2소대장이 자리에 없습니다.
“없어? 따로 훈련이라도 있나?”
-아뇨, 없습니다.
“그럼 찾아! 전화해서 부르면 되잖아.”
-네, 알겠습니다.
김진수 1소대장이 전화를 끊고 박윤지 3소대장을 봤다.
“3소대장.”
“네.”
“2소대장 아직 출근 전인거지?”
“아, 그게······. 그런 것 같습니다.”
“으음······.”
김진수 1소대장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때 홍일동 4소대장이 화장실에 갔다가 들어왔다.
“4소대장.”
“네.”
“2소대장 아침에 온 것 못 봤지?”
“네, 못 봤습니다. 그런데 왜 그러십니까?”
“중대장님께서 아침에 회의를 하자고 하시네.”
“회의 말입니까? 갑자기 무슨 일로?”
“그건 나도 몰라. 그보다······.”
김진수 1소대장의 시선이 윤태민 2소대장 자리로 향했다.
“2소대장은 하필 오늘 같은 날 출근을 안 했지?”
“어제 술이 좀 과해서 그런 것이 아니겠습니까?”
“다 같이 술을 마셨는데. 나도 그렇고, 자네들도 그렇고 말이야. 중대장님도 과음하셨는데 저렇듯 제 시간에 출근을 하셨잖아. 도대체 2소대장은 군 생활을 어떻게 하는 것인지······.”
김진수 1소대장이 고개를 흔들며 혀를 쯧쯧 찼다. 그러다가 박윤지 3소대장을 보며 말했다.
“3소대장. 3소대장이 2소대장에게 전화해서 빨리 오라고 해.”
“네, 알겠습니다.”
박윤지 3소대장이 대답을 하고는 휴대폰을 들었다. 그러자 홍일동 4소대장이 손을 들어 말렸다.
“3소대장님.”
“네?”
“놔두십시오. 제가 하겠습니다.”
“그래도······.”
“제가 하겠습니다. 3소대장님도 얼른 준비하십시오.”
홍일동 4소대장이 휴대폰을 꺼냈다. 그 모습을 보다가 박윤지 3소대장이 슬그머니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홍일동 4소대장이 2소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받지를 않았다.
“뭐지?”
홍일동 4소대장이 다시 전화를 걸어봤지만 신호음만 가고 받질 않았다.
“설마 아직까지 자나?”
홍일동 4소대장이 문자를 보냈다.
-2소대장님 4소대장입니다. 중대장님께서 아침 회의를 하신다고 합니다. 문자 확인하는 대로 빨리 오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하면 되겠지!”
홍일동 4소대장도 다이어리를 챙겨서 중대장실로 향했다.
“어, 왔어? 다들 앉지!”
“네.”
소대장들이 자리에 앉았다. 오상진이 쭉 훑어보고는 입을 열었다.
“2소대장은 아직 안 왔나?”
“어, 예에. 그렇습니다.”
약간 당황하는 김진수 1소대장을 보며 오상진이 말했다.
“1소대장.”
“네, 중대장님.”
“솔직히 말해봐. 잠깐 자리를 비운 거야. 출근을 안 한 거야?”
“어, 그것이······.”
“아직 출근을 하지 않은 거군. 허허, 이거 재미있네.”
오상진이 어이없는 웃음을 지었다. 중대장실이 갑자기 분위기가 냉랭해졌다. 각 소대장들은 침묵을 유지한 채 입을 다물고 있었다.
“지금 출근 시간이 지나지 않았나?”
“네. 그렇습니다.”
“1소대장.”
“네. 중대장님.”
“여태껏 중대 관리를 이런 식으로 했던 거야?”
“······.”
오상진의 말에 김진수 1소대장의 표정이 굳어졌다. 솔직히 말해서 전임 중대장이었던 이민식 대위는 자신을 무시하고 만날 윤태민 2소대장을 끼고 돌았다. 그래서 자신이 관리하고 뭐도 없었다. 말만 1소대장이었지. 그에 맞는 대우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