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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715화 (715/1,018)

<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11)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045화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11)

장기준 소장이 낮게 속으로 중얼거렸다. 잠깐 고민을 하던 장기준 소장이 심도윤 소령에게 말했다.

“심 소령.”

“네, 작전부장님.”

“헌병대장인 임 중령하고 자리 한번 잡아보지.”

“네, 알겠습니다.”

장기준 소장의 지시를 들은 심도윤 소령이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조인범 상병은 헌병대의 부름을 받고 헌병대에서 조사를 받았다. 어두운 취조실에는 전등 하나만 켜져 있었다. 조인범 상병이 앉아 있고 그 앞에 헌병과장이 앉아 있었다.

“이름?”

“조인범입니다.”

“계급?”

“상병입니다.”

“소속?”

“보병 17연대 3대대 4중대 3소대입니다.”

헌병과장이 노트북에 기입을 했다. 그러곤 조인범 상병을 보며 물었다.

“너 여기에 왜 왔는지 알아?”

“잘 모르겠습니다.”

“잘 몰라?”

헌병과장이 피식 웃었다.

“재미있는 녀석일세. 그래, 언제까지 모를 수 있나 보자.”

헌병과장이 그 앞에서 담배를 뻐끔뻐끔 피웠다. 그러다가 담배 연기를 조인범 상병에게 뿜었다. 조인범 상병이 바로 이맛살을 찌푸렸다.

“왜? 싫어? 너 여기 왜 왔다고 생각하니?”

“잘 모르겠습니다.”

“여기는 어지간히 잘못하지 않고는 오지 않는 곳이야. 네가 여기 있다는 것은 뭐다? 네가 엄청 큰 잘못을 했다는 거야. 그렇지? 그런데 넌 왜 이유를 모를까? 그러니까, 조인범 여기서 빨리 나가고 싶으면 슬슬 얘기를 하는 것이 좋아. 아니면 상당히 골치 아파질 거야.”

헌병과장의 말에 조인범 상병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니, 엄마는 도대체 뭘 어떻게 하는 거야? 빨리 빼내달란 말이야.’

그렇게 조인범 상병이 안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사이 오상진은 임규태 중령과 통화를 하고 있었다.

“충성.”

-그래, 오 대위. 아침부터 무슨 일이야?

“조인범 상병이 헌병대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 그래. 지금 조사받고 있지. 그런데 그 자식 완전 꼴통이던데.

“네?”

-본인이 뭘 잘못했는지 입 밖으로 꺼내지를 않아. 아주 요지부동이야.

“저에게도 사유서 쓴 것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반성의 여지가 전혀 없습니다. 아무래도 부모님이 또 해결해 주실 거라 믿고 그러는 것 같습니다.”

임규태 중령이 입을 열었다.

-참, 대대장에게서는 별말 없었어?

“네, 별 이야기 없었습니다.”

-그래? 홍 소령도 별말 없던가?

“네.”

-아무래도 내가 조사한다고 하니까. 일부러 접근을 하지 않는 것 같은데······. 그래도 혹시 자네에게 알력을 행사하고 그러면 나에게 바로 얘기를 해.

“네. 알겠습니다.”

-그래. 이쪽 일은 내가 알아서 잘 처리하겠네. 너무 걱정 마.

“알겠습니다.”

임규태 중령이 먼저 통화종료 버튼을 눌렀다. 그러곤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흐음······.”

임규태 중령이 잠깐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했다. 돌아가는 분위기로 봐서는 조인범 상병은 처벌은 확실한 것 같았다.

중요한 것은 조인범 상병이 문제가 아니라, 조인범 상병의 편의를 봐줬던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조인범 상병을 봐주지 않았다면 저 녀석이 이렇듯 사고를 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크게 손을 대야 할 판이었다. 전임 중대장은 물론이고, 송일중 중령 나아가서는 연대장인 곽종윤 준장까지 가야 할지도 몰랐다.

물론 곽종윤 준장까지 갈지는 모르겠지만 이 일이 문제가 되면 그도 진급 길이 막혀서 옷을 벗게 될지도 몰랐다.

솔직히 마음 같아서는 그리 만들고 싶지만 곽종윤 준장이 일심회 라인이고 최우일 감찰부장이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 같았다.

“하아, 이것 참······. 어디까지 손을 대야 하지?”

임규태 중령이 고민을 하고 있을 때 휴대폰이 울렸다. 장기준 소장이었다.

“충성. 오랜만입니다.”

임규태 중령이 바로 전화를 받았다.

-어, 그래. 오랜만이야, 임 중령. 잘 지냈나?

“저야 항상 잘 지내고 있습니다. 작전부장님께서도 잘 지내시죠?”

-하하하, 그럼. 자네 덕분에 잘 지내고 있네.

“제 덕분이겠습니까. 장 소장님께서 워낙에 뛰어나신 분이시니 그렇죠.”

-허허, 이 친구 보게. 갑자기 입에 바른 소리도 다 하고 말이야.

“저도 그리 꽉 막힌 사람은 아닙니다.”

-그래, 그래. 그건 좋은 일이군.

“그보다 그냥 안부나 하려고 전화하신 것은 아닌 것 같은데. 무슨 일 있습니까?”

-으음, 그래. 바로 얘기를 하겠네. 다름이 아니라 이번에 오 대위 건으로 골치 아픈 일이 있다지?

“네. 얘기 들으셨습니까?”

-들었지! 귀에 안 들어올 리가 없지. 아무튼 그 일도 있고, 오랜만에 임 중령 얼굴이나 봤으면 해서 말이야. 식사나 한 끼 했으면 좋겠는데······.

“식사 말입니까?”

-그래. 오늘 약속 있나?

“약속은 없습니다.”

-그럼 저녁을 함께 하지.

“네, 알겠습니다.”

-그래. 그럼 비서실장 통해서 약속 장소는 따로 보내겠네.

“네.”

전화를 끊은 임규태 중령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갑자기 무슨 일로······.”

임규태 중령은 솔직히 오상진 대위 건으로 만나려고 한다는 것쯤은 어느 정도 예상이 되었다. 그런데 이 일에 장기준 소장이 직접 나선다는 것이 이상했다. 그냥 이대로 두면 반대편이 들쑤시기 좋게 만드는 것인데 말이다.

“일단 만나보면 알겠지.”

임규태 중령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저녁 모처에서 장기준 소장과 임규태 중령이 만남을 가졌다.

“자, 한 잔 들게.”

“네.”

“어떻게 자네 얼굴 보니 잘 지내는 것 같은데 내 말이 맞는가?”

“네. 맞습니다. 저는 헌병대가 딱 체질인 것 같습니다.”

“하하하, 이 사람 진짜······.”

장기준 소장이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장 소장님은 육본에 올라가셔서 어떻게 지내십니까?”

“나야 뭐, 볼 게 너무 많아. 괜히 육본에 간다고 했어. 그냥 사단에 있을 걸 말이야.”

“에이, 장 소장님께서 가셔야지 누가 육본에 갑니까.”

“에이, 이 사람. 말이라도 고맙네.”

“하하하, 진심입니다.”

그렇게 두 사람이 다시 술잔을 부딪쳤다. 그리고 술잔을 내려놓은 장 소장이 슬쩍 물었다.

“그보다 그 일은 지금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임규태 중령이 쓴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아시다시피 지금 조사 중인 상황은 함부로 말씀드리기가 곤란합니다.”

“아, 참 그렇지. 내가 그 일에 대해서 간섭하거나 그러고 싶은 것은 아니야. 하아······. 이것 참, 어디서부터 얘기를 해줘야 하나.”

장기준 소장이 술잔을 들어 입으로 가져갔다.

“크으, 사실 말이야. 어제 최우일 소장에게서 전화를 받았어.”

“감찰부장님 말입니까?”

“그래.”

“아니, 어쩐 일로······.”

대충 짐작이 되지만 모르는 척하며 물었다.

“자네가 맡고 있는 그 일 때문에 전화가 왔었어.”

“아니, 고작 일개 병사 사건입니다. 그런데 감찰부장님까지 나서는 겁니까?”

“그렇지······.”

장기준 소장도 씁쓸하게 웃었다. 임규태 중령이 고개를 흔들었다.

“뭐, 조인범 상병 빽이 좋긴 한가 봅니다.”

“그 친구가 조인범 상병인가?”

“네.”

“대충 무슨 일인지 얘기를 들을 수 있을까?”

임규태 중령은 그 사건에 대해서 얘기를 해주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다만 진행 상황은 얘기할 수 없었다.

“네. 원래는······.”

임규태 중령은 자신이 조사했던 내용을 그대로 장기준 소장에게 전했다.

“으흠······. 대단한 친구네. 아무리 군대가 좋아졌다고 해도 그렇지. 소주병을 반입해 부사관의 뒤통수를 내려쳐! 우리 때였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구만.”

“네. 그렇죠. 그 시절이었으면 난리가 났죠.”

“그래서 그 부사관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

“병원 치료 마무리하고, 현재 통원치료를 하면서 출근하고 있습니다.”

“그렇군. 그래서 자네는 어떻게 처리할 생각인가?”

이미 얘기를 다 꺼낸 상황에서 말 안 하기도 좀 그랬다. 그래서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원칙대로 처리하고 싶은데 어디까지 손을 대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랬더니 장기준 소장이 입을 열었다.

“그럼 혹시 내가 조언을 하고 싶은데 괜찮겠나?”

“조언 말씀입니까?”

“그래.”

임규태 중령이 가만히 장기준 소장을 바라봤다. 그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말씀해 주십시오.”

“내 생각에는 일이 너무 커지는 것은 좋지 않다고 보네.”

“그럼 이 일을 덮자는 말씀입니까?”

“아니, 아니야. 덮자는 소리는 아니고, 처벌할 사람은 처벌을 해야지. 다만, 만약 이 일로 연대장까지 책임을 물으면 일심회 쪽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것 같네. 자네도 알고 있지? 일심회에 관련이 있다는 거······.”

“네. 듣긴 했습니다.”

“일심회에서도 제법 입김이 큰 친구야. 최우일 감찰부장이 아끼는 후배이기도 하고. 내가 곽종윤 준장 신경이 쓰여서 하는 말은 아니야. 사실 막말로 오 대위를 그곳에 보내고 솔직히 엄청 신경이 쓰인다네. 이번 일도 아마 다른 대위였다면 그냥 적당히 덮었을 것이야. 하지만 오 대위는 그러지 않았지. 난 그런 오 대위의 정의로움을 높게 평가를 해.”

“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이런 일이 반복될 경우, 오 대위가 일심회의 표적이 될 것이고, 다른 장교들이 색안경을 끼고 볼 사람들도 많아질 거야. 자네도 알지 않는가, 군대라는 조직이 얼마나 폐쇄적인지.”

“네.”

“그래서 말인데 오 대위의 정의를 지키면서 좀 더 현실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이 어떻겠나?”

“으음······ 그렇다면 송일중 중령까지 가겠습니다.”

“그래. 내가 거기까지는 간섭할 수는 없겠지만 거기까지 하는 선에서 마무리 짓는 것이 오 대위에게도 좋을 것 같네.”

“네.”

“미안하네. 내가 오랜만에 불러서 괜히 머리 아프게 하고 말이야.”

“아닙니다. 조언 감사합니다.”

“자네가 그렇게 좋게 받아줘서 나도 마음이 한결 편안하다네.”

“네.”

“자, 다시 한잔하세나.”

장기준 소장이 술잔을 들었다. 임규태 중령도 마찬가지였다.

“자, 이제는 그런 일은 접어 두고, 다른 얘기를 해보세나. 자네 헌병대장 되고, 그리 좋아했다며?”

“하하하, 당연합니다. 마치 고향에 온 것처럼 편안했습니다.”

“그 정도인가? 기무대에서는 좀 별로였나?”

“아, 솔직히 말씀드려서 거긴 뭐랄까······. 좀 저랑 너무 안 맞습니다.”

“그래도 기무대의 힘이라면 좀 알아주지 않는가.”

“그것도 뒷받침이 되어줘야죠. 아무래도 현장 체질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런가?”

그렇게 장기준 소장과 임규태 중령은 다시 술잔을 주고받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았다. 그들의 술자리는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났다.

헌병대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민식 대위는 헌병대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결과가 나오자마자 바로 확인을 했다.

“어떻게 되었습니까?”

솔직히 이민식 대위도 불안하기 마찬가지였다. 막말로 일이 잘못되면 자신의 자리까지 잘못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결과에 신경이 곤두서 있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홍민우 소령의 표정이 심각했다. 이민식 대위 역시 마찬가지였다.

“자네가 왜 그걸 신경 쓰고 있어?”

“그래도 어떻게 되어 가고 있는지 알아야 해서······.”

“하아······ 일단 조인범 상병은 영창 갔다가 전출 보내는 걸로 마무리 지었어.”

“전출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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