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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714화 (714/1,018)

<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10)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044화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10)

그 시각 오상진은 박은지하고 통화를 하고 있었다.

-오홍, 재미난 얘기네요. 수향옥이라는 거기 사장 아들이 대형 사고를 쳤다는 거네요.

“네. 수향옥은 알아요?”

-어휴, 거길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정재계 인사들이 뻔질나게 드나드는 곳이잖아요. 그렇지 않아도 거기 잠입취재 하려고 생각 중이었는데······.

“잠입취재요?”

-네. 거기 그냥 보통 음식점이 아니에요. 정재계 사람들이 별실에서 만나서 무슨 얘기를 주고받는지 알아요? 거기서 술 마시며 떠드는 얘기가 곧 현실이 돼요. 솔직히 20세기에 사는 사람으로서 그건 좀 아니지 않아요?

박은지가 열변을 토했고, 오상진이 멋쩍게 웃었다.

“아이고 제가 괜한 얘기를 꺼냈나 봅니다.”

-괜한 얘기는요. 얘기 잘 꺼냈어요. 그렇지 않아도 고민하고 있었는데 상진 씨 얘기 들어보니까, 기삿거리 생기고 좋네요. 이거 제가 기사 써도 괜찮죠?

“네. 물론이죠. 다만 기사 낼 때는 저와 의논을 좀 했으면 합니다.”

-걱정하지 마요. 상진 씨에게 피해가지 않도록 기사 잘 쓸 테니까.

“네.”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그건 그렇고 우리 소희 안 본 지 오래되었는데······. 우리 언제 한번 봐요.

“좋죠!”

-아니, 말만 하지 말고······. 아예 약속을 잡아요. 이번 주말 어때요? 나도 오랜만에 소희 얼굴 보고 싶으니까.

“네. 그래요. 알겠어요.”

-이번 주말! 약속 있지 마요.

“네네.”

오상진이 환하게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

한편 조명달은 아는 사람을 통해서 도상욱 의원에게 청탁을 한 상태였다.

“그게 무슨 소리야?”

조명달은 전화를 받으며 표정을 굳혔다.

“안 된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그것이 최익현 의원이 펄쩍 뛰는 바람에······.

“최익현? 그 양반이 왜? 도대체 왜 반대를 해!”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최익현 의원님께서 이번 일에 끼어들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단단히 일러둬서 도상욱 의원이 바짝 몸을 사리고 있습니다. 그 소문을 들은 다른 의원들도 나서지 않으려고 합니다.

“아이씨, 왜 하필이면 최익현이야!”

조명달이 이맛살을 찌푸렸다. 막말로 조명달에게 밥 한 끼 얻어먹지 않은 인물이 없었다.

그중에서 밥을 얻어먹지 않은 그 소수의 인물 중 하나가 바로 최익현 의원이었다.

조명달은 국회의원 중에서 깨끗한 의원들이 없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익현 의원은 털어서 먼지가 안 나오는 사람이었다.

그의 처가가 바로 선진그룹이었고, 선진그룹에서 철저하게 이미지 메이킹을 주도하고 있었다.

게다가 민국당에서도 대선 주자로 키우고 있기 때문에 최익현 의원을 스크래치 내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그런 최익현 의원이 나섰다면 다른 국회의원들이 몸을 사리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

“아니, 왜 최익현이 나서고 난리야.”

조명달이 짜증을 냈다. 그래도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잠깐 고민을 하던 조명달이 급히 휴대폰을 꺼냈다.

전화번호부를 검색하던 조명달이 일심회에 속한 최우일 감찰부장을 찾았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 최우일 소장에게 전화를 해야겠어.”

곧바로 통화버튼을 눌렀다. 몇 번의 긴 통화음이 이어지고 조명달은 초조한 얼굴이 되었다.

그렇게 한참의 통화음이 있은 후 달칵 하고 전화를 받았다.

-네, 최우일입니다.

최우일 감찰부장의 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이고 최 소장님. 저 조명달이오.”

-누구요?

“조명달 말이오.”

-아아, 조 회장님. 오랜만입니다.

“저 기억하시겠습니까?”

-내가 다른 사람은 몰라도 조 회장은 기억해야죠. 그래, 별일은 없죠? 잘 지내고 계시죠?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만 에효······.”

조명달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무슨 일 있습니까?

“다름이 아니라 군대에 보낸 손자 놈 때문에 이리 속을 썩이고 있습니다.”

-아, 손자가 군대에 들어갔어요? 어쩌다가요?

“네. 그래도 하나뿐인 손자인데 당연히 군대는 보내야죠. 저기 평택에 있는 그곳 부대로 들어갔습니다.”

-평택이라고 하면, 으음······ 17연대를 말하는 것입니까?

“네네.”

-그런데 무슨 일 때문에 우리 조 회장님께서 속을 썩고 있습니까?

조명달은 조상범 상병의 일을 간단히 설명을 했다. 그러자 최우일 소장이 가볍게 웃었다.

-아,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저는 그런 것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아닙니다. 이렇게라도 전화를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조 회장님의 부탁인데 당연히 들어 드려야죠. 손자분 일은 제가 잘 처리하도록 해보겠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아이고, 감사합니다. 그럼 감찰부장님만 믿고 있겠습니다.”

-네네.

조명달이 전화를 끊었다. 그러곤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일심회를 실직적으로 관리하는 최우일 소장에게 고작 이런 일을 부탁하려고 전화하고 싶지 않았다.

그동안 일심회에 알게 모르게 조력하고 돈을 지원했던 것은 이런 일 때문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늦게 얻은 아들 놈이 헌병대 조사를 받게 생겼고, 재수 없으면 군사 재판까지 받을 수 있다는데 어느 부모가 나 몰라라 하겠나.

아니, 자신의 욕심 때문에 군대에 보낸 자식에게 빨간줄이 생겨나게 할 수 없었다.

“에효, 진짜 사람 좀 되라. 사람 좀! 이 애비 속이 타들어간다.”

조명달이 조용히 혼잣말을 읊조렸다.

최우일 감찰부장이 자신의 라인을 불러서 상황 파악을 하게 했다. 최우일 소장의 오른팔로 김승우 중령을 불렀다. 최우일 소장이 인상을 찡그렸다.

“그러니까, 조 회장 손자가 사고를 친 것은 맞다는 거지?”

“네. 그런데 간단히 무마될 만한 게 아닌 것 같습니다.”

“간단히 무마될 일이 아니라나?”

최우일 소장의 눈빛이 깊어졌다. 김승우 중령이 바로 설명을 이어갔다.

“어디서 소주병을 반입해 그 소주병으로 부사관 뒤통수를 가격했다고 합니다.”

“헛! 어이가 없군.”

최우일 소장이 헛웃음을 흘렸다. 물론 조명달이 어지간한 일로 자신에게 전화를 할 이유는 없었다.

“적당한 일이어야지······.”

최우일 소장은 진짜 별일 아니라면 일을 처리해 주려고 했다.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소주병을 반입한 것도 문제고, 잠잘 시간에 술을 처마셔? 그것도 모자라 당직사관인 뒤통수를 소주병으로 가격해? 이건 고의성이 짙은 거잖아! 하극상을 넘어서서 말이지! 그래서 조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거야?”

“제가 듣기로는 헌병대장이 직접 움직였다고 합니다.”

“헌병대장? 누구야?”

“임규태 중령이라고 합니다.”

“임 중령? 그 친구야? 그 친구라면 기무사 있을 때부터 말이 통하지 않던 친구잖아!”

“네. 임규태 중령 괜히 이 일로 잘못 건드렸다가는 옷 벗을 각오로 덤벼 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허허, 내가 고작 그런 일 때문에 임 중령하고 얼굴 붉혀서야 되겠어? 그보다 다른 방법은 없어?”

“안 그래도 제가 좀 더 알아봤는데 말입니다. 이 일을 벌인 중대장이 이번에 새로 부임한 중대장인 오상진 대위였습니다.”

“오상진 대위? 어디서 많이 들어 봤는데.”

“장기준 사단장 밑에 있던 친구입니다.”

“아! 그 친구. 장 소장이 매번 잘한다고 칭찬하던 그 친구지?”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 녀석이 왜 평택으로 간 거야?”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허허, 장 소장 그 친구 참 재미있네. 그러니까, 적진으로 오상진 대위를 보낸 건가?”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이. 내가 장기준 소장하고 얘기를 해봐야겠네.”

“직접 말씀이십니까?”

“그럼 자네가 할 텐가?”

“제가 어떻게······.”

“그러니, 내가 하겠다는 거야. 아무튼 연결해 봐.”

“네. 알겠습니다.”

김승우 중령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장기준 소장이 전화를 받았다.

“부장님 여기······.”

김승우 중령이 두 손을 휴대폰을 건넸다. 최우일 소장은 일단 표정을 밝게하며 전화를 받았다.

“아이고 장 소장. 나 최우일 소장이오.”

-네. 최 소장님.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나야 잘 지내지. 그보다 장 소장은 어떻소? 육본 생활은 좀 맞습니까?”

-하하하, 군 생활이 다 똑같죠.

“맞습니다. 그건 그렇고 말입니다. 평택으로 간 그 친구 말입니다. 오······ 뭐였더라?”

-오상진 대위 말씀입니까?

“아, 그래요. 그 친구가 좀 시끄럽게 군다는 얘기가 들어와서요.”

-아, 그렇습니까?

“얘기 들어보니까, 자연스럽게 넘어가도 되는데 일을 너무 크게 키워서 말이죠.”

-그렇습니까?

“혹시 이거 장 소장 작품이오?”

-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음, 그렇게 말씀을 하시는 것을 보니 모르시는 것 같은데 한번 알아보고 잘 좀 타일러 봐요. 솔직히 이 일을 크게 키워봐야 좋을 것이 뭐가 있겠습니까?”

장기준 소장도 보고받은 것이 없었다. 그래서 뭐라고 답변을 하지 못했다.

-일단 제가 확인을 해보고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래요. 우리가 비록 라인은 다르지만 대한민국을 위해서 함께 고생하는 처지에 군대 욕 먹이는 짓은 하지 마시죠.”

-알겠습니다.

최우일 소장이 휴대폰을 끊었다. 그것을 김승우 중령에게 건네며 말했다.

“뭐, 이 정도면 충분히 알아들었겠지.”

육군본부 작전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장기준 소장이 심도윤 소령을 불렸다.

“충성. 부르셨습니까?”

“자네 혹시 오 대위에게서 연락 온 것 없어?”

“오 대위 말입니까? 무슨 문제로······.”

“방금 전에 최우일 감찰부장에게서 전화가 왔어.”

“최 소장 말입니까? 뜬금없이 무슨······.”

“뭐, 최 소장 말로는 오상진을 잘 달래보라고 하는데 무슨 일인지 모르니까.”

“아! 제가 바로 알아보겠습니다.”

심도윤 소령이 바로 사무실을 나갔다. 그리고 약 30여 분이 흐른 후 다시 심도윤 소령이 들어왔다.

“그래 좀 알아봤어?”

“네.”

심도윤 소령이 자신이 전해 듣고 정리를 한 것을 장기준 소장에게 설명을 했다. 그러자 장기준 소장이 헛 웃음을 흘렸다.

“오 대위가 가자마자 한바탕 휘저었단 말이네.”

“네. 그런데 사고를 친 병사네 집안이 좀 잘 사는 것 같습니다.”

“그렇겠지. 그러니 최우일 소장이 나에게 전화를 했겠지. 그래서 오 대위는 어떻게 하기로 했어?”

“지금 현재 헌병대장이 직접 나서서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일단 당분간은 조사를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다음은?”

“원칙대로 처리를 한다면 아마 군사재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음······.”

장기준 소장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이 육군본부로 올라온 이유 중 하나가 군대 사조직인 일심회에 맞서서 균형을 맞추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육본에서 자리도 잡기 전에 이 일이 벌어진 것이었다.

물론 오상진이 현재 하는 일은 잘한 일이었다. 게다가 장기준 소장은 오상진에 대한 무한 신뢰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 오 대위가 어련히 알아서 했겠어.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아직은······.’

장기준 소장은 이 사건이 더 이상 시끄러워지길 원하지는 않았다.

‘그래, 아직은 안 돼. 아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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