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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709화 (709/1,018)

<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5)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039화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5)

그날 저녁 퇴근하려는 오상진에게 홍민우 소령에게서 전화가 왔다.

“네네. 과장님.”

-어딘가?

“지금 막 퇴근하려던 참이었습니다.”

-그러면 이쪽으로 넘어오게 내 차로 움직이지.

“과장님 차로 말입니까?”

-그래. 간단히 술도 한잔할 생각인데 운전해서 보낼 수는 없잖아.

“네, 알겠습니다.”

오상진이 가방을 챙겨서 사무실을 나섰다. 그러던 중 각 소대장들과 부사관들과 인사를 나눴다.

“수고하셨습니다.”

“네네, 수고했어요.”

“내일 뵙겠습니다.”

“네. 내일 봐요.”

오상진이 환한 표정으로 인사를 나눴다. 그런데 저 멀리서 김태호 상사와 눈이 마주쳤다. 오상진이 표정을 밝게하며 김태호 상사에게 갔다.

“지금 퇴근하십니까?”

“네.”

“참, 김호동 하사 어제 퇴원했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네네. 퇴원은 했는데 좀 더 쉬라고 한 이틀 정도 휴가 쓰라고 했습니다.”

“잘하셨습니다. 남은 휴가 있으면 더 쓰라고 하십시오. 제가 처리할 테니 맘 추스르고 출근하라고 하세요.”

“네. 감사합니다. 중대장님.”

“네. 그럼 내일 뵐게요.”

“들어가십시오.”

오상진과 김태호 상사가 서로 인사를 주고받고는 각자 갈 길을 갔다. 오상진은 그 길로 차를 몰고 대대로 갔다. 대대에 도착을 하고, 홍민우 소령을 만났다.

“왔나?”

“네.”

“나가지.”

홍민우 소령과 함께 나갔다. 주차장으로 이동해 홍민우 소령의 차에 올라탔다. 홍민우 소령의 차량은 국산차인데 중형세단이었다.

“키 주십시오. 제가 운전하겠습니다.”

“아니야. 자네 행선지도 모르지 않나. 그냥 내가 운전하겠네.”

“그래도······.”

“괜찮아. 걱정하지 말고 가지.”

홍민우 소령이 운전석에 앉고, 오상진이 조수석에 앉았다. 그렇게 차가 출발했다. 그런데 근처 어딘가로 갈 줄 알았는데 갑자기 고속도로를 탔다.

“혹시 어디로 가시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응, 서울!”

“네? 서울 말입니까?”

“그럼 이 친구야. 평택이 얼마나 좁은데 그곳에서 작전과장인 나와 자네가 술을 마셔. 금방 소문 나!”

“아······.”

“그리고 이 동네는 미군들이 많아서 영 별로야. 가끔 얼굴 부딪치는 일도 많고 말이야. 그러니 맘 편히 서울 가서 먹는 것이 낫지. 서울에 아는 곳이 있으니 걱정 말고 따라와.”

“네, 과장님.”

“아니면 서울은 싫은가?”

“아닙니다.”

오상진이 입을 다물었다. 정면을 응시하며 잠깐 떠올렸다.

‘가만, 서울이면······.’

오상진은 장석태 대위의 정보에 의하면 조인범 상병의 어머니가 서울에서 술집을 운영한다는 것이 적혀 있었다.

‘조인범 상병 어머니가 서울에서 큰 술집을 운영한다고 했지. 설마 그곳으로 가는 건가?’

오상진은 살짝 불안해졌다. 그래서 오상진은 몰래 휴대폰을 꺼내 임규태 헌병대장에게 문자를 보냈다.

-임 중령님 저 지금 홍민우 소령과 함께 서울로 올라가는 중입니다.

-홍민우 소령하고? 서울로? 무슨 일로?

-제 느낌에는 조인범 상병 어머니가 운영하는 술집으로 가는 것 같습니다.

-아, 어떤 상황인지 알겠네. 간판 보면 그곳 사진만 찍어서 보내게. 그럼 내가 늦지 않게 찾아가겠네.

오상진이 막 문자를 보내는데 옆에서 운전하던 홍민우 소령이 물었다.

“누구랑 그렇게 문자하나.”

“아, 네에. 여자 친구랑······.”

“여자 친구? 여자 친구랑은 얼마나 만났나?”

“햇수로 4년 정도 된 것 같습니다.”

“어이구, 오래되었네. 결혼은?”

“그렇지 않아도 지금 계획은 하고 있습니다.”

“오호, 그래? 미리 축하해.”

“감사합니다.”

홍민우 소령이 저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하긴 연애는 좋은 거지. 좋을 때야. 나도 오 대위 나이 때 지금의 와이프와 결혼을 했지. 그래서 알아, 지금이 참 좋을 때라는 것을 말이지.”

“아, 그렇습니까?”

“그런데 결혼은 최대한 늦게 하게. 내가 선배들 말 듣고 일찍 했는데······. 그건 일찍 하는 것이 아니더라고.”

홍민우 소령이 웃음을 흘렸다. 그 모습을 보며 오상진이 멋쩍게 웃었다. 그러다가 한소희 생각이 났다. 오상진이 바로 캐톡을 보냈다.

-소희 씨 잘 올라갔어요?

-네. 상진 씨는 지금 뭐해요?

오상진이 바로 문자를 썼다. ‘별일 없어요’라고 적었다가 바로 지운 후 다시 썼다.

-지금 저는 호랑이 굴에 끌려가고 있어요.

-호랑이 굴이요? 그게 무슨 소리에요?

-원치 않은 술자리가 잡혀서······.

오상진은 솔직히 이 얘기를 하면서도 살짝 걱정이 되었다. 그때 한소희로부터 캐톡이 날아왔다.

-그럼! 정신 바짝 차리고 있어요. 호랑이에게 잡아먹히면 안 돼요.

-걱정 마요. 절대 그럴 일 없을 테니까.

-저는 상진 씨 믿어요. 끝나고 나올 때 전화줘요.

-네, 알았어요.

오상진이 휴대폰을 닫았다.

‘그래, 무슨 꿍꿍이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그냥은 안 당해.’

오상진은 휴대폰을 손에 꼭 쥐었다. 그렇게 차는 서울로 빠르게 내달렸다.

오상진을 태운 차량은 서울에서도 한참을 더 달려 강남세무서 뒤쪽으로 향했다. 골목을 따라 한참 들어가니 저만치 수향옥이 보였다.

“다 왔네.”

홍민우 소령은 수향옥 앞에 차를 세웠다. 그러자 유니폼을 입은 종업원이 튀어나와 차 키를 받아갔다.

먼저 차에서 내린 홍민우 소령이 오상진을 보며 물었다.

“자네 이런 곳은 처음인가?”

“네, 처음입니다.”

회귀를 한 오상진이지만 이런 고급 음식점은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었다.

“그래? 그럼 일단 들어가지.”

홍민우 소령이 조금 우쭐대며 앞장서서 걸어갔다. 그사이 오상진은 임규태 중령에게 수향옥이라는 가게명을 보내줬다.

이미 오는 중간중간에 행선 경로를 알려줬기 때문에 임규태 중령이라면 어렵지 않게 찾아올 거라 여겼다.

안으로 들어가자 지배인으로 보이는 중년 여성이 깔끔한 유니폼을 착용하고 걸어왔다.

“예약하셨습니까?”

“나 홍민우인데······.”

“아! 안에서 기다리고 계세요. 절 따라 오세요.”

지배인이 환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안내했다. 지배인의 안내를 받고 들어가는 길에 오상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기다리고 있다고? 우리 말고 또 다른 사람이 있다는 건가?’

오상진이 속으로 생각하고 있을 때 어느 룸 앞에 도착을 했다.

“여기입니다.”

홍민우 소령이 고개를 끄덕인 후 오상진을 보며 말했다.

“자, 들어가지.”

“네.”

문이 열리고 룸 안으로 들어가는데 아니나 다를까. 거기에는 3대대장인 송일중 중령이 먼저 와 앉아 있었다.

오상진은 송일중 중령을 보고는 흠칫했다. 그러다 이내 당황스러움을 숨기며 안으로 들어가 경례를 했다.

“충성.”

“어어, 됐어. 밖에서 경계는 무슨. 어서 앉게.”

“네.”

오상진이 자리에 앉았다. 송일중 중령은 인상 좋은 얼굴로 말했다.

“내가 먼저 와서 간단히 먹고 있었네.”

송일중 중령이 먹고 있던 것은 고급 회였다. 그것도 참치회가 아주 맛깔나게 차려져 있었다.

오상진은 티나지 않게 주변을 빠르게 훑었다. 널찍한 방은 고급 요정을 연상시켰다. 인테리어가 대단한 건 아니지만 오면서 본 모습들만으로도 충분히 고급스러운 인상을 풍겼다.

심지어 오상진의 앞에 놓은 접시도 범상치가 않았다.

‘여기는 접시도 고급이네.’

오상진이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마치 청자를 연상시키는 게 젓가락질도 조심스럽게 해야 할 것 같았다.

오상진은 다시 고개를 들어 앞에 앉은 송일중 중령을 보였다. 딱 봐도 엄청 비싸 보이는 참치회를 그는 마치 에피타이저를 먹는 듯 아무렇지 않게 입으로 가져갔다.

그러자 송일중 중령이 오상진을 보며 말했다.

“왜? 자네도 한 점 하겠나?”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아니야. 같이 먹지. 홍 소령도 함께하고.”

“네.”

홍민우 소령이 고개를 숙이며 바로 젓가락을 들었다. 기름이 잘 배어 있는 참치 뱃살 한 점을 간장에 찍어 입으로 가져갔다. 오물오물 씹고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이야, 역시 엄청 맛있습니다. 이 집은 다른 음식도 맛나지만 역시 참치 회도 맛있습니다.”

“그렇지. 이 집처럼 회가 맛있는 집은 없지.”

그때 문이 열리며 여성 한 명이 들어왔다.

“어머! 무슨 말씀을 그렇게 섭섭하게 하세요? 우리 집은 회뿐만이 아니라 다른 음식도 얼마나 맛있는데요?”

달달한 음성에 오상진이 고개를 돌려 입구를 봤다.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여자가 들어왔다.

“아이고, 조 여사 왔습니까.”

홍민우 소령이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그러자 조수진이 바로 말렸다.

“아니에요, 아니에요. 앉아 계세요.”

오상진 역시도 엉거주춤하게 자리에서 일어나려다가 도로 자리에 앉았다. 조수진은 오상진을 바라봤다.

“아, 이쪽이 새로 오신 4중대장님?”

홍민우 소령이 바로 말을 받았다.

“네. 인사드려. 여기 사장님.”

“아, 네에. 안녕하십니까. 오상진입니다.”

오상진이 얼떨결에 인사를 했다. 조수진이 환하게 웃었다. 그녀의 시선이 오상진의 계급으로 향했다. 다이아몬드 3개를 확인한 조수진이 입을 열었다.

“어머나. 대위시구나. 그럼 오 대위님?”

“네, 맞습니다.”

“우리 가게에 군인들이 참 많이 왔다 갔다 하는데······. 대위는 오랜만에 보내요.”

조수진이 웃으며 말 했지만 그 속에는 뼈가 담겨 있었다. 수향옥의 주인으로서 여태까지 대위는 상종도 안 했다는 말이었다.

수향옥에 드나드는 군인들은 주로 장성급이나, 영관급들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가끔 수행 차 위관급 장교들이 따라오긴 했지만 그들은 조수진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심지어 홍민우 소령조차 조수진의 얼굴을 몇 번 본 적이 없었다.

송일중 중령도 마찬가지였다. 보통 때는 거의 매니저가 담당을 했었다. 그래서 조수진이 부담을 가지라는 식으로 말을 한 것인데 오상진은 무덤덤하게 받아들였다.

‘보통이 아니라더니. 정말인가 보네.’

조수진이 피식 웃으며 송일중 중령을 바라보며 말했다.

“송 중령님. 저 잠깐 앉아도 되죠?”

“그럼요. 앉으시죠.”

조수진이 송일중 중령의 옆 자리에 앉았다. 그 뒤를 따라 음식들이 하나둘 들어왔다.

양지수육부터 시작해 완자숙회, 인삼튀김, 신선로, 대게찜 등 보는 것만으로도 군침이 도는 음식들이 넓은 식탁 위를 빼곡히 채웠다.

그 모습을 멍하니 오상진은 세상에 이런 음식들이 다 있나 속으로 생각했다. 그때 조수진이 방긋 웃으며 오상진에게 말했다.

“저희 인범이는 잘 있죠?”

“인범이라 하시면······.”

오상진은 일부러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홍민우 소령이 나섰다.

“내가 얘기를 안 했나? 이분 조인범 상병 어머니셔.”

“아······.”

오상진은 뒤늦게 고개를 끄덕였다. 술을 마시러 굳이 서울까지 간다고 해서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조인범 상병의 어머니를 만나게 하려는 목적인 거 같았다.

‘그런데 여길 술집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따로 운영하는 술집이 있는 건가?’

오상진은 입구에서 임규태 중령에게 가게명을 알려주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인범 상병 어머니이신 줄 몰랐습니다.”

“괜찮아요. 다들 제가 젊어서 누나인 줄 알아요.”

“조 상병은······ 부대 내에 잘 있습니다.”

오상진이 무덤덤한 얼굴로 말했다. 그렇다고 이 자리에서 조인범 상병이 사고를 쳐서 헌병대 조사를 받고 있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

그러자 조수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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