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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706화 (706/1,018)

<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2)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036화

02.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2)

조수진이 서운하다며 입술을 삐죽거렸다. 그런 조수진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조명달이 한 비서를 봤다.

“한 비서는 그만 나가봐.”

“네, 회장님.”

한 비서가 인사를 하고 나갔다.

조명달이 다시 조수진을 보며 입을 열었다.

“그래! 무슨 일이야? 인범이 일이라고?”

“네.”

“이번엔 또 무슨 일인데?”

조수진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아버지. 인범이 헌병대 가게 생겼대요.”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조명달도 일찍이 군대를 다녀와서 헌병대가 어떤 곳인 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인범이가 헌병대를 왜 가?”

조명달이 다그치듯 물었다.

“그게 말이죠.”

조수진은 인사장교에게 들은 내용을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털어놓았다.

그 얘기를 들은 조명달이 화를 내며 말했다.

“그게 지금 말이 되는 소리야?”

“저도 몰라요. 그냥 들은 대로 말씀드리는 거라고요.”

“그러게 내가 인범이 자주 찾아가 보라고 했지? 애를 도대체 어떻게 방치를 했기에 그런 짓을 해!”

“하, 아버지! 지금 아버지는 이 상황에서 인범이 편을 들고 싶으세요? 솔직히 군대 안 간 나도 알겠네요. 병사가 부대에서 술을 처먹고 소주병으로 간부 뒤통수를 내려쳤다는데 그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소리예요?”

“그래서 뭐? 인범이가 잘못했으니 벌을 받게 그냥 두려고?”

조명달이 무서운 눈빛으로 노려봤다. 그러자 조수진이 앓는 소리를 했다.

“꼭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저도 힘들다고요. 한두 번 사고를 쳐야 말이죠. 이젠 인범이한테 전화 올 때마다 심장이 떨린다니까요?”

“그게 애미가 되어서 할 소리냐?”

“그래서 여지껏 사고 치면 뒷수습했잖아요. 아버지 여기 주름 좀 봐요. 제가 인범이 키우고 나서 얼마나 늙었는지 아세요?”

조수진이 제 눈가의 주름을 내밀며 하소연했다. 하지만 고작 그런 말로 조명달의 동정을 사는 건 불가능했다.

“그래? 좋아, 그럼 지금이라도 인범이 놔줘라. 아니, 그냥 인범이 넘겨라. 너 말고도 키울 사람 많으니까, 넘겨.”

조명달의 단호한 말에 조수진의 표정이 확 굳어졌다.

“오늘은 왜 그 말 안 나오나 했네요. 진짜 아버지는 치사하게 그러고 싶으세요?”

“치사? 지금 네 입에서 치사란 소리가 나오냐?”

“그래서 뭐요? 인범이 넘기면 저한테 주신 것들 도로 가져가시게요?”

“그럼. 당연하지! 너 인범이 키운다고 가져갔던 것 아니야. 인범이 안 키울 거면 뭐 하러 가지고 있어!”

“그럼 인범이 지금까지 키운 것은 뭐고요.”

“그래서 여태껏 호의호식하면 살았잖아!”

그 소리에 조수진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어휴, 쩨쩨한 영감탱이! 더럽고 치사해서 진짜······.’

사실 조인범은 조명달이 몰래 밖에서 데리고 온 자식이었다. 그 당시에 조명달의 아내는 불같은 성격을 가진 사람이었다. 바람피우는 것까지는 용서했지만 혼외 자식만큼은 안 된다며 엄포를 놓은 상태였다.

그래서 조명달도 여자를 만날 때마다 각별히 조심을 했던 건데 어쩌다 보니 자신을 쏙 빼닮은 아들이 생기고 말았다.

어느 날 잠시 즐겼던 여자가 3살짜리 남자애를 데리고 와서 자신의 아이라며 주장하는데 거짓말이라고 코웃음을 치기에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쏙 빼닮아 있었다.

그래서 아내 몰래 유전자 검사를 위해 일본까지 샘플을 보냈다. 그곳에서 유전자 검사를 확인해 보니 조명달의 아이가 확실했다.

그 아이를 보며 한참 고민을 하던 조명달은 그때 당시 사업실패로 길바닥에 나 앉은 첫째 딸 조수진을 불렀다. 그리고 조수진에게 조인범을 내보이며 말했다.

“이 아이를 네 아들로 호적에 올리면 다시 한번 기회를 주겠다.”

“정말이죠, 아버지?”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했던 조수진은 조명달의 제안을 냉큼 받아들였다. 애당초 결혼 생각이 없었던 터라 미혼모가 되는 걸 주저하지 않았다.

“대신 인범이가 내 아들이라는 걸 발설하면 줬던 걸 다 뺏어버릴 테니까 그리 알아.”

“그야 당연하죠.”

“인범이한테도 비밀이야! 오늘부터 인범이는 네 아들이다. 그러니까 엄마처럼 대해. 알았어?”

조수진은 그때부터 조인범을 친자식처럼 키웠다. 처음에 낯을 가리던 조인범도 시간이 지나자 조수진을 엄마라 여기며 따랐다.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까지만 해도 조인범은 조수진의 말을 잘 듣는 착한 아들이었다. 그런데 조수진의 사업이 잘되면서 조인범이 삐뚤어지기 시작했다. 피는 못 속인다고 조명달을 닮아서 제 고집대로 행동하고, 사고도 많이 쳤다.

그럴 때마다 조수진이 나서서 일일이 수습하고 다녔으니 할 만큼 했다고 큰소리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제가 인범이 군대 빼자고 했잖아요.”

“내가 안 빼고 싶어서 안 빼줬냐? 너희 오빠들이 아주 그냥······. 인범이를 보면 잡아먹으려고 난리인데 그럼 어떻게 해!”

“아버지. 언제까지 숨기실 거예요? 엄마가 돌아가신 지도 좀 되었잖아요. 그럼 밝혀도 괜찮지 않아요?”

“밝히면? 너희 오빠들이 가만히 있을 것 같냐? 자기들 재산 조금이라도 갈라질 것 같은데 눈 뜨고 가만히 있을 것 같냐고! 너야 좋겠지.”

“진짜 왜 그렇게 눈치를 보고 사는지 저는 잘 모르겠네요.”

조수진이 고개를 흔들었다. 호랑이 같던 엄마가 죽은 지도 십 년이 지났는데 아직까지 쉬쉬하는 조명달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조명달도 한숨을 내쉬었다. 그 역시도 어리디어린 막둥이를 군대에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조인범이 조인범을 닮아가는 데다가 조명달도 다른 손자들과 차별하며 조인범만 싸고도니 세 아들이 의심하기 시작했다.

“정말 아버지 아들 아니에요?”

“야, 조수진. 네가 밖에서 나아서 온 자식 맞아?”

“그 말 맹세할 수 있어?”

세 아들은 모일 때마다 조명달과 조수진을 추궁했다. 그래서 조명달은 조인범이 자신의 친아들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 영장이 나오자 군대에 보내버린 것이었다.

정확하게는 큰 생각을 하지 않고 군대에 보낸 것이다. 일단 군대에 집어넣은 뒤에 손을 써서 꿀 보직으로 빠지게 만들 생각이었다.

그런데 조명달이 잠깐 바빠서 조인범을 신경 못 쓰는 사이 조인범이 사고를 쳤고 꼴통 부대인 4중대로 보내졌다.

그나마 다행히 조수진이 예전 4중대장을 구워삶아 놓았기 때문에 조인범이 별문제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술병으로 부사관의 뒤통수를 내려쳤다고 한다. 이건 대대장이라고 해도 쉽게 수습할 수 없는 사안이었다.

“그래서 이 일을 어떻게 하겠다고?”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요. 아버지 군대에 아는 사람 많잖아요. 그 사람들에게 연락해 보세요.”

“에이 진짜······.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으라는 거냐?”

“가래가 거기서 왜 나와요?”

“어휴. 됐다. 됐어. 잠깐만 기다려 봐.”

조명달이 곧바로 휴대폰을 들어 전화번호부를 검색했다. 그러곤 어떤 이름 하나를 누르고는 통화버튼을 눌렀다.

잠시 후 조명달이 입을 열었다.

“김 소장, 나요. 조명달이. 어어, 그렇지. 뭐. 김 소장은 어떻소? 아니, 다른 것이 아니라······.”

조명달은 어딘가로 전화를 걸어 한참을 통화했다.

“······그래요. 좀 알아봐 줘요. 그리고 밥 한 끼 하자고. 알겠소.”

조명달이 전화를 끊었다. 조수진이 슬쩍 물었다.

“누구예요? 무슨 소장인데요?”

“군대 장군한테 전화한 거야.”

“아하, 투 스타? 뭐래요?”

“기다려 봐. 이게 바로바로 알아봐 지니?”

“아후, 그럼 전 밥 좀 먹고 올게요. 일 끝나자마자 바로 왔더니 허기지네.”

조수진이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아줌마. 저 밥 좀 차려 줘요.”

그 모습을 보며 조명달이 고개를 흔들었다.

“저놈의 자식은 밥 먹으러 왔나.”

그렇게 30여 분이 지나고 조수진이 밥 먹고 들어왔다.

“아직 연락 없어요?”

“그래.”

그때였다.

지이잉, 지이잉.

조명달의 휴대폰이 울렸다.

“왔다.”

조명달이 재빨리 휴대폰을 받았다.

“어어, 김 소장. 그래요, 좀 알아봤소? 어어, 그래? 그러니까, 어렵다고? 하아, 김 소장 내가 이렇게 직접 내가 연락까지 했는데······. 좀 섭섭하오. 알았소, 알았소. 뭔 말인지 알았으니까, 이만 끊읍시다.”

조명달이 바로 통화종료 버튼을 눌러버렸다. 조수진은 사뭇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왜요? 아버지?”

“어후, 김 소장 이 새끼도 옷을 벗겨버리든가 해야지. 나한테 얻어먹은 것이 얼마인데 그것 하나 해결해 주지 못하고······.”

“안 된대요?”

“그래! 하필이면 자기 쪽 라인이 아닌 헌병대로 소식이 들어갔단다. 그래서 그쪽을 잘못 건드리면 시끄러워질 것 같아서 힘들데.”

“투 스타가 그런 것도 하나 처리 못 해요?”

“너는 지금 불 난 집에 부채질하는 것도 아니고. 재밌냐? 엄마가 되어서 이 상황이 재밌어?”

“누가 재밌대요? 아버지는 괜히 저한테 난리에요?”

“쯧쯧, 저러니까 인범이가 정을 못 붙이지. 정을!”

“아버지. 진짜 그런 말씀 마세요. 내가 인범이에게 얼마나 잘하는데요.”

“잘해? 지금 너 하는 것만 봐도 알겠네. 잘하기는 무슨······. 대충 돈으로 잘하면 뭐해? 마음으로 잘해야지.”

“아버지! 막말로 그것까진 좀 그렇죠. 내 배 아파 낳은 자식도 아닌데.”

“아무튼 나도 알아볼 테니까. 너도 대대장을 통해서 뭐라도 해봐. 아니면 새로 온 중대장을 한번 만나서 구워삶아 보든가.”

“구워삶아요?”

“이 세상에 돈 싫어하는 놈 있다더냐?”

“맞다! 그 방법이 있었네. 하긴 돈 싫어하는 군인도 본 적이 없죠.”

“으구, 제발 좀 머리를 써라. 머리를! 그런 쉬운 방법을 두고······.”

“그때는 아무것도 몰랐단 말이에요. 알았어요, 나도 내 나름대로 알아볼게요.”

조수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나갔다. 그 모습을 보며 조명달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3.

조수진이 인사장교와 통화하던 그 무렵, 퇴근을 한 오상진은 한소희와 함께 저녁밥을 먹고 있었다.

“어때요? 먹을 만해요?”

“소희 씨. 솔직히 말해봐요.”

“왜요? 맛 이상해요?”

“이거 사 온 거죠? 전문점 같은 곳에서 포장해서 가져온 거죠? 그렇죠?”

“아닌데? 내가 다 만든 건데?”

“정말요?”

“그렇게 맛있어요?”

“진짜 돈 주고 팔아도 될 정도예요. 우리 소희 씨 요리 실력이 일취월장인데요?”

“호호, 그렇죠?”

한소희가 기분 좋게 웃었다.

“내가 지난번에 우리 아빠에게도 해줬거든요. 아빠도 시집가도 되겠다고 했어요.”

“어? 그래요?”

시집 이야기가 나오자 오상진이 씩 웃었다. 그 모습이 얄미웠던지 한소희가 장난을 쳤다.

“그렇다고 상진 씨에게 시집가라는 소린 아니었어요.”

“설마 아버님이 아직도 절 마음에 안 들어 하세요?”

“마음에 안 들어 하는 것은 아닌데······. 사위 될 사람이 코빼기도 안 보이는데 뭘 믿고 보내냐고 하시던데요.”

“아······.”

오상진이 무슨 뜻인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번 한소희 어머님을 만났을 때 아버님이 보고 싶어 한다는 소식은 들었다. 그래서 어머님이 좋은 날 잡으시면 그때 찾아뵙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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