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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704화 (704/1,018)

< 01. 대대로 가겠습니다(34)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034화

01. 대대로 가겠습니다(34)

“그렇습니까?”

“그래! 네가 군대에 대한 헛된 기대를 갖고 있었나 보네. 원래 군대라는 것이 엿 같아. 지금도 엿 같고, 앞으로도 엿 같을 거야. 안 변해, 절대 안 변해.”

“하, 그럼 저는 어떻게 합니까?”

“왜? 다른 부대로 가고 싶어? 위로금 받고 끝낼래?”

“형님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글쎄다. 솔직히 내가 너라면······.”

김태호 상사가 잠깐 말을 멈췄다. 그러곤 인상을 쓰며 말했다.

“아이씨······ 더럽고 치사해도 어쩌겠냐. 괜히 일이 시끄러워져 봤자 나만 손해고, 난 가족도 있고. 아마 위로금 받고 끝냈을 것 같은데.”

“그럼 저도 형님처럼 그래야 합니까?”

“너? 너 인마 책임져야 할 가족이 있어? 여자 친구조차 없는 새끼가.”

“아, 진짜······.”

“아무튼 넌 지금 혼자잖아. 그런데 뭐가 걱정이야?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그게 맞아! 나처럼 짐을 많이 짊어지고 있는 사람은 어쩔 수 없이 현실과 타협하는 법이지만 너는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그래야 후회가 안 남지.”

김태호 상사가 진심으로 조언을 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김태호 상사도 그렇게 말할 자격이 없었다. 그 또한 대대에 있을 때 비리를 파헤치다가 4중대로 쫓겨난 것이 아닌가.

“그럼 형님은 그때 그 일을 후회하십니까?”

“뭐? 대대에서?”

“네.”

“글쎄다.”

김태호 상사는 피식 웃었다. 그러면서 잠깐 그때의 일을 고민해 봤다.

‘만약 그때로 돌아가면 다를까?’

김태호 상사가 생각을 해보니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야, 사람들은 원래 생긴 대로 사는 거야. 아무튼 머리 아프게 생각하지 말고, 마음 가는 대로 해. 마음 가는 대로.”

김태호 상사가 어깨를 두드렸다.

“네!”

김호동 하사가 담배를 길게 빨았다.

30.

그날 저녁.

조인범 상병은 오상진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식사를 마친 후 상담실로 복귀하지 않았다. 정확하게는 상담실에 앉아서 가만히 처분을 기다릴 수가 없었다.

“어, 저기 있다.”

이리저리 부대를 돌아다니던 조인범 상병은 그토록 찾던 윤태민 2소대장과 딱 마주쳤다.

조인범 상병이 바로 윤태민 2소대장에게 갔다.

“2소대장님.”

“뭐야?”

“잠시 저랑 얘기 좀 나누시죠.”

“너랑?”

“네.”

“지금?”

“네. 지금 말입니다.”

윤태민 2소대장이 조인범 상병을 빤히 바라봤다. 솔직히 밥 먹고 나오다 조인범 상병과 부딪친 것도 기분이 나쁜데 시간까지 뺏겨야 한다고 생각하니 짜증이 났다.

하지만 조인범 상병의 표정으로 봐서 잠깐 얘기를 들어주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주위를 확인한 윤태민 2소대장이 구석으로 고개짓을 했다.

“따라와.”

조인범 상병이 윤태민 2소대장을 따라갔다.

그렇게 창고에 도착한 윤태민 소위와 조인범 상병은 목소리를 낮춰 얘기를 나눴다.

“왜? 무슨 일인데? 또 뭐가 문제야?”

윤태민 2소대장이 짜증스럽게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신임 중대장인 오상진의 돌발 행동 때문에 홍민우 작전과장에게 찍혀 화가 나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눈치도 없이 조인범 상병이 들러붙으니 더 짜증이 났다.

하지만 조인범 상병도 큰소리만 쳐 놓고 나 몰라라 하는 윤태민 2소대장이 짜증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저 아침에 중대장님하고 면담했습니다.”

“중대장? 어느 중대장? 신임 중대장?”

“네.”

“너 뭐라고 했어? 쓸데없는 말은 하지 않았겠지?”

윤태민 2소대장이 눈을 날카롭게 뜨며 말했다. 조인범 상병이 아침에 있었던 일을 말했다.

“경위서를 작성하라고 했는데 대충 썼다가 완전 깨졌지 말입니다.”

“그러니까 경위서는 잘 써야지.”

“경위서에 진짜 다 씁니까? 2소대장님이 시켜서 한 일이라며 다 쓰냐 말입니다.”

“야이, 미친놈아! 그걸 왜 써? 최소한 반성의 기미가 보일 수 있게 써야지 잘 넘어갈 거 아니야. 너 설마 말도 안 되는 걸 적은 것은 아니겠지?”

“그럼 어떻게 합니까? 술 마시다가 그랬다면 그 술은 어디서 났냐고 다 물어볼 것이 아닙니까. 그걸 어떻게 사실대로 말합니까.”

“야, 진짜 답답한 새끼네. 넌 도대체 뭘 믿고 이리 까부냐.”

윤태민 2소대장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어댔다. 그러면서 모든 책임을 조인범 상병에게 떠넘기듯 말했다.

솔직히 윤태민 2소대장은 이쯤에서 조인범 상병과 손절하고 싶었다. 애당초 사고 치고 4중대로 온 주제에 겁도 없이 대드는 것도 맘에 들지 않았다. 자신을 불러다 이렇게 협박을 하려고 하는 것도 짜증이 났다.

게다가 윤태민 2소대장은 송일중 대대장을 비롯한 윗선에서 조인범 상병을 껄끄러워하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조인범 상병의 집안이 상당한 재력가라는 건 몰랐다.

그렇게 윤태민 2소대장이 선을 그으려고 하자 조인범 상병이 어이없다는 듯 바라봤다.

“진짜 왜 그러십니까? 제가 뭘 잘못했습니까?”

“잘못? 너 잘못한 것이 어디 한두 개야?”

“하아, 2소대장님. 진짜로 이러실 겁니까?”

“뭐? 이러지 않으면 뭐? 아무튼 네 입에서 내 이름이 나오기만 해. 그땐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너 묻어버릴 테니까. 알았어?”

“그럼 저는 가만있습니까?”

“야, 조인범. 까불지 마. 다른 걸 다 떠나서 군인 신분에 지금까지 술 처먹은 걸 그냥 넘어갈 것 같아? 이건 언론에 조금만 풀어도 군대 전체가 난리가 나는 거야.”

“X발.”

“X발? 하하. 그래. 맘껏 까불어라. 아무튼 나는 경고했다. 절대로 혼자 죽지 않아. 터뜨릴 거 다 터뜨릴 거야. 그럼 대충 덮으려던 윗분들도 여럿 다치겠지? 어때? 나하고 한번 제대로 붙어볼래?”

“······.”

윤태민 2소대장의 으름장에 조인범 상병도 할 말이 없었다. 단순히 개인 치부만 가지고 싸우는 거라면 윤태민 2소대장도 별반 다를 게 없는 인간이지만 군대의 이미지에 타격을 입혀 자신이 유리한 방향으로 일을 끌고갈 생각까지 하고 있으니 소름이 돋았다.

“그러니까 새꺄. 까불지 마. 뭣도 아닌게.”

조인범 상병이 겁을 먹었다고 생각한 윤태민 2소대장이 피식 웃고는 창고를 나가버렸다. 그 모습을 보고 조인범 상병이 인상을 찌푸렸다.

“와, 저 새끼······.”

조인범 상병이 이를 빠드득 갈았다.

“그건 그렇고 일이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보려고 했는데 하나도 못 물어봤네.”

잠깐 고민을 하던 조인범 상병이 뭔가 생각이 났는지 곧바로 창고를 나갔다. 그리고 2소대 부소대장인 이기상 하사를 찾았다.

“이 하사님.”

흡연실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이기상 하사를 발견했다.

“왜?”

“잠깐 얘기 좀 하시지 말입니다.”

“얘기? 나하고? 무슨 할 얘기가 있다고.”

“그러지 말고 얘기 좀 하시지 말입니다.”

“아, 새끼 또 뭔데?”

“잠시면 됩니다. 잠시면······.”

“알았어.”

조인범 상병은 이기상 하사를 데리고 약간 구석진 자리로 이동했다. 주변을 살피며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조인범 상병이 말했다.

“이 하사님.”

조인범 상병이 품에서 외국담배 하나를 꺼내 내밀었다. 이기상 하사가 그것을 바라보고는 콧방귀를 꼈다.

“뭐? 담배? 나 담배 안 피우는데.”

“받아주십시오. 제 성의입니다.”

이기상 하사는 못이기는 척 담배를 챙겼다.

“뭔데? 빨리 말해.”

이기상 하사도 솔직히 조인범 상병이 껄끄러웠다. 사고도 하도 많이 쳤고, 게다가 부사관 김호동 하사의 뒤통수를 깠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솔직히 눈깔이 돌면 뭔 짓을 할지 잘 몰랐다. 그래서 약간 거리를 두려고 했다.

그것을 눈치챈 조인범 상병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에라이, 쫄보 새끼······.’

그래서 조인범 상병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저 아까 중대장님하고 면담했습니다.”

“그래? 이번 일 때문에? 뭐라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헌병대로 넘긴다고 하시던데 그거 어떻게 되는지 알아봐 주시겠습니까?”

“내가?”

“네. 그거 알아봐 주시면 제가 사례하겠습니다.”

“사례? 네가 무슨 사례를 한다는 소리야?”

조인범 상병이 슬쩍 얘기를 꺼냈다.

“이런 말씀은 안 드리고 싶었는데 저희 엄마 강남에서 술집하십니다.”

“술집? 진짜?”

“네.”

“이 자식이 어디서 되지도 않는 뻥을 쳐?”

“대대에 아는 분 있으면 물어보십시오. 진짜인지 뻥인지.”

“정말이란 말이지?”

“금방 들킬 뻥을 뭣하러 치겠습니까?”

이기상 하사도 위에서 조인범 상병을 신경 쓰고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그래서 뭔가 대단한 백이라도 있는 줄 알았는데 술집이었다니.

“그럼 내가 널 도와주면 거기서 술 한 번 사 주는 거야?”

“한 번뿐입니까? 제대로 알아봐주시면 저희 엄마에게 말해서 확실한 서비스를 해드리라고 말해놓겠습니다.”

“확실해?”

“네!”

“알았어, 알아봐줄게.”

이기상 하사는 2시간이 흐른 후 다시 조인범 상병의 앞에 나타났다.

그때 조인범 상병은 박윤지 3소대장에게 붙잡혀 상담실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야! 조인범이.”

“왜 이제 오십니까?”

“지금 그게 중요해? 너 이 새끼야. 중대장님께서 너 여기 대기하라고 했다며.”

“네. 그랬습니다.”

“그랬는데 너 아까 돌아다녔잖아.”

“들키지 않았지 않습니까.”

“와나, 새끼. 간댕이가 부었구나. 간땡이가 부었어.”

독립 부대에서 중대장의 말은 절대적이었다. 괜히 중대장 눈 밖에 났다간 두고두고 고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조인범 상병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것보다 알아보셨습니까?”

조인범 상병이 바로 말을 잘랐다. 이기상 하사가 눈을 살짝 찌푸리고는 입을 열었다.

“알아보긴 알아봤는데 일이 좀 심각하게 흘러가는 것 같다.”

“네?”

“진짜인지 잘 모르겠는데 연대 쪽으로 헌병대가 움직였다는 소문이 있던데.”

“네? 진짜입니까?”

“그렇다니까.”

“그럼 저 헌병대 조사를 받아야 합니까?”

“그건 잘 모르겠는데 아무튼 소문이 그래. 소문이.”

“그거 제대로 알아봐 주시면 안 됩니까?”

“야, 인마. 그걸 어떻게 알아봐. 나 고작 하사야. 그리고 그 소문도 겨우 알아낸 거야.”

“그럼 누가 알아봐 줄 수 있습니까?”

“그거야 당연히 중대장님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냐. 너 대위 이상 아는 사람 있냐?”

“아이씨······. 제가 아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그러니까. 얘기는 그렇게 나오고 있는데 확실한 것은 몰라! 말만 저렇게 하고 안 오는 경우도 더러 있고.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일단 지켜봐. 알았지?”

그러면서 이기상 하사가 슬쩍 빠졌다. 솔직히 이기상 하사는 자신이 알아내는 정보가 별거 아니었다면 술을 얻어먹으려 했다.

그런데 헌병대가 움직였다는 소문이 들려오니 자신이 끼어선 안 될 판 같아 완전히 발을 뺄 생각이었다.

그런 이기상 하사를 보며 조인범 상병이 인상을 썼다.

“하, 진짜······. 제기랄, 나 진짜 헌병대에서 조사받는 거야?”

손톱을 물어뜯던 조인범 상병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안 되겠어!”

조인범 상병은 상담실에 대기하라는 명령을 또 어기곤 공중전화를 뛰어갔다. 그리고 곧바로 콜렉트콜로 어머니 조수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왜? 바쁘니까 용건만 말해.

“엄마! 큰일 났어.”

-뭐? 너 설마 또 사고 쳤어? 아니면 돈이 필요해?

“그게 아니라, 나 헌병대 끌려가게 생겼어!”

-뭐라고? 헌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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