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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694화 (694/1,018)

< 01. 대대로 가겠습니다(24)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024화

01. 대대로 가겠습니다(24)

우당탕! 쾅!

급기야 제 발에 걸려 넘어진 조인범 상병을 보면서 김호동 하사가 헛웃음을 흘렸다.

“허······.”

그런데 조인범 상병은 그런 김호동 하사의 웃음이 꼭 비웃는 듯 보였다.

김호동 하사는 그런 조인범 상병을 무시하고 임상기 일병에게 말했다.

“좋은 말 할 때 이거 치워라. 그리고 너희들 내일 보자.”

그렇게 단호하게 말을 하고 돌아서는데 조인범 상병이 굴러다니는 소주병을 집어 들었다.

“이런 개새끼······.”

그리고 나가려는 김호동 하사의 뒷머리를 향해 그대로 내려쳤다.

퍽!

김호동 하사는 윽! 하는 짧은 신음과 함께 뒷머리를 잡으며 그대로 쓰러졌다.

어마어마한 고통에 잔뜩 인상을 쓰며 고개를 돌려 조인범 상병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

“너, 너······ 이 새끼가······.”

그런데 뒷머리에서 느껴지는 어마어마한 충격에 갑자기 눈앞이 흐릿해지며 어지러움이 밀려왔다.

“어어······.”

김호동 하사가 그대로 쓰러졌다. 조인범 상병이 움찔 놀랐다가 김호동 하사가 다시 쓰러지자 그대로 발길질을 시작했다.

퍽! 퍼퍼퍼퍼퍽!

“죽어! 죽어 새끼야. 죽으란 말이야. 이 뭣도 아닌 새끼가, 개새끼가 어딜 나를!”

그 와중에 김호동 하사가 반격을 하려고 했지만 온몸에 힘이 빠져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조인범 상병의 일방적인 구타가 이루어졌다.

그날을 떠올리고 싶지 않았던 김호동 하사의 목소리가 작게 떨렸다.

오상진이 조용히 말했다.

“힘들었을 텐데 얘기해 줘서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그럼 그 일은 어떻게 마무리되었습니까?”

“그게······. 어떻게 알았는지 3소대장이 왔습니다.”

“3소대장이요?”

“네. 3소대장이 어떻게?”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3소대장이 오면서 상황을 정리해 버렸습니다.”

김호동 하사가 반쯤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는데 박윤지 3소대장이 소식을 접하고 뒤늦게 도착을 했다. 그리고 조인범 상병에게 소리쳤다.

“조인범! 이게 무슨 짓이야.”

하지만 박윤지 3소대장 앞에서도 조인범 상병은 당당했다.

“왜 저한테 그러십니까. 저도 모르는 일입니다.”

박윤지 3소대장은 일단 김호동 하사를 대대 의무실로 보냈다.

하지만 김호동 하사가 좀처럼 정신을 차리지 못하면서 어쩔 수 없이 외부 병원에 입원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 일에 대한 보고는 어디까지 진행되었습니까?”

오상진의 물음에 김호동 하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3소대장이 알아서 보고를 하겠다고 했는데······. 보고가 된 건지, 안 된 건지 아니면 이대로 묻을 건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 김호동 하사를 보며 오상진은 속이 쓰렸다.

장석태 대위가 준 프로필에 나온 부사관들 중에 오상진이 믿고 데려갈 수 있는 이는 소수에 불과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김호동 하사였다.

김호동 하사는 젊고 특정 라인에 속해 있지 않다고 했다. 다만 현재는 현실에 순응한 상태라며 동기 부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 덧붙었다.

4중대의 상태를 고려했을 때 이 정도면 그나마 같이 일할 만한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렇듯 망가져 버렸으니 오상진도 좀 답답한 마음이었다.

“알겠습니다. 이 문제는 내가 좀 더 파 보도록 하겠습니다. 김 하사는 아무 걱정 말고 몸조리 잘하십시오.”

오상진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자 김호동 하사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중대장님. 그러지 마십시오.”

“네?”

“괜히 이제 와서 이 문제를 파 봐야 중대장님께도 좋을 게 없을 겁니다.”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지금 내 걱정 해주는 겁니까?”

“솔직히 말해서 중대장님께서도 후회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내가요?”

“네.”

“내가 무슨 후회를 한단 말씀입니까?”

“솔직히 말씀하셔도 됩니다. 여기까지 와서 제 얘기를 들은 것을 후회하지 않습니까?”

“왜 그렇게 생각하죠?”

“저는 장교도 아니고 게다가 장기 신청도 하지 않았는데 이대로 옷 벗고 나가면 모두에게 좋은 것이 아닙니까.”

김호동 하사가 피해망상에라도 빠진 것처럼 중얼거렸다.

사실 그도 그럴 것이 병원에 입원해 있는데 누구 하나 면회도 오지 않았다. 마치 군대로부터 방치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자 오상진이 쓰게 웃으며 말했다.

“김 하사.”

“네.”

“김 하사는 왜 군인을 하고 있습니까?”

“저 말입니까? ······글쎄요. 제가 왜 이 힘든 일을 하겠다고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처음 부사관을 시작하려고 했을 때는 뭔가 목표나 뜻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 아닙니까.”

“그랬죠. 그랬는데······.”

김호동 하사가 말을 삼켰다. 조인범 상병에게 폭행을 당하고 난 이후로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고 차마 말할 수가 없었다.

“아직 그 뜻을 꺾을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나도 뜻을 가지고 왔습니다. 혹시 나에 대해서 들은 적이라도 있습니까?”

“중대장님에 대해서 말입니까?”

김호동 하사가 살짝 생각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몇 가지 듣긴 했습니다.”

“뭐라고 합니까?”

오상진이 가볍게 웃으며 물었다.

김호동 하사가 슬쩍 오상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면서 김태호 상사랑 통화했던 것이 살짝 떠올랐다.

“이번 새로 온 중대장이라고 해도 뭔가 다르겠습니까?”

-하긴. 그 양반이라고 다르긴 뭐가 다르겠어. 그런데 그 양반은 좀 재미가 있어.

“뭐가 말입니까?”

-너는 잘 모르는데 그 양반이 전에 있던 사단에서 엄청 잘 나가던 모양이야.

“그런데 왜 여기로 옵니까?”

-그래서 나도 좀 알아봤는데 좌천이나 그런 것은 아니더라고. 오히려 험지로 찾아온 느낌이랄까?

“험지 말입니까? 에이, 누가 요새 험지를 찾아온다는 말씀입니까.”

-그러니까! 뭐, 아무튼 그 말이 진짜인지 거짓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나한테 얘기한 것도 그렇고 정말로 너를 찾아가면 4중대에서 시간만 때우다 갈 사람은 아닌 것 같으니까.

“······.”

김호동 하사가 가만히 듣고 있었다.

-어쨌든 너도 때려치워야겠다는 생각 그만하고. 맘 좀 고쳐먹어라.

“됐습니다. 저 이제 군대라면 지긋지긋합니다.”

-자식아! 언제는 군인연금 타서 평생 편안하게 살겠다면서!

“에이, 30년을 어떻게 채웁니까.”

-금방 가! 금방! 나 봐라 벌써 15년 채운 거. 그러니까, 괜히 쓸데없는 생각을 버리고 맘 단단히 먹고. 몸조리나 잘해.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화를 끊었던 기억이 있었다.

김호동 하사가 빤히 오상진을 쳐다봤다.

“중대장님. 뭐하나 여쭤봐도 됩니까?”

“네.”

“그 뜻이라는 것 말입니다. 저희 부대 왔다는······. 무슨 생각으로 오신 겁니까?”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군인이 발령받으면 오는 거죠. 별거 있겠습니까?”

김호동 하사가 속으로 그럼 그렇지.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상진이 바로 다음 말을 했다.

“그래도 저 말입니다. 지금까지 군 생활을 잘 했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부대를 가도 최선을 다했고, 그 부대가 남들 보기에 본보기가 되도록 노력을 해왔습니다.”

김호동 하사가 그 얘기를 듣고 살짝 무슨 얘기를 하는 것인지 싶었다.

다시 오상진을 바라봤다. 오상진도 그런 김호동 하사를 보며 말했다.

“그러니까, 김 하사. 몸 잘 추스르고, 날 좀 도와줍시다. 우리 4중대 이대로 두면 안 되지 않습니까.”

그 한 마디에 김호동 하사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다. 그리고 가슴이 쿵 하면서 두근두근 뛰기 시작했다.

지금껏 4중대를 개혁하겠다고 했던 역대 중대장들보다 오상진의 말이 더 가슴에 와닿았다.

24

다음날 오상진은 4중대에 출근을 하자마자 박윤지 3소대장을 찾았다.

“중대장님. 저 찾으셨습니까?”

박윤지 3소대장이 살짝 수줍게 말했다. 오상진이 그런 박윤지 3소대장을 보며 말했다.

“3소대장.”

“네!”

“자네는 소대 통솔할 때도 그렇게 목소리가 작아?”

“네에? 아, 아닙니다.”

“예쁜 목소리로 말할 필요 없어. 여긴 군대고 자네는 장교야. 장교로서 위엄을 보여야지.”

오상진이 나무라듯 말했다. 박윤지 3소대장이 순간 당황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부터는 내가 한 번에 알아들을 수 있게 또박또박 크게 대답을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오상진이 그렇게 말을 하니까, 박윤지 3소대장이 바짝 군기가 잡혔다.

“네! 알겠습니다. 중대장님.”

“그래. 조금 전보다 훨씬 좋군그래.”

“가, 감사합니다.”

“그건 그렇고, 내가 뭐하나 물어볼 것이 있어서 불렀어.”

“네. 말씀하십시오.”

박윤지 3소대장이 긴장한 얼굴이 되었다.

“너무 긴장은 하지 말고, 김호동 하사 건 말이야.”

“네?”

박윤지 3소대장의 눈이 크게 떠졌다. 아침부터 무슨 일일까 싶었는데 오상진의 입에서 하필 그 얘기가 흘러나올 줄은 미처 몰랐던 것이다.

“아, 예에.”

“그 건에 대해 보고서가 있다고 들었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네.”

“보, 보고서 말입니까?”

“사실 어제 김호동 하사 만나서 자초지종은 들었는데 중대장실에 올라온 보고서가 없어. 그 보고서가 어디 있어?”

“어, 그게······.”

박윤지 3소대장이 우물쭈물하자 오상진이 눈빛을 날카롭게 바꾸며 물었다.

“설마 이 일에 대해서 보고서도 작성 안 하는 것은 아니겠지? 3소대장이 상황을 직접 수습한 것으로 아는데······. 아닌가?”

“아닙니다. 제가 수습한 것이 맞습니다.”

“그럼 그 보고서 찾아서 가지고 와.”

“······.”

박윤지 3소대장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며칠 전의 일을 떠올렸다.

조인범 상병의 사건 직후.

박윤지 3소대장은 곧바로 이민식 대위에게 보고했다. 이민식 대위는 황당한 얼굴이 되었다.

“뭐야! 지금 조인범 그 미친 새끼가, 술 마시고 부사관을 폭행했다는 거야!”

“그, 그렇습니다.”

“이런 X발! 자네는 도대체 소대 관리를 어떻게 한 거야? 일이 이 지경이 되도록 뭘 한 거냔 말이야!”

이민식 대위가 괜히 박윤지 3소대장에게 고함을 질렀다.

박윤지 3소대장은 답변을 하지 않고, 고개만 푹 숙였다.

3소대에서 일어난 사건이라고는 하지만 일부 병사들의 일탈까지 책임져야 하는 현실이 서글프기만 했다.

그런 박윤지 3소대장을 보며 이민식 대위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후우, 됐고······.”

이민식 대위가 손을 휙휙 저었다. 그러고는 한결 누그러진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서 뭐 어떻게 된 건데?”

이민식 대위의 물음에 박윤지 3소대장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조인범 상병은 현재 일단 내무실 대기 조치시켜놨습니다. 그리고 김호동 하사는······.”

“그래, 김호동 하사는 출근했어? 많이 괜찮아졌대?”

“그, 그것이 아니라 병원에······.”

“병원? 설마 외부 병원?”

“네. 그렇습니다.”

“이런 미친······.”

이민식 대위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표정까지 무섭게 일그러뜨렸다.

“사병에게 얻어터진 걸 가지고 입원? 지금 장난해? 덩치는 산만 해가지고······.”

이민식 대위의 말에 박윤지 3소대장이 뭐라고 말을 하려고 했지만 입을 꾹 다물었다.

조인범 상병이 소주병으로 김호동 하사의 뒷머리를 가격했다고 하는데 차마 그 사실을 전할 수가 없었다.

분명 깨진 소주병을 봤고 뒤통수를 부여잡고 괴로워하는 김호동 하사의 모습도 봤다.

하지만 소대원들 중 그 누구도 조인범 상병이 김호동 하사의 뒤통수를 소주병으로 가격했다고 증언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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