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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691화 (691/1,018)

< 01. 대대로 가겠습니다(21)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021화

01. 대대로 가겠습니다(21)

“충성!”

“어! 인범아.”

“잠깐 드릴 말씀이 있는데 말입니다.”

“지금?”

쓴 웃음을 짓던 윤태민 소위가 조인범 상범을 따라 흡연실로 자리를 옮겼다.

조인범 상병이 곧바로 담배를 꺼냈다.

“한 대 드립니까?”

“됐어. 나 피고 왔어. 그보다 왜? 또 무슨 일인데?”

윤태민 소위의 기분이 썩 좋지 않은 것 같아서 조인범 상병이 곧바로 용건을 꺼냈다.

“오늘 새로 오신 중대장님께서 오신다고 들었습니다.”

“벌써 소문이 났냐? 자식은 그런 소문은 빨리도 들어요. 그래서 왜?”

“다른 것이 아니라 그러면 지난번 그 일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무슨 일?”

“김호동 하사 말입니다.”

“그거? 그냥 끝난 거잖아.”

“네? 끝났습니까?”

조인범 상병이 의아한 얼굴로 되물었다. 그러자 윤태민 소위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래. 내가 중대장님에게 말씀드려서 조용히 넘어가자고 했어. 괜히 시끄러워 봐야 좋을 거 없으니까.”

“아, 그렇습니까?”

“야, 새끼야. 내가 말했잖아. 너 사고 쳐도 내가 뒤를 봐준다고. 설마 내가 거짓말하는 줄 알았냐?”

“아닙니다. 저는 윤 소위님만 믿고 있었습니다.”

“믿긴. 짜식이 뻑하면 거짓말이라니까?”

윤태민 소위가 조인범 상병의 뺨을 꼬집으며 흔들었다.

“뺀질뺀질하니 이 자식을 어떻게 해야 하나? 응?”

조인범 상병은 처음에는 어색하게 웃다가 볼이 점점 당겨오자 이맛살을 찌푸렸다.

“왜? 꼽냐?”

“아닙니다.”

“꼬우면 네가 소대장 하든지.”

“······.”

“아 참! 그리고 너 인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소주병으로 하사를 내리칠 생각을 했냐.”

“어. 그게······.”

“나도 대충 얘기 들었어. 김호동 하사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더니 너 김호동 하사에게 밀렸다며?”

“그게 아닙니다. 그날 제가 술을 좀 과하게 먹어서 그랬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거기서 소주병이 뭐냐. 소주병이! 잘못했다가 진짜 죽어버렸으면 어쩌려고 그랬어!”

“에이. 사람 머리 그렇게 쉽게 뽀개지고 그렇지 않습니다.”

“이게, 그래도······.”

윤태민 소위가 주먹을 들어 올렸다. 조인범 상병이 움찔하며 뒤로 물러났다.

“죄송합니다.”

“아무튼 너 인마. 그거 무마시킨다고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냐? 너 진짜 소대장 아니었으면 너 군사재판에 회부되고, 깜빵 갔어.”

윤태민 소위의 말을 듣고 조인범 상병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X발, 지랄하고 있네. 자기가 시켜놓구선.’

조인범 상병은 원래 술을 좋아했다. 군대 오기 전까지 거의 매일 술로 지냈다. 술이 없으면 밤에 잠을 자지 못할 정도였다.

스스로도 여자 없이는 살아도 술 없이는 못 산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런데 군대를 오니 술도 못 마시고 죽어라 훈련만 하니 너무 힘들었다.

그러다 어느 날 윤태민 소위가 왔다.

“야. 너 술 좋아한다면서?”

“네?”

“얘기 들었다. 휴가 갔다 들어오면서 소주 반입했다며? 너 제정신이냐?”

“······.”

“짜식이 인상 쓰기는. 암튼 소대장이 가끔 술 사줄 테니까. 앞으로 내 말 잘 들어라.”

“······?”

“왜? 싫어?”

“아, 아닙니다.”

그 뒤로 윤태민 소위는 따로 조인범 상병을 불러 술을 먹였다. 4중대 자체가 대대와 떨어져 있다 보니 적당히 외부 물건을 반입하는 게 가능했다.

그렇게 조인범 상병과 친해진 윤태민 소위가 어느 순간부터는 아예 소주 팩을 사다 줬다.

“야. 들키지 않게 잘 마셔라. 들키면 X된다. 알았냐.”

“네. 소대장님. 감사합니다.”

조인범 상병은 윤태민 소위의 소주에 완전히 길들여졌다. 그래서 윤태민 소위를 볼 때마다 제 성격도 버려가면서 알랑방귀를 뀌며 달라붙었다.

그런데 갑자기 윤태민 소위가 소주를 딱 끊어버렸다.

“저, 저기 소대장님.”

“왜?”

“소주······.”

“어쭈 이 새끼 봐라. 내가 너에게 소주를 준 것은 군 생활 열심히 하라고 준 건데 너 요새 열심히 하냐?”

“열심히 합니다.”

“열심히 하기는 개뿔. 내가 봤는데.”

“정말 열심히 합니다.”

“시발. 만날 작업할 때 뺑이 치고 그러더만. 너희 소대장이 만날 너 얘기밖에 안 하는 거 아냐?”

“그게 정말입니까?”

“그럼 새끼야. 진짜지. 거짓말이겠냐?”

“아······.”

“그리고 난 땅 파면 돈이 나오냐? 소위 월급 얼마 되지도 않는데 동생 같고 그래서 소주팩 좀 사다 줬더니 이게 날 호구로 보네?”

“그, 그런 거 아닙니다.”

“아닌데 날 왜 찾아 왔어? 공짜 소주 얻어먹으려고 찾아온 거잖아.”

“······.”

“그럴 것이 아니라. 네가 돈을 줘. 내가 사다 줄 테니까.”

“돈 말입니까?”

“왜? 싫어? 그럼 뭐? 내가 너 소주 셔틀이라도 되는 거야. 만날 너에게 사줘야 해?”

“아닙니다.”

그 뒤로 조인범 상병은 후임병에게 돈을 뜯어서 윤태민 소위에게 건넸다.

“저, 여기······.”

“야! 이거 가지고 누구 코에 붙이냐?”

“네?”

“새끼야. 가져올 거면 많이 가져오던가. 이거 너희 후임들 삥 뜯은 거 아니야.”

“아닙니다.”

“아니긴. 나랑 내가 할래? 내가 가서 지금 당장 물어본다?”

“······.”

“쯧쯧, 그렇게 머리가 안 돌아가서야······. 이놈의 자식아. 술을 마시고 싶으면 알아서 나에게 좀 잘하고 그러면 좀 좋아? 만날 술 줄 때만 알랑방귀 끼고, 뒤에서는 나 호구 취급하고.”

“아닙니다.”

“아니긴. 내가 들었는데? 윤태민 소위는 네 말이라면 끔뻑 죽는다며? 내가 모를 줄 알았냐?”

“······.”

조인범 상병이 입을 꾹 다물었다. 막말로 윤태민 소위가 처음에 잘해줘서 약간 만만하게 본 경향이 없진 않았다.

“너 인마. 경고하는데 나중에 나에게 술 얻어먹었다고 개소리하기만 해봐. 가만 안 둬! 나 육사 출신인 거 알지? 사단에 아는 분들 많아. 한두 명이 아니야. 물론 믿지도 않겠지만 오히려 네가 협박해서 내 소주 훔쳐갔다고 할 거야.”

“아, 진짜 왜 그러십니까.”

“그러니까, 똑바로 하라고.”

“네.”

“아무튼 앞으로 소주 먹고 싶으면 돈 가지고 와. 만 원에 한 팩! 어때? 싸지?”

“네?”

조인범 상병의 눈이 커졌다. 소주 팩 하나에 만 원이라는 것에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윤태민 소위는 당당했다.

“왜? 싫어? 싫으면 말고. 나야 뭐 위험할 필요도 없고 말이야. 내가 아쉬울 것은 없잖아.”

“······알겠습니다.”

조인범 상병이 어쩔 수 없이 승낙을 했다. 부대에서 술을 마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윤태민 소위를 통하는 것뿐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매일 소주를 마시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 1주일에 두 번은 마셔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다.

그 날 이후로 조인범 상병은 돈을 주고 소주팩을 구매했다. 하지만 빠듯한 군인 월급에 소주만 먹고 살 수는 없었다.

“인범아. 소주 팩 줄까?”

“돈이 없는데 말입니다.”

“외상으로 돼! 나중에 갚으면 되는 거지. 아니면 월급날 갚아!”

윤태민 소위는 이런 식으로 조인범 상병을 조련하며 길들였다. 그 과정에서 조인범 상병이 윤태민 소위에게 얻어먹은 외상 소주가 쌓여 갔다. 그런데 얼마 전 윤태민 소위가 조인범 상병을 찾아와 말했다.

“야, 조인범.”

“상병 조인범.”

“너 인마. 아무리 소대장이 사람이 좋다고 해도 너 외상값 안 갚냐?”

“······가, 갚아야죠.”

“너 외상값이 얼마인 줄 알아?”

“어, 얼마인데 말입니까?”

“20만 원이 넘어!”

“네? 그렇게나 됩니까?”

조인범 상병이 깜짝 놀라며 소리치자 윤태민 소위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인마. 소대장이 너에게 거짓말 치겠냐.”

“그게 아니라······.”

조인범 상병이 당황하며 우물쭈물했다.

“새끼야. 가는 것이 있으면 오는 것이 있어야 할 것 아니야. 으이구 새끼 진짜······. 너 앞으로 소주 안 마시고 싶냐? 안 마시고 싶으면 나야 좋지. 하지만 밀린 외상값은 갚아라.”

“아닙니다.”

조인범 상병이 윤태민 소위의 눈치를 살폈다. 그런데 윤태민 소위가 뭔가를 원하고 있는 것이 있어 보였다.

“저, 소대장님.”

“뭐?”

“꼭 돈으로 갚아야 합니까?”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제가 가진 돈이 없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몸으로 때우면 안 됩니까? 시키시는 일이라면 뭐든 하겠습니다.”

조인범 상병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윤태민 소위가 헛기침을 내뱉었다.

“뭐든 한다고? 정말?”

“네. 그렇습니다.”

“외상값도 안 갚는 널 어떻게 믿고?”

“에이 그러지 마시고 뭐든 말씀해 보십시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하겠습니다.”

“흠······ 뭐, 굳이 필요한 것은 아니고 내가 요즘 좀 그래.”

“어떤 것이 말입니까?”

“어떤 사람 때문에 좀 힘들어. 그 사람 교육 좀 시켜라.”

“네? 어떤 사람 말입니까?”

조인범 상병이 눈을 크게 했다. 윤태민 소위가 씩 웃으며 말했다.

“김호동 하사.”

“네? 김 하사를 말입니까?”

“그래. 가능하겠어?”

윤태민 소위가 이번에는 조인범 상병을 똑바로 쳐다봤다. 조인범 상병이 입술을 잘게 씹으며 말했다.

“제가 어떻게 해주길 원하십니까?”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 술 먹고 들이박던지 그건 알아서 하고 제대로 망신시켜.”

“그러다가 저 영창 가면 어떻게 합니까?”

“너 몰라? 네 뒤에 내가 있어. 소대장이 다 커버 쳐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 나 중대장님하고 엄청 친한 거 알지?”

“진심······ 이십니까?”

조인범 상병이 다시 한번 물었다. 윤태민 소위의 눈이 부릅떠졌다.

“그럼 시발! 진심이지. 내가 지금 농담으로 이러는 것 같아?”

“아, 아닙니다.”

“그래서 하기 싫다는 거야?”

“아닙니다.”

“그럼 하는 거다?”

“네.”

윤태민 소위는 김호동 하사가 당직을 서는 날까지 친히 알려줬다.

그리고 그 날이 되자 윤태민 소위가 소주 팩 두 병을 선물로 주었다.

“야. 소주 팩은 잘 숨겨 놨다가 아껴서 먹고. 이번에는 이거 가져가.”

윤태민 소위가 소주병을 내밀었다. 그 소주병을 본 조인범 상병의 눈이 붉게 변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저녁점호가 끝나자 조인범 상병은 보란 듯이 술판을 벌였다.

당연하게도 그 모습이 김호동 하사에게 들켰다. 하지만 조인범 상병은 아랑곳하지 않고 김호동 하사에게 대들었고 그 과정에서 대형 사고를 쳐 버린 것이다.

따지고 보면 모든 게 윤태민 소위의 지시였다. 그런데 저런 식으로 나오니 웃길 뿐이었다.

“윤 소위님. 지금 소주 한 팩만 더 안 됩니까?”

“이 녀석 봐라. 아직도 정신 못 차렸네. 넌 이 상황에서 소주가 댕기냐?”

“······.”

“미친 알콜중독자 새끼. 알았다. 끝나고 와라.”

“가, 감사합니다.”

조인범 상병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런 조인범 상병을 보는 윤태민 소위가 속으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아, 저 새끼. 어떻게 하지? 점점 더 많이 요구를 하는데 여기서 적당히 정리해? 아니지. 아니야.’

잠시 독한 마음을 먹었던 윤태민 소위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제 곧 위로 올라갈 건데 부릴 놈은 있어야지. 그래도 이놈 덕분에 심심하지 않으니까. 일단은 좀 더 두고 보자.’

윤태민 소위가 흡연실을 빠져나와 행정반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다른 소대장들이 업무를 보고 있었다.

그때 1소대장인 김진수 중위가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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