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인생 리셋 오 소위-687화 (687/1,018)

< 01. 대대로 가겠습니다(17)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017화

01. 대대로 가겠습니다(17)

최 사장의 표정이 바로 밝아졌다.

“알겠습니다. 잠시만요.”

곧바로 휴대폰을 꺼내 다시 주인집과 통화를 했다.

“네. 사장님. 지금 부동산으로 오실 수 있습니까?”

최 사장이 전화하러 나간 사이에 오상진이 물었다.

“우리 전세하기로 하지 않았어요?”

“그렇긴 한데······. 전세나 매매나 그리 가격대가 차이 나지 않아서요. 게다가 버스터미널하고도 가깝고요. 나중에 상진 씨 복무 끝나고 서울 올라올 때 여기 전세 주면 되죠.”

한소희가 힐끔 한 사장을 봤다.

“한 사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어후, 저는 아주 좋은 생각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 근처는 시간이 지나면 집값도 오를 것이고, 나중에 전세도 잘 나갈 겁니다.”

한 사장도 바로 호응을 해줬다. 한소희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렇죠? 제 생각이 괜찮은 거죠.”

“물론이죠. 역시 사모님은 대단하십니다. 나날이 발전하시는 것 같습니다.”

“뭘요. 한 사장님께서 많이 가르쳐 주신 덕분이죠.”

한소희가 빌딩의 관리를 맡으면서 한 사장과 함께 어울리다 보니 부동산에 대해서 제법 많이 배운 모양이었다.

오상진은 그렇게 서둘러 집 계약을 마무리 짓고 서울로 올라갔다.

13.

서울로 올라가는 길에 한소희가 말했다.

“평택 집 인테리어는 제가 해도 되죠?”

“그러면 나야 좋은데 너무 과하게는 하지 마요. 아니다, 그냥 서울 짐을 그냥 빼 오면 안 되나?”

한소희가 바로 눈을 흘겼다.

“뭐 하러 그래요. 그리고 서울 집 전세 내놓을 것도 아니고 가끔 서울 올라오면 우리가 지낼 곳인데. 그리고 서울 집 빼면 난 어디 있나? 거기에 내 짐 다 있는데. 나 또 집 다 빼서 한울빌딩 가라고요?”

한울 빌딩에 마련한 아지트는 오상진과 한소희의 추억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서울 아파트로 보금자리를 옮긴 지 2년이 넘어가는 상황에서 다시 좁고 불편한 한울 빌딩으로 가는 건 무리였다.

“생각해 보니까 그렇네요. 그럼 우리 소희 씨 편한 대로 해요.”

“아무튼 내가 적당히 알아서 할 테니까요, 너무 걱정하지 마요. 그리고 요새는 풀 옵션이 대세에요. 나중에 임대 줄 때도 옵션을 잘 갖춰놓으면 세를 더 받을 수 있단 말이에요.”

“아, 그래요?”

“그럼요. 내가 그런 생각도 없이 말하는 걸까 봐요?”

“알았어요. 소희 씨 마음대로 하세요.”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그러다가 뭔가 고민이 되는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그런데 내가 이번 주에는 더 시간 내기가 힘들 텐데요.”

“걱정마요. 중민 오빠랑 함께 다니면 되요.”

“형님이랑요?”

“오빠, 상진 씨 때문에 살판났잖아요. 이때 좀 운전기사 하라고 하죠.”

“너무 그러지 마요. 내 형님 보기 죄송해요.”

“뭘 죄송해요. 상진 씨 덕분에 돈 번 것은 사실인데요. 이 정도는 해야죠. 매제를 위해서라면 말이에요.”

매제란 말에 오상진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알겠어요. 이 일은 소희 씨에게 전적으로 맡길게요.”

“걱정 말고, 사단 일 잘 마무리 지어요.”

“네.”

오상진이 흐뭇한 얼굴로 액셀을 밟았다.

그로부터 이틀이 지났다. 오상진은 전출신고를 마무리한 후 곧장 평택으로 내려갔다.

가는 길에 오상진은 한소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소희 씨 저 지금 내려가고 있어요.”

-어. 그래요? 저 오늘 저녁에 평택 내려갈 것 같은데요.

“아, 그래요? 그럼 이따가 저녁에 봐요.”

-네. 가구는 거의 다 들어왔으니까요. 아마 불편함을 없을 거예요. 그리고 내가 속옷이나 그런 것은 챙겨 갈 테니까. 사지 마요.

“소희 씨 고마워요.”

-당연한 거 가지고 뭘 고마워해요. 그러지 마요.

“네. 알겠어요.”

-그래요. 이따가 봐요.

“네.”

오상진은 전화를 끊고, 차로 한 시간을 더 운전해 평택 부대로 도착을 했다.

위병소에서 신분을 확인한 후 차를 끌고 들어갔다. 쭉 뻗은 이차선 도로 양쪽으로 커다란 나무가 심어져 있었다. 나무 사이로 연대 운동장과 연대가 보였다.

건물 뒤편 주차장으로 이동한 오상진이 차를 세운 후 내렸다. 잠깐 건물들을 보다가 밖에서 훈련에 열중이 병사들이 보였다.

‘여기가 17보병연대.’

오상진이 미소를 짓고는 연대 건물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곧장 작전과로 향했다.

작전과에는 배운혁 중령이 자리하고 있었다.

“충성, 대위 오상진. 17연대로 보직 이동 명 받았습니다.”

“오호. 안 그래도 소식은 들었네. 반갑네. 작전처 배운혁 중령이네.”

“반갑습니다.”

오상진이 바로 말했다.

“지금 연대장님께서 기다리시는데 바로 만나볼 텐가?”

“네. 알겠습니다.”

“그럼 날 따라오게.”

배운혁 중령이 전투모를 챙겨서 연대장실로 향했다.

똑똑똑.

문을 두드린 후 조심스럽게 열자 그 앞에 C.P병이 있었다. 배운혁 중령을 발견하고는 바로 경례했다.

“충성!”

“그래. 연대장님 계시지?”

“네. 자리에 계십니다.”

“알았다.”

배운혁 중령이 오상진을 보며 말했다.

“따라 들어오게.”

“네.”

오상진은 큰 거울 앞에 전투모를 똑바로 점검하고, 옷매무새도 점검했다. 그렇게 자신의 모습을 다시 한번 확인한 뒤 연대장실로 들어갔다.

배운혁 중령이 곽종윤 준장에게 말했다.

“연대장님. 오늘 3연대대로 부임할 오상진 대위가 왔습니다.”

오상진이 차렷 자세로 경례했다.

“충성! 대위 오상진 연대장님을 뵙습니다.”

곽종윤 준장이 환한 얼굴로 오상진을 맞이했다.

“그래, 반갑네. 앞으로 잘해보세.”

곽종윤 준장이 오상진에게 악수를 청했다. 오상진이 바로 손을 내밀어 악수했다.

“대위 오상진. 잘 부탁드립니다.”

“그래, 그래.”

곽종윤 준장이 웃으며 앞쪽 소파로 이동하려 했다. 오상진이 바로 말했다.

“지금 바로 전입신고 하겠습니다.”

“무슨 전입신고야. 됐어. 그냥 자리에 앉게. 괜찮으니까.”

“그래도······.”

오상진이 난처해하자 곽종윤 준장이 바로 말했다.

“어허. 젊은 친구가 이리도 융통성이 없어서야. 뭘 그리 꽉 막혀 있나. 이렇게 얼굴 봤으면 됐고, 공문 내려온 것 결재하면 끝인 것을 말이야. 서로에 대해서는 오늘 이야기 나누면서 차근차근 알아가면 될 문제 아닌가. 하긴 오상진 대위라면 워낙에 유명해서 굳이 그럴 필요는 없지만. 껄껄껄!”

곽종윤 준장이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오상진은 살짝 난감한 얼굴이 되었다.

“허허. 뭘 그리 서 있나. 여기 와서 앉으라니까.”

“네. 알겠습니다.”

오상진이 소파로 가서 앉았다. 곽종윤 준장이 배운혁 중령을 향해 말했다.

“배 중령은 가서 일 보게.”

“네. 충성.”

배운혁 중령이 나가고 연대장실에는 이제 오상진과 곽종윤 준장 두 명만 남게 되었다. 잠시 후 차가 나왔고, 마시면서 입을 열었다.

“자네 근무지가 3대대지?”

“네. 그렇습니다.”

“거기 대대장이 송 중령인가?”

“네.”

오상진은 이곳에 오기 전에 미리 조사를 마쳤다. 자신의 직속 상관인 3대대장이 송일중 중령이었다.

“그래. 거기 가서 송일중 중령이랑 함께 잘해봐.”

“네. 연대장님.”

곽종윤 준장이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오상진의 17보병연대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14.

오는 사람이 있으면 가는 사람이 있는 법이었다.

원래 4중대장이었던 이민석 대위는 2중대로 발령을 받은 뒤 사무실에서 짐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네 명의 소대장들이 들어왔다.

“중대장님.”

이민석 대위는 짐을 정리하다가 깜짝 놀랐다.

“어어······. 다들 여긴 무슨 일이야?”

“중대장님께서 2중대로 가신다고 하니까, 섭섭해서 그렇죠.”

이민석 대위가 살짝 멋쩍어하며 말했다.

“에이, 뭘 이렇게 몰려와. 내가 다른 부대로 전출 가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2중대로 가시면 한동안 얼굴 못 보지 않습니까.”

이민석 대위가 애써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나왔다. 잠깐이나마 함께했다고 이렇게 찾아와 준 소대장들이 고맙기만 했다.

이민석 대위는 제일 먼저 1소대장인 김진수 중위에게 악수를 청했다.

“김 중위 그동안 수고 많았어. 새로 오는 중대장 잘 좀 보필하고.”

“네, 알겠습니다.”

그다음으로 2소대장인 윤태민 소위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우리 윤 소위! 자대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말이야. 이렇듯 친해질 기회도 없이 가버려서 어떻게 해.”

“그러게 말입니다. 저는 중대장님과 보고 여기 왔는데 말입니다.”

“다음에 같이할 기회가 있겠지.”

이민석 대위가 미소를 지으며 그 옆에 있는 박윤지 소위를 바라봤다.

“우리 박 소위는 어떻게 이제 군 생활 적응은 좀 되었나?”

“네? 아, 네······.”

박윤지 소위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그 모습을 보며 이민석 대위가 말했다.

“내가 잘 못 챙겨줘서 미안하고 혹시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해.”

“네. 알겠습니다.”

“그래.”

이민석 대위가 마지막으로 4소대장인 홍일동 소위 앞에 섰다.

“어이구, 우리 홍 소위······.”

홍일동 소위가 악수를 하며 말했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래! 홍 소위도 수고하고.”

이민석 대위는 홍일동 소위에게는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소대장들 중에서 홍일동 소위가 가장 열심히기는 했지만 사적으로 친하지 않아서일까. 딱히 할 말이 없었다.

잠시 홍일동 소위를 바라보던 이민석 대위가 시선을 쓰윽 돌려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아무튼 갑작스럽게 보직 이동이 되어서 나도 좀 민망하긴 하다. 솔직히 4중대 오고 나서 중대를 위해서 많이 하려고 노력은 했지만 내 뜻대로 되는 것이 없어서 좀 많이 속상하긴 했다. 그런 와중에 이런 기회가 와서 2중대로 가게 된 거니까. 다들 이해해 주고. 여기 있는 소대장들도 조금만 고생하면 더 좋은 보직으로 옮길 수 있을 거야. 다들 파이팅하자고!”

“넵!”

그렇게 네 명의 소대장들은 이민석 대위와 작별 인사를 하고 중대장실을 나왔다. 그러던 중 2소대장인 윤태민 소위가 한마디 했다.

“와, 어이가 없네. 진짜······. 김 중위님. 중대장님 좀 너무하지 않습니까?”

“뭐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4중대를 바꿔보자는 둥, 꼴통 소리 듣지 않게 만들자는 둥 그리 말씀하시더니 이제 와서는 지옥에서 탈출이라도 한 사람마냥 좋아하잖습니까.”

윤태민 소위의 목소리가 살짝 크게 들렸을까. 김진수 중위가 깜짝 놀라며 슬쩍 중대장실을 봤다.

“윤 소위. 중대장님 듣겠다.”

“에이. 들으면 뭐 어떻습니까. 어차피 우리 중대장도 아닌데.”

“······.”

김진수 중위는 입을 다물었다. 그러자 윤태민 소위가 바로 3소대장인 박윤지 소위에게 시선을 옮겼다.

“박 소위. 박 소위 자네는 어떻게 생각해?”

“네?”

“박 소위도 좀 엿 같지 않아?”

“저는 뭐······.”

박윤지 소위가 우물쭈물하며 제대로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옆에 있던 홍일도 소위가 슬쩍 말했다.

“2소대장님. 기왕 이렇게 된 거 좋게좋게 넘어가시죠.”

그러자 윤태민 소위가 무시하는 말투로 말했다.

“그건 홍 소위가 3사 출신이라 잘 몰라서 하는 소리야. 우리 육사에서 저런 식으로 빼는 건 이해할 수가 없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