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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686화 (686/1,018)

< 01. 대대로 가겠습니다(16)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016화

01. 대대로 가겠습니다(16)

아무것도 모르는 한소희가 다시 예쁘게 웃어 보였다. 그러자 오상진이 더는 참지 못하고 한소희에게 쓰윽 다가갔다.

자연스럽게 뒤에 선 오상진이 두 팔로 한소희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어멋! 놀래라. 뭐예요. 다 되었다니까.”

“소희 씨 나 지금 밥 생각이 안 나는데요.”

“배 안 고파요?”

한소희가 고개를 돌려 물었다. 오상진은 살짝 느끼한 눈빛으로 한소희를 바라봤다.

순간 오상진이 무엇을 원하는지 깨달은 한소희가 팔꿈치로 오상진을 쿡 찔렀다.

“아. 진짜······. 또 왜 그래요.”

“소희 씨가 예쁜 걸 어떻게요.”

“이 남자 진짜 안 되겠네.”

한소희가 서둘러 불을 줄이며 말했다.

“이거 일단······. 라면 다 되었으니까, 먹고 해요. 먹고.”

“아니 라면은 조금 이따가 먹어도 되니까. 소희 씨 이리 와요.”

“라면 불어요.”

“불면 불으라죠.”

오상진이 웃으며 한소희의 손을 잡고 안방으로 이끌었다. 한소희는 안된다고 말을 하면서도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격렬하게 사랑을 하고 나온 후 두 사람은 뒤늦게 요리를 확인했다.

분명 아까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고새 국물은 온데간데없고 면만 퉁퉁 불어 먹을 수 없게 변해 있었다.

“아이, 이것 봐요. 이게 뭐예요.”

“그냥 줘요. 먹을게요.”

“됐어요. 이거 어떻게 먹어요.”

“우리 소희 씨가 해준 건데 먹어야죠.”

오상진이 바로 젓가락질을 했다. 면을 입에 넣는데 순간 짠맛이 확 느껴졌다.

“크음. 큼······.”

오상진은 기침을 하고는 물을 쭉 들이켰다. 한소희가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

“못 먹겠죠?”

“아니요. 먹을 수 있는데.”

“어이구. 내가 독약을 만들어줘도 먹을 남자네.”

“헐, 소희 씨 나 독약 먹이려고요?”

“말이 그렇다는 거예요. 그러지 말고 이거 버리고 그냥 시켜 먹어요. 사 놓은 재료 버리기 아까워서 요리했던 건데 이렇게 됐으니까 요리 한 셈 치죠.”

한소희가 냄비를 싱크대에 넣고는 냉큼 배달 잡지를 펼쳤다.

“상진 씨, 피자 어때요?”

“괜찮네요.”

“그럼 오랜만에 피자를 먹어볼까요?”

냉큼 피자를 주문하고 배달 올 때까지 TV를 시청하기로 했다.

리모컨으로 뭘 볼까 눌러서 채널을 돌려 보는데 갑자기 큼지막한 TV 화면으로 격렬한 키스씬 장면이 나왔다.

순간 오상진은 침을 꿀꺽하고 삼켰다.

“아 진짜. 요즘 욕구불만이에요? 왜 저런 것만 찾아서 봐요.”

한소희가 오상진의 옆구리를 꾹 찔렀는데 그게 또 신호가 왔다.

“소희 씨 아무래도 안 되겠어요.”

오상진의 코 평수가 넓어졌다.

“아, 진짜······.”

그러곤 피자가 올 때까지 두 사람은 또다시 뜨겁게 끌어안았다.

11.

월요일이 되었다.

오상진은 한결 밝은 표정으로 사단에 출근을 했다.

“충성. 좋은 아침입니다.”

먼저 와 있던 백창식 소위가 인사를 했다.

“어어, 그래 좋은 아침!”

“그런데 주말에 좋은 일이라도 있었습니까? 표정이 좋아 보이십니다.”

주말 내내 한소희와 알콩달콩 시간을 보내서일까. 오상진은 자신도 모르게 실실 웃고 있었다.

“그냥. 오늘따라 기분이 좋네.”

그때 심도윤 소령이 문을 두드리며 들어왔다. 오상진이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경례했다.

“충성. 어쩐 일이십니까.”

“자네 사단장님께서 찾으시네. 같이 올라가지.”

“네. 알겠습니다.”

오상진은 심도윤 소령과 함께 사단장실로 올라갔다. 그런 오상진을 보며 백창식 소위는 부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와. 진짜 부럽다. 사단장님께서 직접 찾으시고 말이야.”

사단장실에 도착을 한 오상진이 가볍게 문을 두드렸다.

똑똑.

“어이. 들어와.”

안에서 장기준 사단장의 목소리가 들리자 오상진이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게. 일단 거기 앉지.”

“넵!”

오상진이 자리에 앉고, 보던 서류를 마저 훑은 장기준 사단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파 상석에 자리한 장기준 사단장이 입을 열었다.

“그래, 얘기는 들었지?”

“네.”

“가능하면 서울 지역에서 복무시키려고 했는데 마땅한 자리가 없었어. 어차피 몇 년은 지방에서 보내야 하잖아.”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내가 왜 평택으로 보내는지는 알고 있나?”

오상진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군인은 근무지를 탓하는 것이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사단장님께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이 얘기를 들은 장기준 사단장은 속으로 감탄했다.

‘역시 오상진! 내가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니까. 석태 이 자식이 오상진 반만 닮았어도······.’

장기준 사단장은 애써 마음을 감추며 말했다.

“그래. 자네가 그리 마음을 먹었다면 다행이고. 다만 군 생활이라고 하는 것이 맘먹은 대로 되는 것이 아니야. 혹시라도 언제든지 내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하게.”

“네. 사단장님.”

그 외 몇 가지 더 얘기를 나누고는 오상진이 사단장실을 나왔다. 심도윤 소령이 마침 기다리고 있다가 오상진을 보며 말했다.

“오 중위 잠깐 나 좀 보게.”

“네.”

“자네 말이야. 금요일쯤 발령이 날 거야. 그때 아마 연대로 내려갈 거야. 준비는 잘되고 있나?”

“네. 준비라고 할 것 있습니까. 일단 작전처 인수인계는 거의 끝이 났습니다. 언제라도 옮기면 됩니다.”

“그래. 아무튼 자네도 들어서 알겠지만 평택으로 보내는 것은 내가 그러자고 했네.”

“알고 있습니다.”

“사단장님께서 처음에는 오해를 하셨지만 내 뜻은 그래. 항상 편한 길만 걷다 보면 사람들은 별거 아닌 거로 쉽게 흔들리고 낙오를 한다네. 난 자네가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스스로에게 인정을 받고, 사단장님의 기대만큼 성장해 줬으면 좋겠네. 물론 여태까지 자네가 세운 공이 많고, 충분히 대우받을 자격이 있기도 하지만 위로 올라가면 갈수록 시기와 질투가 커지게 마련이야. 내 말 무슨 뜻인 줄 알겠지?”

“네. 알겠습니다.”

오상진이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심도윤 소령이 손을 들어 오상진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리고 내 연락처는 알 테고,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연락하게.”

“네.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 나가보게.”

“충성.”

오상진이 경례를 하고 사단장실을 나섰다.

12.

다음 날 오상진은 휴가를 쓰고 한소희와 함께 평택으로 내려갔다.

평택에 도착을 한 그곳에 으뜸 부동산의 한 사장이 먼저 내려와 있었다.

오상진이 반갑게 인사를 했다.

“한 사장님 먼저 내려오셨네요.”

“네. 사장님. 잘 지내셨죠.”

“저야 항상 똑같죠.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오상진이 반갑게 인사를 했다. 으뜸 부동산 한 사장은 예전보다는 몸집에 살이 좀 붙었다. 표정 역시 좋아 보였다.

게다가 오상진의 빌딩 임대에 관한 모든 것을 맡아서 하기 때문에 한 사장도 나름 돈을 벌고 있었다.

“그런데 평택까지 내려오게 해서 죄송해요.”

“아이고 그런 말씀 마십시오. 사장님 덕분에 요즘 잘 먹고 지내는데 이렇게라도 보답해야죠.”

“어휴. 아닙니다.”

“그리고 제가 예전에 이 근방에 살아서 잘 알고 있습니다. 몇 몇 부동산 사장님과도 안면이 있고요.”

“그러세요?”

그러자 한소희가 한마디 거들고 나섰다.

“상진 씨. 한 사장님 진짜 모르시는 것이 없어요.”

“하하하. 부동산이 다 거기서 거기죠.”

그렇게 담소를 주고 받고 있는데 한 사장과 비슷한 또래의 남자가 다가왔다. 한 사장은 그 남자를 보며 반갑게 맞이했다.

“오우, 최 사장.”

“한 사장. 빨리 왔네.”

“후후, 빨리빨리 와야지.”

두 사람은 친한 듯 밝은 얼굴로 악수를 나눴다. 한 사장은 바로 오상진을 최 사장에게 소개했다.

“인사해. 여기가 내가 말했던 오 사장님.”

“오우. 반갑습니다. 한 사장한테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젊으신 분이 참 대단하십니다.”

오상진도 마주 인사했다.

“아닙니다.”

최 사장이 한소희를 보며 물었다.

“그런데 이쪽 분은······.”

“아, 제 와이프입니다.”

오상진은 아예 한소희를 아내로 소개했다. 한소희는 소개받자마자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최 사장도 마주 인사했다.

“네. 안녕하세요. 이야, 사모님 너무 미인이시다. 난 연예인이신 줄 알았어요.”

“호호호, 말씀만이라도 감사해요.”

한소희는 최 사장의 넉살에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었다. 한 사장은 살짝 민망하게 웃으며 말했다.

“최 사장 이 양반이 좀 이렇습니다.”

“이 사람아. 내가 뭘 어때서.”

“됐고, 어서 안내나 해.”

“어험. 알았네. 절 따라오시죠.”

최 사장은 근처 아파트를 몇 개 보여줬다. 오상진과 한소희는 아파트를 확인하며 돌아봤다.

확실히 서울 쪽 아파트보다는 시설이라든지 내부 인테리어가 좋지 않았다.

최 사장이 냉큼 말했다.

“참고로 이 근처에는 신축 아파트는 없습니다. 서울에 있는 아파트하고 비교하시면 안 됩니다. 대신에 그만큼 서울보다는 집값이 싼 편입니다.”

“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최 사장이 보여준 네 곳의 아파트 중에서 한소희가 마음에 들어 하는 아파트는 솔직히 없었다. 하지만 가능하면 빨리 집을 구해야 하기 때문에 그중에서 그나마 가장 깔끔하고 버스 터미널과 가까운 곳의 아파트로 결정을 내렸다.

“왜 여기로 했어요? 부대랑 가장 먼 곳인데요.”

한소희가 물어봤다.

“부대야 차를 타고 출근하면 되죠. 그리고 여기가 버스 터미널하고 가장 가까워요.”

“나 보고 그만큼 자주 내려오라고요?”

“으음, 아니라고는 말을 못하겠네요.”

“나 운전하고 내려와도 되는데······.”

“소희 씨. 아직 운전은 일러요.”

“나 운전 잘한다니까요.”

한소희도 일찍 운전면허를 땄다. 장롱 면허였는데 1년 전부터 오상진에게 따로 운전 교육을 받았다. 그래서 오상진 차로 운전을 몇 번 해보았다.

그때마다 오상진이 식겁했다. 한소희는 주변을 보지 않고 무조건 직진하는 스타일이었다. 게다가 시야가 좁아 표지판을 놓치기 일수였다.

그래서 오상진은 속으로 다짐을 했다. 내비게이션이 잘 보급되기 전까지는 절대 한소희에게 운전대를 맡기지 않기로 말이다.

“그럼 이 집으로 하시겠습니까?”

“네.”

“이 집이 매매가는 1억 5천 정도 됩니다. 집주인이 전세도 괜찮다고 합니다.”

최 사장의 말을 듣고 오상진이 잠깐 고민을 했다. 그러자 한소희가 슬쩍 나서며 말했다.

“원래 저희는 매매로 생각을 하고 왔는데 좀 저렴하게는 안 될까요? 솔직히 서울 쪽하고 너무 비교가 되어서요.”

사실 오상진과 한소희는 전세까지 염두에 두고 내려왔다. 그런데 한소희가 먼저 나서며 말을 하자 오상진은 일단 입을 다물고 지켜봤다.

최 사장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잠시만요.”

최 사장이 한 쪽으로 가서 휴대폰을 꺼냈다. 아마도 집주인과 통화를 하기 위함이었다. 한 5분 정도 통화를 하더니 최 사장이 밝은 얼굴로 다가왔다.

“집주인 사정이 급해서 한 2천 정도는 빼줄 수 있다고 합니다. 어떻게, 바로 진행하시겠습니까?”

한소희는 내심 웃음을 삼키며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어요. 여기까지 왔는데 그렇게라도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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