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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683화 (683/1,018)

< 01. 대대로 가겠습니다(13)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013화

01. 대대로 가겠습니다(13)

김철환 소령도 덩달아 곤궁해진 상태였고.

그나마 사단에서 근무할 때는 일주일에 두 번씩은 김철환 소령과 함께 술을 마셨는데 연대로 내려가면서 자주 만나지 못하게 되었으니 김철환 소령이 투덜거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까, 형님을 이렇게 만난 것도 오랜만이긴 합니다.”

“그래. 인마. 너 요새 너무 무심했어.”

“네네. 알겠습니다.”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다시 술잔을 부딪쳤다. 그리고 잘 구워진 삼겹살을 다시 입으로 가져가 오물거렸다.

“참. 형님.”

“응?”

“얼마 전에 세나랑 통화했습니다.”

“세나? 우리 처제하고? 어쩌다가?”

“여동생하고 전화를 했는데 바꿔줬어요. 영상 통화로 했거든요.”

“그러냐? 어때 우리 처제? 잘 지내디?”

“그걸 왜 저에게 묻습니까?”

“야. 나도 얼굴 보기 힘들어. 가끔 집에 오더라도 그냥 잠만 자고 가. 아이돌 연습생 생활이 그리 힘들다던데 너는 알고 있었냐?”

“저야 뭐······.”

오상진은 대충 웃고 말았다. 오상진도 팬으로서 엔젤스를 좋아했지 아이돌 생활에 대해서는 아는 게 많지 않았다. 다만 부단한 노력 끝에 엔젤스가 큰 사랑을 받았다는 미래 정도만 알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세나에게 다른 얘기 못 들으셨습니까?”

“무슨 얘기?”

“상희 말하는 걸로 봐서는 소속사 사정이 별로 좋은 것 같지 않아서요.”

“그래? 나는 그런 소리는 못 들었는데? 혹시 너희 형수는 알려나 모르겠다.”

“그럼 형수님께 한번 물어봐 주시겠습니까?”

“왜? 소속사에 문제 있으면 네가 인수하게?”

그때 오상진이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말해서 애들 고생한 것도 있는데······. 여태까지 해온 것이 있는데 아깝지 않습니까. 그럴 생각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김철환 소령이 씨익 웃었다.

“그걸 굳이 왜 기다려? 그냥 네가 인수해 버려.”

“네?”

“내가 지난번에 얘기 했잖아. 거기 대표나 이사진들 말이야. 영 아니더라.”

“그렇습니까?”

“남의 귀한 자식들 데려다가 고생시키면서 간만 보는데······. 막말로 자기 자식이라면 그랬겠냐? 물론 성공해야 하니까 부담스럽긴 하겠지만 이런 식으로 차일피일 미룬 것이 몇 번째야. 더군다나 우리 처제가 제일 나이 많은데.”

“하긴 그렇죠.”

“이러다가 데뷔도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김철환 소령이 소주를 마시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솔직히 세나는 김철환 소령의 입장에서는 또 다른 희망이나 다름없었다.

형부로서 처제의 도움을 받을 생각은 없지만 세나가 잘되면 당연히 소은이나 앞으로 태어날 주호에게 도움이 될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김철환 소령도 세나를 물심양면으로 도우며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하지만 걸그룹으로 합류한 지 2년이 지나가는데 아직도 데뷔를 못하고 있으니 답답한 모양이었다.

“그래도 사정이라는 것이 있을 지도 모르니까요. 한번 형수님께 물어봐 주십시오.”

“알았다.”

그렇게 추가로 주문한 음식까지 깔끔이 비운 뒤 오상진과 김철환 소령은 식당을 나섰다.

초봄이라 그런지 밤바람이 찼다. 그런데 모처럼 김철환 소령과 함께 달려서일까. 딱히 춥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이제 날씨가 좀 풀리려나?”

김철환 소령이 중얼거리며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그 모습을 보던 오상진이 물었다.

“형님 담배 끊지 않았습니까?”

“야! 끊었지. 끊었는데······. 요즘 너희 형수 눈치가 보여서 이렇듯 밖에서 피우고 들어가야 맘이 풀려.”

“그러다가 형수님이 예전처럼 또 그러면 어쩌시려고 그럽니까?”

“예전처럼?”

세나와 함께 살던 시절에 김철환 소령은 부부 관계가 뜸해졌던 때가 있었다. 그 당시 김철환 소령에게 가장 큰 고민이었을 정도로 투덜거렸다.

그런데 형수가 질색하는 담배를 다시 피우는 모습을 보니까 오상진이 걱정되어 한마디 한 것이다.

김철환 소령이 쓴웃음을 지었다.

“말도 마라. 너희 형수가 이제는 하고 싶으면 묶으라고 하더라.”

“네? 묶으라니······ 뭘 말입니까?”

오상진이 눈을 크게 떴다. 김철환 소령은 먼 하늘을 바라보며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후우······. 거 있잖아. 거기!”

“네? 아니, 그게 무슨······.”

“모르겠다. 어디서 들었는지 콘돔도 이제 피임 확률이 높지 않다나 뭐라나. 그렇다고 부부 사이에 콘돔 끼고 하는 것도 웃기잖아. 안 그러냐?”

“네. 뭐 그렇긴 합니다만······.”

오상진의 말에 김철환 소령이 눈을 번쩍하며 물었다.

“너흰 어떻게 하냐?”

“네?”

“너흰 어떻게 하냐 말이야. 너흰 뭐 피임 안 해? 상진이 네가 콘돔 끼고 하냐?”

오상진은 갑작스럽게 훅 들어온 질문에 질색했다.

“에이. 또 왜 그러십니까. 그건 남의 사생활입니다.”

“뭐야. 새삼스럽게 그래. 너희가 만난 지가 몇 년째인데. 그보다 제수씨 집에서는 결혼하라는 말 없어?”

“아직은 그런 얘기 없습니다.”

“제수씨 졸업반 아니었어?”

“이제 졸업합니다.”

“전에 그러지 않았나? 졸업하면 결혼하기로 말이야.”

“네. 얘기는 그렇게 했는데······.”

오상진이 말을 하다가 쓴웃음을 지었다. 원래라면 김철환 소령의 말처럼 한소희와 결혼을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무슨 연유에서인지 한소희도 공부에 대한 욕심이 생겼고, 오상진도 대대로 내려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돌아가는 사정상 지금 당장 결혼식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였다.

그런 오상진의 말에 김철환 소령이 한마디 했다.

“야! 그래도 인마. 더 늦기 전에 빨리빨리 결혼해. 2년이나 만났으면 빨리 결혼해야지.”

“네. 저도 최대한 빨리 당길까 생각 중입니다.”

“그래. 조만간 제수씨하고 다 같이 얼굴 보자.”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시죠.”

그 시각 17보병연대 3대대 송일중 중령은 작전과장 홍민우 소령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니까 자네 말은 오상진이 우리 연대 중대장으로 오기로 내정되었단 말이지?”

“네.”

“오상진. 오상진이라. 그놈······. 임관한 지 몇 년 되었다고 했지?”

“이제 5년 차라고 합니다.”

“5년 차에 대위 달고 중대장이라······. 하하. 진짜 어처구니가 없군. 이래서 대한민국 군대가 안 된다는 소리를 듣는 거야.”

송일중 중령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오상진이 젊은 장교들 중에서는 선망의 대상일지 모르겠지만 송일중 중령의 눈에는 그리 예쁘게 보이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서 줄을 잘 타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승승장구하지는 못할 거라고 확신을 했다.

그런 송일중 중령의 판단에 홍민우 소령도 일부 공감을 하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오상진을 예뻐하는 장기준 중장은 현 육군 참모 총장인 진국진 대장 라인의 핵심이었다.

저쪽에서는 차차기 육군 참모 총장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런 장기준 중장이 일개 중위였던 오상진을 콕 집어서 사단으로 불러 올린 건 유명한 이야기였다.

오상진이 대대에서 세운 공이 많아서 그렇다곤 해도 연줄 없이는 올라가기 힘든 군대의 특성상 오상진의 실력만으로 지금에 이르렀다고 단언하는 건 어불성설이었다.

송일중 중령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건 그렇고 하고 많은 부대 중에서 왜 우리 부대야?”

“저도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장기준 소장의 결단인가?”

“최종 결정은 장기준 소장이 내렸겠지만 그분 스타일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그럼?”

“아마도 새로 부임한 심도윤 소령의 생각인 것 같습니다.”

“심도윤 소령이라······. 그러고 보니까, 자네하고 동기인가?”

“아뇨. 제가 일 년 선배입니다.”

“그랬나?”

송일중 중령이 씁쓸하게 웃었다. 심도윤 소령은 벌써부터 장기준 소장에게 붙어서 육본으로 넘어가는데 1년 선배라던 홍민우 소령은 연대에서 작전과장이나 하고 있으니 다시 어이가 없어졌다.

‘말은 못해도 속이 부글부글 끓겠지.’

홍민우 소령의 속을 넘겨짚은 송일중 중령이 속으로 생각했다. 그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건 그렇고. 오상진이 오면 몇 중대로 보내야 하는 거야?”

“지금 2중대가 공석이긴 합니다.”

“그래서 2중대로 보내자고?”

송일중 중령이 못마땅해하자 그 의중을 깨달은 홍민우 소령이 표정을 바꾸며 말했다.

“그럼 4중대로 보내는 건 어떠십니까.”

“4중대장은 있잖아.”

“4중대장 이민식 대위를 2중대장으로 보직 변경하면 될 것 같습니다.”

“으음······.”

송일중 중령이 작게 신음을 흘린 후 물었다.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이유는?”

“지난번에 4중대에 관심병사들을 모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민식 대위가 고생을 많이 했다고 들었습니다. 오상진이 무슨 의도로 우리 연대에 왔는지 모르겠지만 이번 기회에 군 생활이 어떤 건지 제대로 가르쳐 주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장기준 소장도 오상진을 잘 챙겨주라고 17보병연대로 보내지는 않았을 터. 송일중 중령 입장에서도 굳이 편한 보직을 챙겨줄 필요는 없었다.

만에 하나 오상진이 군 생활을 잘해서 두각을 드러내면 최우일 감찰부장을 비롯한 윗선들이 불편해할 테고 그렇다고 대놓고 괴롭히다 걸리면 상대 쪽에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니 홍민우 소령의 말대로 4중대로 보내는 게 가장 좋아 보였다.

“음! 나쁘지 않네. 좋아, 그렇게 해.”

송일중 중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홍민우 소령은 바로 다이어리에 적었다.

송일중 중령이 다시 입을 열었다.

“좋아. 그 일은 그렇게 처리하고. 장기준 소장은 어디로 간다고 했지?”

“합동참모본부 작전부장으로 간다고 합니다.”

“합동참모본부 작전부장이라······. 와이씨! 그쪽은 엘리트 코스잖아.”

“저도 그렇게 들었습니다.”

“진짜 난 언제 육본에 올라가나. 하아······.”

송일중 중령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홍민우 소령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번 기회를 한번 살려보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이번 기회?”

송일중 중령의 눈빛이 대번에 바뀌었다.

“오상진이 장기준 소장 밑에서야 촉망받는 후배일지 모르겠지만 이곳에서 다를 겁니다.”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어쩌면 오상진을 통해서 장기준 소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연대장님이나, 감찰부장님께서도 좋아하시지 않겠습니까.”

그 얘기를 들은 송일중 중령이 씨익 웃었다.

“으음. 나쁘지 않아. 나쁘지 않아. 그 방법이 있었군.”

단순히 오상진의 군 생활을 꼬이게만 만들려 했던 송일중 중령의 눈빛이 달라졌다.

홍민우 소령의 말처럼 오상진을 통해 장기준 소장의 발목을 잡을 수만 있다면? 장웅인 중장은 물론이고 박찬중 국방부장관과 대립각을 세우려는 진국진 대장에게도 타격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만에 하나 장기준 소장이 오상진을 버려도 상관없었다. 그 자체만으로도 장기준 소장을 따르는 이들은 동요하게 될 테니 손해 볼 건 없었다.

“오상진이 언제 온다고 그랬지?”

“다음 주에 오기로 했습니다.”

“다음 주라. 다음 주. 하하. 다음 주가 기대되는구먼.”

송일중 중령이 소파 팔걸이를 내리치며 웃었다. 그렇게 오상진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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