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1. 대대로 가겠습니다(10)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010화
01. 대대로 가겠습니다(10)
-그치? 그렇치? 내 얼굴이 많이 예뻐졌지? 어때? 나 좀 세나보다 예뻐진 것 같아?
“그건 아니고.”
-와. 해도 너무하네. 어떻게 오빠는 친동생보다 세나 언니를 더 챙기냐.
“아무리 네가 친동생이라고 해도 오빠는 거짓말을 못해.”
-아. 됐어. 끊어, 끊어!
하지만 오상희는 전화를 끊지 않았다.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물었다.
“그건 그렇고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어서 전화를 했을까나?”
-오빠. 나 용돈 떨어졌어.
“용돈이 떨어져? 아니, 벌써?”
-요새 우리 팀 간식 내가 다 사고 있거든.
“네가 왜 사? 소속사에서 밥 안 챙겨줘?”
-몰라! 다이어트해야 한다면서 밥도 쥐꼬리만큼 줘. 진짜 짜증 나! 소속사 옮기고 싶어.
“아이고······.”
오상진은 한숨을 내쉬고, 오상희는 여전히 철없이 계속해서 투덜거리기만 했다.
그때 휴대폰 화면 왼쪽에서 누군가 얼굴을 쑥 내밀었다. 딱 봐도 얼굴이 반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누군지 대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어. 세나야. 안녕.”
오상진이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오상희가 바로 질투를 했다.
-와, 오빠 대박! 세나 언니는 반밖에 안 나왔는데 어떻게 알았대.
“세나는 예쁘니까.”
-칫. 오빠 진짜······. 알았어. 소희언니에게 다 말할 거야.
“말해. 소희도 세나 예쁜 것은 다 아니까.”
그사이 얼굴을 내민 세나가 인사를 했다.
-상진 오빠. 오랜만이에요.
“어어. 그래. 세나야 잘 있었어?”
-네.
“그런데 세나야. 얼굴 살이 좀 빠진 것 같았다.”
그런데 휴대폰 화면이 순간 흔들리며 오상희가 나타났다.
-와. 진짜 오빠 너무하네. 나한테는 전혀 그런 말 없더니 세나 언니에게는 얼굴 보자마자 살 빠졌다고 그래?
“너. 그대로니까 그러지. 그리고 아까 예뻐졌다고 했잖아.”
-아, 됐어! 자! 언니가 통화해.
오상희가 삐진 듯 휴대폰을 세나에게 건넸다. 세나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세나야. 같이 통화하자.
-아니야. 나 지금 신호 와서 화장실 가야 할 것 같아. 언니가 통화해.
그 모습을 휴대폰 화면으로 보는 오상진이 고개를 흔들었다.
“어이구. 오빠인 내가 미안하다.”
-아니에요. 상희가 나에게 얼마나 잘하는데요.
“그보다 너 왜 그렇게 살이 빠졌어.”
-요새 딱히 먹는 것도 없고. 다이어트만 해서 그러나? 아무튼 살이 좀 빠져요.
“그래? 혹시 소속사에 문제 있어?”
세나는 뭔가 망설이는 듯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가 결심을 한 듯 입을 열었다.
-실은 소속사에 좀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벌써 데뷔를 해야 하는데 그 시기가 자꾸 뒤로 늦춰지고 있어요.
“그래?”
오상진이 생각하기에도 1년 전에 데뷔를 했어야 했다. 그런데 자꾸 딜레이가 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아직도 데뷔가 안 된다고?”
-네. 그래서 걱정이에요. 저도 이제 나이가 있는데······.
세나가 오상진을 만난 것이 고2 때였다. 그리고 연습생으로 들어간 지 어느덧 몇 년이 지나, 세나도 이제 어엿한 성인이 되었다.
그런데 아이돌 데뷔가 계속해서 늦어지고 있었다.
요즘 대부분 아이돌들은 고등학생 나이에 데뷔를 하기 때문에 걱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세나야 소속사 사장하고 얘기해 보고 만약에 정 안 될 것 같으면 오빠에게 다시 한번 얘기해 볼래? 그때 오빠가 방법을 생각해 볼게.”
오상진의 말을 듣고 세나의 표정이 한층 밝아졌다.
-정말요?
“그럼! 세나도 빨리 데뷔를 해야지.”
-그러니까요. 저도 저지만 팀 동생들이 너무 고생을 해서 걱정이에요.
오상진은 세나의 말을 듣고 속으로 생각했다.
‘어이구 얼굴도 예쁜데 마음씨도 예쁘네.’
점점 세나가 기억 속의 엔젤스가 되는 것 같았다. 그러는 사이 화장실로 갔던 오상희가 나타났다.
-어? 상희 왔다. 상희야, 자!
-뭐야? 아직도 안 끊었어?
-네 전화인데 내가 어떻게 끊어.
그러면서 화면 속으로 오상희가 나타났다.
-왜 오빠? 나에게 할 말 있어?
“뭐야, 그 행동은? 용돈 받기 싫어?”
그러자 오상희의 행동과 말투가 부드럽게 바뀌었다.
-아니······. 오빠. 그래서 얼마 보내줄 건데?
“이번에 오빠가 든든하게 보내줄 테니까. 간식이든 뭐든 든든하게 먹어. 식비 떨어지면 또 보내줄 테니까.”
-정말?
오상희의 눈이 번쩍 하고 떠졌다.
“그래. 대신에 소속사에서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듣고 있다가 나중에 오빠에게 말해줘.”
-아니, 왜?
“아무튼 오빠가 물어보면 말해줘.”
-알았어. 오빠 사랑해!
그 말과 함께 전화가 꺼졌다. 오상진은 갑자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어이구. 회귀한 지 꽤 됐는데 아직도 상희 애교는 적응이 안 되네.”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휴대폰을 책상 위에 내려놨다. 그렇게 침대 위에 몸을 눕힌 오상진이 생각에 잠겼다.
“이야. 그러고 보니 1년이라는 시간이 빨리도 지나갔다. 세월 참 빨리도 흘러간다.”
그러다가 불현듯 세나가 한 말이 떠올랐다.
“그보다 철환 형님은 뭐 하고 지내고 계시려나?”
다른 부대로 떠나 김철환 소령이 떠올랐다.
“내일 연락이라도 드려야겠다.”
오상진은 그 말과 함께 잠이 들었다.
7.
주말에 한소희와 데이트를 하고 난 월요일.
아침 일과를 보고 있던 오상진의 휴대폰으로 김철환 소령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 형님이시네.”
오상진이 자연스럽게 전화를 받았다. 그렇지 않아도 전화하려고 했었는데 깜빡했던 게 떠올라서 더 반가웠다.
“네. 형님. 무슨 일이십니까?”
-어! 상진아 바쁘냐?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말씀하십시오.”
-다른 것이 아니고, 오늘 시간 괜찮냐?
“오늘 별일은 없습니다. 무슨 일이죠?”
-무슨 일이긴 오늘 술 한잔하자는 거지.
“그럼 형님이 쏘시는 겁니까?”
-······.
오상진의 말에 수화기 너머 김철환 소령의 말이 잠시 없어졌다.
“여보세요? 형님? 여보세요?”
-······어? 야. 갑자기 감이 멀어져서 목소리가 안 들린다. 이놈의 핸드폰을 바꾸든가 해야지. 방금 뭐라고 했니?
“형님이 쏘시는 겁니까?”
-엉? 아이씨, 왜 자꾸 안 들려. 진짜 수리를 맡겨야 하나.
여느 때처럼 김철환 소령이 너스레를 떠는 모습에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연산군의 남자 투자로 영화가 대박을 친 이후로 김철환 소령은 오상진이 큰돈을 벌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래서인지 예전처럼 술 한잔 사 달라는 말을 꺼내기가 어려워졌다.
물론 정말로 김철환 소령에게 술을 얻어 마시고 싶은 건 아니었다. 누가 더 돈이 많은가를 떠나 김철환 소령은 오상진에게 큰 형 같은 존재. 자신이 돈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움츠러들지 않기를 바랐는데 김철환 소령은 오상진이 돈이 많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활용하고 있었다.
“하아······. 어쩔 수 없죠. 박봉인 제가 술을 사야죠.”
오상진의 말에 김철환 소령이 피식 웃었다.
-이야. 빌딩도 4채나 가지고 있는 놈이 무슨 박봉 타령을 하고 있냐?
“빌딩은 빌딩이고, 제 월급이 박봉인 것은 사실이죠.”
오상진 역시도 능청스럽게 말했다.
-어휴. 진짜 이 얄미운 놈.
“그래서 저 싫으십니까?”
-싫다니. 나 그런 말 한 적 없다.
오상진이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오늘 갑자기 왜 보자고 하시는 겁니까? 무슨 일 있습니까?”
-무슨 일은 인마. 그냥 얼굴이나 한번 보자는 거지.
“별일은 없는 거죠?”
-그래!
“알겠습니다. 그럼 매번 가던 그 고깃집에서 보시죠.”
-알았다. 퇴근할 때 연락하마.
김철환 소령이 먼저 끊었다. 오상진 옆에 앉아 있던 백창식 소위가 슬그머니 물었다.
“오 중위님 오늘 술 한잔하십니까?”
아직 오상진은 다이다 두 개를 달고 있었다. 대위 진급이 확정된 상태이지 아직 진급 신고를 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래. 오늘 아는 형님이랑 술 한잔하기로 했어.”
“아는 형님 말입니까?”
그 말에 백창식 소위가 눈을 반짝였다.
사실 백창식 소위는 예전부터 오상진 라인을 타려고 부단히 노력을 하고 있었다.
소문에 듣기로 오상진 라인이야말로 위로 올라가는 황금 동아줄이라고 했다.
실제로 사단장이 직접 오상진을 챙기기까지 하고 있으니 오상진에게 잘 보여서 함께 위로 올라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하지만 오상진이 벌써부터 자신의 라인을 만든다든지 연줄을 만들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자신도 과거로 회귀한 덕분에 윗사람들의 눈에 들었을 뿐이지 이 시기 장교들은 줄타기보다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하는 게 가장 좋았다.
백창식 소위의 뜨거운 시선을 애써 외면한 채 오상진은 다시 일과에 열중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오후 6시 5분 전에 김철환 소령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네, 형님.”
-난 이제 퇴근하는데 너는?
“저도 지금 막 퇴근 준비 중입니다.”
-알았다. 먼저 가서 있으마.
“네. 저도 마무리하고 바로 가겠습니다.”
오상진은 휴대폰을 끊고 서둘러 퇴근 준비를 서둘렀다. 그러자 백창식 소위가 다시 한번 눈을 맞추려고 노력했지만 오상진은 그대로 걸음을 옮겨 부대 밖 단골 고깃집으로 향했다.
8.
“이모님. 저 왔습니다.”
“오랜만이네?”
“네. 그동안 잘 지내셨죠?”
“나야 뭐 늘 똑같지.”
“형님은요?”
“저기.”
“아, 네. 알겠습니다.”
모처럼 만난 식당 아주머니와 인사를 나눈 뒤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구석진 자리로 갔다. 그곳에 김철환 소령이 미리 와서 앉아 집게로 삼겹살을 굽고 있었다.
“어. 왔냐.”
“네.”
오상진이 맞은편에 앉아 전투모를 벗어 한쪽 의자에 뒀다.
“너 금방 올 거 같아서 주문은 먼저 했다.”
“잘하셨습니다.”
김철환 소령이 이미 나온 삼겹살을 열심히 굽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오상진도 젓가락을 들어 밑반찬 몇 개를 먹었다.
그러자 김철환 소령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어쭈? 집게 안 받지?”
“에이, 삼겹살은 형님이 잘 구우시지 않습니까.”
“짜식 봐라? 곧 대위 된다고 빠져가지고는.”
“대신에 제가 사지 않습니까.”
“어휴. 얄미운 놈.”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김철환 소령은 오상진이 집게를 뺏으려 하자 냉큼 팔을 빼버렸다.
사적으로 형 동생 하는 사이라지만 상급자로서 매번 오상진에게 얻어먹기 미안하니 이렇게라도 생색을 내려는 것이었다.
오상진도 그런 김철환 소령의 마음을 아는지라 굳이 집게를 뺏지 않았다. 대신 김철환 소령이 잘라놓은 고기를 젓가락으로 열심히 뒤집으며 손을 보탰다.
그렇게 불판을 가득 채운 삼겹살이 노릇노릇 익어갈 때쯤 김철환 소령이 슬쩍 이모님의 눈치를 살피면서 조용히 말했다.
“야. 그런데 우리 이제 메뉴를 좀 바꿔야 하지 않겠냐? 어떻게 매번 삼겹살이냐.”
“그러게 말입니다. 형님도 그 멘트 바꿀 때가 되지 않았습니까? 어떻게 매번 저 뜯어 드시면서 똑같은 말만 하십니까.”
“고기는 내가 다 구웠다.”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김철환 소령이 못마땅한 얼굴로 오상진을 바라보다 피식 웃고는 자연스럽게 술잔을 채워줬다. 오상진도 그 술병을 받아서 김철환 소령의 잔을 채웠다.
오상진과 김철환 소령은 가볍게 술잔을 부딪친 후 입에 털어 넣었다. 그리고 서로를 바라보며 다시 한번 피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