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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679화 (679/1,018)

< 01. 대대로 가겠습니다(9)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009화

01. 대대로 가겠습니다(9)

“건물 관리하는 직원들도 하인 부리듯이 부려먹고 그런다고. 그곳 편의점 사장이 그래서 그런지 알바 애들도 어찌나 싸가지가 없는지 참.”

이모부는 한참 동안 열변을 토해냈다.

처음 미리내 빌딩을 인수할 때부터 1층에 편의점이 들어와 있었다. 그때 사장은 나이가 지긋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장사가 잘되자 편의점을 아들에게 물려주면서 지금은 젊은 사장이 대신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다.

미리내 빌딩 자체가 입지가 좋다 보니 편의점 매출은 꾸준했다. 특별한 사고만 치지 않는다면 먹고 사는 것에 지장이 없을 정도였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젊은 사장이 다소 안하무인으로 굴고 있었다.

“거기 젊은 사장이 장사는 개떡같이 하면서 날 얼마나 우습게 보는지······.”

이모부는 말을 하다가 더욱 열이 받는지 곧바로 소주를 입에 털어넣었다.

실제로 젊은 사장은 이모부를 그저 관리인 정도로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모부는 만날 때마다 얘기를 했다. 편의점 계약 기간 끝나면 바로 내보내자고 말이다.

그러다 어느새 편의점 계약 만료가 다가왔다.

오상진은 사뭇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소희 씨는 뭐래요?”

“음? 소희가 얘기 안 해?”

“무슨 얘기요?”

“소희가 얘기 안 하면 나도 얘기하기가 좀 그런데······.”

“왜요? 소희 씨하고도 무슨 일 있었어요?”

오상진이 이모부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러자 이모부가 황급히 소주병을 들어 내밀었다.

“자자, 일단 한 잔 마셔.”

“네?”

“마셔. 마시라고······.”

오상진은 엉겁결에 이모부가 따라주는 소주 한 잔을 마셨다.

이모부는 자신의 빈 잔에도 술을 따랐다.

“자. 마셨어요. 그러니까 이제 말씀해 주세요.”

“너도 알다시피 편의점 사장 놈이 젊잖아?”

“설마······?”

“그놈이 소희에게 집적거렸어.”

순간 오상진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어이가 없네요.”

“그렇다고 오해는 하지 말고. 소희는 당연히 무시했어. 내가 보기에는 치근덕거리는 건데 소희는 정말 대수롭지 않게 넘기더라. 소희가 워낙에 예뻐야 말이지.”

“설마 쫓아다니면서 그랬어요?”

“처음에는 몇 번 그랬는데 내가 주의를 줬어. 그리고 소희가 올 때마다 편의점에서 마실 거리를 사 오거든. 그러니까 그 사장 놈이 소희가 다른 마음이 있는 거로 오해하는 것 같더라.”

“그럼 이모부가 말리셨어야죠.”

“말은 했지. 그런데 소희가 그러더라. 자신이 미리내 빌딩 안주인이나 다름없는데 남의 편의점에서 물건을 팔아줄 수는 없는 일 아니겠냐고. 생각해 보니 그 말이 틀린 것도 아니지.”

“하아······.”

“아무튼 네가 걱정할 만한 일은 없었으니까 그냥 못 들은 척해.”

이모부가 대수롭지 않게 말 했지만 오상진은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이모부. 한 잔 더 주세요.”

“응? 야, 소주가 별로 없는데······.”

“얼른요.”

“이게 마지막이다.”

이모부가 따라준 술을 오상진은 단숨에 들이켰다. 순간 식도를 타고 타들어가는 느낌이 올라왔다. 살짝 화가 치밀어서인지 몰라도 가슴에서 불길이 치솟는 것 같았다.

그러자 이모부가 피식 웃으며 말 했다.

“소희 예상이 틀렸네.”

“무슨 예상이요?”

“내가 지난번에 그랬거든. 상진이가 알면 난리 나겠다고. 그랬더니 소희가 그러는 거야. 알아도 너는 코웃음 칠 거라고.”

“그럴 리가 없잖아요.”

“그러니까 이놈아. 좀 더 잘해줘라. 너 바쁜 거 모르는 건 아니지만 오죽하면 소희가 내 얼굴 보는 시간이 더 많다고 그러겠어?”

“하아······.”

“암튼 사장 놈한테는 내가 뭐 단단히 주의도 줬어. 임자 있으니까 엄한 마음 품지 말라고. 그런데 그놈이 뭐라고 했는지 알아?”

“뭐랬는데요?”

“골키퍼 있다고 골 안 들어가냐고 그러더라.”

“이모부. 안 되겠네요.”

이모부의 마지막 한마디에 오상진은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잘 모르고 한소희에게 마음을 품은 거라면 같은 남자로서 한 번쯤은 넘어가 줄 수 있는데 남자 친구가 있다는데도 그러는 건 용납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어떻게 할까? 이번 기회에 계약 정리해 버리는 게 좋겠지?”

이모부가 슬쩍 물었다.

“네. 거기 빼버리고 다른 편의점 넣죠.”

오상진이 더 생각할 것도 없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편의점? 꼭 편의점일 필요가 있어?”

“그래도 거기 매출 잘 나왔잖아요. 손님들도 거기에 편의점이 있다는 걸 알고 있을 테니까 계속해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게 나을 거 같아요.”

“그래? 그럼 아예 브랜드 편의점 말고 우리가 직접 운영하는 건 어때?”

“우리가요?”

“요즘 물건만 받아서 장사하는 편의점들 많다더라. 난 그것도 괜찮을 거라고 보는데?”

“으음······.”

오상진은 잠시 고민했다. 1인 가구가 대두되고 PB 상품이 불티나게 팔리는 시점이라면 개인 편의점으로 성공하기 어렵겠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는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이모부가 직접 하시게요?”

“내가 24시간 붙어 있을 수는 없겠지만 아르바이트생 쓰면서 점포 관리하는 것쯤은 어렵지 않을 거 같은데?”

“그러다 괜찮으면 다른 빌딩에도 편의점을 내고요?”

“그래도 좋고.”

이모부가 씩 웃으며 오상진을 바라봤다. 제주도에서 크게 펜션 사업을 한 탓에 단순히 관리소장 업무만으로는 좀이 쑤시는 모양이었다.

지금까지 자신을 대신해 빌딩을 잘 관리해 준 터라 오상진도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이모부가 잘 생각하셔서 결정하세요. 일단 나쁘지 않은 생각인 것 같아요.”

“오케이! 알았어. 그리고 우리 사랑 빌딩은 언제 구하니?”

미리내 빌딩 이후 오상진은 추가로 빌딩을 두 채나 더 올렸다. 두 빌딩을 거의 동시에 구매하면서 믿음 빌딩과 소망 빌딩으로 이름을 지었는데 이모부는 틈만 나면 사랑 빌딩 타령을 해댔다.

“또 그 얘기에요?”

“말 나온 김에 하나 더 올리자니까? 믿음과 소망이 있는데 사랑이 빠지면 쓰겠어?”

“지난번에 말씀드렸잖아요. 소희 씨 빌딩 이름 사랑 빌딩으로 바꿀 거라고요.”

“그런데 소희네 어머니가 빌딩 안 준다고 하지 않았어?”

“그렇긴 한데요. 언제까지 관리하고 있지는 않겠죠.”

“그럼 빨리 결혼을 해. 사람들마다 물어봐.”

“진짜요?”

“그럼 내가 괜히 그러겠냐. 믿음 빌딩과 소망 빌딩 관리소장이라고 하면 사랑 빌딩은 어디 있냐고 궁금해한다고. 내가 아주 그럴 때마다 난감해 죽겠다.”

이모부가 너스레를 떤 이유는 간단했다. 추가로 관리할 빌딩을 늘리고 싶어서였다.

빌딩을 네 채나 맡겨서 처음에는 미안했는데 정작 이모부는 빌딩이 늘어날 때마다 일욕심이 배가 되었다.

하지만 오상진은 무리하게 빌딩 숫자를 늘리는 것보다는 내실을 키우고 싶었다.

“그런데 이모부는 괜찮으세요?”

“뭐가?”

“지금도 엄청 바쁘시잖아요?”

“바쁘지. 내가 내 하루 일과에 대해 말 안 해줬나?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처형 한울 빌딩에 내려주고, 그다음에 너희 이모 미리내 빌딩 내려다주고. 거기서 잠깐 일했다가 소망 빌딩 넘어와 일보고 점심을 먹은 후 믿음 빌딩 넘어왔다가 일보고 다시 한울 빌딩에 가고. 너무 같은 시간에만 얼굴 내밀면 직원들 농땡이 부릴까 봐 가끔씩 불시 점검까지 하느라 얼마나 바쁜데.”

“그러니까요. 그렇게 바쁘신데 빌딩이 늘어나면 더 바쁘시잖아요. 몸이 남아나겠어요?”

“바쁜 건 바쁜 거고, 일은 일이지. 정 바쁘면 직원 하나 더 뽑으면 되고.”

이모부의 일 욕심은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사랑 빌딩을 새로 매입한다 하더라도 그 욕심이 채워질 것 같지 않았다.

오상진이 가만히 생각을 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럼 이모부. 그러지 말고 빌라 같은 것을 지으면 어떨까요?”

“빌라?”

“네. 제 생각에 앞으로 1인 가족이 늘어나고 그래서. 원룸 같은 걸 매입해서 관리하면 괜찮을 것 같은데요.”

오상진은 미래를 보고 있기에 가능한 말이었다. 그런데 이모부가 무릎을 치며 깜짝 놀랐다.

“우리 상진이 대단하네. 안 그래도 얼마 전에 으뜸부동산 한 사장을 만났잖아. 밥 먹으면서 얘기를 했는데 한 사장이 그러더라고. 요새 혼자서 사는 가구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아. 그래요?”

“그래. 그런데 너는 그걸 어떻게 알았어?”

이모부의 물음에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먼 미래를 살다 과거로 돌아 온 오상진에게 그 정도쯤은 어려울 것도 없었다.

이후로 이모부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술잔을 주고받다 보니 소주 두 병이 깨끗이 비워졌다.

“하아. 이대로 끝내기는 좀 아쉬운데. 상진아. 어떠냐? 요 앞에 포장마차 생겼던데 가서 한잔 더 할까?”

오상진도 그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내일 한소희와 약속을 했기에 그만 마셔야 했다.

“이모부. 오늘은 여기까지 해요. 내일 소희 씨 만나야 해요.”

이모부는 아쉬움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어이구. 너 인마. 그렇게 여자에게 잡혀 살면 어떻게 해. 이모부 보고도 몰라?”

“네?”

“여자한테 너무 잘해주면 좋을 것 없어. 그냥 가끔씩만 져주고 그래야지. 소희는 얼굴도 예쁘고 집안도 좋은데 벌써부터 이러면 나중에 어쩌려고 그래? 쯧쯧쯧.”

이모부가 혀를 찼다. 반쯤은 놀리는 말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오상진이 처가살이를 하게 될까 봐 걱정이 들었다.

그러자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죄송해요 이모부. 다음에 술 한잔해요.”

“다음은 또 무슨······. 너는 또 언제 나오려고. 자대배치 받고 나면 더 나오기 힘들지 않아?”

“대신에 그때는 제가 자주 올라오면 되죠.”

“아이고, 퍽이나 그러겠다. 아무튼 나는 내려간다.”

이모부는 살짝 서운한 얼굴로 방을 나섰다. 오상진도 술상을 부엌에 가져다 놓고 다시 방으로 올라왔다.

양치질을 마치고 소화를 시킬 겸 TV라도 보려는데 갑자기 영상통화가 왔다.

누군지 확인을 해보니 막냇동생인 오상희였다.

“여얼, 제시카!”

통화 버튼을 누르며 오상진이 짓궂게 웃었다. 그러자 핸드폰 화면으로 오상희의 얼굴이 떠올랐다.

-오빠 안 자고 있었네?

“방금 전까지 이모부하고 한잔했다.”

-오빠 또 술 마셨어? 무슨 술을 맨날 마셔?

“넌 백만 년 만에 오빠한테 전화해 놓고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그래서 오상희, 용건이 뭐야?”

-아 진짜! 상희라고 하지 말라니까. 제시카라고 제시카!

오상희가 엔젤스에 들어가면서 이름 대신 제시카라는 가명을 쓰기로 했다. 본인 이름에 대해 적잖은 불만을 가지고 있던 오상희는 제시카라는 이름을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했는데 친구들은 물론이고 가족들에게까지 가명을 부르라고 압박하고 있었다.

“야. 그런데 세나는 계속 세나인데 너는 왜 제시카야.”

-아. 몰라. 아빠는 이름을 좀 예쁘게 짓지. 상희가 뭐야. 상희가. 걸 그룹 아이돌 이름이 상희가 뭐냐고!

오상희가 투덜거렸다. 오상진이 그런 오상희를 빤히 바라봤다.

휴대폰 속 상희가 예전보다 많이 예뻐 보였다.

“어이구 우리 상희 얼굴이 많이 자리 잡아 가네.”

오상진은 2년 전 약속한 대로 오상희를 성형수술시켜 줬다. 오상희는 아예 얼굴 전체를 뜯어고치길 바랐지만 성형외과 의사는 그 정도까지는 필요 없다며 눈매 교정과 코, 그리고 광대 축소를 권했다.

그 결과 지금은 예전의 살짝 못났던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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