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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678화 (678/1,018)

< 01. 대대로 가겠습니다(8)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008화

01. 대대로 가겠습니다(8)

-상진 씨도 예전에 저하고 연애하는 거 숨기고 그랬잖아요.

“그거랑 이거랑 다르죠. 그때 가족들은 소희 씨를 몰랐지만 저는 정진이가 누구랑 사귀는지 알거든요.”

-어멋. 그래요? 누군데요?

“소희 씨도 알걸요? 지난번에 봤잖아요. 우리 아파트에 살고 있는 여자 동창요.”

-아! 누군지 알 것 같아요. 이름을 들었던 것 같은데······.

“그냥 소희 씨는 모른 척해요. 정진이 그놈 알게 된다면 또 엄청 삐질 거예요.”

-네. 알겠어요. 그럼 상진 씨 내일 몇 시쯤 볼 거예요?

“으음. 지금 이모부가 오셔서 술 한잔을 좀 해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할까요?”

오상진이 오히려 한소희에게 물었다.

-칫! 그럼 점심 지나고 봐요.

“아니에요. 그전에 일어나서 같이 점심 먹어요. 내일 데리러 갈게요.”

-음. 그럼 술 적당히 먹어야 할 텐데······.

“술 많이 안 먹을 거예요. 어차피 이모부하고 빌딩 관리 얘기 좀 해야 해서 그래요.”

-어? 그러면 나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오상진이 군 복무 중이라 한소희가 빌딩 경영에 상당 부분 참여하고 있었다.

“안 그래도 이모부가 소희 씨 왜 그렇게 빨리 갔냐고 서운해하시더라고요.”

-뭐예요. 그럼 나에게 미리 얘기를 하지.

“그런데 이모부가 소희 씨 집안이 엄해서 통금 있는 게 당연할 거라고 하시던데요?”

-어? 그래요? 우리 집 통금 없어진 지 꽤 됐는데······. 아무튼 나중에 만나면 모른 척해야겠어요.

“꼭 그래요. 하하하.”

-네. 꼭 그럴게요. 호호호.

둘이 전화통화를 하면서 크게 웃었다. 그때 다시 현관문 소리가 들렸다.

“어? 이모부 오셨나 봐요. 소희 씨 또 전화할게요.”

-알겠어요. 술 적당히 먹어요.

“네. 알겠어요.”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 쪽으로 나갔다.

이모부와 이모가 편안한 옷차림을 갈아입고 거실로 들어왔다. 그런데 사촌 여동생인 주희도 함께 올라왔다.

“오. 쭈희! 뭐야, 너! 이 시간에 왜 올라왔어.”

주희가 오상진을 살짝 노려봤다.

“왜요? 족발 먹는다고 해서 올라왔는데 올라오면 안 돼요?”

오상진이 웃으면서 말했다.

“안 되지. 인마! 너 요새 집에서 공부만 한다고 해서 엄청 살쪘잖아.”

“뭐래요? 저 살 안 쪘거든요?”

주희가 퉁명스럽게 말을 하고는 터벅터벅 거실 소파로 걸어갔다.

2년 전 오정진은 한국대 법대 수석 입학을 했고 주희는 올해 한국대 의대에 수석 입학을 했다.

둘 다 공부를 잘했고 반에서 1등을 놓치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대 입학은 충분할 거라 여겼지만 수능에서 만점을 받고 수석으로 입학할 줄은 미처 몰랐다.

덕분에 오상진이 살고 있는 아파트 입구에 플래카드가 걸렸는데 근방에서 한국대 법대와 의대 수석 입학자를 동시에 배출한 아파트로 유명세를 얻는 중이었다.

그런 사촌 동생이 기특하면서도 얄미워서 오상진이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주희 옆으로 가서 앉았다.

“야, 쭈희! 이제 대학생이잖아. 그럼 대학교 가서 미팅도 하고 해야 하잖아.”

“그래서요?”

“미팅하려면 지금부터 미리미리 몸매 관리도 해야 하고······.”

“아. 시끄러워, 오빠! 무슨 잔소리가 이리 많아. 군대에서 꼰대 짓만 배우고 왔어요?”

주희의 직접적인 말에 오상진은 살짝 충격받은 얼굴이 되었다.

“꼬, 꼰대? 야! 내가 여태까지 살면서 꼰대라는 소리는 처음 들어본다. 진짜, 진짜 처음이다!”

“이제 처음 아니네. 나에게 들었으니까.”

“이게? 너 이리 와.”

“싫어요! 엄마! 엄마!”

오상진이 머리를 쥐어박을 듯 굴자 주희가 도망치듯 자리에서 이모인 신지애를 불렀다.

“야, 오상진. 너 왜 우리 주희에게 잔소리를 하니. 이제 곧 의사가 될 사촌 동생한테 그러는 거 아니야. 그러다가 나중에 우리 주희가 너 아프다고 할 때 치료 안 해주면 어쩌려고 그래?”

“이모. 주희가 먼저 저더러 꼰대라고 했거든요?”

“오빠가 먼저 살쪘다고 놀렸잖아! 엄마, 오빠 좀 혼내줘. 맨날 나만 가지고 그래.”

“와, 갑자기 서운하네. 예전에 그렇게 예쁘고 말 잘 듣던 주희는 대체 어디로 간 거야?”

오상진이 절망적인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주희가 얄밉다며 눈을 흘겼다.

저러다 뚝 하고 눈물을 쏟아낼 것 같아서 오상진도 냉큼 장난을 멈췄다.

“주희야. 오빠가 한 말 농담인 거 알지?”

“됐거든요?”

“어이구. 예뻐라. 진짜 주희는 누굴 닮아서 저렇게 예쁠까요?”

오상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이모부가 바로 다가와 한마디 했다.

“넌 인마. 나보다 더 내 딸을 좋아하는 것 같아.”

“이모부 저는요. 나중에 주희 같은 딸을 낳는 게 목표에요.”

신지애가 어이없다는 듯 오상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상진아. 딸은 너 혼자 낳는 거니?”

“어? 우리 소희 씨랑 이미 합의를 한 건데.”

그러자 신지애가 살짝 기분 좋은 표정을 지었다.

“실없는 소리 말고, 어서 네 방으로 올라가. 술상 차려서 가져다줄 테니까.”

“오. 진짜요?”

“그럼 이모가 어디 거짓말하디.”

“아니죠. 우리 이모 완전 최고죠!”

오상진이 엄지손가락을 올렸다. 신지애가 피식 웃으며 부엌으로 향했다.

그사이 오상진은 이모부와 함께 2층 방으로 올라갔다.

6.

방에 들어온 오상진은 이모부와 나란히 앉았다. 이모부는 자리에 앉자마자 먼저 입을 열었다.

“참! 너 대대로 내려가는 것은 어떻게 됐어?”

“내려가게 될 것 같아요.”

“소희가 뭐라고 안 해?”

“많이 서운해하죠. 그래서 가능하면 수도권 쪽으로 알아보고 있어요.”

“그게 가능해?”

“지난번에 사단장님께서 넌지시 말씀해 주셨어요. 대대로 내려가면 너무 지방으로 내려가지 않게 힘 좀 써 주시겠다고 했어요.”

“그럼 천만다행이다. 나는 너 부산이나 저어기 강원도 철원 쪽으로 가면 어쩌나 걱정했지.”

“이모부도 참. 요즘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요. 지방으로 가도 서울까지 금방 왔다 갔다 해요.”

“아이고 이놈아. 말이 좋아 금방이지. 그게 쉬운 줄 알아? 나도 제주도 살 때는 비행기 타고 왔다 갔다 하면 금방이었어. 그런데 너 일 년에 내 얼굴 몇 번이나 봤어?”

“그거야 이모부가 워낙에 바빠서 그렇죠.”

“넌 안 바쁠 것 같아? 너도 그럴 수 있어. 그리고 네가 바쁘면 소희라도 움직여야 하는데 너무 멀면 그렇잖아. 좀 한적하고 그런 부대로 가야 서로 얼굴 보기가 쉽지.”

“하긴 그것도 맞는 말이네요.”

“그보다 너 대대로 내려가면 몇 년 있어야 하나?”

“으음······. 아무래도 한 3년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오상진의 말에 이모부가 바로 말을 받았다.

“그럼 그 근무 끝나면 다시 서울로 올라오는 거야?”

“그건 저도 모르죠. 그때 가서 봐야겠죠.”

“3년 지나면 진급하는 거지?”

“이모부도 참. 저 대위 단 지 얼마나 되었다고 진급이에요. 3년 지나고 또 다른 곳으로 가서 중대장 한 번 더 해야 해요. 그래야 또 진급 대상이 되죠.”

“뭐? 그렇게 진급이 오래 걸리냐? 내가 아는 사람은 금방금방 진급하는 것 같던데.”

이모부의 말에 오상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이모부. 혹시 군대에 아는 사람 있어요?”

“당연히 있지!”

“누군데요?”

오상진의 물음에 이모부가 피식 웃었다.

“오상진이라고 있어.”

“아. 이모부, 뭐예요.”

“농담이야. 농담! 그보다 너 빨리 진급 좀 해라. 그래야 우리 아들 주혁이도 사촌 형 덕분에 군 생활 좀 편하게 하지.”

“이모부도 참. 주혁이 나이가 몇 살인데 벌써 군대 얘기를 해요. 군대 가려면 아직 한 참이구먼.”

“야! 주혁이 이제 고등학교 2학년이야. 내년이면 고3이라고.”

“엇! 벌써 그렇게나 되었어요?”

“아이고 이 녀석은 무슨······. 너 가끔 얘기할 때 보면 말이야. 너 혼자 다른 시간에 사는 것 같아. 왜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몰라.”

오상진이 멋쩍게 웃었다.

“죄송해요. 이모부. 군대 있다 보니까. 그런 것 같아요.”

군대 일상이라는 것이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항상 똑같았다. 그래서 시간 가는 것에 좀 무딜 수밖에 없었다.

오죽하면 병사들이 항상 입에 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국방부 시계는 현재 시간과 다르다는 말 말이다.

이모부가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때 문이 열리며 이모가 술상을 들고 들어왔다.

“뭘 보고만 있어? 이것 좀 받아.”

“어이구. 푸짐하네. 왜 이렇게 많이 줬어?”

“어차피 언니랑 나랑 얼마나 먹는다고. 둘이 많이 먹어.”

이모부가 술상 위에 놓인 찌개를 보며 눈을 크게 했다.

“어라? 찌개도 했어?”

“찌개 아니고 국밥. 언니가 애들 먹이려고 가져온 국밥 국물 좀 끓였어.”

“오오. 국밥 국물 좋지. 고마워.”

이모부가 흡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소주가 2병밖에 없었다.

“그런데 왜 소주가 이것뿐이야?”

“적당히 먹어. 적당히! 상진이 내일 소희 만나야 하는데······.”

“에이. 2병을 누구 코에 붙이라고······.”

그러자 이모가 눈을 크게 떴다.

“쓰읍! 당신은 많이 먹고. 상진이는 많이 먹이지 마. 알았지?”

“어이구. 이 사람이. 남편을 생각하면 반대로 말해야 하는 거 아니야? 젊은 상진이는 많이 먹고, 나는 적당히 먹으라고 해야지.”

“됐어! 당신이 먹지 말라고 안 먹을 사람이야? 그냥 많이 드세요.”

신지애가 이모부에게 눈총을 한 번 주고는 오상진이 방을 나가 1층으로 내려갔다.

“너희 이모 봐라. 아주 그냥······ 요새 얼마나 극성맞아졌는지 모르겠다.”

이모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지만 오상진은 이모와 이모부가 예전보다 더 살가워진 거 같아서 보기 좋았다.

“왜요? 난 보기 좋은데······. 그래서 이모부는 싫어요?”

“싫긴. 나도 지금이 좋긴 해. 예전에 힘들 때는 서로 눈치 보고, 할 말도 참고 그래서 속병이 생기기까지 했는데. 요새는 그러지 않아서 다행이다. 그런데 말이야. 주희가 너희 이모를 닮아서 큰일이야.”

“주희가요?”

“어후, 잔소리 장난 아니야. 아무튼 같이 살고 난 이후로 얼마나 나에게 잔소리를 늘어놓던지······. 아주 그냥 내가 마누라를 둘이나 데리고 사는 기분이야.”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소주 한 병을 따서 이모부에게 따랐다. 사실 이모부가 저렇게 말을 해도 만약 주희가 시집을 간다고 하면 펑펑 울 것 같았다.

이모부도 오상진의 소주잔에 술을 따랐다.

“자, 한잔하자.”

“네.”

둘의 술잔이 공중에서 부딪쳤다. 서로 입에 술을 비운 후 각자의 젓가락으로 족발 한 점을 집으며 입을 열었다.

“참, 미리내 빌딩 편의점 말이야. 그거 어떻게 할 거니?”

이모부가 슬쩍 물었다. 오상진도 족발 한 점을 입에 넣고 오물거렸다.

“거기 계약 연장하고 싶다고 하지 않았어요? 아직 계약 기간 남아 있을 건데?”

“계약 기간 얼마 안 남았어. 매출도 잘 나오고 세를 밀린 적도 없긴 한데 그 사장 양반이 좀 그래.”

오상진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거기 아직도 그래요?”

“내가 지난번에 말했잖아. 음식물 쓰레기랑 다른 쓰레기 분리수거 말이야. 그거 잘 치우라고 그렇게 말했는데도 말을 듣지를 않아요.”

이모부는 짜증이 잔뜩 났는지 말을 하면서도 인상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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