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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677화 (677/1,018)

< 01. 대대로 가겠습니다(7)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007화

01. 대대로 가겠습니다(7)

“그럼 서울에 있는 아파트는 어떻게 해요?”

“그 아파트는 글쎄요. 대대 정해지고 나면 세를 줘야 하나?”

잠시 고심하던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아직 어느 대대로 갈지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서울 집을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게다가 가끔 서울에 올라왔을 때 지낼 곳도 필요했다.

집에 오는 것도 좋지만 한소희와 오붓한 시간을 보내려면 서울 집을 놔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그건 나중에 가서 생각해 봐요.”

“암튼 내가 진짜 큰맘 먹고 허락한 거 알죠?”

한소희가 눈을 흘겼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걸 이해하고 결과를 받아들이기로 했지만 오상진과 떨어져 지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서운함이 밀려들었다.

그런 한소희를 향해 오상진이 두 팔을 벌리며 말했다.

“이리 와봐요.”

한소희가 오상진을 보며 다가가 품에 안겼다. 오상진도 한소희를 꼭 끌어안았다.

“이렇게 있으니까 좋네~”

“됐어요. 이럴 때만······.”

한소희가 투덜거리며 말했다. 그러자 오상진이 더욱 힘껏 한소희를 안았다.

“헉! 숨 막혀요. 숨 막혀.”

발버둥을 치며 오상진의 품을 벗어난 한소희가 오상진 가슴을 손바닥으로 때렸다.

“아. 진짜 이러지 좀 마요. 나 숨 막혀 죽으면 책임질 거예요?”

“당연히 책임지죠!”

“어떻게 책임질 건데요?”

“소희 씨 죽으면 따라 죽어야죠?”

“으구! 말이라도 못하면······. 참, 상진 씨! 엄마가 조만간에 한번 보자고 하시는데 시간 괜찮아요?”

“어머니께서 보자고 하시면 없는 시간이라도 만들어야죠.”

“칫.”

한소희가 싫지 않은 얼굴로 말을 이었다.

“그런데요. 이번에는 엄마가 무슨 소리를 할지도 몰라요. 마음의 준비 단단히 하고 있어요.”

“왜요?”

“아니, 내가 무슨 일로 상진 씨 만나는 거냐고 물어봤거든요? 근데 절대 말을 안 해줘요.”

“그래요? 네, 뭐 알겠어요.”

오상진이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한소희가 이런 식으로 호들갑을 떤 게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단에 올라간 이후 오상진은 한소희의 어머니와 몇 번 식사를 같이했다.

그때마다 한소희의 어머니는 딸과 싸우지 말고 잘 지내라는 당부만 했다. 군 생활에 대해서는 일절 묻지도 않았다.

처음에는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러는가 싶었는데 나중에 한소희에게 듣기로 원래 사람을 오래 두고 지켜보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그래서 오상진도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어머니에게 인정받으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무슨 다른 말을 하시려나? 설마 결혼 얘기를 꺼내시려는 걸까?’

불현듯 떠오른 결혼 생각에 오상진이 한소희를 빤히 바라봤다. 그러자 한소희가 오상진의 눈빛을 오해했다.

“미쳤어! 미쳤어. 진짜 미쳤나 봐.”

한소희는 다급하게 말을 하며 방문 쪽을 돌아보고는 눈을 흘겼다.

“지금 밖에 어머니 계신단 말이에요.”

“내가 뭐라고 그랬어요?”

오상진이 씩 웃으며 물었다. 솔직히 그런 의도로 본 건 아니지만 한소희가 이런 반응을 보이니 괜히 장난을 치고 싶어졌다.

“아무튼 응큼한 생각밖에 없다니까. 나보면 그 생각밖에 안 들죠?”

“무슨 생각요?”

“어멋! 모른 척한다. 아무튼 진짜 응큼쟁이라니까.”

“에이, 우리끼리 있는데 뭘요.”

오상진이 팔꿈치로 한소희의 옆구리를 쿡 하고 건드렸다. 한소희가 그런 오상진을 보며 말했다.

“솔직히 말해봐요. 진짜 나만 보면 그 생각밖에 안 들죠?”

“아니에요. 장난 한번 쳐본 거예요.”

“아니긴 뭐가 아니에요. 그리고 생각이 있으면 이렇게 술에 취해서 들어오지나 말든가. 이래서 분위기라도 잡겠어요?”

마치 자신이 술을 먹고 늦게 들어왔기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듯 한탄하는 한소희를 보며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미안해요. 대신에 내일은 하루 종일 놀아줄게요.”

“당연한 소리를 자꾸 할래요?”

“삐친 거 아니죠?”

“몰라요. 암튼 나 이제 집에 갈 거예요.”

오상진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

“벌써요? 가게요?”

“벌써라니요. 밤 11시가 넘었어요. 내일 밤새 있으려면 오늘은 집에 일찍 들어가 봐야죠.”

“뭐하러 그래요. 여기서 자고 가지······.”

오상진이 아쉬움에 살짝 말을 흐렸다. 한소희가 고개를 흔들었다.

“오늘은 상진 씨 술에 취했으니까 어림없어요. 그러다 실수하면 어쩌려고 그래요?”

“그게 아니라······.”

“오늘은 푹 자고 우리 내일 데이트해요. 알았죠?”

오상진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네에. 알겠습니다.”

한소희는 오상진과 함께 방을 나왔다.

“엄마, 소희 씨 간대요.”

“그러니? 소희야, 조심히 가.”

“네. 어머니.”

한소희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오상진이 현관으로 나갔다.

“소희 씨 데려다주고 올게요.”

“알았다.”

때마침 오정진이 소리를 듣고 방에서 나왔다.

“형수님 지금 가시게요?”

한소희가 바로 오정진을 보며 웃었다.

“네. 도련님. 지금 가려고요.”

그러자 오상진이 오정진을 보며 말했다.

“오. 그래 정진아. 너 잘 나왔다. 너희 형수 집에 좀 데려다줘라.”

그러자 한소희가 바로 오상진을 말렸다.

“뭐하러 그래요. 괜찮아요. 저 택시 타고 가면 돼요.”

“내가 불안해서 안 돼요. 정진아. 네가 운전 좀 해. 대신에 내가 용돈 많이 줄게.”

“아. 진짜······. 알았어.”

오정진이 다시 자신의 방으로 가서 옷을 걸쳐 입고 나왔다.

“형수님. 가요. 제가 모셔다드릴게요.”

“괜찮은데······.”

“저러다 형이 운전하겠다고 할지도 몰라요.”

“그건 안 되죠.”

한소희는 미안한 얼굴로 오정진을 바라봤다. 오정진이 애써 웃으며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잠깐 바람 좀 쐬려던 차였어요. 겸사겸사 용돈도 생기고 저야 좋죠.”

“알겠어요. 도련님. 감사해요.”

“감사는요. 그럼 가요.”

“알겠어요.”

한소희가 웃으며 현관을 나섰다.

“어머니, 그럼 저 가 볼게요.”

“그래, 조심히 가거라.”

“네.”

“정진이는 운전 조심하고.”

“알았어.”

그렇게 두 사람이 나가고 오상진은 바로 신순애에게 다가갔다.

“엄마.”

“응?”

“혹시 나한테 담배 냄새 나요?”

“담배 냄새? 어디!”

신순애가 오상진에게 다가와 킁킁 냄새를 맡았다. 그러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아니. 담배 냄새는 안 나는데.”

“그렇죠? 안 나죠?”

오상진이 그럴 줄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혹시나 싶어 손가락을 코로 가지고 갔다.

그런데 조금이지만 담배 냄새가 묻어 있었다.

“어? 나는데?

“그러니? 나는 잘 모르겠는데?”

신순애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약간의 담배 냄새가 나긴 했지만 그 정도로 냄새가 난다고 아들에게 면박을 주고 싶지 않았다.

그런 어머니의 속내를 알아챈 오상진이 씩 웃으며 입을 열었다.

“엄마. 저 샤워 좀 하고 나올게요.”

오상진은 서둘러 욕실로 가서 샤워를 했다. 샤워를 마치고 나와 수건으로 머리를 터는데 때마침 벨 소리가 들려왔다.

“이모부 오셨나?”

오상진은 서둘러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현관 앞에 이모부와 이모가 도착해 있었다.

“이모부 오셨어요?”

“어? 상진이 와 있었구나.”

이모부가 오상진을 발견하고 매우 반가운 얼굴로 맞이했다. 이모인 신지애는 그런 남편을 보며 옆구리를 찔렀다.

“어이구. 아주 그냥 술에 미쳐가지고는······.”

“이 사람이 참.”

“왜요, 이모?”

“아니, 이럴 거면 영화를 보지 말든가. 영화 보는 내내 너 자면 어떻게 하냐고 걱정을 하고 있더라. 그래서 진짜 영화도 제대로 보지 못했어.”

가만히 듣고 있던 이모부가 인상을 썼다.

“아이고. 그런 분이 팝콘 한 통을 다 비우고 오셨어요?”

“이봐요. 아저씨. 내가 팝콘을 맛있어서 먹었겠어? 짜증이 나니까 먹었지.”

오상진이 지켜보는 앞에서 이모부와 이모가 티격태격거렸다.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에이. 이모부 또 왜 그러셨어요.”

“네가 오랜만에 집에 왔는데 또 소희하고 데이트한다고 가버리면 얼굴 보기 힘들어서 그렇지. 우리 같이 술 마신 지 오래됐잖아.”

“그랬나요? 죄송해요. 제가 시간을 냈어야 하는데.”

“아니야. 됐어.”

그때 주방에서 나온 신순애가 입을 열었다.

“그래서 어떻게 해? 술 안주라도 만들어줘?”

그러자 신지애가 바로 말했다.

“됐어, 언니. 무슨 이 시간에 요리를 해. 그냥 야식 시켜 먹어. 요새 야식 잘 나오더라.”

“얘는. 그래도 야식보다는 집에서 만들어 먹는 게 낫지.”

신순애와 신지애의 의견이 갈리자 이모부가 오상진을 바라봤다.

“어떻게 할래?”

현재 신순애와 신지애는 각자 국밥집을 운영하고 있었다. 신순애가 만든 레시피를 기초로 단골손님들을 다수 확보한 덕분에 장사는 무척이나 잘되는 편이었다.

하지만 국밥집을 한다고 해서 모든 요리를 다 잘하지는 않았다.

“그래요. 엄마. 피곤한데 무슨 요리예요. 어차피 이모부하고 술 한잔할 테니까. 간단히 시켜 먹을게요.”

이모부가 바로 말을 받았다.

“그렇지? 그러는 것이 좋겠지?”

“네.”

“그럼 오랜만에 족발 어떠냐?”

“족발 좋네요.”

신순애가 곧바로 배달부 책자를 짚었다.

“그럼 족발 중(中)짜리로 시켜?”

그러자 신지애가 바로 입을 열었다.

“언니는······. 그걸 누구 입에 붙여. 특대(大)로 시켜 특대로. 우리도 좀 먹게.”

“얘는 밤에 먹으면 살쪄.”

“어이구 언니! 우리 나이에 무슨 살 타령이야. 소희가 들으면 웃어. 그보다 소희는? 소희는 어디 갔어?”

신지애가 집안을 두리번거리며 물었다. 신순애가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소희는 아까 갔지.”

“이 계집애. 기다렸다가 내 얼굴 좀 보고 가지.”

“지금 시간이 몇 시인데. 상진이 얼굴만 보고 갔어.”

신순애의 말마따나 거의 밤 12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하긴 소희 걔가 있는 집 자식이라 그런지 애가 좀 번듯하고 그러더라.”

이모부가 바로 맞장구를 쳤다.

“당연하지. 그렇게 예쁜데 집에서 가만 내버려 뒀겠어? 분명 통금도 있고 그럴 거야.”

가만히 듣던 오상진은 터지는 웃음을 참아냈다. 물론 처음 만났을 때 한소희도 통금 시간이 있었지만 요즘은 통금 시간에 맞춰 집에 들어간 적이 거의 없었다.

“참. 상진아. 내려가서 옷만 갈아입고 올 테니까.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라.”

“네. 이모부.”

이모부와 이모가 아래층 집으로 내려가고, 오상진은 잠깐 소파로 가서 앉았다.

그러다 한소희가 생각나 휴대폰을 꺼내 바로 전화를 했다.

-네. 상진 씨.

“소희 씨, 집에 잘 도착했어요?”

-네. 방금 도착했어요. 그런데 왜 도련님을 고생시켜요. 나 택시 타고 와도 되는데.

“그래야 내가 맘이 편해서 그래요. 그리고 어때요. 내 동생인데······. 정 그러면 용돈 좀 챙겨 주고 그래요.”

-안 그래도 용돈 챙겨 줬네요. 그런데 도련님이 상진 씨가 용돈 거의 안 준다고 그러던데요?

“헐? 그 녀석이 그래요? 웃긴 놈이네. 아아아, 알 것 같아요. 그 자식 몰래 비밀연애하거든요.”

-네? 비밀연애요? 이상하네. 내가 물어봤을 때는 여자 친구 없다고 그랬는데.

“뻥이에요. 그 자식······. 장난 아니네. 몰래 연애하면서 아닌 척 행동하잖아요.”

-오호. 형제가 똑같구나.

“어? 거기서 왜 그런 말이 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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