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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674화 (674/1,018)

< 01. 대대로 가겠습니다(4) >

인생 리셋 오 소위! 2부 004화

01. 대대로 가겠습니다(4)

“이놈. 아주 보면 볼수록 욕심쟁이야.”

“살다 보니 욕심 부릴 땐 좀 부리고 그래야겠더라고요.”

“하긴 그래야지.”

“네. 하하하.”

그렇게 두 사람이 웃음을 흘리며 대화를 나눴다. 그때 다시 문이 열리고 강태산이 들어왔다.

강태산은 두 사람을 보자마자 한마디 했다.

“어? 뭡니까? 왜 이렇게 일찍 오셨습니까.”

“뭔 소리야. 네가 늦게 와 놓구선.”

“와, 이번에는 내가 먼저 온 줄 알았는데.”

강태산이 인상을 쓰며 볼멘소리를 했다.

“아무래도 운전기사를 자르든가 해야지. 운전기사 말 듣고 지름길로 왔는데······.”

이 얘기를 듣자마자 오상진이 바로 인상을 썼다.

“또또! 태산아. 그게 갑질이라는 거야.”

“아닙니다. 그게 아니라, 운전기사가 진짜 지름길이라고 빨리 간다고 했습니다.”

그 말에 최강철이 한마디 했다.

“태산아. 제발 정신 좀 차려라. 너 이래가지고 충성회에 계속 있을 수 있겠냐?”

“왜 그래요. 제가 또 뭘 그렇게 잘못했어요?”

강태산이 억울하다는 투로 말했다. 최강철은 그런 강태산을 한심하다는 듯 쳐다봤다.

“인마, 차가 밀릴 것 같으면 5분이나 10분 정도 일찍 나올 생각은 못하냐? 너 또 늦게 나와서 운전기사 닦달했지?”

“아니요?”

“아니긴 뭐가 아니야?”

“절대 아니거든요.”

강태산이 발끈하듯 대답했지만 눈동자가 흔들리는 건 숨길 수 없었다.

그 모습을 보며 최강철이 피식 웃었다.

“오, 그래? 그럼 내가 운전기사에게 직접 물어본다.”

“진짜 아니에요. 와, 형은 왜 저만 가지고 그러세요.”

“왜 너만 가지고 그러겠냐. 너만 문제니까 그렇지.”

“소대장님. 뭐라고 좀 해주세요.”

궁지에 몰린 강태산이 오상진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선임의 마음으로 강태산을 챙기는 최강철에게 뭐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태산아. 어찌 넌 하나도 변함이 없냐.”

“원래 사람이 변하면 일찍 죽는다고 했거든요.”

강태산이 한마디도 지지 않고 말했다. 군대에서나 제대해서나 재벌 2세 특유의 뺀질거림은 달라지지 않았다.

오상진이 피식 웃고는 화제를 바꿨다.

“그보다 태산아. 아버님은 건강히 잘 지내시지?”

“네. 잘 지내십니다. 그리고 아버지가 소대장님께 안부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그랬어? 항상 신경 써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해드려.”

“네. 소대장님.”

“그리고 아버님에게 상품권 그만 보내라고 말씀드려.”

“아니, 왜요?”

강태산이 잔뜩 의뭉스러운 얼굴로 되물었다. 오상진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생각을 해봐라. 한꺼번에 그리 많이 보내주시면 부담스러워서 어떻게 받아.”

“왜 그러세요. 소대장님 우리 사이에. 그렇다고 소대장님께서 저희 회사에 와서 양복 맞추시거나 하지는 않잖아요.”

“군인이 양복 입을 일이 몇 번이나 된다고. 게다가 이미 여러 벌 맞춰서 당분간 맞출 필요 없어.”

“그럼 주변 사람들한테 선물하세요.”

“그거 주변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것도 일이야.”

“저희 아버지가 그러라고 많이 나눠드린 건데요.”

강태산이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이고, 내가 못산다.”

강태산 아버지 강무열은 강훈실업의 대표다. 그리고 강훈실업은 남성 정장을 비롯한 의류 전문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래서 강무열 대표는 분기별로 자사 의류 상품권을 보내주고 있었다.

오상진이 현금은 한사코 받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상품권으로라도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물론 거기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한 번 보낼 때마다 500만 원 상당의 상품권을 보내주니 그것이 영 부담스러웠다.

아니, 감당하기가 버거웠다. 솔직히 맨날 양복 입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처음에는 부모님도 드리고 그랬지만 이제는 주변 지인들에게도 나눠주는 것도 일이 되어버렸다. 그러다 보니까 어느 순간부터는 강훈실업의 브로커가 된 느낌마저 들었다.

“마음은 잘 알겠는데 당분간은 그만 보내도 된다고 말씀드려.”

“네에. 알겠어요.”

“그리고 소대장 곧 대대 내려간다.”

“네? 정말입니까?”

“확정된 겁니까?”

“확정은 아닌데. 그렇게 될 것 같아. 내가 요청을 했거든.”

최강철이 바로 말을 받았다.

“그럼 대대로 내려가면 중대장이 되는 겁니까?”

“오오, 강철이, 제법 잘 아는데.”

“제가 또 빠삭 하지 말입니다.”

그렇게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다시 문이 열리며 이대강이랑 이세강이 나타났다.

“어? 벌써들 오셨습니까?”

이대강이 웃으며 인사했다. 그런 이대강과 눈인사를 주고 받은 강태산이 이세강을 보며 바로 말했다.

“야, 이세강. 빠져가지고.”

“죄송합니다.”

그러자 이대강이 바로 말했다.

“야! 강태산. 왜 내 동생에게 그래.”

“이 병장님. 동생 관리 좀 하십시오.”

“뭐야. 지금 내 동생 까는 거냐.”

“까는 게 아니라. 후임이 이렇게 고참보다 늦게 와도 되는 겁니까.”

“인마. 나랑 같이 오는데 좀 봐 줘.”

“그래도 이건 아니죠.”

“아, 네네. 죄송합니다. 제가 눈치가 좀 없었습니다.”

“야, 이세강. 넌 빠져 있어.”

“이 병장님이야말로 좀 빠지십시오.”

“아 진짜 너희들 뭐하냐?”

밖에서 듣기엔 싸우는 것처럼 들리겠지만 충성회 멤버들은 이런 식으로 짓궂은 대화를 하며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얘들아! 너희들은 아직도 그런 식으로 노니?”

“저희는 제대한 지 얼마 안 되었지 말입니다. 그래서 군대물이 좀 덜 빠졌지 말입니다.”

이세강이 군대 말투를 탁탁 써가면서 말했다.

“야. 반년이면 한참 지난 거지. 그런데도 아직도 군대 말투를 쓰면 어떻게 하냐?”

“그러게 말입니다. 저도 웬만하면 안 쓰고 싶은데 여기만 오면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그것도 병이다. 병!”

“그렇게나 군대 물이 안 빠져서는······. 차라리 말뚝을 박지 그랬냐.”

“워. 무슨 그런 악담을 하십니까.”

이세강이 발끈했다.

오상진이 이대강을 보며 물었다.

“참! 너희들 장사 잘되고 있지?”

이대강과 이세강이 웃으면서 바로 대답했다.

“그럼요.”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잘되고 있습니다.”

“그래?”

“넵! 아주 착한 건물주님 덕분에 잘하고 있습니다.”

이세강이 깜짝 놀라며 이대강을 바라봤다.

“어? 형도 그래? 나도 그런데. 우리 건물주님도 정말 좋은 분인 거 알지?”

“너도 그렇구나. 우리 건물주님도 월세도 많이 안 받고 관리비도 많이 안 받고 완전 좋아.”

“진짜? 이야, 우리 건물주님은 리모델링도 해줬는데.”

“뭐? 진짜? 너도 그랬어? 우리 건물주님도 그랬는데.”

이대강과 이세강은 서로를 바라보며 장난기 어린 눈빛으로 얘기를 나눴다. 가만히 듣고 있던 오상진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만해, 이것들아! 듣는 소대장이 다 민망하다.”

“어? 소대장님께서 저희 건물주님이셨나?”

“아하. 어쩐지 조금 닮으시기도 했네.”

“이것들이······.”

오상진이 눈을 부라렸다. 그러자 이대강과 이세강이 눈웃음을 흘렸다.

이대강과 이세강은 제대를 한 다음에 다시 푸드 트럭을 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오상진이 그런 이대강을 데려다가 빈 가게를 저렴하게 월세를 내줬다. 요리 실력은 확실하니 이대강을 믿고 투자를 한 것이다.

그러다 이세강이 제대를 했고 이대강과 함께 장사를 했다. 그리고 얼마 전에 다른 빌딩에 분점을 내고 그 분점을 이세강이 운영하게 된 것이다.

“어쨌든 대강이는 알아서 잘하는 것 같고. 세강이는 요새 어때?”

“소대장님 걱정 마십시오. 요새 장사 너무 잘되고 있습니다.”

이대강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야! 그게 바로 컨벤션 효과라는 거야. 컨벤션 효과!”

“컨벤션?”

갑자기 강태산이 눈을 동그렇게 뜨고 물었다.

“컨벤션이 뭔데?”

옆에서 최강철이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태산아. 개업빨, 개업빨! 넌 진짜······. 아니, 그런 것도 모르면서 회사 생활이 가능하니?”

“저, 저 알고 있거든요? 그냥 잠깐 아주 잠깐 헷갈린 겁니다. 아, 진짜 형은 맨날 유치하게 이런 걸로 잘난 척이야.”

“뭐, 인마?”

“진짜 형도 바뀐 것이 없어요.”

“지랄! 너도 제대하고 그 싸가지는 바뀌지가 않네. 그리고 말은 바로 해야지. 내가 잘난 것이 아니라, 네가 무식하다는 생각은 안 드냐?”

“아, 됐어요!”

강태산이 고개를 홱 돌려 삐진 척을 했다. 그 모습에 최강철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는 사이 이해진이 안경을 쓴 채 나타났다. 옆에는 가죽가방을 들고 있었다.

“어이쿠야. 제가 좀 늦었습니다.”

“와, 이 병장님 요즘 뭐 한다고 자꾸 늦으십니까?”

“그러게 말입니다. 군대 있을 때는 빠릿빠릿하고 정말 A급이었는데 말입니다. 민간인이 되고 나서 폐급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이해진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오상진에게 말했다.

“소대장님 얘들이 뭐랍니까. 제가 이렇게 살아야 합니까.”

“뭐가?”

“아니, 폐급들에게 폐급 소리 들으니까 기분이 상당히 더럽습니다.”

“그러니까, 해진아. 좀 열심히 다녀. 너 공무원 시험 합격했다고 너무 나태해진 거 아니야?”

오상진의 말에 이해진이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소대장님. 소대장님도 너무하십니다. 제가 그동안 공부하면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십니까? 이제 좀 느긋하게 살고 싶은데 그걸 이해 못 하십니까?”

이해진은 제대를 하고 난 후 공무원 시험에 매달렸다.

본래 안정적인 직장을 원했는데 전공을 따라가기에는 취업에 대한 부담이 컸다. 그래서 고심 끝에 공무원이 되기로 마음을 굳혔다.

이후로 얼마나 독하게 공부를 했는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 지 고작 2년 만에 결국 7급 공무원에 합격을 하게 되었다.

“그래도 너 참 대단하다. 어떻게 한 번에 7급 공무원에 합격을 하냐. 나름 똑똑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소대장님도 참. 제가 우리 형 이기려고 진짜 얼마나 노력했는지 아시지 않습니까.”

“후후후, 그래 알지. 그러고 보니 너희 형은 뭐라셔?”

오상진의 물음에 이해진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엄마가 아침마다 계란 후라이를 하는데 식구들 머릿수에 맞춰서 부쳐 주시거든요? 근데 가끔 아버지가 안 드실 때가 있어요. 그럼 그건 형 대신 제가 먹고 있습니다.”

“이야, 그래?”

“요새 제가 실세입니다. 형은 찬밥이고요.”

이해진의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그래도 잘해라. 형님께는 내가 신세 진 것도 있는데.”

“안 그래도 형이 그 얘기를 합니다. 내가 군대 있을 때 그렇게 신경 써 줬는데 동생이라는 놈이 7급 공무원에 합격했다고 까분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합니까? 이게 현실인데, 흐흐흐.”

이해진이 송곳니까지 드러내며 좋아했다.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주변을 둘러봤다.

“그건 그렇고 올 사람들은 다 왔나?”

오상진의 물음에 최강철이 바로 말했다.

“아, 은호가 아직 안 왔습니다.”

“이은호? 이 자식은 또 늦네. 또 늦어. 아무래도 한 따가리 해야지 않겠습니까?”

강태산이 한마디 하자마자 이은호가 나타났다.

이은호는 자신이 가장 늦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는 헐레벌떡 뛰어와 인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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