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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670화 (1부 완결) (670/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670화

45장 까라면 까야죠(139)

“야, 인마. 순서라는 것이 있잖아. 그리고 나 지금 대위야. 언제 중령을 달지도 모르는데.”

“그래도 이번 3월에 소령으로 진급하지 않습니까.”

“그렇지. 그때를 같이 해 아마 사단 참모로 갈지도 몰라. 이제 중대장은 빠빠이다. 여기가 두 번째 중대장 역임이니까. 그렇게 몇 년 사단에 있다 보면 운 좋으면 여기 대대장으로 올 수도 있겠지.”

김철환 1중대장이 피식 웃으며 커피를 마셨다. 오상진도 미소를 지었다. 예전에 술 마시면서 이랬던 적이 있었다.

-내가 대대장하고, 상진이 네가 중대장으로 오면 참 좋겠다.

이런 말장난을 종종 했었다. 그 생각을 하며 오상진이 슬쩍 말했다.

“중대장님께서 빨리 진급하셔서 여기 대대장으로 오시면 되지 않습니까.”

“야, 인마. 그 일이 쉽냐! 그게 내 뜻대로 돼?”

“열심히 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작년까지 난 전역서를 작성해야 하나 고민을 했었어. 물론 상진이 너 때문에 진급을 했지만…….”

“에이, 무슨 저 때문입니까. 다 중대장님의 노력 덕분이죠.”

“하긴 그렇긴 하지. 하하하.”

“맞습니다. 하하하.”

두 사람이 기분 좋게 웃었다. 그러다가 김철환 1중대장이 물었다.

“그런데 상진이 너는? 부대 남아 있을 거야? 네가 신경 쓰는 애들은 거의 전역했잖아.”

“네, 그렇지 않아도 애들이 눈에 밟혀서 소대 남고 싶었는데 요새는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듭니다. 소대장도 충분히 오래 한 것 같으니까, 다른 보직을 맡아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래, 너도 여기서 고생하지 말고 사단이나, 육본으로 가. 아니면 군단으로 가도 되고 말이야.”

“여단 쪽은 안됩니까?”

“인마, 너의 커리어에 여단은 아니지. 안 그래?”

김철환 1중대장이 슬쩍 떠봤다. 오상진은 그런 것에 넘어가지 않고, 그저 미소만 지었다.

“자식 안 넘어오네. 아무튼 지금 너의 커리어는 어딜 가든 환영받아!”

“네, 한번 고민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보름의 시간이 흘러갔다. 한종태 대대장은 결국 징역형을 받았고, 징역을 살고 나오면 불명예 전역을 할 것 같았다.

또한 충성대대에 새로운 대대장이 온다는 소식에 부대가 어수선했다. 하지만 오상진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휴대폰만 바라보면서 실실 웃고만 있었다.

“1소대장, 뭐 좋은 일 있습니까?”

“네?”

“아니, 주식이 잘돼서 웃는 겁니까? 왜 그렇게 휴대폰을 바라보면서 웃고 계십니까?”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오상진이 황급히 휴대폰을 닫았다. 그러나 오상진이 본 것은 ‘연산의 남자’ 기사였다. 관객 수가 어느덧 천삼백만을 돌파했다는 내용이었다.

-연산의 남자의 뒷심은 어디까지인가? 천삼백만을 돌파! 한국 영화 역대 기록에 올라갔다.

-영화 평론가, 전문가들 대부분이 천오백만도 가능하다고 예상!

오상진은 자신이 알고 있던 관객 수보다 더 많이 봤다. 그 이유를 분석해 보면 오상진의 투자가 일찍 이루어졌고, 그래서 그런지 영화의 퀄리티가 많이 좋아졌던 것 같았다.

또 다른 이유는 과거에는 12월 말쯤에 개봉했던 것이 이번에는 크리스마스 일주일 전에 개봉한 것이 컸다. 영화 관객이 크리스마스 때 한꺼번에 몰려 그 입김이 크게 작용했던 것 같았다.

‘후후후, 이 정도면 열 배 이상의 수익금이 정산되겠는데.’

오상진이 실실 웃고 있었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5억을 투자해서 3~4배 정도만 벌어도 좋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보니까, 열 배 이상의 수익이 생길지도 몰랐다.

이처럼 완벽한 투자에 오상진은 기분이 좋아졌다. 그때 ‘띠링’ 하며 문자가 날아왔다.

-상진 씨 오늘 약속 잊지 않았죠?

-그럼요.

-저 준비 다 했으니까, 끝나는 대로 데리러 와요.

-네!

그리고 오상진은 칼같이 자리에서 일어나 퇴근을 했다. 관사로 가서 샤워와 함께 옷을 갈아입은 후 차를 몰고 한소희를 데리러 갔다.

“많이 기다렸어요?”

오상진의 물음에 한소희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에요. 그런데 우리 이 동네 돌아보기로 했죠?”

한소희가 휴대폰을 열어 지도를 보여주었다. 오상진이 슬쩍 지도를 확인하며 차를 몰았다.

“이 동네 괜찮을지 모르겠습니다.”

오상진은 이제 관사에서 나올 생각이었다. 그래서 아파트를 구할지 아니면 빌라나 오피스텔을 구할지 아직 정하지 않은 상태였다. 일단은 돌아다니며 괜찮은 집을 구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저번에 오피스텔 둘러봤잖아요. 정말 다 별로였어요?”

“네. 신식 건물이면 좀 괜찮을 것 같았는데, 너무 오래되었어요.”

“그래서 엊그제 아파트 얘기를 꺼냈구나.”

한소희가 휴대폰을 바라보며 얘기를 했다. 오상진도 운전을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기 신축 아파트가 올라간다고 했으니까, 모델하우스에 들려서 확인도 하고, 괜찮으면 바로 계약해 버리게요.”

“좋아요. 저도 솔직히 오피스텔보다는 아파트가 좋았어요.”

“그랬어요? 그런데 왜 말 안 했어요?”

“에이, 무엇보다 상진 씨가 중요하니까요. 전 상진 씨가 괜찮다면 다 좋아요.”

“그래도 저만 있을 곳이 아닌데…….”

오상진의 말에 한소희가 배시시 웃었다. 그렇게 모델하우스에 도착을 하고 아파트를 확인했다.

신축이라서 그런지 구조도 좋고 괜찮았다. 다만, 평당 단가가 다른 곳보다는 조금 비싼 편이었다.

물론 오상진에게는 크게 해당되지 않는 일이었다.

“여기 보시면 풀옵션입니다. 물론 확장형이고요. 구조도 보시면 정말 잘 빠졌습니다.”

“네, 여기가 34평이라고요?”

“네.”

안내자가 친절하게 설명을 해줬다. 한소희는 곧바로 부엌과 안방부터 확인했다.

“붙박이장 다 들어와 있는 거죠?”

“네. 안방 옆에 드레스 룸도 있어요. 요즘 아파트에 드레스 룸이 별로 없거든요.”

안내자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오상진도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나중에 드레스 룸은 기본 사양으로 들어가지만 말이다. 이 당시에는 아무래도 획기적이었다.

“어머, 좋다.”

한소희는 연신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그러면서 슬쩍 오상진 옆으로 왔다.

“내가 말했죠. 좋은 아파트로 가자고.”

그 모습을 보던 안내자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두 분 신혼부부세요?”

“아뇨, 곧 결혼할 예정이에요.”

“아, 그렇습니까? 그럼 여기만 한 신혼집은 없죠.”

그러면서 더욱 신나게 설명을 해 줬다.

“아, 그리고 저희 아파트는 신혼부부에 한해 대출금도 70%까지 받을 수 있는 혜택도 주어집니다.”

안내자의 말에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저희는 대출 안 받습니다.”

“네?”

“전액 현금으로 구입할 겁니다.”

“저, 전액 혀, 현금으로 말입니까?”

“네.”

그때 안내자에게 휴대폰이 울렸다.

“자, 잠시만요.”

휴대폰을 받던 안내자가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

“죄송해요. 또 다른 손님이 왔다고 해서 소개를 하러 가야 할 것 같습니다.”

“아, 네에. 그러세요.”

“계약을 하시려면 저를 찾아와 주세요.”

“네. 그보다 언제 완공되죠?”

“아, 다음 달에 완공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안내자가 나가고, 한소희가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좋습니까?”

오상진의 물음에 한소희가 팔짱을 꼈다.

“네. 솔직히 말해서 엄청 맘에 들진 않지만, 상진 씨와 신혼집으로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한소희 솔직한 말에 오상진은 그냥 웃기만 했다.

“왜 웃어요?”

“아니, 벌써 신혼집이라고 해서요.”

“칫, 뭐야. 나만 신혼집인가?”

한소희가 살짝 토라지자 오상진이 바로 달랬다.

“저도 좋아서 그래요.”

오상진이 한소희를 살짝 안았다. 한소희는 못 이기는 척 품에 안겼다. 그러다가 오상진이 밖으로 나갔다.

“상진 씨 어디 가요?”

“바로 계약해야죠!”

그런데 막 모델하우스를 벗어나려는데 오상진의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 번호는 부대였다.

“네, 오상진 중위입니다.”

-어, 나종덕 비서실장인데. 오 중위 어디인가?

“충성! 지금 저 밖에 있습니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다름이 아니라, 아직 비공식인데……. 혹시 자네 사단에서 일해볼 생각 없나?

“사단 말입니까?”

-자네도 알다시피 부대 일도 있고, 이제 소대장은 그만할 때 되지 않았나. 지금은 견문을 넓힐 때라고 보는데, 어떤가?

오상진은 나종덕 비서실장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오상진 스스로도 지금이라면 사단 참모로 가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종덕 비서실장은 오상진이 고민을 하고 있는 거라 생각했는지 덧붙여 말했다.

-참고로 사단장님께서 오 중위를 많이 원하시네. 게다가 이번 기회에 인재를 많이 데리고 있고 싶어 해. 그러니 어떤가?

나종덕 비서실장의 말을 듣고 오상진이 한소희를 빤히 바라봤다. 오상진이 먼저 조심스럽게 말했다.

“네, 죄송하지만 잠시만 기다려 주실 수 있습니까? 잠깐이면 됩니다.”

-알았네.

오상진은 휴대폰 통화 쪽을 막고 한소희에게 다가갔다. 한소희가 눈을 껌뻑이며 말했다.

“왜요? 무슨 일 있어요? 아니면 지금 들어가 봐야 해요?”

“아뇨, 그건 아니고 사단에서 저보고 올라오라고 하는데 어떻게 해요?”

“그럼 좋은 거예요?”

한소희는 바로 단순하게 생각했다.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많이 좋죠. 인맥도 쌓고, 아무래도 진급하기에는 유리하겠죠.”

“그럼 당연히 해야죠! 저는요, 상진 씨가 장군 다는 모습 보고 싶어요.”

“장군요?”

오상진이 씨익 웃었다. 솔직히 별 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지난 과거에서도 중령까지 다는 것이 최대였다. 하지만 왠지 이번 생에는 한소희가 말했던 것처럼 장군까지 달고 싶었다.

“그래요. 소희 씨가 원한다면…….”

오상진은 곧바로 휴대폰을 귀로 가져갔다.

“네, 비서실장님. 절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오, 바로 결심 내린 건가?

“네.”

-사단장님께서 많이 좋아하시겠군. 알았네, 조만간 인사발령 내리겠네.

“네, 비서실장님.”

그렇게 휴대폰을 끊은 오상진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한소희가 바로 옆으로 다가와 말했다.

“그럼 우리 상진 씨, 대위 다는 거예요?”

“대위는 좀 시간이 걸릴 것 같지만…… 아마 곧 달겠죠?”

“이야, 그럼 오 대위? 오 대위님, 우리 오 대위님.”

“아, 왜 그러십니까?”

“왜요? 미리 불러보는데!”

“그래도 아직 멀었습니다.”

“언제가 되었든 대위는 다신다는 거잖아요.”

“그, 그렇죠.”

“아이 신나라.”

한소희가 아이처럼 좋아했다. 오상진이 흐뭇한 미소로 한소희를 바라봤다. 한소희 역시 그런 오상진의 눈빛을 피하지 않았다. 잠시 후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두 사람의 얼굴이 가까워졌고, 살며시 입술을 맞췄다. 그와 동시에 밖에서는 함박눈이 펑펑 내리기 시작했다. 마치 두 사람을 축복하듯이…….

“와, 눈이다.”

한소희의 고개가 오상진의 어깨에 살며시 기댔다. 그런 한소희의 허리를 오상진이 감싸 안았다.

그리고 오상진의 인생 제2막이 이제 막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인생 리셋 오 소위! 1부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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