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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669화 (669/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669화

45장 까라면 까야죠(138)

“임 중위, 이렇게 된 거 솔직히 털어놔 보십시오.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임인호 중위가 약간 망설였다.

“…….”

급기야 500cc 맥주를 벌컥벌컥 마셨다. 목이 탄 것을 보니 속도 많이 탄 것 같았다.

이 얘기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그것을 눈치챈 장석태 중위가 슬쩍 말했다.

“나 누군지 아시지 않습니까. 나 사단장님 아들입니다. 만약에 임 중위님 잘못이 아니면 제가 아버지에게 말해서 징계 철회 받도록 하겠습니다.”

순간 임인호 중위의 눈이 커졌다.

“저, 정말입니까?”

“물론입니다.”

장석태 중위가 확신을 가진 듯 말을 했지만 그건 솔직히 불가능했다. 지금 장석태 중위는 거짓말을 해서라도 임인호 중위의 마음을 돌리고 싶었다. 물론 오상진도 알고 있기에 딱히 말을 하지 않았다.

“진짜입니까?”

임인호 중위가 재차 물었다. 장석태 중위의 시선이 오상진에게 향했다.

“여기 오 중위도 있지 않습니까. 그렇죠, 오 중위?”

“아, 네? 네, 그렇죠.”

임인호 중위의 눈빛이 바뀌었다.

“그럼 저 두 분 말씀만 믿고 얘기하겠습니다.”

오상진과 장석태 중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임인호 중위는 다시 한번 맥주를 들이켠 후 입을 열었다.

임인호 중위의 인생이 꼬인 것은 충성대대로 전입 오고, 얼마 후 환영 회식 자리에서였다.

그곳에서 어쩌다 보니, 이미선 소위랑 나란히 앉게 되었다. 그런데 주변에서 막 장난을 치다가 임인호 중위의 팔꿈치가 그만 이미선 소위의 가슴 부위를 건드렸던 것이다.

“어어어, 미, 미안합니다.”

임인호 중위가 바로 사과를 했다. 이미선 소위도 흔쾌히 괜찮다고 말을 했다.

“아닙니다, 실수이지 않습니까.”

그렇게 넘어갔다. 그런데 그다음 날 곧장 한종태 대대장에게 호출이 떨어졌다.

“너 이 새끼, 뭐 하는 놈이야!”

“네?”

“너 이 자식아. 어떻게 생긴 놈이 환영식 자리에서 여자 장교 가슴을 떡 주무르듯이 주물러!”

“네에? 제가 말입니까?”

임인호 중위는 정말 황당했다. 하지만 한종태 대대장은 가만있지 않았다.

“이 새끼 봐라. 너 지금 발뺌하는 거야? 너 한번 크게 혼나볼래!”

“아, 아닙니다.”

임인호 중위는 갑자기 사고력이 멈췄다. 그사이 한종태 대대장은 계속해서 몰아붙였다.

“이미선 소위가 오늘 아침에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 헌병대에 고소하겠다는 것을 내가 간신히 말렸어. 이걸 어떻게 할 거야!”

“제, 제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임인호 중위는 잔뜩 겁을 먹었다. 한종태 대대장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

“너, 좋은 말 할 때 이미선 소위랑 합의해.”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미선 소위와 500만 원으로 합의를 봤다. 그 뒤로 임인호 중위는 완전히 한종태 대대장의 놀잇감으로 바뀌었다.

마구 이상한 지시를 내렸지만 불만을 가질 수가 없었다. 이미 약점이 잡힌 임인호 중위는 한종태 대대장이 내리는 지시를 이행해야 했다.

“자네 말이야. 내가 이리저리 돈 들어갈 곳이 많아서 그런데. 돈 좀 마련해 봐.”

“네? 돈을 마련하라니…… 무슨 말씀입니까?”

“쓰읍, 이 친구 큰일 날 소리를 하네. 그건 자네가 알아서 해야지. 왜? 싫어?”

마지막 그 말이 임인호 중위에게는 협박처럼 들렸다.

“아, 아닙니다. 마련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임인호 중위가 고민해서 마련한 것이 경리단에서 보낸 돈에서 자잘한 부식비에서 떼어내 돈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그 돈을 한종태 대대장에게 건넸다.

그런데 한 번이면 끝날 줄 알았는데 계속 더 대담하게 돈을 원했다. 어느 순간 임인호 중위는 더 이상 못할 것 같아서 한종태 대대장을 찾았다.

“뭐? 못 해?”

“네, 도저히 못 하겠습니다. 몇몇 장교들이 절 찾아왔었습니다.”

“으이구, 쯧쯧쯧. 그런 것 하나 제대로 못 하고 말이야. 아니면 내가 알려줘?”

한종태 대대장은 피식 웃었다.

“뭐야. 지금까지 잘해놓구선. 이제 와 못하겠다고 하면 끝나는 줄 알아? 아니면 이걸 그대로 헌병대로 가져가서 고발해?”

“그, 그건 대대장님께서 말씀하셔서…….”

“뭐? 증거 있어? 이 친구 이상한 소리 하네. 내가 자네에게 무슨 지시를 내렸어. 지시 내린 증거라도 있냐고.”

“그, 그건 아니지만…….”

“그러니까, 이 친구야. 제대로 하란 말이야. 자잘하게 이게 뭐야! 내가 티 안 나게 알려줄게, 잘 들어봐.”

임인호 중위는 한종태 대대장이 알려준 방법대로 실행에 옮겼다. 처음에는 교통비에서 조금씩 쪼개 마련했다. 그 뒤로 좀 더 대담하게 훈련비 및 각종 시간 외 수당에서 돈을 빼돌렸다. 그러자 결국 이런 사달이 벌어진 것이었다.

모든 얘기를 듣고 있던 오상진은 한숨을 푹 내쉬었고, 장석태 중위는 임인호 중위를 보며 물었다.

“그래서 이래저래 빼돌린 돈이 얼마 정도 됩니까?”

“아마, 4천 조금 넘을 것입니다.”

“와…….”

장석태 중위는 정말 어이가 없는지 탄성을 내뱉었다. 그러다가 다시 질문을 했다.

“그래서 그 돈 전부 대대장에게 간 겁니까? 임 중위는 전혀 손대지 않았습니까?”

“네, 전부 다 대대장에게 갔습니다. 하늘에 맹세코 전 단 한 푼도 손대지 않았습니다.”

임인호 중위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럼 그 돈을 도대체 어디다가 썼다고 합니까?”

“그게…… 지난번에 얼핏 듣기로는 이미선 소위 오피스텔과 차를 사 줬다고 합니다.”

“와, 이런 미친……. 대대장 장난 아니네.”

장석태 중위는 진짜 어이없어했다. 오상진도 맥주를 마시며 헛웃음이 나왔다.

“아무리 이미선 소위가 좋아도 그렇지. 다 늙은 노인네가 집하고, 차를 해 준답시고 군대 돈을 횡령하냔 말이야. 도대체 얼마나 미쳤으면 말이야. 진짜 대단하다, 대단해.”

장석태 중위가 학을 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다가 오상진이 답답한지 임인호 중위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니, 왜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습니까.”

“하고 싶었지만 솔직히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대대장님이 만약에 무슨 일이 생기면 저를 절대 가만두지 않겠다고 해서 말입니다. 이미선 소위도 제가 실수한 것도 있고 말이죠.”

임인호 중위는 약간 주눅이 든 얼굴로 두 사람의 눈치를 살피며 입을 열었다. 장석태 중위가 어이없게 웃으며 말했다.

“뭐, 이 정도 되면 완전히 부부 사기단 같습니다.”

“에이, 부부는 아니죠.”

“아, 그럼 커플 사기단인가?”

장석태 중위가 말을 하다가 고개를 흔들었다.

“아아, 지금 이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임 중위.”

“네.”

“만약 헌병대에 불려갈 수도 있습니다. 그곳에서 사실대로 말할 자신 있죠?”

장석태 중위의 물음에 임인호 중위도 어느 정도는 각오를 다진 듯 보였다.

“네. 솔직히 대대장님이 어느 정도는 커버쳐 주실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모든 죄를 저에게 뒤집어씌우는 것을 보고,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불명예제대를 하더라도, 꼭 진실을 밝힐 생각입니다.”

임인호 중위의 눈빛에 강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장석태 중위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임 중위의 의견 잘 들었습니다. 저도 그냥 넘어갈 생각 없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버지에게, 아니, 사단장님께 꼭 보고하겠습니다.”

그렇게 세 사람은 간단히 술을 마신 후 늦은 밤, 장석태 중위는 장기준 사단장에게 모두 보고를 올렸다.

그다음 날 아침, 장기준 사단장이 헌병과장을 불러 지시를 내렸다.

“조사해 봐.”

“으음, 사실 안 그래도 제보가 있었습니다.”

“제보?”

“익명의 제보였습니다. 그래서 오늘 수사를 시작할 생각이었습니다.”

장기준 사단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오, 잘됐네.”

사실 사단장의 직권으로 찍어 누르면 조금의 잡음이 있을 수 있었다. 그러나 제보가 있다면 괜찮았다.

“그래, 자네가 책임지고 털어봐.”

“네, 사단장님.”

헌병과장이 경례를 한 후 사단장실을 나갔다. 그리고 하루가 지나고 난 후 별의별 내용들이 다 나왔다.

때마침 조사를 나온 헌병대에게 임인호 중위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자료들을 다 제출했다.

그래도 임인호 중위가 바보는 아니었다. 그동안 한종태 대대장 차명계좌로 들어갔던 입금 내역서를 다 모아뒀던 것이었다.

그리고 약간 지저분하지만 한종태 대대장과 나눴던 대화 녹취록도 함께 제출을 했다.

일이 이렇게 되자, 한종태 대대장은 빼도 박도 못하게 되어버렸다. 그런데 이렇게 증거가 있는데도 이미선 소위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모르쇠로 일관했다.

“난 모릅니다. 대대장님께서 그냥 해주신 겁니다.”

그렇게 공범임을 거부하고, 피해자인 척했다. 게다가 성폭행을 당했다는 주장까지 펼치며 마지못해 이런 삶을 살았다며 눈물로 호소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절대 믿지 않았다. 오히려 이미선 소위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와, 이미선! 진짜 독하다.”

“완전히 꽃뱀이 따로 없네.”

“어떻게 저런 식으로 말을 하지?”

이미선 소위의 뻔뻔함에 다들 학을 뗐다. 그리고 조사를 하면 할수록 더욱 그녀를 깊은 구렁텅이에 빠지게 했다. 결국 이미선 소위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모든 사실을 인정했다.

이로써 한종태 대대장은 보직 해임이 되고, 헌병대에 수감되었다. 이미선 소위도 마찬가지였다.

조사하는 내내 헌병대에 수감 되었다. 모든 조사를 마치면 군사재판에 넘겨지고, 판결이 내려질 것이다.

한종태 대대장은 일 년만 더 역임하면 퇴직이었다. 그럼 연금 받으면서 편안한 노후 생활을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사건으로 인해 불명예 전역을 하게 되면, 연금은 자동적으로 못 받게 되었다.

이것이 최소고, 군사재판을 통해 징역형까지 받게 되면 노후를 감옥에서 쓸쓸하게 보내게 될 것이다. 물론 이미선 소위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폭풍 같은 사건이 고작 일주일 안에 벌어졌다.

오상진은 김철환 1중대장과 커피를 마시며 얘기를 나눴다.

“정말 정신없는 일주일이었습니다.”

“그러게. 어떻게 우리 부대는 바람 잘 날이 없냐.”

“그러게 말입니다.”

오상진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커피를 마셨다. 그러다가 탁자에 내려놓으며 물었다.

“이 상태면 대대장님 연금을 받을 수 있는 겁니까?”

“에이, 죄가 인정되면 바로 불명예 전역이 될 텐데 그럼 연금은 빠빠이지.”

“못 받는 겁니까? 와, 진짜 안타깝습니다. 일 년만 버티면 전역인데…….”

“내 말이. 그래서 변호사까지 쓰면서 불명예 전역만은 막으려고 용을 쓰고 있잖아.”

“그렇습니까? 그런데 가능하겠습니까?”

“아니, 힘들 것 같다. 이번 일뿐만이 아니라, 묻어뒀던 지난 일까지 들춰낼 모양이야. 그래서 사단장님께서 단호하게 못 박으셨어. 어떻게 해서든지 불명예 전역시키라고 말이야. 모든 군인들의 수치라면서 말이지.”

“그렇구나. 그럼 우리 부대에 새로운 대대장님께서 오시겠습니다.”

“새로 온 대대장이 와도 문제다. 이렇게 사고를 친 부대에 솔직히 누가 오려고 하겠냐. 뭐, 명령이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중대장님께서 빨리 진급하셔서 충성대대 대대장으로 오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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